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 전쟁 : 초능력 고등학교

시즌2 7화

호르몬 전쟁 시즌2

 

 

 

 

 

 


 

 

 

07. 숨겨진 과거.






"근데 ㅇㅇ이는 왜 호르몬 고등학교에 들어오기로 결심한 거야?"







지민의 질문에 그제야 내가 호르몬 고등학교에 들어온 목적을 다시 떠올리게 됬다. 아 맞다. 그러고 보니 나.. 분명히 엄마의 흔적을 찾으러 이 학교에 온거였는데.. 여러가지 일에 얽히다보니 이제까지 아무것도 알아낸 것이 없다.









"저희 엄마가 호르몬 고등학교 출신이세요. 제가 어릴 때 돌아가셨고.. 그래서 이 곳에 오면 조금이나마 저희 엄마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엄마가 어떤 분이셨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오게 됐어요. 엄마에 대해서 알아낸 것도 없는데 벌써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러버렸네요."




"어머니 분도 초이스셨어?"







내 말을 듣고 있던 윤기가 궁금하다는 목소리로 나에게 묻는다.







"아니요, 초이스는 아니셨던 것 같아요. 저희 할머니는 초이스를 되게 싫어하시거든요."



"초이스를 싫어해?"





"네.. 아마 제가 초이스란 걸 아시면..."







할머니는.. 나를 미워하실지 몰라.. 할머네가 초이스를 두려워하시는 이유가 뭔지 잘 알진 못하지만. 그것만은 확실했다. 할머니는 초이스를 증오할 정도로 싫어한다는 것 말이다.







"네가 초이스란 걸 알면 할머니께서도 초이스를 나쁘게 보시지 않을 거야."







어두워진 내 표정을 눈치 챈 남준 오빠가 자신의 다리 위에 올라와 있는 아미의 등을 쓸어주며 말한다.




"할머니께서 나쁜 초이스들에 대한 소식을 많이 접하셔서 그런 걸 수도 있잖아. 그렇지만 너 같이 착한 아이도 초이스가 될 수 있다는 걸 아신다면 생각이 달라지실 거야."







정말 그럴까..? 그러고 보니 할머니는 어릴 적부터 나에게 초이스란 존재의 위험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 그래 어쩌면 할머니는 초이스가 무조건 나쁜 존재라는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계신 걸지도 몰라. 내가 초이스란 걸 아시면 생각이 조금 바뀔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음~ 그럼 우리가 ㅇㅇ이의 어머니에 대해서 같이 알아보는 건 어떨까?"







석진의 말에 태형이 신난다는 듯 헤실 거리면서 말한다.







"좋아- 장모님이 어떤 분이신지 나도 궁금하니까!"







"누가 니 장모님이라는 거야?"







태형의 입에서 나온 장모님이라는 말에 지민이 질수 없다는 듯 태형에게 맞서지만 태형은 지민의 말을 들은 채도 하지 않고 홀로 생각에 빠져있는 정국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말한다.







"정국아- 너도 갈 거지?"







".. 어딜?"







홀로 생각에 빠져있느라 이때까지의 대화를 듣지 못한 듯 정국이 태형을 보고 묻자 태형이 영 김빠진다는 얼굴로 정국을 보며 말한다.




"전정국씨- 집중 좀 하시라구요- ㅇㅇ이 어머니, 그러니까 나한테 장모님 되실 분에 대해서 같이 알아보기로 했잖아."





"ㅇㅇ의 어머니?"







"응, 이 학교의 학생이셨대. ㅇㅇ이랑 달리 논초이스셨고."







"우리학교에 논초이스가 얼마나 많은데 찾을 수 있을 리 없잖아."




정국의 말을 듣고 보니 그것도 그렇다. 엄마가 초이스라면 모르겠지만 논초이스라면 확실히 찾기가 어려워진다. 지금 우리학교에 있는 논초이스 수만 해도 삼천명에 달하는데..







"괜찮아요. 저 혼자서 찾아도 충분해요. 확실히 정국이 말처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마음만으로도 감사해요! 그럼 잠시 나갔다가 올게요!"




