방탄고 로맨스

9화) 도망 안 가요. 이번엔.

[학폭위 당일 – 오전 10시]

교무실 앞 복도는 이상하게 조용했다.

조용한데… 더 시끄러웠다.

 

 

“오늘 김여주 학폭위래.”

 

 

“피해자야? 가해자야?”

 

 

“정국도 같이 들어간다던데?”

 

 

 

 

여주는 손에 출석 통지서를 들고 있었다.

손끝이 하얘질 만큼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때, 옆에서 누군가 서류를 빼앗아 들었다.

“혼자 들고 있지 마.”

 

 

정국이었다.

 

 

“…왜 따라왔어요.”

 

 

“말했잖아. 같이 간다고.”

 

 

“정국 씨 이름 올라가면, 괜히 이미지에—”

 

 

“나 이미지로 사는 사람 아니야.”

 

정국은 여주를 똑바로 봤다.

“그리고.”

 

 

“…?”

 

 

“이번엔 너, 도망 안 가는 거지?”

 

 

여주는 잠시 숨을 멈췄다.

그 말은… 과거를 아는 사람만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네.”

“이번엔 안 가요.”

 

 

[학폭위 회의실 내부]

위원들, 담임, 상담교사.

그리고 맞은편엔 신혜진.

 

 

 

 

혜진은 얌전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마치 피해자인 척.

 

 

위원장:

“김여주 학생, 온라인상 발언과 관련해

갈등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혹시 먼저 하실 말 있습니까?”

 

 

여주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천천히 들었다.

“…영상은 제 동의 없이 촬영됐습니다.”

“그리고 편집돼서 유포됐고요.”

“그 과정에서 제 과거가 사실과 다르게 퍼졌습니다.”

 

 

혜진이 끼어들었다.

“전 그냥, 커뮤니티에 있던 걸 공유했을 뿐이에요.”

“김여주가 먼저 셋 다 싫다고 말했잖아요.

그게 더 문제 아닌가요?”

 

 

그 순간.

의자 끄는 소리.

정국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말, 우리 셋한테 한 거예요.”

 

 

“…?”

 

 

“적어도 걔는, 면전에서 말했어.”

“익명으로 뒤에서 찌른 사람보다 훨씬 낫지 않아요?”

 

 

회의실 공기가 달라졌다.

 

 

위원장:

“전정국 학생, 감정적 발언은 자제—”

 

 

 

 

“감정 아니에요.”

 

 

정국은 낮게 말했다.

“사실이에요.”

 

 

[증거 제출]

그때, 회의실 문이 다시 열렸다.

“잠시만요.”

김석진이었다.

 

 

파일 하나를 위원장에게 건넸다.

“영상 업로드 IP 기록입니다.”

“그리고 최초 편집 파일 원본.”

 

 

혜진의 얼굴이 굳었다.

“…그게 뭐예요.”

 

 

 

 

석진은 조용히 말했다.

“너 컴퓨터.

로그인 기록 안 지웠더라.”

 

 

정적.

 

 

위원장:

“신혜진 학생, 설명하시겠습니까?”

 

 

혜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결국 고개를 숙였다.

“…장난이었어요.”

 

여주가 그 말을 듣고 처음으로 웃었다.

“장난이요?”

“…네?”

“제 인생은, 장난 아니거든요.”

 

 

[결과]

📝 영상 유포 가담자: 공식 경고 + 봉사활동 처분

📝 혜진: 교내 징계 + 활동 제한

📝 여주: 피해자 인정

 

 

회의가 끝나고 문이 열렸다.

복도에 모여 있던 애들이 일제히 시선을 보냈다.

 

 

정국이 먼저 나왔다.

그리고 뒤이어 여주.

 

 

정국은 일부러 크게 말했다.

“끝났어.”

“이제 아무도 건들지 마.”

 

그 한 마디에, 복도는 조용해졌다.

 

 

-

 

 

여주가 혼자 내려가고 있었다.

그때, 태형이 벽에 기대 서 있었다.

 

 

“…고생했다.”

 

 

“…들었어요?”

 

 

“다 들었지.”

 

 

태형은 천천히 다가왔다.

“근데.”

 

 

“…?”

 

 

“이제 나도 말해도 되냐.”

여주는 고개를 들었다.

 

 

 

 

“나, 그때 봉사활동 날.”

“너한테 처음으로 위로받았어.”

“근데 오늘은… 내가 그 자리였네.”

 

 

여주는 잠시 눈을 감았다.

“태형 씨.”

 

 

“…왜.”

 

 

“이 학교, 저 혼자 버티는 거 아니죠?”

 

 

태형은 짧게 웃었다.

 

 

[옥상]

해질녘.

석진이 여주를 불렀다.

“…오늘 잘했어.”

 

 

“고마워요.”

 

 

“아니.”

석진은 잠시 말을 고르더니 말했다.

 

 

“난 네가… 그냥 강한 애인 줄 알았어.”

“근데 아니더라.”

 

 

“…네?”

“강한 척하는 애였어.”

 

 

여주는 말없이 웃었다.

 

 

“그래서.”

석진이 조용히 덧붙였다.

“난, 네가 약해도 상관없어.”

 

 

다음 화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