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빌레라

2. 석진의 이야기

내 이름은 김석진. 19살. 고등학교 3학년. 남들처럼 피씨방이나 다녀보는 개 소원이라면 소원이다. 가면 되지 뭐가 문제냐고? 피씨방도 시간이 남아야 가지. 밥 먹을 시간도 부족한데 가긴 어딜 간다고…



“석진아! 6번 테이블 주문 좀 받아라.”


“저기요, 이거 얼마예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랑 토피넛 라떼 한 잔 주세요.”



알바 3개. 음식점, 편의점, 카페까지. 왜 이렇게 많이 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실례다. 다 사정이 있으니까 그렇지. 그리고 그 사정이라는게 다 돈이지, 아님 뭐겠어.



“엄마, 다리는 좀 어때요.”


“아들 덕에 아-주 멀쩡해! 고마워, 아들…”



멀쩡하긴 개뿔. 아빠라는 사람은 일 때문이라는 핑계로 집에 들어오지를 않고(그래도 아주 가끔은 온다) 엄마는 공장 일 하다가 다리를 다쳐서 움직이지도 못한다. 그마저도 수술비가 비싸서 수술도 못하고 있는게 사람 인생이냐. 개도 이거보다는 잘 살겠다.



“하… 이거 좀 심한데요? 그동안 많이 저리고 아프셨을텐데 어떻게 버티셨어요?”


“아… 벼,별로 안 아팠어요ㅎ”


“아드님은 이렇게 염증이 심해질 때까지 모르셨어요? 이정도면 생활이 불가능하셨을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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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엄마, 멀쩡하다며…”



그걸 믿는 내가 병신이지, 내가 병신이야. 간신히 끌고 간 병원에서 하는 말은 충격적이 않을 수가 없었다. 엄마는 진짜 몰랐었다며 내 손을 쥐어잡았다.(당연히 이제는 안 믿지만) 우리 엄마 배우했으면 잘했겠네…



“보호자 분, 아무래도 마음에 준비를 하셔야할 것 같아요.”


“네? 뭐, 뭐를요…?”


“병원에서 특별 전형으로 수술비를 지원해드려서 수술을 한다고 해고 환자분이 사실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아니…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선생님…!”


“죄송합니다. 하지만 수술을 감행했다가는 수술 중 돌아가실 수도 있어요.”



씨이발… 씨발씨발씨발… 내가 진짜 쓰레기다. 엄마 아픈 것도 모르고 이 때까지 내 알바만 신경썼으니. 불효자네, 불효자야. 이참에 나도 뒤질까?



“아유… 우짜면 좋아?”


“그러게, 저 집 아들 평생 지 애미 간호만 하면서 살아왔다던데 하느님도 참 무심하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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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신이 존재한다면 나만 증오하나보지. 이렇게 불행한 인생을 선물이랍시고 한 걸 보면? 기도를 안 해봤을리가 있나. 엄마 다리 괜찮아지게 해달라고, 아빠가 돌아오게 해달라고 손에 물집이 잡힐정도로 빌어본 적도 있다.



“아들 혼자 살어야지, 뭘 우째…”


“불쌍혀 죽겄네…”


“그리 불쌍하면 데려다 양아들 삼던가, 자신 없으면 말도 꺼내지 말어!”



그렇게 엄마가 죽었다. 아빠라는 인간은 (아빠라고 부르기도 역겹다) 장례식장에 와서 육개장만 먹고 어딘가로 나갔다. 그리고 그 인간이 장례식장에서 나간지 2일 째 되는 날 그 인간이 결국 돌아오지 않을걸 깨달았다. 그 때 내 나이, 겨우 17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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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좆같네… 이제 뭐 해먹고 사냐.”



원치 않던 독립을 하게 됐다. 할 수 있는 말은 더러운 쌍욕밖에 없었다. 나는 한없이 초라해졌다. 어디가서 고개조차 못 들고 다닐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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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빌레라가 더 잘 써지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