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 때 첫사랑이 연예인 돼서 나한테 집착한다

2화




사실 나도 김태형 얼굴을 본지 10년이 다 되어가서.....기억도 안남.
하지만 이거 하나는 말할 수 있음. 

지금 전세계를 거닐며 빌보드 1위도 하고, 그래미 시상식 후보에도 오른, 그야말로 케이팝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는 그 방탄소년단 멤버 뷔가 내 첫사랑이라는 것을. 하도 여러 SNS 에서도 많이 뜨고 그래서 방탄소년단 영상들을 보기는 했는데, 정말 그 때랑 너무 분위기가 바뀐 것 같긴했음. 골격도 많이 자라고, 그렇게 천진난만하던 애가 성숙하고 차분한 성격으로 바뀐 걸 보면... 아직도 적응이 안가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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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친구한테는 내가
그저 지나가는 한 여친이었을 뿐이겠지만... 어차피 지금은 나라는 존재가 그 기억 속에서 사라져 버렸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나도 그냥 영상으로 보면 반갑다는 마음만 들 뿐, 별 감정이 들지는 않았음. 어쨌든 그 친구도 본인의 길을 찾아서 성공을 했고, 옛날의 그 국화빵 냄새 나는 정겨운 시골 역시 기억에서 희미해져 있을테니. 

고등학교 1학년 때 아주 우리는 풋풋한 사랑을 했었고, 고등학교 2학년 때 태형이 할머니의 갑작스런 병세 악화로 어쩔 수 없이 대학병원을 찾아 상경했어야 했음. 그렇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작별을 했고, 듣기로는 태형이가 서울 돌아다니다가 길거리 캐스팅을 받았다고 들었음. 
그 이후로는 연락이 끊겼지. 당시에는 폴더폰을 쓰고 있던 우리가 지금은 스마트폰을 쓰고 있으니. 나도 번호를 바꿨고, 태형이는 연예인이라 특히나 그 비싼 전화번호를 알 수 있을리가 없음. 

대학시절 때부터 나의 2번째, 3번째....정말 많은 연애를 했지만 나는 다 실패했음. 다들 바람이 나거나 애정표현이 많은 걸 좋아하는 나와 성격이 아예 반대거나...그렇게 상처를 많이 받은 나는 27살이 먹도록 연애에 도전을 안하고 있고, 이제는 그냥 연애를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체념중.





여하튼 내가 김태형이라고 답하자 여자사원들은 아~ 그렇구나~
방탄 뷔 이름이랑 똑같네? 신기하다~ 하면서 넘어감. 석진 대리님은 왠지 모르게 나를 한동안 쳐다보더니 마저 국밥을 드심.





[1주일 후] 

어느덧 1주일이나 지났음. 최종의 최종을 거듭하여 밤새 머리를 싸매고 제출한 기획안은 놀랍게도 간만에 부장님의 극찬을 받아 최종 회의까지 올라갔고, 덕분에 아직 신입사원인 내가 높은 직급의 상사분들이 많이 모여있는 엄청난 회의에 참가하게 됨. 소식을 들은 김이나씨는 잘하고 와요 여주씨~ 하면서 어깨를 토닥였고 대리님 역시 라떼를 사주시면서 화이팅하라고 하심. 이렇게나 응원을 많이 받다니 기분 날아갈것같음 ㅎㅎ



"이렇게 저의 최종 기획안에 대한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손이 덜덜 떨리고 숨이 턱턱 막혀오는 발표가 끝나고 사방에서 박수갈채가 날아왔음. 안 그래도 발표 초짜인 내가 이런 대회의에서 발표할 기회를 가지게 되어 어제 하루종일 PPT를 수정하고 수정한 결과, 나름 성공적인 발표였던거 같음.


"오늘 발표된 5가지 시안들을 살펴보고 2차 회의 후에 최종 식품 발품을 공지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저녁 6시까지 장장 4시간에 걸친 대회의가 끝났음. 이제까지 계속 야근을 해왔으니 오늘만은 칼퇴를 하자는 생각에 뒤도 안 돌아보고 회사를 빠져나왔음. 
해가 짧아져서 그런지 날은 이미 어둑어둑해져 있고......술이나 한 잔 하자는 생각에 호프집에 들어가 다짜고짜 소주 2잔 클리어 함. 뭔가를 끝냈다는 성취감 때문이었을까....알쓰인 내가 눈은 다 풀린채 내 n년째 술메이트, 박지민에게 전화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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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씨바. 존나 놀랬네. 몰골이 그게 뭐냐, 가시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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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 싸밤바야. 뭐가 불만이야! 으이?!"



"지가 불러놓고서는;"


"안 무러봐써."


