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 망치러 온 양아치 전정국
간만에 등교를 일찍 했다. 원래도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일찍 하는 편이었지만, 그보다 더 일찍 집에서 나왔다. 어젯밤, 엄마한테 그런 얘기를 듣고서 숨이 콱 막혔다. 나에게 집은 숨만 막히는 공간이었기에 학교라고 해도 그저 도망치고 싶었다.
아침 7시의 학교는 아주 쌀쌀하고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 학교라 더욱 그럴지도 모르겠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학교의 정문을 넘고, 복도를 지나 반 문을 드르륵 열었다. 반 역시 먼지만 날릴 뿐 아무도 없었다. 하긴, 이 시간에 사람이 있는 게 이상하지. 나는 가방을 내려놓고 차가운 의자에 앉았다. 엉덩이가 시려울 정도로 차가운 의자는 괜히 나를 쓸쓸하게 만들었다.
“음악이나 들을까.”
겉옷 주머니에 항상 자리잡고 있는 이어폰을 꺼냈다. 폰과 연결한 뒤, 귀 깊숙이 이어폰을 꼽았다. 그 다음, 나의 플레이리스트에 들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틀었다.
‘그때 만약 내 어깨를 따스히 감싸줬다면,‘
‘이렇게까지 널 미워하진 않았을 것 같아.’
‘이렇게까지 외로워하지 않았을 것 같아.’
그 노래의 멜로디, 분위기 모든 것들을 사랑하지만, 가장 사랑하는 건 심장을 아리게 만드는 저 가사였다. 내 세상은 어릴 때부터 이 모양이었다 보니 당연하게 외로웠다. 진실된 친구도, 가족도 없다 보니 지금의 나는 외로움만 가득한 아이가 되어 있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도 아무런 소용이 없지 않나 싶었다. 내가 그토록 원했던 자유를 얻고 난 후에는? 그 후의 나는 지금보다 더 외로운 사람이 되어있는 게 아닐까?
“아, 나 왜 이러지…”
내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툭, 투둑. 책상에는 내 눈에서 떨어진 눈물 방울 몇 개가 남겨졌다. 그때, 이 시간에는 아무도 없어야 하는 복도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드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나는 뒷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왜 울고 있어.”
전정국이다. 한쪽 어깨에 가방을 걸치다시피 매고, 와이셔츠 단추는 다 풀어헤친. 어떻게 등교하는 모습까지 이렇게 한결 같은지. 나는 전정국의 등장에 웃어버렸다. 불과 아까 전까지만 해도 눈물을 뚝뚝 흘렸으면서.
“울던가, 웃던가 둘 중에 하나만 해라, 좀.”
“네가 갑자기 와서 그렇잖아.”
“그럼 다시 가?”
“아니, 여기 있어.”
전정국은 손으로 내 귀에 꽂아진 이어폰을 당기며 뭐라 했다. 슬쩍 올라간 그의 입꼬리에 나 역시 입꼬리를 올렸다. 전정국은 내 옆에 앉더니 내 쪽으로 몸을 돌렸고, 검지 손가락으로 내 눈 밑을 쓸었다. 그 다음, 특유의 다정한 눈빛과 미소로 나를 빤히 쳐다봤다.
“무슨 일인데.“
”몰라, 그냥 눈물이 나왔어.“
거짓말이다. 나는 쌓여왔던 외로움이 톡 터져버린 거다. 전정국의 마지막 타깃이 된 것도, 전정국과 함께 이러고 있는 것도 아무 소용 없다는 생각에. 나와 전정국의 눈이 허공에서 맞았다. 전정국과 눈이 마주친 순간, 머릿속에 생각 하나가 스쳐지나갔다.
전정국과의 협상이 끝나는 날에는? 예전에 약속한 대로 전정국의 마지막 타깃이 돼서 완벽히 자유를 찾은 뒤에는? 전정국과 나는 그 뒤로도 함께할 수 있는 건가…?

