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오브 문

8.



















드디어, 성년식 날의 아침이 밝아왔다.

그리고

내 생일이기도 한 날이다.

성년이 된다는 것이

너무나도 기대됐고 또 걱정됐다.




그때, 문을 두드리고 부모님께서 들어오셨다.





[여주야, 준비는 됐니?]





[네, 어머니.]

[기대도 되고 걱정도 돼요...]





[그래, 이 어미도 그랬단다.]

[괜찮을 거다.]





[넌 잘할 수 있을 거다, 여주야.]





[감사해요, 아버지ㅎ]





[정문에 마차가 도착했을 거다.]

[이제 그만 나가자꾸나.]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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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저택의 정문 앞ㅡ





[조심해서 잘 다녀오거라.]

[성년식을 잘 마치고 돌아오면 네 생일을 축하하는
식사를 하자꾸나ㅎ]





어머니는 주름진 손으로

내 손을 꼭 잡아주셨다.


따뜻했다.





[네ㅎ]





나는 마차에 올라탔고,

우리는 서로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로를 바라봤다.





[그래, 왕궁에 가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니....]





성년식이 끝나면

 왕궁엔 다신 올 일은 없을 것이다.


아니

있어도 오지 않을 것이다.



왠지 그곳만큼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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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샌가 마차는 왕궁에 도착해있었다.



나는 모임 때와 마찾가지로

하인들의 안내를 받아 연회장으로 향했다.





연회장으로 통하는 커다란 문이 열리자

많은 귀족들이 보였다.


하지만, 그 많은 귀족들 중

나에게 가까이 오는 귀족은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좋았다.


오히려 나에게 가까이 오는 귀족은...

부담스럽다.


그냥, 좀 그렇다.




그때, 다시 한 번 문이 열렸고

들어오는 사람은 다름 아닌 전정국 후작이었다.





뭐, 누가 들어오든 난 상관없지만.





정말 그럴줄 알았는데.





[영애!]





전정국 후작이 소리쳤다.

속으로 그가 부르는 그 영애가

내가 아니길 수천 번, 아니 수만 번은 빌었다.




하지만 그건 다 소용없는 일이었나보다.





[영애!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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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후작이 나를 향해

그것도 아주 해맑은 표정으로.


그런 정국에,

당연히 다른 귀족들이 비웃어댔다.


그들 딴엔

대체 누가 나에게 웃으며 다가오겠는가.


아마 속으로 전정국 후작을 바보로

보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전정국 후작에게 차갑게 대할 수밖에

없었다.





[뭡니까.]





[에이...]

[왜 그렇게 차가우십니까, 영애.]

[서운하게.]





[저 말고도 말걸 좋은 분들은 많을 텐데요.]





[아무리 그래도]

[이 중에 영애보다 나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ㅎ]





웃으며 말하는 정국에 밀쳐내기가 어려웠다.

분명, 상처받을 테니까.





[칭찬은 고맙지만]

[오늘이 지나면 볼 사이도 아닌데...]





[저번에 영애께서 다치면 오라고 하셨잖아요.]





눈썹이 들썩였다.

다치면 오라고 했다고...?





[그럼, 다치시겠다는 말입니까?]





[그거야 모르는 일이죠.]





정국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대체 왜 다치는 거에

저리 둔감한 건지...





[어찌 그리 담담하게 말하십니까.]





[전 후작입니다.]

[언제 또 전쟁터로 갈지 모르는 처지죠.]





[그래도 자기 몸은 소중히 하셔야죠.]

[다치시면...]





그때, 내 말을 끊고 정국이 얼굴을 가까이 하며

말했다.





[그때 약속하신 걸 잊지 않으실 거 아닙니까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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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긋 웃는 그의 얼굴에

나도 모르게 푸스스 웃음이 나왔다.





[잊지 않을 겁니다ㅎ]





[웃으니까 보기 좋네요ㅎ]





[그래도 다쳐서 보진 말아요, 우리.]





[어?]

[그 말은 다치지 않아도 볼 수 있단 말이죠?]





[글쎄요ㅎ]





그때, 몇몇 호위기사들과 함께

왕과 왕비가 들어왔다.





그들의 입장에

모두가 하던 이야기를 멈추고

박수를 치며 환대했다.





연회장 안으로 들어오는 그들은

기품있고 당당해 보였다.



나는 그런 그들이 싫었다.

저들은 저렇게 당당하면 안된다.

오히려

부끄러워해야한다.

미안해해야한다.


적어도, 백성들과 내 앞에선.





[오늘 성년식에 찾아온 모두에게]

[신의 은총이 가득하길 빕니다.]





왕의 인사말이 끝나자

모두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신의 은총은 무슨....]





조용히 중얼거리는 걸 전정국 후작이 들은

모양이다.





[왜 그러시죠, 영애?]





[아, 아무것도 아니예요.]





속으로만 생각한다는 게 나도 모르게..





[그리고 오늘, 여러분들께 한가지 더]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왕이 말할 것이 있다고 하자

모두가 그를 쳐다봤다.


말할 것이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에.





[금년에 드디어 저희 아들이 성년이 됐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 나오게 됐습니다.]

[축하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왕의 말이 끝나자

연회장의 문이 다시 열렸다.

모두의 시선은 다시 문 쪽으로 향했다.





왕자라.

왕자에 대해 들은 적이 없기에

대체 어떤 사람일지 궁금했다.



