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 당연히 좋아하니까 연애하겠지”

“너는 좋아하는 사람이 쪽팔리나봐?”
“...”
나는 태형이의 말에 할 말이 없었다
...
“미안해”
“...더 이상 할 말 없다...갈게“
”아니 이렇게 가면 어떡ㅎ“
”너는
너가 사과하면 내가 다 받아줘야 해?“
”뭐?“
”내가 더 좋아하니까
너보다 내가 더 좋아하니까
그래서 지금까지 참았어
근데“
”그럼 뭐
헤어지기라도 하자고?
”....우리 시간 좀 갖자“
”...그래“
넌 처음으로 나를 붙잡지 않았다
항상 내가 잘못했음에도 먼저 다가와주고 나의 사과를 받아줬던 너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너를 잡지 않았다
.
.
.
”나 원래 안좋아했어 걔“

”...헛소리하지마라“
”내가 좋아하는 사람
너인거 알고 있잖아“
”...그만해 취했어“
”아니? 넌 항상 그렇게 넘어갔잖아
친구라는 선으로 내가 못 넘어가게 했잖아
이제 그 선 내가 넘으면 안돼?“
”여주야
선은 넘으라고 있는게 아니라 지키라고 있는거야“
“그리고 너
이럴거면 김태형이랑 완전 끝내
괜히 걔한테 상처 주지 말고”
“나 좋다는 애를 뭐하러?”
“하...
야
김태형은 니 애인이기 전에 내 친구고 니 친구이기도 해
넌 걔한테 미안하지도 않냐?”
“아니? 나도 노력했어
너 좋아하는 마음 접으려고
나 좋다는 김태형 좋아해보려고 나도 존나 노력했다고!!
근데...그게 마음대로 되냐?“
“그럼 그냥 혼자 이러던지
김태형 걔는 너 진심으로 좋아해
그런 애 마음 갖고 장난치면
니 마음이 편해져?”
“...”
말문이 막혔다
사실 나도 태형이에게 상처 주는 짓만은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태형이와 하는 연애도 나름 나쁘지 않았고 함께 시간을 보낼 때는 즐거웠다
항상 나를 다정하게 바라봐주고 내가 해달라는 건 다 해주고 내가 어떤 투정을 부리던지 디 받아줬으니까..
근데 박지민의 얼굴을 보면 내가 언제 그랬냐는듯 태형이를 잊어버린다
“김태형 위하는 척 하지마
김태형한텐 나보다 니가 더 나쁜 친구야 알아?”
”...간다 난
너 술 다 깬 거 같으니까 혼자 갈 수 있지?“
드르륵-
그렇게 박지민은 나를 두고 의자에서 일어서며 가게 밖으로 나갔다
“허?“
나는 이판사판의 마음으로 가게 밖으로 뛰쳐나가 지민이를 찾았고 그를 찾았을 때 달려가서 그를 안았다
“ㅇ..야 너 지금 뭐하는ㄱ“
”그냥...술주정으로 한 번만 봐줘...“
”......놔“
툭-)
”ㄱ..김태형..?“
지민이는 갑자기 태형이의 이름을 부르며 황급히 내 팔을 떼어내었다
지민이에게 가려져서 내가 보지 못한 것은 쇼핑백을 떨어뜨리며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태형이의 모습이었다
”ㅇ..아니 김태형 너가 왜 여기...“
“박지민..너 뭐하냐 내 여자친구랑”
김태형은 내가 그와 알고 지낸지 몇 년이 넘었음에도
한 번도 보지 못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까 나와 다툴 때와는 전혀 다른 표정으로
항상 웃음을 머금던 입가는 싸늘해져있었다
”하...
지 혼자 또 시나리오를 써요
걱정을 해줘도..지랄
그렇게 생각하면 니 마음이 편하냐?“
”선넘지마
얘 애인은 니가 아니라 나야”
“태형아
그렇다기엔
여주가 오늘 남자친구 욕을 너무 많이 하던데 ㅎ”
박지민은 항상 그랬다
나와 단둘이 있을 때는 친구라는 선을 명확히 그어놓아 내가 넘어갈 수도 없게 만들었지만
유독 김태형과 함께 있을 때는 그를 도발하는 용도로 나를 도구로 사용했을 뿐이다..
나와 단둘이 있을 때는 김태형 걱정만 하고
앞에서는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이 새끼가 보자보자하니까 진ㅉ”
“그만해...둘다
박지민
너 빨리 들어가
그리고 김태형
넌 잠깐 나랑 얘기 좀 해”
그렇게 박지민은 머리를 쓸어넘기더니 인상을 찌푸리곤 자리를 떠났다
“넌...나랑 그렇게 헤어지고 쟤랑 술 먹은거야?”
“어”
“넌 진짜....”
“왜
넌 내가 꼭 못할 짓 한 사람처럼 말한다?
내가 내 친구랑 술 먹겠다는데 뭐가 문제야”
“걔는 너를 친구로..생각 안한다고
하...“
아니 김태형
넌 틀렸어
박지민은 나를 좋아하는게 아니야
정확히 말하면 내가 박지민을 좋아하는거지
걘..항상 나에게 친구라는 선을 그어왔어
친구 사이를 넘고 싶은건 걔가 아니라 나야..
”이제와서 왜 이러는데
아까는 뭐 시간을 갖자며“
”그게 헤어지자는 소리는 아니잖ㅇ”
“그럼 뭔데? 그 말을 했다는거 자체가 나랑 헤어지고 싶다는거 아니야?”

“내가 네 애인인데
그거 하나 인정 받지도 못한다는게 서운하고 속상해서..
나도 알아 내가 평범한 남자들하고 다르다는거
걔네랑 달리 대학교도 못 가서 알바나 하고 있는
한심한 새끼라는거
근데 여주야
그 말을 2년 사귄 너한테
7년을 알고 지낸 내
여자친구한테
그런 말을 듣는 내 기분은..
무너지는 줄 알았어
근데 무서웠어
내가 너를 놓지 못하는걸 아는데
내가 너를 너무 좋아하는데
헤어지자는 소리는 도저히 못하겠어서
그냥 시간을 갖자고 한거야
미안해 여주야...”
왜 그런 표정으로 너는
너가 사과를 하는걸까..
너에게 미안해할 사람은 나고
사과해야할 사람도 나고
사과를 받을 사람이 넌데..
김태형 너는 왜 이렇게 한결같을까
왜 자꾸만 이런 상황에서도 나를 생각해주고
왜...도대체 왜 이기적이지 못한건
우린 어디서부터 꼬인걸까
우리의 첫만남?
너가 나에게 고백했던 날?
아니면 내가 너와 연애를 시작한 날?
내가 네 고백을 받아주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우리가 서로 미안해 할 일은 없을텐데
내가 너에게 미안할 상황도
네가 나에게 미안해할 상황도 없었을텐데..
왜 아무잘못 없는 네가 사과할 때마다 마음이 약해지는걸까
‘너를 좋아하지 않아 태형아’
내가 이 말을 너에게 한다면
넌...어떤 표정을 지을까..
우리 관계는 내가 망친거야, 김태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