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방탄소년단 - I'M FINE
나에게.

‘오늘 기분은 어떠세요?’
“....음, 글쎄요”
톡_톡, 진자운동을하는 쇠구슬 소리 사이로 앞에 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요즘은 괜찮으신가요?’
“......아니,요”
제 친구가 사라졌어요. 아, 처음빼고 2년동안 이런적이 없었는데. 오늘 날씨가 밤이 된 듯 어둑한 날씨라 그런지 더욱 너가 생각나는 하루였다.
고3. 모두가 방황하던 그 때 나는... 너랑있는 그 시간을 뺀 모든게 불완전했다.
툭 밀면 그저 낭떠러지로 속절없이 떨어질 것 같은. 그런 사람이였다.
‘어, 여주야! 코피!’
괜찮아? 보건실 가봐야하는거 아니야? 아프긴 또 얼마나 아팠는지 코피 따위로는 놀라지도 않았다. 항상 내 코피에 놀라는건 내가 아닌 상대방이였다.
“괜찮아. 다녀올게”
아픈데. 아프다고 말하진 못했다. 이 한마디가 그렇게 싫었는데 기어코 나의 습관이 되버린 괜찮아라는 말은 더욱이 나를 아프게 했다. 괜찮아라는 한마디에 울고, 또 비참해졌다
말하면 뭐가 달라지는데. 여주가 코피를 닦으며 보건실로 향했다. 코피를 닦으며 시계를 봤다.하루가 다 끝나가는 줄 알았는데 지금 시각은 아침 7시 40분. 오늘 하루는 비겁하게도 길었다. 툭_, 코피가 교복과 닿아 소리를 내자 신호탄이라도 된 듯 울어댔다.
“나, 진짜....”
힘들어. 누구 한명 붙잡고 말하고 싶은데 그러질 못해서 나는 괜찮아 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어서. 결국 또 그 짧은 시간에 손에 묻은 피를 움켜쥐고 깨달았다. 나는 거짓말이나하는 벼랑끝의 인간이라고.
모든게 다 힘들었다. 집 학교 독서실을 반복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처참한 성적에 기댈 곳이 사라졌다. 대학은 갈 수 있을까. 못 가면 어쩌지. 남들 다 가는데 나만, 나만 뒤 떨어지면.
“미치겠네. 최악이다”
상상조차 최악이였다. 별별 생각들을 다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어른들은 나를 더 헤집어놨다.
‘공부는 해?’
“....응”
무슨 말이 나올지 뻔히 다 알았다.
‘근데 성적이 이러면 대학은 어떻게.....’
하 됐다. 공부해.
아- 그냥 바로 방에 들어왔으면 괜찮았을까. 쾅_ 언제부턴가 부모님과 있는 시간이 불편해졌다. 저 포기한 듯한 말투. 그게 너무 듣기 싫어서. 부모님에게 방문이라는 두꺼운 벽이 하나 세워졌다.
도대체 나는 집마저 불편하면 어디에 있어야할까. 누가 날 좀 일으켜 세워줬으면 했다.

“엄마!”
‘우리 딸! 읏차, 오늘 재밌었어?’
“웅!”
아니 안아줬으면 했다. 그때처럼.
까만방 나는 오늘도 얇은 이어폰에 긴 밤을 끼워넣었다.

“......”
오늘은 새로운,...친구가....전...,을 왔.....
잠에게 비몽사몽 깨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주워담았다. 중간중간 졸려 소리는 듣지 못했지만 전학생이 온 것은 알았다.
“.....”
그리고 눈을 떴을 때, 텅빈 교실과 마주했다. 아, 그럼 전학생 온게 꿈이였나. 눈을 비비적거리며 몸을 일으켰을 때 웃고있는 너와 눈이 마주쳤다.
“.......?”
누구세요? 전학생 온게 꿈이 아니였나.

