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책임져요, 대리님
"여주 몸은 좀 괜찮아?"
"...말도 마요,우울증이라도 걸렸나봐요."
"말도 안하고,누워만 있고..."
"원래 임신하면 그런 거예요?"
"생각보다 많지,나도 남자라 잘은 모르지만 우리 아내도 그랬어."
"많이 힘들어했어,집에만 있는 게 너무 힘들대."
"..그럼 밖에 돌아다니면 되는 거 아니에요?"
"..으휴,너가 그러니까 안되는 거야."
"몸이 무거운데 나가고 싶다고 나가지겠어?"
부장님 말에 머리가 띵했다.옆에서 기분 맞춰줄 사람이 없으니까 안 나가는 거라고 생각했다.여주가 주말에 산책 좀 하자고 했을 때나가주지 못했다.집에서 쉬고 싶었고,산책 가면 주연이,여주 둘 다 챙겨야하니까 너무 힘들었다.산책을 몇 시간 하는것도 아닌데 그냥 나가줄걸... 옆에서 좀 도와줄걸... 행복하게 해준다고 했는데 미안했다.

"..어떡하죠,한소리 해버렸는데..."
"...그럴줄 알았다,이제 어떡할래?"
"원래 둘째 낳는 게 더 힘든 법이야."
"...근데 너무 답답해서..."
"솔직히 우리도 힘들지,일하는 게 보통이 아니잖아."
"그래도 생명을 품고 있는 건 부담감도 정말 클 거고, 책임감도 따를 거고."
"우리도 별 수 있냐. 아내를 위해서, 아이를 위해서 맞춰줘야지."
난 아무래도... 좋은 남편이랑 좋은 아빠는 할 수 없는 것 같다. 이미 여주에게 상처를 줬으면서 또 줘버렸다. 주연이 때도 잘 못했는데 이번은 더 크게 실수해버렸다. 내가 낳는 게 아니라고, 내가 품는 게 아니라고 너무 쉽게 생각해버렸다. 항상 나가는 거 좋아하고, 자기 커리어 쌓고 싶어하는 애인데 아이 때문에 못하고 있다는 걸 왜 지금 깨달았을까? 정작 난 하고싶은 거 다 하고 살았네_
"..감사해요, 부장님."
"저 오늘 집 빨리 가도 될까요?"
"그래, 여주 신경 좀 많이 써줘라."
"일에 대한 열정이 엄청났잖냐."
"화이팅해, 주연이 아빠."

"주...주연아, 엄마 좀 도와줄래..?"
"우우??"
"엄마가 빨래를 널어야하는데..."
"세탁기 안에서 갔다줄 수 있을까?"
"음... 시러!!"
"...응?"
"아빠가 엄마 힘드러!! 하지마래쏘!"
오빠한테 미움받기 싫어서 집안일이라도 좀 도와주려고 했다. 침실에서 거실까지 나오는 것도 힘들었다. 근데도 난 해야했다. 오빠랑 헤어지기 싫어서. 아직은 할 수 있다고, 엄마니까, 아내니까 해내야했다. 난.. 오빠랑 아이들이랑 쭉 살고싶다. 행복하지 않아도 되니까 오빠랑 같이... 살고싶다.
쿠당탕-!!
"아..!!"
"하아... 진짜..."
"음마!! 괜차나아??"
"끄읍.... 끅... 주여나..."
"오빠.. 흐끕.... 보고싶어... 흐윽..."
결국엔 넘어졌다. 그냥 갑자기 힘이 빠져서 그것도 정말 세게 넘어졌다. 그 소리에 주연이는 놀랐고, 나도 놀랐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충격이 가해지는 느낌이었다. 별 거 아니지만 너무 놀라서, 괜히 설치다가 왕자를 잃을까봐 울음이 나왔다. 옆에 오빠라도 있었으면 진정됐을텐데. 예쁜 모습 보여주려다가 욕만 더 먹게 생겼다.

"끕... 내가 미안해요..."
"나 버리지 마.. 흐윽.."
"내가 다 잘못.. 끅.. 해써..."
거실에 크게 걸려있는 웨딩촬영 사진. 내가 너무 예쁘다고 웃음을 참으며 기어이 찍은 사진. 내 눈을 빤히 쳐다보면서 찍은 사진. 그땐 마냥 좋았던 사진인데, 지금 이 순간은 넘어져있는 날 경멸의 눈으로 내려보는 것만 같았다. 더 이상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사진이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더 초라하게 느껴졌다.
"사랑해요... 진짜 사랑해..."
"오빠 없으면.. 흐끕.. 못 사는데..."
"헤어지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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