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친 너 사용법
8화
"그래서 넌? 할거야?"
내 단짝 은지가 남소를 해준다고 날 불러들였다.
"야, 나 전정국 좋아하는거 모르냐.. 남소는 무슨 남소야."
"전정국 이번에 또 여친바꿨던데?"
"하.. 말하지마라 안그래도 복잡해."
"진짜 말 안하려고 했는데. 너 언제까지 걔때문에 연애도 못하고 청춘 바칠거야, 걔는 너한테 관심이 없다면서."
"아 뼈는 때리지말고.. 하 나도 심란하다고, 그럼 어떡해 걔밖에 안보이는데 진짜 어쩌라고.."
"어휴 진짜 지독하게 빠졌네 너."
친구들이 욕할만큼 난 항상 전정국얘기를 해댔다.
그럴때마다 그런 애가 뭐가 좋냐고, 우리 학교 대표 여자 갈아치우는 선수라고. 이제 포기하라고. 그런 얘기를 수도 없이 들었지만 그래도 난 널 못놓을만큼 마음이 커졌다.
띵띵띠딩-
"여보세요?"
(어 여주~)
지영언니였다.
"웅 언냐 왜."
(우리 다음달에 캠핑갈래?)
"엥 갑자기? 우리 둘이?"
(아 아니지, 진이랑 태형이랑!)
"..그 둘이랑 같이.. 그니까 넷이?"
(웅! 어때어때 진이랑 계획은 다 짰어 너넨 몸만 와~)
"아니 간다는 말도 안했는데!"
(에헤이, 그래서 갈고지?)
"..아 몰라 일단 알겠어.."
지네 둘인 커플이고, 나랑 김태형은 남남인데!
지들만 생각하는 나쁘고 이기적인..
"야 이여주!"
언니와 통화를 끊자마자 뒤에서 전정국 목소리가 났다.
"아오 깜짝아.."
멀리서 날 향해 손을 흔들었다.
"손 좀 내려라... 진짜 다 쳐다보는데.."
혼자서 중얼거리고 있을때쯤 전정국은 한걸음 달려와 내 옆에 섰다.
"수업가냐?"
"응...글치 모."
"같이 가자, 나도 학교가는데."
"내가 그래주지 뭐."
"아 뭔데 이여주ㅋㅋㅋㅋㅋㅋ"
"근데 너 왜 수업 이제 가?"
"아 아침 수업 교수님이 시간 바꾸셔서, 어 뭐냐 이여주 내 시간표도 꿰뚫고 있는 거?"
"아 뭐래, 그냥 저번주 목요일에도 니가, 아 아니야 몰라."

"아 뭔데~ 니 좀 싱겁다 이여주?"
그렇게 웃지마 심장이 바운스하잖아.
움푹 파인 니 양쪽 입끝 가장 깊은 부분은 지구 내핵일 것 같아.
전정국과 남이 들으면 유치할 만한 대화들을 하다보니,
어느새 학교에 도착했다.
평소에 걸어올때면 지옥같이 느껴지던 등교가
너랑 함께니 너무 짧게 지나가버린 천국이였다.

"니 수업 끝나면 전화해라, 같이 가자."
"응 오키."
수업시간, 너의 마지막 한마디가 날 이렇게 애타게 만든다.
초조하게 시계만 쳐다보고 있다가 아직도 13분이나 남았다는 사실에 다 포기하고 나가버리고 싶었다. 하.. 제기랄 그냥 확 자퇴해버릴까. 아냐아냐 그러면 전정국이랑 하교 못해. 이놈의 대학교는 도움이 안돼요 도움이.
우웅-
내 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옆자리에 앉은 학생들은 날 쳐다봤고,
날 쪽팔림을 감당하며 누가 나에게 이런 수치를 줬는지 확인했다.
'태형오빠'
너냐.
(어디야.)
ㄴ왜?
(그냥, 어디냐구.)
ㄴ나 학교에서 수업듣는중 왜?
(아 학교야? 알겠어.)
ㄴㅇㅋ.
뭐 이런 시시한 대화로 수치를 주고 난리야 아오.
계속해서 시간이 빠르게 흐르길 기다린 나에게 드디어 끝날
시간이 가까워졌다. 교수님의 말씀이 끝난 후에 그 누구보다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싸고 뒤도 안돌아보고선 휙 하고
나와버렸다. 하여튼 전정국한텐 우사인볼트야 이여주.
너와 둘이서 걷는 하굣길을 상상하니 가슴이 벅찼다.
그래, 아무도 아니라고 했지만 나만 마음 다잡으면 안되는건
없지. 이여주 꼭 짝사랑 성공하고 말거야 꼭.
만나기로 했던 벤치까지 나와서 주위를 둘러본 후
급하게 가방에서 폰을 꺼내 전정국과의 채팅방에 들어갔다.
(이여주 미안, 나 혜연이 와서 먼저 갈게!)
....
내가 설레했던 3시간 40분이 너무 허무했다.
그래, 기대했던 내가 잘못이지 등신이지 병신이지.
여자친구랑 가는 게 이상한 일도 아니고 당연한 일이야.
정신차려, 이여주. 뭔 짝사랑 성공이야 웃기고 있네.
하 그래도 진짜 너무 허무하다 인생.
"하...."
죽을까 그냥.
아침에 가지고 나왔던 핫팩은 이미 주머니에서
식어버린지 오래였다. 아무리 흔들어도 다시 따뜻해지지 않았다.
"아이씨 손시려.."
귀는 머리카락으로 덮어버리고,
손은 목에 두른 목도리에 파묻었다.
머릿속으론 여친과 함께 하교할 전정국을 생각하며.
눈 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의미없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안 춥냐 이여주."
"어? 오빠?"
"그래 나 맞거든."
"뭐야? 여긴 웬일이야..?"
"야 목에서 손이나 빼고 말해. 자 이거."
"이게 뭔데?"
"아 뭐긴 빨리 받아 팔 아프고 무거워."
"아 핫팩 하나 들고 뭐가 아프고 무거운건데.."
오빠 손에서 핫팩 하나를 집어온 후 주머니 속에 두 손을 넣었다.
"암튼 땡큐."
"넌 친구도 없냐, 왜 혼자 하교해."
"뭐! 친구있거든?"
"이여주 혼자네~"
"아니거든? 나 전정국이랑 같이 오려다가 걔가 취소하고 여친이랑 간거거든..."
"전정국? 걔가 저번에 니가 말한 애야?"
"웅.."
"오길 잘했네."
"어? 뭐가 와?"

"내가 오길 잘했다고, 너한테."

ㄴ ㅈㅓ도 시험따위 다 쳐버리고 왔습니두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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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해주면 미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