‘..........’
'안녕, 내 이름은....'
전정국. 이름은 듣는 그 순간 핑글 도는 것 같았다. 되게 사랑스러운 애네. 웃는게
웃는 사람이 이렇게 이뻐보였던 적은 처음인데. 한 눈에 봐도 그 아이가 사랑을 받고 자란게 느껴졌다.
“............꿈이 아니였구나”
안녕. 잘 지내보자.
나에게도 밝은 웃음이 찾아왔다.
한 달, 한 달간 본 너는 좋은 사람이였다. 제일 좋아하는 건 애니영화, 사탕, 컵떡볶이. 내가 초등학교때 좋아했던거랑 비슷하네. 너는 나와 비슷한 애였다. 나와 다르게 밝은 아이였다.

눈이 부시다면 손으로 가려주고, 분리수거를 하러간다면 같이 가줄 수 있는 마음에 여유가 많은 아이.
“고마워.”

‘1층 온김에 매점이나 갈래?’
“내가 쏠게! 가자”
음식취향도 똑같았다. 매점에 가는 우리 손엔 항상 바나나우유 두 개가 들려있었다. 그리고 운동장으로 내려가는 차가운 돌계단에 앉아 이야기를 했다. 어쩔땐 내 마음속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너라면 내 모든걸 알려줘도 좋을 것 같아서.
‘괜찮아? 많이 울고싶었겠다.’
“.....응”
나올려던 눈물을 훔치곤 화제를 돌렸다. 너는, 너는 뭐 고민 없어?
‘난... 음, 수학이 너무 어려워’
“뭐?”

‘진짜야~, 진짜 하기싫어죽겠어’
장난스레 웃으며 말하는 너가 참 좋았다. 잠시라도 웃게 해주는 너가 편했다.
“음? 뭐야 너도 야자해?”
‘응. 이번 달부터’
“잘 됐다. 이따가 석식시간에 바나나우유 콜?”
‘콜!’
쪼로록_
“살 것같다.”
‘항상이 지금만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게. 하늘이 어둑어둑 보라색으로 잠식될 때쯤 입을 열었다.
“.....바닥이 많이 차네. 겨울 다 됐나봐”
‘응. 해도 짧고, 벌써 해가 졌네 6시밖에 안됐는데’
“....있잖아,”
나 너 만나고 많이 변한 것 같아.
‘갑자기?’
“응. 나 진짜 우울했거든. 근데 지금은 아니야. 너가 있어서 좋아”
그러니까 너는 어디 가지마. 나랑 맨날 지금같이 우유 마시자. 100살이 되던, 200살이 되던.
평소의 나라면 절대 하지않았을 뜬구름 잡는 소리였지만. 나는 너와 뜬구름을 잡고싶었다.
현실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려고 하는 것 같이.
‘나야 좋지’
‘평생 친구하자’
“약속 무르기 없기~”
“대학도 같이 가자.”
.
.
.
“아, 대학 얘기 나와서 궁금한 건데 너는 꿈이 뭐야?”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것 같아서”
‘나는 피아니스트’
“헐! 그럼 피아노 잘쳐?”
‘음....아마?’
“그럼 이리 와봐”
정국이의 손을 끌고 무작정 낡은 음악실로 들어갔다.
벌컥-

‘음악실이 두 개야?’
“응. 여기가 원래 음악실이였는데 악기도 녹슬고 해서 다 여기에 두고 옮겼다고 들었어”
‘좋다. 여기’
“응 너 전학 오기 전에 맨날 여기에서 혼자 우유 마셨어”
“자! 그럼 잡다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정국의 피아노 실력 좀 들어볼까요~?”

