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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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빈 김여주




























최수빈은 늘 그랬다. 닿을 수 있을 것 같다가도 늘 닿지 않았다. 손에 넣고 싶은 신기루, 별똥별, 사랑. 갖고 싶었다 그의 사랑, 소유욕, 정복욕, 성욕까지도. 처음 봤을 때부터 늘. 빌어먹게도 너무 좋아했다. 최수빈을. 그래서 가까워지지 않기로 했다. 그를 안아주지 않기로 했다.










너무 좋아해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바라만 봐도 행복했고 욕심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고등학생 때부터 사귀던 여자친구와 헤어졌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속으로 좋아했다. 나도 기회가 있을 것 같아서. 별로 친하지도 않았지만 주머니에 있던 사과맛 츄파춥스를 건넸다. 달달한 거 먹고 힘내라고 작게 말하고 집에 간다는 친구과 그 술자리를 벗어났다. 그렇게 욕심을 내지 않겠다는 다짐은 속을 파낸 모래성처럼 가라앉아 파도에 흔적도 없이 쓸려나갔다.





그로부터 며칠 뒤에는 전 여자친구의 흔적이 모두 사라진 프로필 사진이 없는 최수빈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너지? 사과맛 츄파춥스. 라는 말로 시작했다. 나를 찾았다는 말에는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답도 없는 첫사랑. 짝사랑. 외사랑. 끝사랑. 최수빈.




연락은 츄파춥스 주는 애는 처음 본다며 재밌었다는 내용이었다. 조금의 위로가 된 것 같아서 고맙다고 하고 싶어서. 그리고 학교에서 마주치면 인사하자. 덧붙인 마지막 한 마디. 최수빈은 꽤나 형식적인 말로 대화 끝냈다. 너는 별생각 없었겠지만 그 말로 이리저리 뒤엉키는 내 머릿속은 절대 모르겠지.





정말로 며칠 뒤 학교에서 마주쳤다. 같은 건물을 쓰는 학과라 그런지 쉽게 마주칠 수 있었다. 그래서 내가 더욱 최수빈을 포기할 수 없었다. 내 시야에서 사라지지가 않아서.




최수빈이 캔커피 쓰레기를 버리던 나에게 먼저 너지? 사과맛 츄파춥스. 라는 말을 건넸다. 응? 맞아. 라는 평범한 말로 받아친 뒤 반응을 살폈다. 나 같이 밥 먹을 친구 없는데 같이 먹어주라. 당연히 최수빈은 구라였다. 널린 게 친구였다. 김여주는 모른 척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언제 또 최수빈이랑 밥을 먹어보겠어. 정도로만 생각했다. 최수빈은 먹지 못하는 감, 그림의 떡 이 정도였다.




그날 점심은 우동을 같이 먹었다. 김여주가 우동을 좋아한다고 했다. 가리는 거 없는 최수빈은 이에 응했다. 밥은 최수빈이 샀다. 김여주가 괜찮아고 몇 번이나 손사래를 쳤으나 카드를 내밀고 난 후였다. 김여주는 최수빈의 시간표를 꿰뚫고 있었다. 17분 뒤에 교양이 있는 것도 알고 있었다. 역시나 최수빈은 먼저 가봐야 한다며 미안하다는 말과 다음에도 같이 밥 먹자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김여주는 딱히 답변을 하지 않고 어색한 웃음을 남겼다. 우주공강의 시간표를 가졌던 김여주는 딱히 갈 곳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과방에 들어와 쪽잠을 청했다. 그 뒤로 그 둘은 더이상 접점이 없었다.





다들 반팔을 입기 시작하는 5월이 시작되었다. 친구에게 끌려온 과팅에서 최수빈을 다시 만났다. 그날 이후로 연락이 안 온 건 아니었다. 하지만 김여주는 계속 최수빈으로부터 도망쳤다. 그가 익숙해지는 걸 원치 않았다. 소주를 까고 부어라 마셔라 하는 분위기에서도 도망치고 싶었다. 잠시 화장실을 간다는 말을 남기고 밖으로 나왔다. 주머니에 잡히는 대여섯 개의 막대사탕 중 하나를 꺼냈다. 김여주는 사과 맛 츄파춥스를 좋아했다. 초록색 비닐을 까서 입안에 넣고 굴리면 사과 맛이 은은하게 퍼진다. 조금은 인공적인 그런 향.




- 좋아하나 보네. 사과 맛 츄파춥스.



몇 잔 마신 술로 인해 잘못 들은 줄 알고 가만히 있었다. 최수빈의 웃음소리만 더 들리지 않았더라면.



"왜 나왔어?"

- 안에는 너가 없어서.

"... 무슨 뜻이야?"



좋아해.