내 전화에 호프집으로 신나게 들어온 박지민은 이미 테이블에 코박고 있는 날 보며 경멸스러운 표정을 지었음.
술 들어가서 그런가 저 표정 진짜 겁나 못생겼네. 고등어 같이 생긴게. 생선에 비유하며 앞담을 까자 고등어가 불쌍하지 않냐? 그러길래 아 인정. 등어야 미안~ 이랬다가 딱밤 맞음.


"이미 술을 2잔이나 처먹은 채로 나를 부르는건 뭔 갸같은 심보냐. 실연당했냐? 그만 꾸벅꾸벅대."


"하쒸....야 박지민. 들어봐. 이 신입사원인 내가, 어?"


"이모 여기 소주 한잔 이랑 닭똥집 하나요~!"


"2주일 동안 거업~나게 고민해서 낸 기획안이 말이야아...."


"사이다도 하나 주세요우~"


"최종 회의에.......아 이 시키가!"

"아!!!!!! 개아프노 진짜!"


이렇게 진지하게 자랑하려는데 안 듣고 헛소리하는 박지민을 한 대 시원하게 때려주니까 아악! 엄살을 부리며 의자에서 내동댕이 쳐졌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홧김에 정강이 시원하게 차주니까 몇 분 동안 울부짖은 채 나한테 엿 날리고 술집 나가버림. 

다시 또 혼자가 된 나는 혼자라는 급 슬픔에 질질 짜다가 대회의를 마치고 왔다는 뿌듯함에 히힣ㅎ 웃고. 마치 정신이 나간 여자처럼 몇분동안 그 짓을하자 호프집에 남아있던 몇몇 사람들이 날 힐긋 보더니 슬금슬금 나가버림. 그렇게 정신줄을 놓고 얼마동안 자고있었을까......




"저기, 이렇게 계속 주무시면 위험해요. 일어나세요."


눈을 간신히 떠보니 웬 마스크에 모자에 목도리에... 칭칭 감싼 남자가 내 얼굴 앞에 똭!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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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깨를 조심스럽게 톡톡 치며 눈을 맞춰오는데...... 이상하게도, 아니 정말 너무 똑같을 정도로 김태형과 닮았었음. 저 선명한 눈매나 나긋나긋한 목소리나 전부. 술김에 나는 또 김태형이라고 생각했는지 진짜 너무 반가워서 혀가 다 꼬인 채 김태헝....태형이다아.....를 연발함. 그러니까 그 남자가 얼음으로 변한 것마냥 요지부동이 된 채 날 쳐다보는데 나는 내 주사인 팔 물기를 시전하며 흑역사 of 흑역사를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만들어냄. 그 이후로 그냥 필름 아웃돼고... 누가 데려갔는지, 안 데려갔는지......... 뭔일이 있는지도 모른채 그냥 꾸벅꾸벅 졸았던거 같음.






오늘도 여김없이 안녕 게으른 내 친구야 를 부르는 내 알람소리가 귀를 팍팍 때려왔음. ....누가 니 친구래. 6시 50분 알람을 처음으로 이 막귀가 듣게 되었다는 사실에 감격하며 자화자찬을 한 채 눈을 스르르 떴음. 음? 근데....웬걸. 원래 눈 뜨면 제일 먼저 보여야 할 (분위기 있으라고 걍 걸어둠) 모네 그림은 온데간데 없고, 정신병원 마냥 새하얀 벽지에 검정색 계열의 정갈한 가구들이 배치되어 있었음. 뭐야? 뭐냐고! 어디갔냐고 내 방 돼지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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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누군가가 내 머리를 텅- 한 대 친듯 뇌세포 운동이 활발해지기 시작했음. 아 아니야...설마....설마 저지른거야?? 언제 터지나 했는데 드디어 저지른거냐고 정여주. 역시 성욕은 쌓아둬봤자 분출된다더니.... 아찔한 정신을 붙잡고 눈을 질끈 감은채 옆을 휙 돌아봤는데....!!!



공교롭게도 옆에는 아무도 없었음. 뭐야.....일단 딱 봐도 호텔인건 각 나오고...어제 술도 마셨는데...설마 하고 튄건가? 잠깐 쓰레기 같은 생각을 했지만 이불을 들춰 내 옷을 보니 어제 입었던 외출복이 그대로 다 입혀져 있었음. 심지어 털끝 하나도 안 건드렸는지 가방까지. 일단 저지르지는 않았다는 안도감에 심장을 부여잡기를 잠깐. 어젯밤의 기억을 차차 더듬어봤음. 어제는 금요일... 대회의를 마쳤다는 기쁨에 잠시 미쳐 술집에서 2병이나 처먹었고...술친구 박지민 불렀고...박지민이 왜 나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나가버렸고........왜! 왜 그 다음 기억이 안 나는 것이야 왜! 이 뜻은 어제 저녁에 제대로 꽐라가 된 나를 누군가 질질 끌고 호텔 침대에 친절히 눕혀주셨다는 거. 정여주 잘한다! 공개적으로 흑역사 하나 생성!!



