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말 모든 시험이 끝나고 졸업식만을 앞둔 상태! 덕분에 아침시간부터 시끌벅적 시장통을 방불케 하는 요란한 교실 안. 아우 ~ 심심해. 그냥 학교 안 나오면 안 되나? 시간 때우기용으로 틀어주는 영화가 무의미하게 흘러가고 지루한 마음에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영화도 좀 최근 걸로 틀어주던가. 맨날 봤던 거 또 보고! 러브레터만 몇 번 본 건지 모르겠네. 오겡기 데스까아- 와타시와 하나도 안 겡기데스요.
"ㅇㅇ아. 폰 만지작 거리는거 보니까 앵간히도 지겹나보네?"
할 것도 없으면서 폰을 만지작거리던 나를 발견한 건지 은지가 실실 웃으면서 말을 걸어온다.
"아. 학교 왜 오냐? 이해가 안 간다. 정말!"
"그건 내도 백퍼 공감 하지! 근데 그것보다 내... 니한테 말할게 있는데.."
내가 절망적이라는 듯 머리를 감싸면서 소리치자 자기도 동감이라는 듯 맞장구를 치던 은지가 슬슬 내 눈치를 보면서 말끝을 흐린다. 뭐야. 이거 또 왜 이래? 또 뭔 짓을 했기에 이렇게 몸을 배배꼬아?
"또 뭔 짓을 했길래 이래?"
"그.. 잇제.. 젓번에 내가 니한테 소개시켜 줄라고 했던 남자아 있다이가! 니가 남자 소개받기 싫다고 해갓고 말았던 그 아가 어짜다가 니랑 나랑 걸어가는 걸 봤나보드라고 근데 니가 맘에 들었나봐. 하루 종일 니 번호 물어 보길래. 결국 백기 들고 니 번호 가르쳐 줘버렸다. 하하."
뭐라고? 야! 왜 남의 번호를 함부로 가르쳐줘? 내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은지를 향해 소리를 바락바락 지르자 은지가 두 손을 모으면서 불쌍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미안하다 안 카나. 그 아가 안 가르쳐주면 직접 찾아올 거라고 해서 이러나 저러나 어차피 알게 될 것 같아서 그랬다!"
아.. 내가 정말 못살아! 그런 애들하고 또 엮이면 끈질길 뿐더러 우리 오빠가 알면 완전 죽음인데.. 지금 와서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지 않을 것을 알기에 미안해하는 은지를 한 번 쳐다보고 한숨을 푹 내쉬고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은지는 여전히 불쌍한 표정으로 내 눈치를 살피고 있다. 아휴. 내가 쟤한테 뭘 더 바래.
"알았어. 알았어. 이해 해. 그러니까 표정 좀 풀어봐. 상당히 부담스럽다."
"역시 ㅇㅇ이다. 진짜 미안타! 다음부턴 절대 안 그럴게!"
어느새 내 팔에 딱 달라붙어서 생글생글 웃고있는 은지를 한번 쳐다보고는 하는 수 없이 웃어버렸다. 아무튼 간에 미워하기 힘든 애라니까. 은지는 평소에 애교가 철철 넘치고 붙임성이 좋아서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내 절친한 친구다. 은지랑 티격태격 사소한 이야기를 하면서 놀고 있는데 내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핸드폰이 드르르륵 하는 진동 소리를 낸다. 액정을 확인해 보니 떠오르는 이름 '이 죽일놈의 오빠'. 압. 뜨끔거리게 하필 이 타이밍에 전화질이냐? 학교에 있을 시간 아닌가?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시계를 눈으로 확인하면서 전화를 받았다.
[야. 존경스러운 오라버니가 전화를 했으면 바로 바로 받아야지 왜 이렇게 늦게 받냐?]
전화를 받자마자 투덜대는 오빠 목소리가 들린다. 우씨. 내가 왜 자기가 전화하면 재깍재깍 받아야해? 내가 네 비서냐? 종이냐? 하여간 한살 차이로 그 놈의 오빠오빠 소리. 이 죽일 놈의 김태형! 사회에 나가면 한살은 그냥 친군데 확 친구 먹어버려? 오빠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눈썹이 꿈틀거리는 걸 느꼈지만 오늘 지은 죄도 있고 해서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며 핸드폰을 고쳐 잡았다.
"학교 아냐? 이 시간에 나한테 전화한 이유는 또 뭐야?"
[오늘 우리 학교 졸업식이잖아. 잠깐 갔다가 집에 왔지. 그보다도 장 좀 봐 와라. 집에 어떻게 먹을 게 하나도 없냐?]