- 너가 없어서 재미 없더라.



최수빈.




입 밖으로 못 뱉을 말과 함께 입안에서 사탕이 오도독 씹혔다. 좋아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사탕을 있는 힘껏 씹었다. 그리고 그 사탕들은 입 안에서 쉽게 부서졌다. 그 달콤한 사과 향의 입술에 최수빈의 입술이 닿았다. 최수빈은 내 아랫입술을 소중하게 핥고 빨았다. 그리고 두 혓덩이가 맞물렸다. 최수빈의 목에 팔을 둘렀을 때는 이미 사탕이 다 녹은 상태였다. 그저 달짝지근한 혀를 섞었다. 목뒤로 넘어가는 최수빈의 타액을 모를 정도로 정신을 놓았다.

그날로 김여주는 최수빈에 대해 두 가지 더 알 수 있었다.
최수빈은 키스를 존나 잘한다.
최수빈과 김여주는 아는 사이가 되었다.



눈을 떴을 때는 앞이 깜깜했다. 갑갑해서 움직이면 잠꼬대를 하며 나를 더욱 꽉 껴안는 최수빈이 있었다. 어둠에서 적응되자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끝까지는 안 갔구나. 최수빈은 나를 본인의 품에 가두고 편안하게 자고 있었다. 색색대는 숨소리를 듣자 현타가 밀려왔다. 내가 최수빈이랑? 어째서? 얘가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까지 생각이 들자 최수빈에게서 도망쳤다. 그의 품을 뿌리치고 폰과 지갑만 들고 신발을 구겨 신은 다음 싸구려 비누 냄새가 나는 모텔을 뛰어나왔다.

그 과정을 모두 최수빈이 지켜본 것을 모른 채.






물론 다음날 바로 학교에서 최수빈에게 잡혔다. 자체 휴강을 때릴까 76번 정도 고민하고 나온 게 의미가 없어졌다. 이렇게 바로 잡힐 거면 나오지 말걸. 자체 휴강할걸. 휴학할걸. 이 학교 오지 말걸. 그까지 가고 나면 최수빈과 눈이 마주쳤다.



- 왜 도망갔어?



적절한 변명거리를 찾는 김여주의 눈동자가 창가로 돌아갔다. 의미 없이 창틀에 앉은 먼지를 쳐다보는 건데도. 김여주는 이유를 알았다. 최수빈과 가까워지는 게 무서웠다. 미래가 무서워서 뒷걸음질만 반복했다. 김여주는 사랑을 쟁취하는 법을 몰랐다.

김여주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면 너는 나를 왜 찾는 건데? 너 나 잘 알아?"

- 몰라. 몰라서 찾았어. 알고 싶어서.



그리고 김여주는 최수빈을 이기는 법도 몰랐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을이 되는 빌어먹을 세상. 최수빈을 너무 사랑하는 김여주는 최수빈을 이길 줄 몰랐다. 최수빈에게 진 김여주 덕분에 둘은 오늘도 마주보고 밥을 먹었다. 메뉴는 학식으로 나온 고구마치즈돈까스. 



"내가 왜 궁금해."

- 너가 먼저 나한테 잘해줬잖아.

"헤어져서 슬퍼 보이길래 오지랖 부린 거야."

- 너 그런 사람 아니잖아.

"나 모른다면서. 야. 너 다 알지."

- ... 뭐를? 나이? 이름?

"... 씨발."



밥 맛이 떨어졌다. 평소에 고구마치즈돈까스를 좋아하는데도 망설임 없이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은 밥을 다 잔반통에 버렸다. 다 알고 있으면서. 아닌 척. 최수빈이 모를 거라 생각한 내가 바보였다. 이래서 최수빈과 가까워지고 싶지 않았다. 최수빈에게 엑스트라13 정도로 남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주변에 사람이 많은 최수빈은 주변의 사람 수 만큼 아는 것도 많았다.



"따라오지 마."



최수빈은 따라오지 말라니까 보폭을 더 크게 벌려 걸었다. 아무리 도망 쳐봤자 금세 잡혔다. 뿌리치고 잡히고를 세 번 정도 반복했을 때는 눈물이 났다.



"나한테 왜 그래"

- 너한테 듣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안 믿어. 그러니까 말해줘.

"진짜 싫다 최수빈."

- 누나. 제발.



최수빈은 소리도 없이 눈물만 흘리는 김여주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빌어먹을 애칭도 고치면서. 분명 나만 눈으로 최수빈을 좇고 있었다. 눈이 마주친 적도 없었다. 그럼 최수빈은 언제부터 날 알았을까. 츄파춥스를 건넬 때부터? 아니면 2년도 더 된 신입생 환영회 때부터?

아니면 고등학생 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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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우리는 관계의 정리가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