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찌르는 알람 소리에 뒤척이다 잠에서 깼다
창문 사이로 눈부시게 흐르는 햇살은
마치 일어나라는 듯이 더욱 밝게 나를 비추었다
눈꺼풀이 무거웠다
채 떠지지도 않은 눈을 마구 비벼대며
요란하게 울리는 알람을 껐다
푹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감싸고 방으로 향했다
아직 습한 몸 위에 교복을 하나 둘 덧입고
화장대 앞에 앉았다
기본적인 스킨케어를 마치고
썬크림을 얼굴에 대충 죽죽 짜 발랐다
책가방을 들쳐 메고 신발장으로 향하자
주방에 있던 엄마가 다급하게 나를 붙잡았다
“ 잠깐잠깐! 이것만 먹고 가 ”
당황할 새도 없이 김밥 한 알이 입안을 비집고 들어왔다
“ 다녀올게~ ”
뭉개지는 발음으로 인사를 건넨 후 등굣길에 나섰다
최적의 지름길인 좁은 골목을 들어서려던 그때
익숙한 실루엣이 내 앞을 가로질렀다
넓은 어깨와 훤칠한 키

황현진이었다
꽤나 피곤해 보이는 얼굴을 하곤
귀에 에어팟을 꼽았다
바람을 타고 코를 간지럽히는
묘한 비누 냄새에 정신이 몽롱해졌다
황현진이 살짝 젖은 머리를 가볍게 훌훌 털 때마다
보송한 향기가 더욱 짙어졌다
마치 좁은 골목이 향기를 가두는 듯했다

앞으로 느릿느릿 걸어가는 황현진을
차마 제치지 못하고 뒤를 쫓듯 걸어갔다
보란 듯이 커다란 등으로
좁은 골목을 떡하니 가로막고 있어
비켜갈 방법이 없었다
골목을 빠져나오자마자 잽싸게 황현진을 앞질러 갔다
짧은 보폭으로 걸음을 재촉하는 꼴을 본 황현진은
나를 힐긋 쳐다보고는 다시 휴대폰으로 시선을 옮겼다
황현진은 본인을 앞질러 가든 말든
여전히 느릿한 걸음으로 휴대폰은 주시하며 걸었다
교문 앞에서는 선도부 선생님 두 분이서
느긋하게 서 계셨다
한 선생님 손에 봉지째 들린 티슈가 눈에 들어왔다
선생님들의 눈을 피해
돌돌 말아 올린 치마를 도로 풀어헤쳤다
“ 어이, 거기 스탑 ”
겨우 선생님들의 눈을 피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붙잡히고야 말았다
“ 빨리빨리 안 다닐래? 벌점 2점이다 ”
짜증 섞인 탄식을 내뱉었다
선생님 두 분을 제치고 나서 본능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내심 황현진이 지각으로 벌점을 받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런 나의 상상과는 달리
선도부 선생님들은 황현진을 잡아세우지 않았다
의아했다
나와 황현진은 같은 학교의 학생인데도 불구하고
나만 벌점을 받는다는 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자리에 우뚝 서서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를
약 올리기라도 하는 듯이 휙 지나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