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한 선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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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한 선배들

W.아룸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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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말 없이 다짜고짜 날 아파트 놀이터로 끌고 오더니 내팽게 치듯이 손목을 놔줬다. 손목은 붉게 얼룩덜룩 해졌고 찌릿하며 고통이 흘렀다.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으니 화가 많이 난 건지 정색하며 노려보는 태형 선배에 움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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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우릴 너무 만만하게 봤어."


"...오지마요."


"그래서 생각해 봤어."


"다가오지 마!!"


"어떻게 하면, 네가 닥쳐줄지."



점점 날 미끄럼들로 밀어붙이던 선배들은 차가운 눈빛으로 날 내려다보며 씩 웃었다.퇴학이면, 닥쳐주려나? 심장이 쿵 하고 발끝까지 추락하는 거 같았다. 내가 어떻게 들어온 대학인데...!

내 흔들리는 눈을 본 건지 지민 선배는 깔깔 웃으며 쳐다봤다. 평소에 자주 웃던 표졍이였지만 오늘따라 무서워 보였다. 아, 무서워 보이는 게 정상인가.



"우리 여주. 퇴학은 무서운가 봐?"


"..."


"대답."


"...당신들,"



내가 녹음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들어? 애써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지민 선배의 표정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겨우 생각해낸 허접한 거짓말이었지만 저들은 바보같이 속아넘어 간 거 같았다. 단순하긴. 멍청한 건가?



"어디 한 번 더 지껄여봐요. 이 녹음본 퍼트려버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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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정여주 이렇게 독했었나?"


"저도 선배들이 이렇게 쓰레기일 줄 몰랐어요."


"원하는 게 뭐야?"



정국 선배의 말에 딱 생각난 아이디어. 내 대학생활을 더욱 편하게 보낼 수 있으며 나에게 이득이 되는 조건이었다.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도와줘요. 1년 동안.



"그래."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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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라고."



의외로 대답이 빨라 당황했지만 티 내지 않고 그들을 지나치고 학교로 향했다. 하지만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숨기긴 힘들었다. 저들이면 과제 점수는 기본이고 아무도 건들지 않을 거다.


난 그렇게 믿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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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도착하고 강의실로 빠르게 달려갔다. 내 구석자리를 탐하는 사람들이 꽤 있어 매번 일찍 일찍 다녔던 나였지만 저 여유롭게 걸어오는 루시퍼 새끼들 때문에 내 자리가 위험했다.

강의실 문을 열자마자 입에서 육두문자가 나올 뻔했다. 하아... 자리는 역시 다른 여자애들한테 뺏겨있었다. 어이가 없네... 공부도 안 하는 애들이 내 자리를 뺏었다는 게 억울했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던 난 눈빛을 보냈지만.



"뭘 봐?"


"응, 미안..."



깨갱. 역으로 당했다. 괜히 눈치 보여 반대쪽으로 뛰어갈려는 찰나, 들려오는 여자애들 목소리. 꺄아아-!! 지민 오빠!! 오빠!! 오늘도 날개가 곱다!!! 지랄한다...진짜, 쯧. 어찌 저 웃음들이 가식들로만 보였다. 실체를 알아버려서 그런가.



"어, 여주?"


"ㄴ, 네, 네?"


"왜 거기에 앉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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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저기가 네 자리잖아."



노렸다는 듯 악마같이 씩 웃는 정국 선배를 보자 솜털이 삐죽삐죽 서는 거 같았다. 소름 끼쳐... 난 괜한 자존심에 그냥 억지웃음을 짓고 한가운데에 앉았다. 자존심이라도 지킨다.



"저기, 얘들아."


"네! 말하세요!!"


"오늘 여주가 컨디션이 안 좋아서 교수님 눈 피해야 할 거 같은데."


"네네!! 다른데 앉을게ㅇ..."


"아니야!!! 그냥 거기 앉아!!! 나 진짜 괜찮아!!!"



내 외침에 여자애들도, 루시퍼 선배들도 얼음이 되고 모든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ㄴ, 나 오늘 조퇴하려고!! 몸이 안 좋아서...하하... 공책과 교양 책을 에코백에 구겨 넣고 도망치듯 강의실에서 뛰쳐나왔다. 쪽팔려...



"풉...쟤 왜 이렇게 웃기냐ㅋㅋㅋㅋ"


"너희 그냥 여기 앉아. 우리 조퇴한 거 한 번만 말해줄 수 있을까? 부탁할게."


"네네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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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진짜 짜증 난다..."



대학로를 걷다가 급현타가 찾아왔다. 아악! 진짜 저 루시퍼 새끼들... 교수님한테는 몸살이 왔다며 둘러대긴 했지만, 아마 오늘부로 루시퍼 새끼들의 팬들이 날 좋게 보진 않겠지.



"아오!! 휴학 때려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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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


"어머 시발 깜짝이야!!!"


"시발?"


"...그쪽들한테 존댓말 붙이기도 아깝거든?"


"그쪽들?"



