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06











수업이 끝난 후, 누군가 정문으로 나가려던
내 손목을 휙 채갔다

큼직한 보폭을 맞추지 못하고
거의 끌려가듯 따라가 본 그곳에는
낯익은 검은색 카니발이
인적 드문 차도에 주차되어 있었다

카니발 뒷문 옆으로 정장을 빼입은 남자가
공손히 서 있다 곧 뒷문을 대신 열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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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 말은 많은데 일단 타 “









처음에는 탑승하지 않으려 손을 뿌리쳤지만
황현진은 도망치려는 내 뒷통수에
지금 달아나면 분명히 후회할 것이라는 말을 던져
발걸음이 멈추고야 말았다

카니발은 목적지가 어디인지도 모른 채 도로를 달렸다

평소 과묵하던 황현진은 카니발에 발을 들이자마자
이런저런 말들을 두루 늘어놓었다

그 입에서 나온 말들은 전혀 평범하지가 않았다

본인이 이런 삶을 사는 것을 쭉 숨기며
학교 생활을 이어나가고 싶었지만
이미 나에게 들켜버렸으니
내 입을 막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을 해댔다

목소리는 조용하고 차분했다

황현진이 운전기사에게 온갖 짜증을 다 부리며
찍찍 내뱉는 반말이 듣기 익숙해질 때쯤
어느 건물 주차장 안으로 들어섰다

높고 빛이 나는 건물 주차장은
백화점 지하 주차장과 맞먹을 정도로 넓었고
주차 자리 대부분이 외제차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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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해, 안 내리고? ”









건물 내부는 겉으로 봤던 것보다 더욱 웅장하고 넓었다

입구를 지나자마자 나오는 엘리베이터는
60층을 훌쩍 뛰어넘는 층수까지 드나들었다

로비만 해도 우리 집보다 훨씬 큰 듯했다

깔끔한 검은색 대리석 바닥과 엄청난 높이의 천장

마치 영국 파티장 같아 보이는 이곳의 정체는 회사였다

꽤나 분주한 분위기였지만
평범한 회사나 일반적인 대기업과는 달리
격식 있고 우아한 공기가 흘렀다

인테리어 역시 일반 회사와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신기한 것들이 너무나 많아

둘러볼 시간조차 부족할 정도였다

그중에서도 제일 신기했던 부분은
어디에도 디퓨저가 보이지 않았는데
사방에서 좋은 향기가 난다는 것이었다

왠지 낯익은 향기에 기억을 더듬다
문득 이 향이 황현진에게서 나던 향이라는 걸
금방 알아차렸다

건물 내부에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 전부가
황현진에게 깍듯이 허리 숙여 인사를 건넸지만
그에 비해 황현진은 입도 뻥긋 하지 않고
고개만 까딱거리며 인사를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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