왠지 초이스 반 사람들한테 짐을 지우는 것 같은 기분이야. 교실을 빠져나와 어떻게 엄마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떠오른 건 대현 선생님의 얼굴. 그래, 대현 선생님도 이 호르몬 고등학교의 졸업생이라고 했으니까 대현 선생님이라면 우리 엄마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얻을 수 있을지 몰라. 몇 안 되는 희망을 가지고 대현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교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계속 신경 쓸 거면서 그런 말을 왜 하냐?"







ㅇㅇ이 교실을 빠져나간 뒤로 한 눈에 보기에도 심기 불편해 보이는 정국을 향해 비꼬듯 말하는 태형. 그런 태형의 말에 정국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자신의 머리카락을 헝클어트린다.



"그래.. 그래서 단서가 될 만한 건 있어? 이름이라던가. 사진이라던가."





"물어보기도 전에 네가 ㅇㅇ이를 쫓아냈잖아."







마음이 안 맞아서 티격대던 지민과 태형은 오늘만큼은 정국이 잘못했다는 듯 한마음으로 정국을 타박한다. 자신을 향해 불만스러운 눈길을 보내고 있는 지민과 태형을 지켜보던 정국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알았어. 알았다고. 내가 ㅇㅇㅇ 데려오면 될 거 아냐."



정국의 말에 금세 헤헤- 웃으며 정국을 향해 말하는 태형.





"그럼 같이 찾으러 갈..."





"정국아. ㅇㅇ이 빨리 찾아와- 알겠지?"




정국과 함께 ㅇㅇ이를 찾으러 나가겠다며 나서는 태형의 입을 막아버리는 호석. 그리고는 태형을 아주 자연스럽게 자신의 품 안에 속박시키고 정국을 향해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런 호석의 행동을 얼떨떨한 얼굴로 지켜보고 있던 정국이 고개를 끄덕이며 교실을 나선다.





 

"아 왜! 나도 ㅇㅇ이 찾으러 가려고 했는데 막고 그래!"







정국이 교실을 빠져나간 후 호석의 봉인에서 해제된 태형이 호석을 향해 소리를 지르자 호석이 태형을 향해 미안하다는 듯 웃어 보인다.




"미안. 눈치 없는 저 녀석한테도 기회가 한 번 쯤은 있어야 아닌가 싶어서~"





"그게 무슨 소리야? 이번에 쓰러지면서 머리라도 다친 거야?"







호석의 말이 잘 이해되지 않는 다는 듯 태형이 호석이 이상하다는 눈으로 보고 그런 호석의 뜻을 알아차린 윤기와 석진은 흘러가는 상황이 재미있다는 듯 자기들끼리 큭큭 댄다.









 

내가 그 오래된 책을 통해 본 과거에는 처음 보는 얼굴의 여자가 있었다. 음, 뭐 처음 보는 얼굴치고는 꽤나 익숙한 느낌이었지만. 어찌됐든 그 여자는 지금의 대현과 택운이 자리하고 있는 곳에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걸로 봐서는 과거에 이 학교의 선생님의 모습이라는 걸 어느 정도 추측가능하게 했다. 뭐.. 그렇게 생각하면 대수롭게 넘어갈 수 있는 장면이었지만.. 내가 그저 그 과거의 장면을 넘길 수 없었던 것은.. 그 여자의 행동이었다. 그 여자는 호르몬 물약이라는 책을 읽은 뒤 자신의 힘으로 투명한 유리병 같은 것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곳에는 투명한 액체가 가득 채워졌다. 그 장면은 나에게 아주 익숙하게 다가오는 장면이었다.









'너한테는 왜 내 호르몬이 먹히지 않지? 나는 아직 호르몬 주사를 맞기 전인데 말이야.'







태형의 말에 당황한 표정을 짓는 남학생. 그리고 남학생의 손에 쥐어진 유리병이 태형의 몸에 닿는 순간 태형의 몸에서 빛이 흘러나오는 듯하더니 유리병에 분홍색 액체가 채워지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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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하나 남았나?'