그래! 그쪽들!! 루시퍼라고 안 불러주는 게 어디야... 내 말에 뒤에서 담배를 물고 있던 지민 선배. 아니 루시퍼는 푸하하 웃으며 배를 잡았다. 그게 그렇게 웃겼나. 어휴. 저 새끼도 참 별나다.

할 말 없으면 갈게. 오랜만에 만화방이나 갈려고 몸을 틀었다. 같이 가. 어느 새끼에 개소리만 아니었다면.



"...나 만화방 갈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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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만화 좋아해."


"와, 참 성의 없는 거짓말은 또 처음이네."


"진짠데."


"저번에 나한테 만화 안 보고 자랐다며."


"내가 언제."


"와ㅋㅋㅋ 진짜 미친 새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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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퍼 새끼라며. 와우. 진짜 정호석보다 개소리 잘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난 아무것도 몰라요~ 하는 저 눈빛까지. 욕할까 했지만 뒤에서 불을 켜고 노려보는 김태형에 관뒀다.



"...하, 갈거면 가던가. 난 분식집 갈 거야."



우리 할머니나 보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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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_ 분식집 문을 여니 코를 자극하는 떡볶이 냄새에 스트레스들이 날아가는 거 같았다. 할머니! 내 외침에 재료 손질을 하고 계시던 할머니가 나에게 달려오셨다.



"아이고 우리 여주! 무슨 일이여??"


"떡볶이 먹으려고 왔어요!"


"잘 왔어, 이 할미가 우리 여주 주려고 떡볶이랑 튀김 바삭하게 튀겨 놨어! 언능먹어!!"


"네!"


"근디..."



저 훤칠한 남정네들은 누구여? 우리 여주 남자친구여? 엥? 할머니 말에 고개를 돌리니 투명문 앞을 어슬렁거리는 루시퍼들이 보였다. 저것들이 왜 여기까지 따라왔냐.

할머니한테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남친도 아니고, 친구도 아니에요. 그러자 할머니의 말씀. 그럼 들여보네. 내 눈이 커졌다. 들여보네라고? 왜? 갑자기? 친구도 아니라고 했는데?



"친구가 아니면 손님이라는 거 아녀?"


"그, 그게요..."


"거기 남정네들!! 어슬렁거리지 말고 후딱 들어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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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정여주. 먼저 들어가면 어떡해."


"옴뫄...여주 친구들이여?"



아뇨, 같은 대학교 선배에요. 싱긋 웃으며 말하는 전정국을 보며 생각했다. 저들은 꿈이 배우인 걸까. 연기 하나는 기가 막히네. 속으로 욕이 아닌 욕을 하고 있을 때 자연스럽게 어깨동무를 하는 김태형에 심한 욕이 나올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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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창피해?"


"...안창피해."


"근데 왜 두고 갔어?"


"우, 우리 달리기 시합했잖아! 늦게 오면 밖에 서있기...해서..하하..."


"뭐, 어찌됐건 떡볶이 먹고들 가. 이제 막 해서 딱 맛있을 때여."



어쩌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 떡볶이를 먹고 있었다. 하...그냥 집에 갈껄... 허탈하며 먹고 있을 때, 그릇에 턱 놓인 김말이 튀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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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김 좋아한다며."


"...어색하게 왜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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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웃어. 할머니 신경 쓰시잖아. 그의 귓속말에 옆을 흘긋 쳐다봤다. 눈이 마주친 할머니를 보자 저절로 탄식이 나왔다. 신경 쓰셨구나... 맛있어요! 잠깐 생각하느라 그런 거니깐, 신경 쓰지 마요. 할머니는 아까보다 편해진 표정으로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셨다. 



"진짜 맛있다."


"응."


"왜 이렇게 까칠해~ 응? 우리 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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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흨ㅋㅋ장난이야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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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시발 새끼 내가 진짜 언젠간 조져버린다.를 눈빛으로 말하는 중)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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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또 와. 그땐 더 맛있게 해줄게.


"네. 다음엔 오빠랑 올게요!"


"그래. 호석이도 안 본 지 꽤 됐네. 거 선배들도 잘 들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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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도 건강하게 계세요. 다음에 찾아뵐게요."


"우리 여주는 이 중에 좋아하는 사람 있어? 다 훤칠하구먼..."


"아니요!! 절대 없어요!!! 절대!!!"


"허허허...알겠어. 어여가."



안녕히 계세요. 인사를 하고 떡볶이집을 나왔다. 시간을 보니.. 아직 10시밖에 안됐네. 이제 뭐 하지. 그때 코를 찌르는 역한 담배 냄새. 윽... 하고 냄새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역시나. 몇 미터 멀리서 담배를 피우는 루시퍼 삼총사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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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피울래?"


"됐거든요?"


"존댓말이네."


"...익숙해져서 그런 거야."



그러니깐 신경쓰지마. 난 내 말을 마치고 집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었다.



"정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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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지켜. 말 안 하겠다는 거."


"...그쪽들이나 지켜."



그리고 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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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먹고싶당...


이 글은 그냥 제가 과연 1일 1연재가 가능한가. 해서 시작해봤어요...노잼글이여도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