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 제 아내가 되어주세요.
EP.11

쿠닉
2026.07.29조회수 84
SH그룹에서 주최하는 자선 바자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이번 행사에는 계열사 임직원뿐 아니라 여러 협력 업체도 참석했다.
성호의 아내인 여주 역시 함께 참석해야 했다.
행사장에 도착한 여주는 연한 크림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평소보다 조금 더 꾸민 모습에 직원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향했다.
"아가씨 정말 아름다우시네요."
"대표님이랑 너무 잘 어울리세요."
칭찬이 이어질수록 여주는 쑥스러워 연신 웃기만 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성호는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시선만큼은 계속 그녀를 따라가고 있었다.
---
행사가 시작되고 한 시간이 지났을 무렵.
성호는 거래처 대표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였다.
행사장 천장에 설치된 대형 장식물이 미세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하지만 고정 장치 하나가 풀리면서 무거운 철제 프레임이 서서히 기울기 시작했다.
그 아래에는...
여주가 있었다.
여주는 직원과 이야기하느라 위를 전혀 보지 못하고 있었다.
멀리서 그 장면을 본 성호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성호 "...김여주!"
그의 목소리가 행사장에 울려 퍼졌다.
갑작스러운 외침에 여주가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철제 장식물이 그대로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순간.
성호는 생각할 틈도 없이 달려갔다.
탁!
그는 있는 힘껏 여주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여주 "꺄악!"
균형을 잃은 두 사람은 그대로 바닥으로 넘어졌다.
쿵!!
뒤에서 거대한 소리와 함께 장식물이 바닥에 떨어졌다.
행사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사람 안 다쳤어요?"
"119 불러!"
"비켜 주세요!"
소란스러운 목소리 속에서 여주는 눈을 감은 채 숨을 헐떡였다.
몇 초 후.
조심스럽게 눈을 뜨자 가장 먼저 보인 건...
자신을 감싸 안고 있는 성호였다.
성호는 넘어지는 순간 자신의 몸으로 그녀를 완전히 덮어 충격을 막고 있었다.
두 사람의 얼굴은 손바닥 하나 들어갈 정도로 가까웠다.
거친 숨결이 서로에게 닿았다.
여주 "...대, 대표님."
성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여주를 이리저리 살폈다.
머리.
팔.
다리.
다친 곳은 없는지 확인하듯.
몇 초 뒤에야 그는 겨우 입을 열었다.
성호 "...안 다쳤습니까?"
그 목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낮았고,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여주는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주 "...네."
그 말을 듣자 성호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마치 이제야 안심했다는 듯.
---
직원들이 급히 달려왔다.
김실장 "대표님! 괜찮으십니까?"
성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 순간.
"대표님! 팔에 피가..."
여주의 눈이 커졌다.
성호의 오른팔 소매가 길게 찢어져 있었고, 붉은 피가 천천히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까 장식물 파편에 스치며 긁힌 것이었다.
여주 "...피!"
성호는 그제야 자신의 팔을 내려다봤다.
성호 "...괜찮습니다."
여주 "괜찮긴 뭐가 괜찮아요!"
처음으로 여주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여주는 급히 직원에게 구급상자를 받아왔다.
행사장 한쪽 구석.
성호는 의자에 앉아 있었고, 여주는 그의 앞에 쪼그려 앉아 조심스럽게 상처를 소독했다.
약이 닿자 성호의 눈썹이 아주 살짝 움직였다.
그 모습을 본 여주가 작게 말했다.
여주 "...아프죠?"
성호 "...괜찮습니다."
여주 "또 괜찮다고 하시네."
"..."
"대표님은 하나도 안 괜찮으면서 맨날 괜찮다고만 해요."
성호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봤다.
평소 같으면 "정말 괜찮습니다."라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상하게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여주는 붕대를 정성스럽게 감아 주며 중얼거렸다.
여주 "...진짜 놀랐어요."
"..."
"대표님이 안 오셨으면..."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손끝이 작게 떨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성호는 자신도 모르게 왼손을 뻗었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여주의 손등을 감싸 쥐었다.
여주의 움직임이 멈췄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성호 "...다행입니다."
"..."
"무사해서."
짧은 한마디.
하지만 그 어떤 긴 문장보다 진심이 담겨 있었다.
여주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천천히 그의 손을 마주 잡았다.
이번에는 연기도 아니었고.
기자들 앞에서 보여주기 위한 행동도 아니었다.
그저 서로의 온기를 확인하듯, 잠시 손을 놓지 않았다.
그 순간.
둘 다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사람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