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책임져요, 대리님
"...뭐라고...?"
"김대리님 자식이.. 제 배속에 있다고요..."

"..거짓말...이지..?"
"너 배에 내 애가 있다고...?"
"..네"
"그때.. 한 번 했다고... 하...."
나도 애가 생길줄 알았겠냐고... 그래도 바로 욕하고 내칠줄 알았는데 그러진 않아서 다행이었다. 김대리님 표정만 봐도 당황스러움이 묻어났고, 나보다 더 어쩔줄 몰라하는 거 같았다. 그리고 아이의 아빠가 되어줄 생각은 없어보였다. 그냥 그때 있었던 일만 주구장창 후회하는 중이겠지.
"...미안."
"...네?"
"..너도 놀랐겠지만 나도 너무 당황스러워서..."
"나중에, 나중에 얘기하자.."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할 거 같아.."
나였어도 많이 혼란스러웠을 거다. 마음에도 없는 여자가 자기 애를 임신해왔다고 하면 받아줄 이들이 과연 몇 명있을까. 책임을 지는 게 맞긴 하지만 어려운 일인 거 나도 잘 안다. 어차피 기대 안 했으니까. 김대리님은 안 받아줄 거 같았으니까. 그래도 생각해 본다는 게 어디야.
"..아빠가 되는 거 안 바래요."
"돈도 많이 달라고 안 할게요."
"...지우라고만 하지 말아주세요."

"...부장님, 김대리님 오늘 안 오세요?"
"아, 막내 몰랐어?"
"김대리 2주동안 안 나올 거야, 휴가 냈거든."
"..갑자기... 휴가요...?"
"그러게 왜 갑자기 휴가를 한다는 지 몰라."
"그래도 잘됐지, 그렇게 가라할 땐 안 갔으면서 이제서라도 가는 게 다행이지."
쓰레기. 진짜 개쓰레기. 다음날 와보니 생각할 시간을 달라던 김대리님은 갑자기 휴가로 2주 동안 회사를 쉬게 됐다. 자기 애와 나는 필요없다 이거지? 그냥 나보고 알아서 잘 해보라는 거야? 이건 도망간 거잖아... 싫으면 싫다고 얘기 하지.. 아빠 해달라고 안 하는데.... 말없이 도망치는 게 더 상처받는다고....
"뭐야뭐야, 그 아쉬운 표정은~?"
"김대리가 능력은 좋아도 사람 대하는 건 꽝이니까 좋아하지 마, 특히 너같이 어린 애들은 안돼."
"..김대리님을 누가 좋아해요, 개쓰레기 새끼..."
"어어?? 그동안 쌓인 게 많았나보네ㅋㅋㅋ"
"밖에 가서 바람 좀 쐬고 와, 앞 카페 들려서 마실 것도 좀 사오고."
원래 이렇게까지 강한 성격이 아니었는데 김대리님을 만나고부터 온갖 말을 다 들으니 눈물 따위 나지 않았다. 언제나 내 편이지만 눈치 없는 부장님 때문에 더 화가 났지만 아이 때문에 참기로 했다. 우리 아이는 좋은 것만 보고, 듣고, 행복하게 자라야 되는데 지금 엄마가 행복하질 않네. 아빠가 그 모양이라...

"어? 여주씨! 몸은 괜찮아요?"
"저번에 아프다고 해서 얼마나 슬펐는데..."
"오늘도 유자차 드ㅅ... 여주씨... 괜찮아요...?"
"아... 네.."
"김태형이 괴롭히는 거에요??"
"왜 마음 아프게 울고 그래요..."
정작 내 마음을 아프게 한 당사자는 도망치고 내 앞에 없는데 아무 잘못 없는 사람이 날 위로해주네... 그것도 내 아이 아빠를 욕하는 사람이.... 말로는 아이 아빠 필요없다 이러는데 솔직히 무섭다. 두 명이서도 힘든 육아를 나 혼자 할 수 있을지, 아이를 내가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지, 그냥 모든 게 다 두려웠다. 아이가 생긴지 얼마나 됐다고 모성애가 강해진 건지...
"김태형이랑 엮여서 좋을 거 없어요."
"그 새끼 이제 좀 반반해졌다고 여자들을 막 울리네."
"..석진씨, 저 위로해주는 건 정말 고마운데 제 앞에서는 김대리님 욕 안해줬으면 해요..."
"과거사든, 뭐든 김대리님에 관한 건 둘이 알아서 푸세요."
"절 정말 힘들게 하는 김대리님이지만..."
"아이 아빠가 욕 먹는 건 듣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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