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기침은 숨길 수 없다
: 사랑과 기침은 감출 수 없다
"악! 괜찮아?"
"...어? 난 괜찮아!"
"아 다행이다, 나 지금좀 급해서 먼저갈게! 혹시 문제있으면 2학년 3반으로와!"
"아, 그래..!"
그래, 너를 처음만난건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선선한 봄날에 한적한 복도였을거야. 너는 뛰어오다 모퉁이를 도는 나를 미처보지못하고 부딫혀 같이 자빠졌었지. 너는 소심해 어쩔줄몰라하는 나에게 미안하다며 웃으며 먼저 손을 뻗었고, 날일으켜주곤 줄곧 가던길로 뛰어갔지. 아마 이때부터였을까? 난 어쩌면 어이없고, 황당하지만, 너에게 반한것같아.
그렇게 나는 한참동안 멀리서만 바라보았어. 사실, 우리가 넘어졌던 그날 점심시간에 나 너 찾아갔었어. 그저 얼굴한번 더 보고싶어서. 멀리서 네가 친구들이랑 웃으면서 얘기하는 모습을보니까 네가 나한테도 저렇게 웃어줬으면하는 욕심이 생기더라고.
너는 뒷문에서 어정쩡하게 기웃거리는 나를 발견하더니 자리에서 벌떡일어나더니 나에게로 곧장 걸어왔어. 아마 네 뒤에선 네친구들이 놀리는 소리가 들려왔던것같아.
"너 점심시간에 그애맞지? 어디다쳤어?"
"아... 아니! 그냥... 너 걱정할까봐"
"다행이네"
그렇게 너는 내앞에 섰고, 어디 다친곳있냐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어왔어. 솔직히 나 그때 조금 아니, 많이 설렜던것같아.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귀끝이 빨개지는듯해. 나는 당황해서 어버버거리며 겨우겨우 네가 걱정할까봐 왔다고 얼버무리듯 말했고, 너는 그런 나를 보고도 전혀 한심함은 커녕 살갑게 눈꼬리를 접으며 다행이라고 그랬었지.
아직도 웃는 네 얼굴이 아름아름 잡힐것만같아.
그 후로 나는 네가 알게모르게 네 반에 자주갔었어. 단지 네 얼굴 한번만더 보겠다고. 어쩌면 네가 조금은 알아줬으면 해서 더 그랬던것같기도해. 내가 네반으로 갈때마다 너는 친구와 얘기중이었지. 그래서 나에게는 너의 얼굴보다는 뒷통수가 익숙했지만, 상관없었어. 그냥, 진짜 그냥 너라서 좋았고, 너이기에 내가 웃음이났던것같아.
그렇게 계속 너에대한 마음을 점점키워오다가 갈수록 내마음을 내가 감당하기 힘들정도로 몸집을 키웠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고. 나는 그런 마음을 조금은 아주 조금은 너에게 들키고싶었어. 그때 난생처음으로 운명또는 인연이란걸 믿어봤던것같아. 나에게 넌 기말고사 올 A보다 더욱 간절했어. 다이어트중 마주친 치킨집보다도, 사막에 오아시스보다도 더욱 빛나는 존재였어. 지금도 나에게넌 그런 존재야.
어느날은 네가 자리에없었어. 난 여느때와같이 쉬는시간에 널보러 네 반에 찾아갔지만, 넌 네 자리에없었어. 분명가방은 걸려있었지만, 넌 어디간건지 도통 찾을수가없었어. 그렇게 난 두리번거리다가 쉬는시간이 끝나버려 뗄래야 떼어지지않는 발을 끌고는 억지로 반으로 돌아와 자리에앉았어. 수학선생님께선 왜 늦게들어오냐며 꾸짖으셨지만, 난 그런건 귀에 들어오지도않았어. 네가 없었거든. 하루의 시작 어쩌면 끝까지 너로 채우고싶은데 시작부터 꼬이니 힘이 나질않았어.
대체어디있었던거야?
"오늘수업은 여기까지, 잘쉬고."
난 수학시간을 전혀 집중못한채로 넘겨버리듯 쉬는시간을 맞이했고, 희망을 가지며 너의반으로 곧장 빠른걸음으로 종종거리며 향했어.