그래. 그럼 그렇지. 역시 심부름이 목적이었구만. 그런 건 자기가 좀 하면 안 되나? 오빠를 향해 쌍욕을 해주려다가 방금전 은지의 전화번호 사건을 떠올리고는 다시 입을 다물어버렸다. 아후. 혹시나 들키면 이걸로 무마시켜야겠다. 이번 한번만 원하는 대로 해주자.
"알았어. 조금 있으면 학교 마치니까 기다려."
[너 어디 아프냐?]
평소와 달리 순순히 알았다고 하는 내가 이상하다는 듯 걱정스럽게 물어오는 김태형. 아나. 알았다고 해도 불만이야!
"어우. 끊어!"
오빠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내 할 말만하고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고개를 돌리자 나와 오빠의 통화를 흥미로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은지의 얼굴이 보인다. 재미있냐? 재미있어? 내가 지금 누구때문에 이꼴이 됐는데? 네 년 때문에 내가 군소리 없이 김태형 심부름을 해야 한단 말이다! 아놔. 오늘 또 나 혼자 팔 빠지게 생겼구만. 왠지 절망적인 느낌이 들어서 은지를 한 번 째려봐주고 종례시간이 다가올때까지 힘없이 축 쳐져서 책상 위에 엎드려 잠을 청했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마트에 들려서 반찬거리를 이것저것 사고 김태형이 싫어하는 과자만 쏙쏙 골라서 계산을 한 뒤에 양 손 가득 커다란 봉투를 들고 낑낑대면서 집으로 들어왔다. 우씨.죽일 놈의 김태형. 속으로 김태형을 잘근 잘근 씹으면서 집 안으로 들어서자 열려있는 자기 방 문틈으로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컴퓨터 게임에 한창 집중하고 있는 김태형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아오씨, 진짜 저 놈을 그냥! 자기는 게임이나 하고 있으면서 학교에 있는 동생한테 장 봐오라고 시키고! 내가 진짜 자기 종인 줄 알아.
"어, 동생 왔냐?"
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를 들었는지 오빠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나를 반긴다. 내가 아니라 과자를 반긴 거겠지만. 죽이고 싶다. 정말.
"ㅇㅇ아! 오빠도 있다?"
오빠를 보면서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는데 조금 닫혀있던 방문이 활짝 열리고 정국오빠가 환한 얼굴로 한걸음에 달려 나오다 내 양 손에 들린 짐을 보고는 영 떨떠름한 얼굴로 말끝을 흐린다. 얼마 안가 웃음기가 싹 빠진 정국오빠가 열심히 게임 중인 태형오빠의 뒤에 다가선다.
"야. 이 새끼야. 오빠라는 놈이 여동생 심부름 시켜놓고 컴퓨터 게임이나 쳐하고 있고 잘하는 짓이다.“

“내 동생인데, 뭔 상관.”
정국오빠의 타박에도 태형오빠는 얼굴에 철판을 깐 듯 뻔뻔하게 군다. 정국오빠는 태형오빠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사정없이 후려쳐 버린다. 덕분에 태형오빠는 단번에 게임 lose. 헐. 오빠 게임할 때 건드리는거 제일 싫어하는데? 나는 등골이 다 오싹해졌건만 정국오빠는 아직도 성에 차지 않다는 듯 내 손에 들린 봉지 두 개를 흘깃 본다.
“꺄오오오오! 내 승점! 전정국! 개새뀌야!”
“그러게 좋은 말 할 때 들었어야지. 망나니 같은 새끼.”
화면에 뜬 게임 결과를 보고 고주파를 쏘아대던 태형오빠가 정국오빠에게 보복할 혼도 남아있지 않다는 듯 멍한 얼굴로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내가 금방이라도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을 보는 불안한 눈초리로 태형오빠를 보고 있자 정국오빠가 내 양 손에 들린 짐을 빼앗아든다.

"ㅇㅇ아, 저런 놈 하고 같이 살지 말고 오빠랑 같이 살자!"
정신 줄을 놓은 태형이 오빠가 무섭지도 않은 지 정국오빠는 나를 향해 생글생글 예쁘게 웃는다. 아이고, 정국오빠가 저를 데려가 주신다면 그곳이 지옥이라도 따라나서리다. 그렇지만 저 미친개 오빠가 가만두지 않을 걸요.
"야. 누가 보면 내 동생이 아니라 네 동생인 줄 알겠다?"