피아노를 치는 정국은 그 누구보다도 예뻐보였다. 피아노를 치는 손만 봐도 너무 좋아보였다. 얘 진짜 피아노 좋아하는 구나.
“나도 피아노 쳤었는데”
‘뭐라고? 진짜?’
“응 6년? 근데 뭐... 중학교 올라와서 영어학원 끊고 어쩔 수 없이 그만뒀어”
‘피아노 안 치고 싶었어?’
“치고 싶었는데. 어쩔 수 있나. 영어학원에 피아노학원이면 돈이, 많이 드니까”
나는 항상 엄마의 입장을 생각해보곤 했다. 엄마는 하고 싶으면 말하라고 했지만 초등학교땐 보이지않던 피아노 학원의 학원비가 30만원이 넘는다는걸 알아버렸으니까.
‘괜찮아?’
정국이는 늘 그랬다. 내가 조금이라도 우울해하거나 조용하면 괜찮냐며 나를 걱정했다.
“응 괜찮아. 그때는 많이 힘들었는데 지금은... 뭐 나쁘지 않아”
“근데 왜 나보다 더 우울한 표정을 지어”
잔뜩 우울해하고 있는 정국의 머리카락을 툭 하고 건드렸다.
‘하고싶은걸 못한다는건 울고싶은 일이잖아’
“........맞아”
그러니까 너는 꼭 피아노 계속 쳐줘.
“...아, 그럼 혹시 사람이라는 꽃이라는 노래 알아?”
‘응!’
“헐 뭐야 어떻게 알아? 그거 피아노 전공 선생님께서도 모르시는 곡인데”
‘우연히 들었어. 근데 너무 좋아서’
“그치! 그거 진짜 좋지!”
그 날 나는 어두운 곳에서 처음으로 견뎌냈다.
괜찮아라는 말도 너와 함께라 괜찮아서. 거짓말이 아니였다. 혼자였다면 말도 안 나올정도로 우울했겠지.
“기다려. 상담 받고 나올게”

‘걱정마. 기다릴게’
그 애가 사라진건 음악실을 갔던 날로부터 세 달 뒤였다.
‘요즘 밝아보이고 좋아보여. 혹시 반에 친한 친구 생겼어?’
“네 정국이요. 짝꿍이였어서 얘기를 많이 나눠봤는데 잘 맞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정국이?’
그런 애는 우리반에 없는데.
쿵_
“네?”
“네? 장난치지마세요. 제가 방금까지 얘기 하다 왔는데요? 심지어 상담 끝날 때까지 기다려준다고 했어요”
‘.....여주야. 우리반엔 정말 그런 애가 없어’
“........전학 왔잖아요. 3학년때 전학 오는 애가 없어서 애들 다 알걸요?”
‘여주야. 괜찮아?’
“말,도....안돼”
“진짜, 말도 안되는데.”
선생님의 눈이 진짜를 말하는 것 같았다.
안 괜찮아. 안 괜찮아요. 이제 정국이가 없으면 난, 난..... 정국이가 없는 사람이라고? 무슨 말이야. 내가,
벌떡_
‘여주야!’
드르륵_
“선생님 여기보세요! 여기,....어.”
정국이가 사라졌다. 늘 내 옆에 있던 정국이가 갑자기 사라졌다. 분명, 기다린다고 했는데.
탁_ 타닥_,
드르륵,
“혹시 여기, 정국이 못봤어?”
‘정국이? 걔가 누군데?’
‘여주야!!’
탁_, 타닥
“말,말도 안돼.”
딸랑_
“아주머니! 혹시 여기 키큰 남자애 못보셨어요? 저랑 맨날 같이 왔던 남자애요!”
‘맨날? 항상 혼자왔잖아. 너가 남자애랑 같이 온 적이 있었나...’
“..........예?”
뭐야, 그럼 정국이는? 분명 나랑 교무실 가기 전까지 얘기했었다고, 내가 정국이 표정까지 다 기억하는데.
쿵_
‘여주야! 괜찮니? 무릎 다 까진거봐’

“안괜찮아요. 나 안 괜,...찮아요”
“정국이랑 맨날 같이 왔잖아요!!!! 키 크고 맨날 바나나우유 두 개 사갔잖아요,....”
네? 왜 왜 다 저한테 그러세요. 정국이가 거짓인거마냥 왜 다 저를 그렇게 보세요.
목 놓아 울었다. 내 기억은 딱 거기까지였다. 정국이와 항상 같이 오던 매점이 떠나가라 울었다. 울어도, 달라질건 없었다. 정국이를 기억하는 사람은, 애초에 없었으니까

