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아아악! 와 미친 몇시야! 개망했다! 오우쉣
.%#!@#@@"

이름 정여주. 현재 27살로
거창의 조그마한 시골마을에서 토박이로 자란 인생이라 교육 현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채 헤헤 거리며 딩가딩가 놀다가 첫 수능 보고 ㅈ됐음을 체험. 정신 똑띠 차리고 그래도 한번 하면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라 재수에 삼수까지 하고서는 수도권 내 대학 입학에 기적적으로 성공함. 게다가 운 다 써먹는지 회사도 서울 내에 째깐한 식품업체 회사에 취직하여 현재 신입사원으로 하루하루를 버텨가는 중.
그래도 이 알람 못 듣고 처자는 습관은 어쩔 수가 없는 듯. 전날 10개씩이나 켜놓은 알람 중 9개를 못 듣고 마지막 남은 한 개 간신히 들어서 지금 출근컷 20분 남았는데 집에서 전쟁 일으키는 중.

결국 출근 10분 지각해서 부장님한테 잔소리 엄청 들었음. 정말 면목이 없는게 지금 신입사원 4개월찬데 벌써부터 5번이나 지각해서... 바로 해고 안 때리시는 사장님의 넓은 아량에 매일매일 감사하며 살아가는중.
(아니고^^)
"여주씨, 부장님한테 또 혼났어요?"
"네....아 진짜 그만 지각해야하는데ㅠ 잠귀가 어두워서 알람도 안 들리고 진짜.."
"그러게...조심하셔야겠어요. 부장님 되게 예민해지셨던데.."
숨 헉헉 대면서 자리에 앉으니까 옆에 앉아있던 김이나 씨가 또 혼났냐고 물어옴. 얼마나 많이 혼났으면 직원들이 모닝콜까지 해주더라. 친절한 직원 들 덕에 너무 고맙지만 여하튼 한번 지대로 찍힌 나는 지각 외에 여러 것들로 부장님에게 불려가 겁나 내적 친밀감 쌓이는 기분이 들었음.
현재 우리 회사는 천연산 재료를 쓰면서도 맛있고 부담없는 가격의 식품을 만드는 것에 몰두하고 있음. 식품을 만드려는 취지 자체가 너무 좋아서 직원들 어깨뽕도 올라가고, 사내의 각 부서들이 모두 총동원하여 연구하고 있는 프로젝트라 나 하나가 빈틈을 보이면 전체적인 프로젝트에 영향이 갈 수 있어서 야근을 하더라도 기획안 하나를 내고자 노력하는 중임. 오늘도 역시 일주일째 고뇌해도 결론이 안 나는 문서를 클릭했다 말았다를 반복하고 있었음. 바탕화면에 가득한 최종, 진짜 최종의 피날레를 보고서 지나가던 대리 석진은 헛웃음을 지었음.
"여주씨, 아이디어가 생각이 안 나나봐요?"
"아, 대리님....네..... 창작의 고통이 이런건가 봐요."
"ㅋㅋ이거 마시면서 해요."

대리님이 힘내라고, 자기는 한달 동안 한 문서만 판 적 있다며 나에게 딸기 스무디를 건네주셨음. 요즘 부쩍 들어 대리님과 많이 친해진것 같은데 이런 호의가 약간은 부담스러우면서도 내심 기분이 좋았음. 김석진 대리님은 인물도 출중하시고 전혀 꼰대미 없이 예의가 몸에 배인 분이시라 사내에서도 상당히 인기가 많은 사람이거든.
그렇게 대리님이 주신 딸기스무디를 빨대가 닳도록 짭짭 빨아대고 있으면 회사 메신저로 김이나씨가 톡을 보내왔음.
-오늘 우리 점심 대리님이랑 같이 드시자고 물어봐여~
음..? 갑자기 들어온 부탁에 눈만 끔뻑끔뻑 거리며 김이나씨와 화면을 번갈아 쳐다봤음.
난 대리님이랑 그렇게 친하지도 않은데....?.?.
사실 우리 회사 내에서 여자 사원들끼리 암묵적으로 김석진 대리님을 중심으로 견제하는(?) 분위기가 있었음.
저 얼굴에, 저 매너하며, 벌써부터 저 나이에 대리 위치까지 올라가니 하트 뿅뿅은 당연한데, 모두의 예상을 뚫고 여친이 없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하신 후로 여자들간의 피튀기는 전쟁만 심해졌지. 나는 그 정도는 아니고..
그냥 호감이 있는 정도지만 김이나씨는 상당히 대리님을 많이 좋아하시는 거 같아서...어쩔 수 없이 메신저 창을 켰음.
그렇게 김석진 대리님께 딱 메시지를 보내려는 순간..! 타이밍 대박나게 대리님이 나한테 선톡을 하셨음.
-여주씨 혹시 점심 같이 먹을래요?
당연히 나는 고민할거 없이 오케이를 외쳤고, 얼떨결에 나와 김이나씨, 김석진 대리님과 그 후에 소식을 듣고 붙은 다른 여자 사원들과 함께 국밥집에 가서 점심을 먹었음.
점심을 먹는 와중에서도 대화는 끊이지 않았음. 주로 김석진 대리님에 관해 물어보는, 여자 사원들의 연애 질문이 대다수였기 때문에 자연스레 토크 주제는 사랑 이야기가 될 수 밖에 없었음.
"어머~ 대리님은 그럼 혹시 몇 살에 처음 여친 사귀어봤어요??"
"헐 그니깐요. 나도 궁금해요. 워낙에 인물이 좋으셔서 뭐, 대학 때 인기 엄청 많으셨을거 같은데~"
다른 여자 사원들이 몸을 배배 꼬아대며 애교 있는 말투로 물어보는 사이, 그런 분위기에서 더더욱 말이 없어진 나는 조용히 국밥만 계속 퍼먹고 있었음. 이게 코로 들어가는건지 입으로 들어가는건지. 그러는데 갑자기 김석진 대리님이 그 질문을 나한테 물어봤음.
"여주씨, 여주씨는 어때요. 언제가 첫사랑이었어요?"

대리님의 급질문에 모든 사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한테 집중되고... 정적 속에서 적응 안되는 분위기에 연신 헛기침하니까 옆에서 김이나씨가 어머 괜찮아요?? 하면서 물 따라줬음.
사실 다른 사원들 내 얘기는 1도 안궁금할텐데 김석진 대리님 따라서 나한테 첫사랑 언제냐고 물어봄.
근데 이게 참.......첫사랑하면 생각나는 사람은 정확히 있는데 마음 아파서 못 꺼내겠는 사람임. 다른 사람들은 '첫사랑' 하면 썰 풀고 그러던데 이상하게 나는 마음 한쪽이 쓰리고 기분 이상해서 못 꺼내겠음. 그 사람 얼굴, 성격, 상황 다 기억나는데......
"저는 고등학교 1학년 때요."
아 진짜요?? 되게 첫사랑이 늦네. 이름은 뭔데요??
".....태형이요."
네?
"김태형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