반에 도착하니, 수업이 아직안끝난듯 북적거려야할 네 반앞은 휑했고, 처음보는 다른반친구들만이 창문에 매달려 교실안을 애처로이 바라보고있었어. 나도 그 무리에 홀린듯 껴서 교실을 바라보니 불이 디꺼져있고 영화를 보고있더라. 너는 네 자리에 있었고, 나는 나도모르게 미소가 드리워졌어. 나도 내가 이정도로 널좋아하는진 몰랐어. 나도 몰랐으니 말다했지. 이런 내맘을 너는 알고있을까, 들키진않았을까, 한편으로 불안했지만 그렇게 기분이 나쁘진않았어. 들켜도 괜찮을것같았거든.
잡다한생각으로 까치발을들고 얼마나 서있었을까, 발이 뻐근해질때쯤 불이켜지고, 앞뒷문에서는 물밀듯 아이들이 우르르 빠져나왔어. 그중에는 너도있었어. 나는 네가 반 밖으로 나올거란 생각을 하진못하고 당황해있다가 결국 무방비한 상태로 너를 마주하고말았어.
"찾는사람있어?"
"...아니"
"그럼 여기서 뭐해?"
"그냥...뭐"
"...그럼 나랑 같이산책할래?"
나는 예상치못한말에 심장이 쿵쾅쿵쾅뛰었고, 방금들은말이 내가 맞게들은건지 다시 곱씹었어. 나는 머리가 하애지는 느낌이었어. 물론, 그렇다고 부정의 답변은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깨끗했지. 난 더듬더듬 알맞은 자음과 모음을 합쳐 겨우겨우 말을이어나갔고, 너는 그때와같이 웃으며 나와 발맞춰걸었어.
너와난 학교의 주황빛건물을 빠져나와 학교 뒷편에 오솔길을 거닐었어. 그곳은 뱀이나온다는 시덥지않은 소문때문인지 북적이던 아이들은 이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고, 오직 우리 둘만이 여름의 뜨거운 햇빛을 감내하고 푸르게 피어난 나무사이로 난 그길을 거닐고있었어. 나는 내 심장소리가 너에게까지 들릴까봐 연신 신경쓰며 걷다보니 자꾸 너와 발걸음이 엇나갔고, 너는 그럴때마다 여름의 햇살보다 더 밝게 웃어주며 나와 발맞춰 천천히 걸어주었어.
"근데 있잖아,"
"어?"
"너오늘 아침에 어디있었어?"
"...어?"
나라면 그때 널보기위해 네 반에 갔었을때일텐데. 막상넌 자리에 없어서 보지못했지만. 이건 왜묻는걸까? 혹시 날 보러 내반에왔었을까? 그렇게 말해주면 정말 좋을텐데.
"나, 아침에 네반갔었거든. 근데 가방만있고 넌 없길래."
"...왜 갔었는데?"
"이거, 너 볼때마다 전해줘야지했는데. 잊어버려서말이야."
"...?"
솔직히 지금 심장이 멈출것만같아. 아니, 너무 빨리뛰는건가. 아무리 심호흡을 하고 말을이어나가도 목소리가 너무떨려서 도저히 말을 길게못하겠더라. 너에게 난 항상완벽하고 싶으니까. 너는 나에게 조심스럽게 무언가를 전해주었고, 그에따라 조심스레받아보니 다름아닌 내 명찰이었지.
"이거, 네 이름맞지?"
"...어"
"이름이쁘네. 전에 넘어졌을때 떨어진것같아."
나는 평소 밖에잘나오지않아서 명찰단속에 걸릴일도 없어 그닥 신경쓰고있지 않았지만, 이렇게보니 괜히 무언가를 찾은기분이야. 근데 넌 이걸 어떻게 가지고있는걸까? 혹시 그 복도를 다시왔다갔었던걸까? 만약 그렇다면 아무래도 난 여기에 모든걸 다걸준비가되어있어.
한창 도란도란 거닐고나니 오솔길은 어느새 내 발뒤에 끝나있었고, 종이 울리기 직전이었지. 난 아쉬워 계단을 느릿느릿올라갔고, 너는 뭐가 그리도좋은지 연신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않고 나와발맞춰 천천히 올라가고있었어.
어느새 눈에보이는 4층이라는 표시. 너와나는 서로를 향해 팔목이 떨어질듯이 흔들거렸고, 너는 웃으며 다시 나에게 뒷모습을 보여주었어. 아쉽다. 그게 지금딱알맞은 말이야. 정말이지 너무 아쉬울 뿐이야. 난 괜히 주머니속 명찰을 만지작거리며 그아이의 여름같은 미소를 한번더 상상해봐.
