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질구질하게 헤어지는 방법

Ep2. [이유1] 그 후 이야기

*모든 이야기는 작가의 허황된 망상입니다. 현실과 혼돈하지 마시길.. 

 ©️ 내 머릿속에 지진정 (2022) 



새벽에 잠시 눈을 붙였던 정국은 일어나 머리를 부스스 털고는 시계를 봤다.

태주랑 오늘 이야기를 나누어봐야겠다.
이대로 지내는 건 자신에게도 너무 가혹했다.

정국은 지하주차장으로 내려와 차에서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엄마~ 혹시 오늘 원이랑 담이좀 봐줄 수 있어..?
태주랑 시간 좀 보내려고..."

"그래, 안 그래도 손주들 좀 보고 싶었는데...
 애들은 너희가 데리고 올꺼니..?
 아니면 우리가 데리러 갈까..?"


부모님이 흔쾌히 봐주신다고 하셨다.
이럴 땐 부모님과 가까이 살아서 정말 다행이다.




정국은 서둘러 출발하며, 태주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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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대기음이 오래 지나서 태주가 전화를 받았다.



"...어...정국아.."

"아침은 먹었어..?
내가 어제 나갈때 콩나물 국 해놓고 갔는데.. 데워먹었지..?"

".. 응, 고마워.. 아까 먹었어.."



태주 목소리가 약간 울먹 하는 것 같았다.



"컨디션은 어때..? 괜찮아..?"

"아깐 좀 안 좋았는데, 지금은 괜찮은 것 같아.. "

"나 집에 가고 있는데, 오늘 같이 시간 좀 보내자..
뭐 하고 싶은 거나, 가고 싶은데 있어..?
같이 얘기 좀 나누자.. 어때..? "

태주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정국이와 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 그럼 어디 교외에 잠깐 다녀올까..? 사람 많은데는 싫구.."


결혼식 이후 외출도 잘 하지 않던 태주..

그동안 배우던 복싱이며,멤버들과의 사적 모임도
꾸준히 다니던 정국과는 달리
태주는 외외출도 늘 조심하는 편이었다.


윤기와 나눈 몇 마디가 계속 마음 속을 맴돌던 정국은
그렇게 하자고 하고 아이들 나갈 준비를 부탁했다.


정국이 집에 도착했을 땐,
아이들이 둘다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태주는 이것저것 짐을 싸고 있었다.


"뭐라도 좀 사갈까....?"


오랜만에 시댁에 가야해서
뭐라도 좀 바리바리 싸들고가야 할 것 같은데

태주는 영 신경이 쓰이나보다.




"됐어, 뭐 우리 집에 하루이틀 가..?
대충 싸고 빨리 가자~"

정국은 대수롭지 않은 듯 대꾸하고는 아이들을 재촉하며, 데리고 내려갔다.

태주는 숙취해소제를 하나 챙겨들고는 앞장 선 정국을 뒤따라 나섰다.

.
.
.


아이들을 맡기고 멀리 교외에 있는 닭누룽지탕 집에 갔다.
태주가 혹시 아직 속이 안 좋을 까봐
정국이 나름 고심한 메뉴였다.

말이 누룽지탕 집이지,
독립된 공간과 프라이빗 테라스가 있어서
태주가 편하게 있을 수 있는 장소였다.

일주일 전에는 예약해야하는 곳이지만,
매니저의 아는 형님이 운영하시는 곳이라
당일 예약을 받아주셨다. 



달리는 차에서 태주는 말이 없었다.

태주는 정국이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좋으면서도,
자신의 상황을 어떻게 해야할지 잘 알 수가 없어서
어떤 반응을 보이기가 망설여졌다.


"내가 솔직히 너한테 너무 무심했지...?"

정국이 슬쩍 조수석 쪽을 바라봤지만,
태주는 달리는 차의 창 밖을 바라볼었다.

조용한 태주가 불안한 정국은
무릎 위에 있던 태주의 손을 슬쩍 잡았다.

다행히 태주가 손을 빼지 않았다.
정국은 말을 이어나갈 용기가 조금 더 생겼다.

"태주야.. 집에서 직장 다니는 거 힘들어..?
내가 어떻게 도와주는 게 좋을까~? "

정국은 자신의 마음을 전하려는 듯 손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

"힘든 거 있으면... 나한테 얘기 해..
내가 사회경험이 편협해서 막 조언은 못 해주지만,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들어줄께.."

여전히 창 밖으로만 시선을 두던 태주가
그제서야 정국을 돌아봤다.

"그래.. 음..  그럼 조금씩 얘기해볼테니까.. 들어줄래..?"

태주는 잡혀있던 손을 빼서 정국의 손을 제대로 맞잡았다.




하지만 이후, 태주는 별 말이 없었다.

정국은 자신이 이정도 했으면
알아서 태주가 얘기해주겠지 싶었지만,
일단 기다려보기로 했다.

안내받은 자리에는 미리 음식이 세팅되어있었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던 정국이는
잠시 식사에 열중했고,

태주는 남편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느껴지는 안정감이 좋으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터놓을 지 잘 정리가 안 되었다.

아무일 없었던 것 처럼 다시 돌아가면 되는 걸까..?

태주는 조용히 식사를 하는 정국을 바라보았다. 


말없이 밥을 먹던 정국 먼저 입을 열었다. 


"너 없이 애들 보니까 진짜 힘들긴 하더라...
새로운 직장에 어떻게 적응은 하는지..
내가 많이 신경 쓰지 못한 것 같아서.. 미안해.."

"아니야. 정국아, 나 애들이랑 지내는 거 좋아.
 직장사람들도 아이들 육아에 관심도 많고..
 다들 아이 키우는 분들이라 분위기 좋아.
 이 정도면 적응은 어느정도 한 것 같아."

태주는 따듯한 보리차를 한모금 마셨다.

정국은 태주의 표정을 살피며 정말 궁금한 것을 물었다.

"그럼 왜... 나랑 따로 지내고 싶어진 거야..?
 직장문제가 아니야...?"

태주는 앞에서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정국의 얼굴이 보였다.


"아직.. 잘 정리하기가 어렵긴 한데,
 음..  그냥 내가... 나를 인정을 못 하겠어. 

지금의 난 예전에 디자이너였던 나와
엄마가 된 내가 분열되어는 것 같아...

예전 모습에 미련 갖지 말아야하는데...

그런 내 모습이 난 너무 싫어..

꼭 네 잘못은 아니지만,
널 보고 있으면 그런 분열된 내가 너무 심하게 느껴져서..
도망가고 싶었던 것 같아."


정국은 큰 눈을 꿈뻑였다.

"내 잘못은 아니라고..? 그럼 너 나한테 왜 그런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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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