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다. 정말 외롭다.
날씨는 점점 쌀쌀해지지, 나만 빼고 다 행복해보이지,
결정적으로 나만 빼고 다 연애하지!!!
" 이게 뭐야 진짜. "
다들 남자친구를 껴안고 잘 때 나는 홀로 고양이를 안고 잔다.
내 외로움을 달래주는 유일한 존재랄까.
이럴거면 차라리 이 고양이가 내 남자친구로 변했으면 좋겠다.
' 제발, 제 옆에 있는 고양이라도 좋으니까요.
남자친구 좀 만들어주세요...! '
-
부스럭 -
아침부터 누가 주방을 뒤지는 소리가 들렸다.
' 설탕이 깼나? '
아닌데, 우리 집에 있는 고양이는 게으른 고양인데.
바스락 -
무언갈 찾는 소리는 멈출 줄을 몰랐다.
졸려 죽겠는데.
" 설탕아, 설탕아? "
어디갔지, 여기 있을텐데.
" 설탕이 여기있ㄴ- "

..설탕이?
내가 잠이 덜 깼나,
그래. 잠이 덜 깨서 그래. 피곤한거겠지.
그러곤 뺨을 몇 대 치는 여주였다.
이 정도면 정신이 번쩍들 법도 한데.
왜 아직도 이 남자가 안 없어지는거지.
" 누구신데 여기 계세요..? "
그 순간 부스럭대던 손이 멈췄다.
" 여주야, 참치캔 어디 있어? "
-
" 그러니까, 무단 침입이 아니면 뭔데요 이게. "

" 왜 날 못알아보는거야.
어제까지 나보고 아이 예쁘다 ~ 하면서 뽀뽀했으면서. "
" 전 이런 건장한 남자한테 뽀뽀한 적 없어요. "
" 아 답답해. "
그러곤 귀를 만지작대는 남자를 보며 여주는 생각했다.
' 저 귀 만지는 행동은 설탕이가 많이 했던건데..? '
" 혹시 이름이 설탕이세요? "
내가 생각해도 미친 질문이다.
사람 이름이 어떻게 설탕이야.

" 어어, 맞아. 그거야! 이제야 날 알아보는구나? "
내 생각보다 이 사람은 훨씬 미친 사람인 것 같았다.
이름이 설탕이랜다, 설탕.
" 그러니까 제가 키우던 그 설탕..? "
말 없이 고개를 빠르게 끄덕이는 걸 보고 한숨이 푹 나왔다.
이렇게 생생한 꿈이라니.
차라리 머리 박고 기절이나 해서 깨야지.
쿵 -
-
" 여주야 일어나. "
아, 설탕이 밥 먹을 시간인데.
설탕이가 드디어 사람 말을 배운건가.
" 일어나라고, 나 참치 츄르 먹고싶어. "

이 사람 참 잘생겼네...
웬 남자가 우리집에 있지.
"...!!!!"
꿈이 아니야..?
아니, 이건 꿈이다.
깨야해.
" 설탕아 내가 금방 갈게. "
" 나 여기 있는ㄷ- "
머리를 땅에다가 이렇게...
통.
통?
" 왜 또 머리를 박으려그래, 미쳤어? "
" 설탕이... "
" 응, 나 여기 있어. "
그래, 어차피 꿈일테니까 막 지르자.
" 너 왜 사람이 됐어..? "
" 너가 요즘 너무 힘들어보이길래, 한 번 해봤지. "
" 설탕아, 너도 밖에 나가고싶지. "
" 무슨 소리야 갑자기. "
" 나랑 놀러다니자, 나 너무 외로워. "
-
" 벌레, 벌레!!! "
누가 고양이 아니랄까봐,
벌레좀 그만 잡았으면 좋겠다.
" 그만 잡아. 네 손에 벌레 다 붙었잖아. "

" 털면 되지 뭐. "
" 뭐 먹을래? 넌 고양이니까 특별히 횟집으로 온거야. "
" 난 참치. "
" 그래, 참치 먹어. "
-
" 나 하나만 더 시켜도 돼? "
" 응 시켜. "
-
" 딱 하나만 더. "
" ..응 시켜. "
-
" 딱 하나만... "
" 그만 먹어. "
" ... "
아,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눈은 왜 저리 똘망똘망한지.
눈물 한 방울 톡 떨어질 것 마냥 반짝거리는데 어떻게 안사줘.
" ...딱 하나만 더 먹어. "
내가 어제 소원을 괜히 빌었다.
과소비를 유발하는 잘생긴 고양이라니.
-
" 이건 뭐하는 기계야? "

" 두더지잡기. 해볼래? "
-
" 나 좀 재능있는 것 같아. "
" 그래, 넌 고양이니까. "
" 이거 진짜 재밌다. 너도 해봐. "
" 괜찮아. 너 더해. "
" 헐 여주야 나 신기록 세웠어. "
" 미쳤다. 고양이는 고양이네. "
" ... "
뭔가 심기가 불편해진 것 같다.
왜지, 왜 표정이 구겨지는거지.
" 넌 나 고양이로만 생각해? "
" 응, 넌 고양이잖아. 맨날 고양이로 같이 지냈는걸. "
" 그럼 난 어떤 고양인데? "
" 잠 많이 자고 사료도 잘 먹는데 뽀뽀는 안해주는 고양이. "
" 내가 그랬나? "
" 너 맨날 뽀뽀하면 하악질만 하잖아.
내가 얼마나 서운한지 알아? "
" ..그럼 앞으로 뽀뽀 해주면 되잖아. "
" 좋아, 하악질 하기만 해봐. "
쪽 -
뭐야, 뭔데.
" 너 뭐야. 왜 이래. "
" ..연습. "

-
" 오늘 진짜 재밌었어. 사람으로 사는 건 좋은거구나. "
" 나도 재밌었어. 너 진짜 게으른줄 알았는데 의외로 활발하네. "
" 칭찬이지? "
" 그럼 ㅎㅎ "
" 근데 여주야, 나 할 말이 있는데. "
" 뭔데? "
" ..곧 내가 네 기억을 지울거야. "
"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
" 오늘은 네 소원도 이룰겸 논거야.
넌 이 기억을 지워야 정상적으로 살 수 있어. "
" 싫어. 안 지울래. "
" 지워야해. "
" 내가 이 기억을 왜 지워, 살면서 제일 행복했던 날인데. "
" 어차피 난 계속 너랑 살거야.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로 살 뿐이지. "
" ... "
" 그냥 평소처럼 날 안고서 자면 돼. "
" ..알겠어. "
" 잘자, 여주야. "

-
♩♬♪♩
아 시끄러. 벌써 아침이네.
" 설탕아 - 설탕이 어디갔니. "
부스럭 -
" 설탕아, 내가 츄르통 뒤지지 말라 했어 안했어.
일로 와, 혼나야지 아주. "
물론 혼냄을 가장한 뽀뽀.
" 너 진짜 어떻게 이렇게 귀엽냐. 어디서 왔니. "
" 냐옹 - "
" 그래? 달나라에서 왔어? "
" 야옹 - "
" 알겠어 알겠어, 츄르 줄테니까 뽀뽀 한 번만 해줘. "
쪽 -
" 뭐야, 지금 나한테 뽀뽀 해준거야? "
" 냥 - "
다섯 번째 썰 | 달콤한 설탕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