“우리 여주 거짓말이 늘었다. 네 머리는 아직도 생각이 많은 것 같은데, 아니야?“
전정국은 여전히 나를 꿰뚫는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또 생각했다. 이 협상이 끝나 내가 전정국과 아무것도 아닌 관계가 된다면…
“… 전정국, 뭐 하나 물어봐도 돼?”
“응.”
“우리 협상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어?“
차라리 나는 자유를 버리는 쪽을 선택할 거다. 전정국에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는 것보다야 원래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는 것이 훨씬 나을 테니까. 내 질문에 표정이 굳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전정국은 미세하게 표정이 굳었다 다시 입꼬리를 올려 웃는다.
“그럴 수 있다고 하면, 네 답이 달라지나?“
“… 모르지.“
”나도 하나만 물어보자. 난데없이 그런 질문은 왜 하는 거야?“
“그만하고 싶어졌어.“
슬슬 주변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등교하는 애들이 생겼다는 건, 곧 많은 인파가 들이닥칠 거라는 것과 같았다. 나는 고개를 푹 숙였고, 전정국은 아무런 말도, 움직임도 없었다.
그때, 복도에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리면서 반 문이 시끄럽게 열렸다. 반 애들이 몇 명씩 등교했고, 내 시선은 자연스레 소리가 나는 쪽으로 향했다.
“여주, 하이-. 오늘도 일찍 왔네?”
“어, 어… 너도 안ㄴ,”
저번에 반에서 한바탕 터뜨린 이후, 나를 싫어하는 애들도 있었지만 오히려 나를 좋게 보는 애들도 있었다. 나에게 인사한 애는 그 중 한 명이었고, 나 역시 손을 흔들려던 차에 전정국이 의자를 끌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 내 손목을 꽉 잡더니 어디론가 이끌었다.
“야, 전정국! 어디 가!“
”……“
”이거 놔…!“
나는 전정국의 힘에 이끌려 그 뒤를 쫓았고, 전정국은 소리를 지르는 나는 안중에도 없는 듯 뒤 한 번 돌아보지 않은 채 어디론가 나를 데리고 갔다.

전정국이 나를 데리고 온 곳은 학교 뒤편이었다. 학생이고 선생이고 사람들이 올까 말까 한 그런. 나는 여전히 전정국이 무슨 생각을 가졌는지 알지 못했고, 지금 전정국이 날 끌고 나온 이유도 알 수 없었다.
“아파.”
한참 아무 말 없던 우리 사이에 내가 입을 열었다. 전정국은 아마 알지 못했을 거다. 본인이 무작정 부여잡은 가는 내 손목이 새빨갛게 변했음을. 내가 아프다고 하자 그제서야 아차 싶었는지 내 손목을 놓는 전정국이었다.
“미안, 많이 아팠어?”
“솔직히 조금 많이?”
그저 이 분위기가 풀렸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이런 이상한 분위기의 처음은 내가 분명했지만, 전정국이 나를 무작정 끌고 온 덕분에 더 그런 것도 있었다. 나는 많이 아팠다며 전정국을 향해 웃었고, 전정국은 그런 내 머리를 한두 번 쓰다듬었다.
전정국의 손길은 언제나 기분이 좋다. 마치 내가 한 마리의 개가 된 것 마냥 전정국이 자주 쓰다듬어주기를 바란다는 것 역시 좀 이상했다. 약간 스스로가 변태 같다 느껴질 때쯤, 내 얼굴이 화르륵 달아올랐다.
“이런 거 보면 내가 싫어진 것 같진 않은데…”
“어?”
“아까 그거, 거짓말이잖아.“
전정국이 그거라고 칭하는 게 어떤 말인지 잘 알고 있다. 거짓말이라는 건 또 어떻게 알았는지… 전정국은 여러모로 정말 대단한 것 같았다. 나는 또 전정국의 앞에서 입을 꾹 다물었다.
“나 여러번 말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해, 여주야.”
“……”
“마지막으로 한 번만 물어볼 거고, 거짓말을 하던 말던 난 네가 답하는 대로 한다.“
“……”

“김여주, 정말 그만하길 원해?“
전정국은 정말 너무했다. 본인이 그렇게 말하면 내가 무조건 진심을 말할 것과 동시에 눈물을 터뜨릴 것을 알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