분명히.. 전에 태형이 형의 호르몬을 뺏겼을 때.. 그 때처럼 유리병에 들어간 빛이 액체에 담겨졌다. 그렇다는 건.. 그 여자는 자기 스스로 자신의 호르몬을 유리병에 담았다는 건데.. 내 손은 자연스럽게 주머니에 들어있는 유리병 하나를 꺼낸다. 유리병 안에는 그 과거의 장면 속, 여자가 만들어냈던 호르몬 물약과 같은 투명한 색의 액체가 빛나고 있었다. 확실히 호르몬 억제 주사로는 더 이상 내 호르몬을 억제하지 못했고 택운 쌤은 그것보다 더 효력이 좋은 약이 있다며 나에게 이 유리병을 건내줬다.







'이거 쌤이 발명한 거 에요?'







내 질문에 택운 쌤은 전혀 감흥 없는 얼굴로 나를 보며 말했다.







'그렇다고 해두지.'









지금 내 불길한 예감이 맞다면.. 이건 무효화 호르몬을 담은 유리병이고. 택운 쌤 스스로가 이 물약을 만들어냈을 가능성이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호르몬 물약을 만들어내게 되면 호르몬을 뺏긴 초이스는 생명이 줄어들게 된다. 그렇다면... 나는 택운 쌤의 생명으로 나의 생명을 연명하고 있는 것..




"... 이렇게 더 산다고 해서.. 내가 좋아할 리 없잖아."









택운 쌤 말대로 택운 쌤 스스로가 발명해낸 약이라면 좋겠지만 그게 아닐 경우에는... 유리병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런 일은 없어야만해.. 막말로 택운 쌤은 초이스 반 학생들을 위해서 자신의 생명을 내 놓을 만큼 따듯한 성품의 위인도 못 됐잖아. 애써 내 자신을 다독이며 ㅇㅇ을 찾아다니고 있는데 교무실에서 들려오는 ㅇㅇ이의 목소리. 어머니의 흔적을 찾는다고 그랬던가. 확실히 선생님들한테 물어보는 편이 빠르긴 하겠군. 모처럼 머리를 쓸 줄 아는 녀석이라고 생각하며 교무실로 들어가려는 순간 들려오는 ㅇㅇ의 목소리에 내 몸은 그대로 굳은 듯 멈춰버렸다.







"손나은. 손나은이에요. 저희 어머니 이름이요."











 

대현 쌤을 찾아 들어간 교무실에는 대현 선생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또 누가 사고라도 친 거야..?"




벌써 부터 걱정된다는 얼굴로 말하는 택운 선생님의 모습이 보였다.




"아니요! 그런 건 아니고 대현선생님께 여쭤볼게 있어서.."







내 말에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 하던 택운 쌤이 하던 일을 멈추고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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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뭔데?"




음.. 하긴 택운 선생님도 대현선생님처럼 이 학교 졸업생이시니까 뭔가 아시지 않을까?




"실은 제가 호르몬 고등학교에 온 건 어머니의 과거 행적을 찾기 위해서 였어요. 제가 어릴때 어머네가 일찍이 돌아가셨거든요. 그런데 어머네가 이 학교에 다니셨다고 하길래 뭐라도 알 수 있는 게 없을까 하고 이곳에 온 게 초이스라는 걸 알아버려서 발이 묶여버리긴 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어머니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요. 그래서 대현 선생님께 혹시 저희 어머니를 아시냐고 물어보려고 왔어요."





"어머니도 초이스?"





"아니요. 논초이스 셨어요."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데?"





"손나은. 손나은이에요. 저희 어머니 이름이요."







내 입에서 나온 손나은이라는 이름에'쨍그랑-'소리와 함께 택운의 손에 들려있던 찻잔이 떨어져 내렸다. 깨어진 유리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어 날카롭게 빛났다. 찻잔을 떨어뜨리고도 택운의 손은 불안정하게 떨리고 있었다.

   









 

손나은..? 이라고..? 손나은이라는 이름 세 글자에 정국의 머릿속에 불현듯 호르몬 물약을 만들고 있던 여자의 자리에 쓰여진 이름을 기억해낸다. 그래, 분명히 손나은.. 손나은이라고 쓰여있었다. 그런데 분명히.. ㅇㅇㅇ의 엄마는 논초이스라고 하지 않았나..?





