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 제 아내가 되어주세요.
EP.14

쿠닉
2026.08.04조회수 59
SH그룹 자선재단 후원 행사.
이번 행사에는 국내 주요 기업 대표들과 기자들까지 참석했다.
운학 역시 초대받아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멀리서 성호와 여주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부터 시작이다.'
---
행사장 안.
여주는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성호는 중요한 미팅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그때, 누군가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문하나였다.
하나 "잠깐 이야기 좀 할까요?"
여주는 당황했지만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사람이 없는 테라스로 이동했다.
하나는 팔짱을 낀 채 여주를 바라봤다.
하나 "...계약결혼이라면서요."
순간.
여주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여주 "...무슨 말씀이세요?"
하나 "모른 척하지 마요."
하나는 휴대폰 화면을 보여 주었다.
사진 몇 장.
성호와 여주가 각자 다른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
호텔에서 처음 만난 사진.
혼인신고 날짜.
너무나 빠르게 진행된 결혼 과정.
하나 "이 정도면 충분히 이상하지 않나요?"
여주는 애써 침착한 표정을 유지했다.
여주 "...추측뿐이네요."
하나 "그래요."
하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증거를 찾는 중이에요."
"..."
"성호 씨는 몰라도."
"..."
"당신은 오래 못 버틸 것 같은데."
그 말을 남기고 하나는 먼저 돌아섰다.
여주는 한동안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불안감이 몰려왔다.
---
같은 시각.
성호는 멀리서 테라스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나와 대화를 마친 여주의 얼굴이 평소와 달랐다.
걱정과 불안이 가득했다.
그는 곧장 그녀에게 다가갔다.
성호 "...무슨 일입니까?"
여주는 억지로 웃어 보였다.
여주 "아무것도 아니에요."
"..."
성호 "여주 씨, 본인 거짓말 못 하시는 거 아시죠?"
그 말에 여주는 결국 방금 있었던 일을 모두 털어놓았다.
성호는 끝까지 말없이 들었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나자 짧게 말했다.
성호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여주 "대표님."
성호 "걱정하지 마십시오."
"..."
"절대 당신한테 피해 안 가게 하겠습니다."
---
행사가 끝난 뒤.
늦은 밤.
두 사람은 신혼집으로 돌아왔다.
평소보다 훨씬 조용한 분위기였다.
거실에 들어선 여주는 소파에 힘없이 앉았다.
성호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맞은편에 앉았다.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성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성호 "...김여주 씨."
여주 "...네."
성호 "계약 기간."
"..."
"이제 열 달 정도 남았습니다."
여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성호는 두 손을 맞잡은 채 한참을 망설였다.
평소의 그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무슨 말을 할지 여러 번 고민하는 얼굴.
그리고 마침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성호 "...저는."
"..."
"이 계약을."
잠시 숨을 골랐다.
"...끝내고 싶습니다."
순간.
여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끝내고 싶다.
그 말이 머릿속을 울렸다.
'역시...'
'계약이 들킬 위험이 생기니까.'
'이제 끝내려는 거구나.'
여주는 애써 웃어 보였다.
하지만 눈가는 점점 붉어지고 있었다.
여주 "...알겠어요."
성호는 그녀의 대답이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성호 "제 말은..."
하지만 여주는 그의 말을 끝까지 듣지 못했다.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주 "...계약이었잖아요."
"언젠가는 끝날 거라는 거."
"..."
"알고 시작했어요."
그 말을 남긴 채 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집 안에 울려 퍼졌다.
---
성호는 그대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아니.'
'그 뜻이 아닌데.'
그가 전하고 싶었던 마음은 그게 아니였다.
'계약을 끝내고.'
'진짜 부부가 되고 싶다.'
하지만 끝까지 말하지 못했다.
성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두 눈을 감았다.
평생 일만 하며 살아온 그는.
업무능력은 매우 높았지만,
좋아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법만큼은, 서툴기만 했다.
그리고 방문 너머.
침대에 앉은 여주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조용히 흘리고 있었다.
그녀는 계약이 끝나면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아팠다.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이 언제부터인가.
계약상대 박성호가 아니라,
박성호라는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을.
그 날, 두 사람은 서로의 진심을 단 한마디씩 놓쳐 버렸다.
그 짧은 엇갈림은, 앞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가장 큰 시련으로 이끌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