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 (滿月)

[1화] 태양

우리의 시작은 내가 고등학교 2학년, 18살이던 그때로 돌아간다.

난 그날의 그 여학생처럼 1년간 지속적으로 학교폭력을 당해왔었다. 어김없이 18살이 되어도 난 늘 맞고 다녔다.

이유도 알려주지 않은 채, 아니 이유가 존재했었을까


짝,


“ 아..!! ”

“ 여주야, 내가 슈크림 사오랬지 언제 생크림 사오랬어? ”

“ … “

” 없었으면 니가 만들어서 왔어야 할 거 아니야 ”

“ … ”

“ 하.. 이 X 또 말 없는거 봐라? “


주르륵,


“ 자 이 우유로 다시 슈크림 만들어서 와, 알았지? ”

“ … ”


1학년 때는 반 아이들 모두가 이런 나를 방관했었다. 아니 그 아이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모두가 날 방관했었다. 선생님도, 학생들도 심지어 지나가는 청소부 아주머니도

한편, 그 아이는 나와는 정반대인 아이였다. 내가 그 반의 어둠이었다면 그 아이는 태양이었다.

나와는 다르게 늘 수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빛나고 있던 아이였다.


“ 범규야~ 나 이거 알려주라 ”

“ 아? 그래그래 “

“ 최범규! 오늘 축구 어때? ”

“ 좋지! 오늘 미들은 내꺼다 ”


모든 아이들이 그 아이의 이름을 불렀고 그럼 그 아이는 환히 웃으며 그들에게 답했다. 항상 푸른 하늘에 떠 있는 태양처럼

다른 사람들은 그런 널 어찌 생각했을 지 모르겠지만, 난 그저 니가 불쌍하다고 느꼈다. 누군가를 불쌍하게 여길 내 처지가 아니었음에도

누가봐도 불쌍한 내가 모두에게 사랑 받는 널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난 아직도 니가 그날 왜 내게 먼저 손을 내밀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아무런 관계도 없던 우리였는데


“ 여주야, 안녕?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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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 있는거지..? 난 최범규라고 해!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

” .. 왜 “

” 어..? “

” 다 나랑 멀리 지내려고 안달인데, 넌 왜 나랑 가까워지려고 하냐고 “

” 아.. 그게 “

” .. 같잖은 동정이면 알아서 꺼져라 “

” … “

” 그리고 난.. “

"..?"

” 너같이 마냥 해맑은 사람이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 “

” … “


나도 알고 있었다. 그저 내 자격지심이 만들어낸 시기이고 질투라는 것을, 하지만 난 정말로 그 아이가 싫었다.

불쌍한 아이가 불쌍히 여기는 아이랑 뭘 하겠다고

하지만, 넌 내 생각과 전혀 달랐다.

어김없이 난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었고 마감시간이 되어 문을 잠그고 나가려는데,


짝,


“..?! ”

“ 넌 왜 늘 이것 밖에 안되니?! 어?! ”

“ .. 죄송해요 “

” 넌 할 수 있는 말도 그것 밖에 없지? “

” 진짜.. 죄송해요 ”

“ … ”


학교에서의 나와 매우 닮은 너의 모습이 보였다. 이유도 모르고 그냥 맞고 있는 것 같은 니가 보였다. 이유도 몰라 생각나는 말은 죄송합니다 뿐인 그런 니가 보였다.

그 아이를 때리던 여자는 아이를 놔두고 옆에 있던 차를 타고는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곳엔 그 아이 홀로 남아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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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반가워! 여기서 일하나 보네? “

“ 너.. ”

“ 응? 왜? ”

“ .. 아니야 ”


넌 빨개진 볼과 입 옆에서 피가 나고있는 얼굴로 아주 해맑게 나에게 웃어보였다. 마치 이런 일이 매우 익숙하다는 듯이

오지랖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얘가 뭘 좀 잘못했겠지.. 라고 여겼다. 내가 누군가를 걱정할 처지는 확실히 아니였으니까


“ .. 나 간다 ”

” … “


그렇게 그 아이를 지나쳐 가려는데,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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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마냥 해맑은 사람은 아니야. “

“..!!”


그래, 넌 태양이 아니었다. 언제나 어느곳에서나 밝고 빛을 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넌 나만큼이나 차가운 바닥에서 살고 있었다. 나와 다른 점이 있다면 넌 희미해져가는 불빛을 잡고 있는 사람이었다.

난 이미 그 불빛을 내 손으로 꺼버린 지 오래였고


“ 그러니까 나랑 친하게 지내줘 ”

“ … ”

“ 내일부터는 먼저 인사도 해주고! 나랑 급식도 같이 먹자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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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았지? 나 이제 그만 가볼게! 내일 봐! ”


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실 지금도 별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모두가 기피하던 나와 굳이 함께 하려는 이유를

그리고 왜 다시 웃으려 애쓰는지도

하지만 확실한 것은 넌 나랑 다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나보다 더 차가운 바닥에 홀로 앉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