그후로 시간은 흐르고흘러 빼빼로데이 즉, 기말고사로 힘들어하기전 마지막 당근이랄까? 정확히는 하루전이지. 너와난 그동안 좀 친해진것같아. 혹시 나만그럴게 생각한건가? 그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평소같으면 쓰레기가 많이나온다며 관심은 커녕 미간만찌푸리고 이어폰을 꼽고는 문제집을 쳐다보았겠지만, 이번에는 좀 많이 달라. 난 어느새 편의점에서 무슨맛을골라야 네가 좋아할지, 하다하다 과자 옆면에 쓰여있는 간단한 문구조차도 한참고민중이야. 너도 누굴위해 한낯과자를 이렇게 힘겹게 고민중일까?
나는 등교하자마자 가방에서 빼빼로를 꺼내 서둘러 내 외투에 감추곤 가방은 아무렇게나 걸고 곧장 네 반으로 향했어. 그 길이 이렇게 긴장이되는 길일줄이야. 나는 그냥 책상에 몰래두고 나올까했지만, 그래도 이걸 내가 준다는 성의와함께 내 마음을 조금담고 너에게 과자를 핑계삼아 보내려고해. 네가 내마음을 느꼈으면 좋겠어.
한 10분정도 기다리니 모습을 드러내는 너였어. 넌 나를보고는 귀에꼽혀있던 이어폰을 빼고는 주머니에 푹 찔러넣었고, 나에게 다가왔어. 갑자기 훅 끼치는 너 특유의 냄새가 내볼을 붉게 물들이려했지만, 나는 애써 진정하며 너에게 전해주었어.
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받았고, 뭐가신기한건지 이리저리 둘러보았어. 나는 애써 진정했지만, 붉어져오는 얼굴에 결국 도망치둣이 자리를 피해버렸어. 지금생각해도 나 참 답답하다.
그렇게 점심시간이되자, 나는 여느때와같이 학교안을 서성거렸고, 너를 처음만난 그 복도에 다다랐어. 밖에서는 아이들이 축구하는 소리가 미약하게나마 들려왔고, 난 한걸음내딛으면 네가 생각나 미소가 드리워졌어. 근데 조용한이곳에 누군가 뛰는듯이 쿵쿵소리가났고, 그 소리는 점점가까워져 바로 앞까지 들려왔어. 나는 부딫힐것만같은 기분에 눈을 꾹감았지만, 멀쩡한 내 몸에 눈을떠보니 네가 내앞에서 가쁜숨을 몰아쉬고있었어.
"야, 아침에 그냥 가버리면 어떡해. 자, 이거받아."
"빼빼로?"
"어, 어제 엄청고민하다가 너줄라고 그거샀어. 잘했지?"
난 순간 쿵하는듯한느낌을받았고, 다시 볼이 붉어지는것만같았어. 애써 고개를 숙이니까 너는 나를따라 무릎을 굽혀 내 얼굴을 보려하더라. 난 결국 진정하려고 노력하면서 고갤들어 고맙다며 웃어주었고, 넌 날따라웃었어. 나보고 웃으니 이쁘다네. 앞으로 많이 웃고다녀야지.
나는 한결 밝아지고 나아진 분위기에 자연스레 녹아가던중, 넌 갑자기 무엇을 결심이라도한듯 손을 꼬물댔어. 난 눈을 맞추려 노력했지만, 너는 내눈을 피하고 되려 눈치를봤어. 무슨일이있는걸까? 나는 갑작스럽게 엄습해오는 불안감에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너를 쳐다보며 말하니, 들려오는 너의말.
"...좋아해."
난 머리가 띵했지. 넌 너도 당황했는지 횡설수설 이런저런 말들을 늘어놓더니 볼 한가득 홍조를 띄우곤 변명포기한듯이 좋아한다고 얘기하고있었어. 어찌나 귀엽던지. 물론, 짝사랑이 드디어 끝난기분이 후련하면서도 뛰는 심장이 아파오듯 날 간지럽혔지만, 난 괜찮았어. 이느낌이 나쁘진않았거든. 이렇게 장장 약 1년간에 짝사랑은 끝이났어. 행복해. 이건 이럴때 쓰는말인가봐.
누가그러던데 사랑과 기침은 숨길수없대. 난 그말에 전적으로 동의해. 너는 어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