나는 일단 나가자, 라는 생각으로 정신을 차리고 핸드폰을 킴. 10시 20분.... 출근날 아니어서 망정이지 출근날이었으면 도라방스 인 더 시티였음. 게다가 박지민한테서 부재중 전화 23통에 문자 41통에....꼴에 걱정됐는지 남자라고 챙겨줬음. ㅋㅋㅋㅋ


나는 그렇게 폰을 가방에 욱여넣고 화장 수정을 재빨리 한 다음, 로비로 내려갔음. 딱 봐도 비싼 호텔 같아 보이는데 나 같은 월급쟁이가 방값을 감당할 수 있을까...통장 잔액 얼마지... 외상으로 해달라고 할까.... 오만가지 생각이 들면서 울기 직전인 표정으로 안내데스크에 걸어가 방 번호를 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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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미 누가 계산 다 하고 갔댄다. 이미 여기서도 멘붕인데 아직 뷔페 조식 이용권이 있으신데 그걸 이용 안하셨다고 뷔페 다녀오시랜다. 뭥미; 나 어제 무슨 천사 만났음? 얼떨떨한 표정으로 네?네? 거리니까 직원이 또 친절하게 결제내역까지 보여주면서 뷔페 장소 안내까지 해주심.


결국은 뭐야~ 뭐 받을대로 받아야지~ 이런 호강을 언제 누려보겠어. 바로 뷔페 가서 베이글에, 커피에, 스테이크에, 아주 배부를대로 배불러서 꺼억 트름하니까 옆에서 대머리 아저씨가 ;;극혐하는 표정으로 쳐다보심. 뭐 내 알바 어니구~

그제서야 정신 차린 정여주. 딱 봐도 비싸보이는 호텔 숙박비용에 뷔페 이용권까지 사주신 그 누군가를 찾아야했음. 나에게서 아무런 연락이 없는거 보면 처음 보는 사람일텐데 이렇게 까지 호의를 베푸신다고..?.? 아니 호의 정도가 아니었음. 나중에 빚 갚아야 할 수준이었음. 그렇게 갑자기 현생으로 돌아온 나는 손까지 덜덜 떨면서 그 분이 혹시 나중에 돈 내놓으라고 조폭을 데려오는건 아닐까, 그럼 난 그냥 돈이 없다고 싹싹 빈다음에 뭐 무료 노동이라도 해드려야 하나, 별 잡생각을 다 하고 있었음.

근데 갑자기 툭- 소리가 나더니 옆으로 매고 있던 가방에서 하얀 쪽지 하나가 떨어졌음. 고이 접혀있던 쪽지를 열어보니 나와는 다르게 예쁜 글씨체로 한 자 한 자 적혀있었음.


         

                           어제 밤에 술 많이 드신 것 같아서 집은 모르고..해서 호텔에 모셔다 

                           드렸습니다 비용은 다 제가 계산해 드렸으니 편히 나가시면 됩니다

                                              무작정 호텔에 모셔서 죄송합니다 


이 사람은 분명 천사가 틀림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나랑 아무 연관도 없는데 비싼 숙박비용 다 내줘...? 그러고서는 나한테 죄송하대...??? 빨간색 글씨로 몇월 몇칠까지 갚으라고 협박해도 모자랄 판에 이 사람은 되려 나한테 죄송하다고 하고 있었음. 참 신기한 사람일세... 하며 이름도 모르는 이 사람에게 마음속으로 절을 한 뒤 호텔을 빠져나갔음. 이 사람은 나중에 참 크게 될 인품이다..하며 기도까지 드렸음. 








스펙타클한 일을 겪은 후 집에 돌아온 나는 그냥 기진맥진 상태. 박지민이 전화와서 받았더니 다짜고짜 욕지거리부터 하길래 뭐야 이 색히는,; 이러면서 꺼버렸음.


"여보세요??"

-와. 여보세요? 여보세요란 말이 나오냐고 이 가시내야!

"왜 그러는데. 어제 일 때매??"

-내 한 2시간 뒤에 니 극정 되갖고 찾아갔더니 무슨 어른 남자가 너 델꼬 갖다믄서!

"어어. 대박인게 그 사람이 내 숙박비용이랑 뷔페 이용권까지 다 결제해줌. 진짜 천사지"

-천사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그래도 대가리 멀쩡한 사람이라서 망정이지, 이상한 사람이었으먼 너 지대로 한 방 가는거야~ 알고있나?

"어어ㅓ"

-듣고있냐 이 기지배야!

"어어어ㅓ 야 나 끊는다"

-뭐 임...(뚝.







여하튼...오늘은 상당히 싱숭생숭한 날이었음. 다음에 우연히 그 사람을 만난다면 내가 아끼는 한정판 오렌지맛 마이쮸를 기꺼이 한 봉지 드리리라 마음 먹으며 그렇게 주말은 흘러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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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태형이 등장시키고 싶어서 안달난 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