'쨍그랑-'





손나은이라는 이름에 놀란 것만은 나뿐만이 아닌 듯 했다. 유리가 깨지는 소리에 재빨리 교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어느 때 보다 불안해 보이는 얼굴로 ㅇㅇ을 보고 있는 택운 쌤의 모습이 보였다.





"전정국..?"





"나가."





본능적으로 생각했다. 택운 쌤이 동요하고 있는 원인은 ㅇㅇㅇ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걸. 그리고 ㅇㅇ을 보고 있는 택운 쌤의 눈동자에 찬 배신과 증오의 감정을 느끼고 망설임 없이 ㅇㅇ에게 소리쳤다.





"갑자기 들어와서는 나가라니.."





"나가라고 말했어. 택운 쌤하고 둘이서만 해야 할 중요한 이야기가 있으니까 교실로 돌아가 있어."




"나도 지금 택운 쌤이랑 중요한 이야기..."







말 좀 들어라 제발. 나를 향해 뭐라 반박하는 ㅇㅇ의 손목을 끌어 강압적으로 교무실 밖으로 내보낸 뒤 교무실 문을 닫아버렸다.







"바보 멍청이! 전정국!"







닫힌 문 뒤로 나를 향해 소리치는 ㅇㅇㅇ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지금 상황에 그런 것에 일일이 발끈하고 있을 수 없었다. 내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ㅇㅇ이 교실로 돌아가는 발소리가 들렸고 아직도 제 자신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있는 택운을 향해 물었다.







"손나은.. 이라는 사람. 택운 쌤하고도 관련 있는 거야?"







내 말에 택운의 예민해진 눈초리가 나에게로 향한다.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나.. 봤어. 과거에 그 손나은이라는 여자가 자기 스스로 호르몬 물약을 만드는 장면을."







내 말에 나를 보는 택운 쌤의 눈빛이 더욱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 사람이 왜... 호르몬 물약을 만들어..?"







"나도 자세히는 몰라. 내가 호르몬 물약이라는 책에서 본 그 여자의 과거는 한 장면 뿐 이었으니까."









"... 네가 봤다는 과거는 분명히.. 과거를 보는 호르몬이 발동돼서 본 걸 거고.. 그게 거짓될 리는 없는데..."







택운이 혼란스럽다는 얼굴로 가까이에 있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이야기 해 보는 게 어때..? 무슨 상황일지 나도 알아야 당신한테 뭘 말해주든지 말든지 할 거아냐."





내 말에 말할 힘조차 없다는 듯 축 늘어진 택운이 나를 보며 말한다.





"나중에... 잠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줘. 생각이 정리되면 그때.. 이야기 해줄 테니까."





택운의 힘없는 목소리에 지금 이 상황에서는 한 걸음 물러서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한 나는 아무 말 없이 교무실 문을 열고 복도로 걸어 나왔다.





"... ㅇㅇㅇ..?"







"정국아... 전정국....지금 우리 엄마가 초이스... 였다는 거야...?"







교실로 돌아간 줄 알았던 ㅇㅇ이 교무실에서 나오는 나를 충격받은 얼굴로 올려다보고 있다. 그 순간 생각했다. 이 일은 앞으로 더럽게도 꼬이겠구나. 하고.

   





 

"이제 슬슬 무효화 호르몬 물약도 떨어져 가는데.."




투명한 액체가 들어있는 유리병을 들고 두어 번 흔드는 어느 남자. 그 남자의 말에 곁에 앉아있던 성열이 명수를 돌아보며 말한다.





"김명수, 이제 네가 슬슬 나서야할 때 같은데?"







"괜한 일에 나서고 싶지 않아."







성열의 말에 명수가 관심 없다는 듯 말하자 성열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명수의 턱을 잡아 자신을 마주보게 한 뒤 말을 이어간다.




"무효화 호르몬을 가진 초이스가 없으면 너는 더 이상 살인 호르몬을 억제하면서 살아갈 수가 없어. 알잖아- 무효화 물약이 없어지면.. 그 다음에 네 모습이 어떻게 될지 정도는..?"







성열의 말에 명수 눈동자에 초점이 사라진다. 그런 명수의 눈동자에 차오르는 건 공포, 두려움, 슬픔, 압박감.




"알았어... 한다고...할게..."





명수의 말에 성열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