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루

사랑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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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빌어먹을 그놈의 사랑.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어요. 까짓 사랑, 그게 뭐가 그리도 좋다고 타령을 해대는지. 사랑이니 운명이니 그런 거 다 그냥 헛소리라고 치부했던 나였습니다. 무엇 하러 감정을 썩히고 또 앓아가며 끝까지 매달리는지, 시간 남아도는 놈들이 즐기는 일종의 앙탈 정도로 여겼었달까요. 하여튼 구태여 뻔히 보이는 암흑에 빠져 허우적대며 시간을 할애하고 눈물을 떨구는 꼴이 우습고 고통을 자처하는 꼴이 애석했었죠.





슬프지만 그랬던 나도 예외는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저에게 사랑은 마치 병과 같았다고나 할까요. 치료법을 다 알면서도 고치지 못할, 아니 어쩌면 불치병이려나. 무튼 내게 사랑은 그랬어요. 그간 숱한 인연을 겪어 왔지만, 그런 감정은 처음이었습니다. 우리의 사랑은 그 어떤 이벤트와 특별한 만남같은 것들로 가득하지도 않았고, 다정한 호칭도 없었습니다. 단지 그 사랑, 사랑만이 있을 뿐이었죠. 병이란 것이 참을수록 아프고 견딜수록 깊게 파고드는 것 아니겠어요. 사랑도 그랬습니다. 말하지 못하고 꾹 참아낸 것에 사랑이 마음 깊숙이 파고들어 뿌리를 내리고 똬리를 틀어 자리했습니다. 결국 난 그 사랑을 치료하기 위해 가슴을 도려내야 했어요. 아직도, 여전히. 내 가슴은 공허하게 미련으로 매꾸어져 있답니다.





W. 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