“어,엄마. 엄마...엄마,.....정국이가 사라졌어. 나 어떡해? 나 그럼 진짜 어떻게 살아...응?”
나, 나 제발 정국이 좀 찾아줘. 애들도 다 모르는 애라고 하고 선생님은 전학 온 학생이 애초에 없다고 하고, 음악실은 따듯한데 왜 다 나한테 거짓말해? 왜 다 나한테 거짓말을 하는거야?
‘여주야. 엄마랑, 병원가자. 응?’
엄마는 내가 정국이를 찾아달라고 하자 결국 내 팔을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엄마의 눈은 그 누구보다 슬퍼보였다. 나는. 그뒤로 아무말도 하지못했다. 엄마가 정말 슬퍼보여서. 엄마랑 살며 처음보는 표정이라.
.
.
.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환각이네요. 흔히들 조현병이라고 하죠’
“............”
‘아,....아 우리 여주 어떡해요. 아, 아.....’
“............환각?”
결과는 참담했다. 정국이는, 정국이는 내가 만든 친구였다. 나를 부둥켜 안고 우는 엄마의 등을 두드리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조현병이요.”
‘네’
“그냥, 그냥 두면 안돼요?”
‘치료하지 않고 두시겠다는 말씀이세요?’
“....네. 저 진짜”
행복했거든요. 진짜 이게 꿈인가 착각할 정도로요. 제가, 지금까지 살 수 있던건 그 애 덕분이였어요. 어떻게 안될까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건, 정국이가 내가 만들어낸 사람임을 인정하며 우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인정을 하고 나니 모든게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어렸을 때 내가 좋아하던 것들, 애니, 사탕, 컵떡볶이, 아무도 모르는 노래를 우리 둘만 알고, 피아노도 좋아했다. 생각해보니 심지어 말투도 초등학생때의 나와 닮아있었다.

‘쭈야!’
“웅?”
‘너는 고민 업서?’
“나눈...요즘 수학이 어려워! 진짜루!”
그리고 생각을 더듬어가니 보이는 얼굴은

‘여주야, 이거 먹을래?’
어렸을때의 너가 보였다. 정말 환히 웃고있는 내 기억속의 너가 있었다.

‘여주야, 이따가 바나나우유 콜?’
결국 너는, 내 기억 저편에 있던 사람이였다.
내가 가장 사랑하던 시절의 내가 가장 사랑하던 사람의 얼굴을 한 또 다른 나였다.
.
.
.
‘요즘은, 어떠세요?’
“음...괜찮아요”
100살, 200살이 되도록 친구하자는 약속은 이뤄질 수 없었다. 그렇지만,
“이젠, 정말 괜찮아요.”

어쩌면 넌 아픈 나를 치유해주러 온 구원이 아니였을까? 너는 무슨 말을 해도 부족할 만큼 나의 모든 것이였으니까.
내가 너에게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말은..

나는 이제 괜찮아. 넌? 너도 이제 괜찮아?
나도 네가 괜찮길바래. 고마워. 나한테 와줘서.
잘 지내요._
당신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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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글을 쓰면서 저에대해서도 많이 생각했던것 같아요. 모두가 괜찮지 않지만 괜찮다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나도 괜찮지 않다. 그냥 모두가 견디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제가 고3이여서 제 고민들을 조금 써봤는데 잘 쓴지 모르겠네용...😢 여주는 삶의 무기력함을 느끼다가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어릴때의 나를 결국 상상으로 그려내요. 정국이라는 이름과 얼굴 역시 그 당시에 여주가 좋아하던 친구였고 정국이의 성격마저 자신의 어릴때의 성격과 똑같게 그려내는데 마지막엔 정국이를 오래보고 싶어 치료를 거부하지만 결국 마지막엔 정국이 예전의 나였다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 괜찮아져보려고 치료를 받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엔 스스로 괜찮냐고 물어보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괜찮아지시길.
괜찮으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