나를 예뻐라 하는 정국오빠의 행동에 태형오빠는 왠지 나를 뺏긴 기분이 들었는지 정국오빠를 경계하는 눈치다. 그러게 평소에 좀 잘 해! 우리 집에 이렇듯 자연스럽게 들어와 있는 이 잘생긴 오빠는 우리 오빠의 절친한 단짝친구 전정국오빠다. 붙여 놓으면 매번 서로를 잡아먹을 듯 으르렁 대지만 또 떨어지지 않는 그런, 애증의 관계랄까.
" 뭐, 내 여동생 삼을 생각은 없으니까 걱정마라."
여유롭게 웃으면서 태형오빠를 대하는 정국오빠의 모습에 정국오빠가 여동생 삼을 생각 없다는데도 뭔가 찝찝한지 태형오빠는 계속해서 정국오빠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쓸데없는데서 날카로워 진다니까. 내가 태형오빠에게 먹이를 던져 주듯 과자봉투를 던져주자 태형오빠는 반사적으로 봉투를 받아내며 금세 온순해진 얼굴로 봉투 안을 뒤적인다. 금붕어보다 못한 오빠 같으니라고. 이럴 때가 아니다. 어서 정국오빠한테 뛰어가야지! 봉투를 던져주고 곧바로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정국오빠 오빠에게로 쪼르르 달려가서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잉? 웬일이야? ㅇㅇ이가 알아서 내 옆에 와서 앉고. 할 말 있어?"
정국오빠는 제 곁에 쪼르르 다가와 앉는 나의 행동이 기분 좋은지 나를 돌아보며 환하게 웃는다. 기다려보세요. 곧 알게 될 거니까.
"아나! ㅇㅇㅇ, 이거 어디 갔어? 이게 교묘하게 내가 싫어하는 것만 잔뜩 사왔어!"

얼마 지나지 않아 태형오빠는 과자봉투를 든 채로 분노한 들개마냥 나를 잡으려고 거실로 달려 나온다.
"으아아아! 정국오빠! 태형오빠가 나 죽이려고 해."
내가 무서운 기세로 나에게 다가오는 오빠를 피해서 정국오빠 뒤로 소리를 지르면서 숨으니까 정국오빠가 이제야 자기 옆에 온 이유를 알겠다는 듯 허탈하게 웃다가 자기 뒤에 있는 나를 보호하듯이 한 팔로 감싸 안는다.
"야. 그만해. 네가 장보라고 시킨 것부터가 잘못된 거잖아."
"아오! 저걸 그냥. 전정국, 네가 자꾸 감싸주니까 저게 아주 타이밍을 봐가면서 복수하잖아!"
"뭘 그래. 귀엽기만 하구만."
정국오빠는 태형오빠의 열폭에도 고개를 돌려 자기 뒤에 있는 나를 살짝 돌아보며 애정이 담긴 눈동자로 나를 바라본다. 흐하하! 어떠냐? 김태형. 속이 불타오르지? 내가 그 유명한 발암물질이다. 이제야 모 드라마에서 암세포도 생명이라고 말한 허무맹랑한 대사가 조금이나마 납득이 되는 구나.
"하. 됐다. 됐어. 내가 너한테 무슨 말을 하겠냐. 전정국 가기만 해봐. 넌 죽었어!"
태형오빠는 나를 매섭게 째려보더니 이를 간다. 난 이제 죽었다. 죽을 날을 받아둔 시한부 같이 겁먹은 얼굴로 태형오빠의 째림을 받아내고 있는 나의 머리 위로 정국오빠의 커다란 손이 올라 왔다. 안심하라는 듯 내 머리카락을 어루어만지는 정국오빠의 손길이 다정하다.
"태형이가 너 괴롭히면 오빠한테 말해. 오빠가 태형이 때려줄게. 알았지?"
내가 정국오빠의 말에 안심해서 얼굴빛이 환해지면서 고개를 끄덕이자 정국오빠는 그런 내가 귀여운지 연신 실실 웃으면서 나를 가만히 바라본다. 정국오빠는 정말 천사라는 생각을 하는 중에 메시지를 알리는 진동이 울린다. 누구지? 은지인가. 연락 올 곳도 없는 불쌍한 인생의 나였기에 은지인가보다 하고 핸드폰을 꺼내서 문자를 확인했다.
[ㅇㅇ이라고 했지? 난 호석이라고 하는데 . 내가 너 마음에 들어서 정은지한테 번호 달라고 엄청 졸랐다. 혹시 시간 있어?]