앞서 나온 호위기사 때문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지만

고개를 조금 더 빼 왕자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어라...?

왜 가면을 썼지?





[왜 가면을 썼을까요?]





전정국 후작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했나보다.

뭐, 여기 있는 모두가 그랬을 테지만.





[글쎄요, 뭔가가 있겠죠.]





우리가 대화하는 동안

왕자는 벌써 연회장 단상위에 올라가 있었다.





[그럼 소개하도록 하죠.]

[우리 왕국의 미래, 김태형 왕잡니다.]





순간 멈칫했다.

김태형이라고....?

설마 내가 아는 그 김태형은 아니겠지..

동명이인이겠지..



하며 고개를 들었다.


왕자는 손을 올려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가면을 벗었다.





나는 왕자의 얼굴을 본 순간,

들고 있던 찻잔을 떨어뜨렸다.





[김태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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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찻잔을 떨어뜨리자

전정국 후작이 손수건을 건네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영애...!]

[괜찮아요..? 여기 손수건...]





미안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마...

충격이 너무 컸기 때문일까...





[말도 안돼....]

[ㅈ...쟤가 왜 저기 있어...]





말을 더듬기까지 했다.

나 진짜 놀랐나봐...





그때, 왕이 포도주가 담긴 잔을 들며 말했다.





[자, 모두 잔을 들고]

[그대들의 미래가 찬란할 것입니다!]





모두가 잔을 한 번 올렸다가 내려 포도주를

마셨다.


모두가...

다만, 나와 전정국 후작만 빼고.





전정국 후작이 다시 나를 흔들며

말을 걸었다.





[영애, 괜찮아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것 같다.





[아..괜찮아요.]





[옷이 다 젖었어요...]

[제 겉옷이라도..]





[손수건이면 충분해요ㅎ]





전정국 후작이 건넨 손수건을 받아

대충 옷을 닦았다.


그런 내 손이 신경쓰였던 건지

전정국 후작이 손수건을 가로채

무릎을 굽혀가며, 옷을 닦아주었다.





[무슨 생각을 하시길래, 손이 자꾸 엉뚱한대로 가십니까?ㅎ]





[제가 해도...]





[제가 하고 싶어서 그런 겁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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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나한테 왜 이러는 건지...

귀족에겐 절대로 정을 주지 않겠다고 다짐한 난데....

전정국 후작도...태형이도...

심지어, 태형인 왕족이니...





그때, 왕이 피를 토하며 기절했다.





[크어억...!]





그에 모두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





태형이는 쓰러진 왕을 흔들며 울상을 지었다.

그 옆에 있던 여왕은 뒷목을 잡으며

휘청거렸다.


호위기사들은 이곳저곳의 출입구를 모두  막으며

연회장을 폐쇄시켰다.




내 의사 본능은 정말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난 왕의 코앞까지 가있었다.

덕분에, 태형이는 나를 알아볼 수 있었다.





[여주, 네가 어떻게....]





하지만 나는 그런 태형의 말을 무시했다.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잠깐만 비켜줄래?]





[으응..]





옆에 있던 호위기사들이 날 막아서려했지만

태형이가 호위기사들을 막아준 덕분에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입 안이 검어졌어...]

[일반적인 독이 아니야...]





그때, 태형이가 우리에세 다가오는 누군가를

보며 말했다.





[아, 왔습니까.]





나는 태형의 말에 뒤를 돌아봤다.

이건 또 뭐야....





[예, 왕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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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왜 저 사람이....여기에.




[폐하를 옮겨라!!]





그의 말한마디에 열댓명의 호위기사들이

우리에게로 몰려들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왕에게로.





[아직은 안돼요.]

[경위도 제대로 파악하지...]





[그런 건 저희가 알아서 합니다.]





지민이 여주의 말을 뚝 끊으며 말했다.





[호위대장, 이건 내가 허락한 일입니다.]





[귀족에게요.]





지민의 한마디에 모두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귀족이니까..





[절 못 믿으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지민은 왕을 업어 가는

호위기사들을 따라갔다.





[여주야, 미안...]





태형은 그런 그들을 따라갔고,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날 비웃었다.





그런 게 아닌데.....


애꿎은 입술만 물어뜯었다.

난 이래서 귀족이 싫어.




그때, 정국이 손을 내밀며 말했다.





[일어나요, 영애.]

[저들은 신경쓰지마세요.]

[무지해서 그런 겁니다.]





나는 정국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가봐야겠어요.]





[어딜 말입니까..]





[폐하께로요.]





나는 연회장을 뛰다시피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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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왔을까..

아무도 보이지 안않았다.

분명, 아까까지는 보였는데...





[어쩌ㅈ...?!!]





그때, 누군가가 여주를 끌어당겼다.





[누굽니..!]





[쉿...]





그는 다름아닌 민윤기였다.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박지민한테 다 들었어.]

[치료하려고 하지마.]





[하지만..!]





[못들었어?]

[우린 이러려고 모인 단체야.]





[사람을 죽이는 건 안돼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말로..]





[그게 됐으면 우리도 이렇게 안 했겠지.]





[당신들이 독을 탄 거군요...]





[정확히 말하자면 박지민이지.]





[이건 아니에요...]





[그것도 말했잖아, 감당 못할 거면 나가라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들도 상처를 받은 게 있을 테니 이러는 걸 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