아후. 올 것이 왔구나. 그래도 은지 친구인데 무시할 수도 없고 이걸 어쩌지? 홀로 난감해 하고 있는 차에 정국오빠의 예리한 눈길이 나의 핸드폰 화면을 쓱 훑고 지나갔다. 어? 잠깐만 안돼요. 정국오빠. 오빠가 알면 난 죽어요. 애절한 눈길로 정국오빠를 바라봤으나 정국오빠는 아주 단호한 얼굴로 내 핸드폰을 빼앗아 들었다.
"이리 줘 봐.“
“정국오빠, 잠깐만."
진짜 태형오빠한테 들키면 안 되는데. 정국 오빠의 옆에는 과자를 먹지 못하는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아쉬운 대로 참치 캔 뜯어서 잘근잘근 씹어 먹고 있는 태형오빠가 있다. 내가 계속해서 정국오빠에게 핸드폰을 내 놓으라고 해도 전혀 미동도 없이 핸드폰 화면만 바라보던 정국오빠가 자신의 옆에 앉아있는 태형오빠의 다리를 발로 툭 건드린다.
"야. 네 여동생 관리 좀 해라. 시커먼 남자 놈들이 얼쩡거리네. 요즘이 얼마나 위험한 세상인데."
오마이 갓! 아니, 애초에 나에게 신이란 게 존재한다면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는 것이야. 정국오빠의 말에 참치를 씹고 있던 태형오빠의 고른 치아들이 일제히 정지된다. 올 것이 왔구나. 내가 왜 정국오빠를 천사라고 했을까. 그건 너무 섯부른 언행이었어. 정국오빠는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해주듯 태형오빠 눈앞에 내 핸드폰 화면을 내보인다. 그와 동시에 태형오빠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야, ㅇㅇㅇ."
“오빠, 그러니까 이건 내 친구가 번호를 어쩌다가..”
태형오빠가 금방이라도 나를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나를 본다. 나는 말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람마냥 버벅거리며 태형오빠를 향해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나에게 돌진할 듯 으르렁대는 태형오빠 앞에서 정국오빠는 마치 강아지를 교육시키듯 손바닥을 내밀며 비장한 얼굴로 태형오빠를 마주본다.

“기다려. 김태형. 내가 해결한다.”

정국오빠의 말에 태형오빠는 주인의 말을 잘 듣는 강아지처럼 가만히 멈춘 상태로 정국오빠를 바라보고 정국오빠는 핸드폰으로 방금 전 그 번호로 전화를 걸기 시작한다.
“오빠, 그 애 은지 친구인데..”
“어, 네가 은지 친구구나. 시간 없으니까 본론만 이야기 할게. ㅇㅇ이한테 연락하지 마.”
[그 쪽은 누구신데, ㅇㅇ이한테 연락하라 마라 하시는 거죠?]
언뜻 화가 난 호석의 목소리가 핸드폰을 통해 흘러나온다. 내가 정국오빠를 향해 제발 그만하라고 좌우로 고개를 저어대지만 정국오빠는 그런 내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만지작대며 나를 향해 살짝 웃어 보일 뿐이다.
“내가 누군지 궁금해? 그럼 알려주도록 하지.”
핸드폰 너머로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하던 정국오빠가 손으로 귀를 막으라는 제스처를 취한다. 아니, 뭐 하시려고요. 내가 정국오빠의 말을 듣지 않고 불안한 눈동자로 정국오빠를 바라보고 있자 정국이 오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에다가 핸드폰을 대고 자신의 고개를 살짝 옆으로 틀어 핸드폰을 고정시킨 후, 양 손으로 내 귀를 막으며 날 향해 환하게 웃어 보인다. 순간적으로 정국오빠의 입술이 빠르게 움직이고, 정국오빠의 손이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난 오빠가 양 쪽 귀를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정국오빠가 무슨 말을 했는지 분명하게 들을 수 있었다.

“잘했어. 잘 기다렸어. 우리 태태.”
정국오빠가 승자의 미소를 지으며 통화를 마치고 그 때까지 군말 없이 가만히 있어준 태형이 오빠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태형오빠는 그런 정국오빠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드는 지 정국오빠를 노려본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태형오빠가 옷 벗고 춤을 춘다고 해도 눈에 보이지 않을 거다.
‘내가 ㅇㅇ이 남자친구다. 개새끼야.’
나의 귓가에는 계속해서 방금 전 통화에서의 정국오빠의 말이 맴돌았고 그 순간부터 내 눈에는 정국오빠만 보이기 시작했으니까.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키워온 달달한 마음은 어느새 부풀어서 커다란 솜사탕이 되어버려서. 점점 나홀로 몰래 맛보기에는 꼬리가 너무 길어져 버리고 만 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