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 제 아내가 되어주세요.
EP.15

쿠닉
2026.08.05조회수 57
평소 같으면 주방에서 커피 향이 퍼지고, 성호가 아침을 준비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주방은 텅 비어 있었다.
성호는 밤새 거의 한숨도 자지 못한 얼굴로 식탁에 앉아 있었다.
잠시 후, 2층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여주가 내려왔다.
두 사람의 시선이 잠깐 마주쳤다.
하지만 여주가 먼저 눈을 피했다.
여주 "...좋은 아침이에요."
평소처럼 인사했지만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
성호 "...좋은 아침입니다."
그 뒤로는 아무 말도 이어지지 않았다.
여주는 우유 한 잔만 마신 뒤 가방을 챙겼다.
성호 "...아침 안 드십니까?"
여주 "입맛이 없어서요."
성호 "빵이라도..."
여주"괜찮아요."
괜찮다는 말.
평소에는 성호가 자주 하던 말이었다.
오늘은 여주가 하고 있었다.
현관문이 닫히고 집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성호는 식탁 위에 놓인 토스트를 한참 바라보다가 결국 손도 대지 못했다.
---
며칠 동안 두 사람은 같은 집에 살면서도 대화를 거의 하지 않았다.
출근 시간이 달라졌고, 퇴근 시간도 일부러 어긋나기 시작했다.
마주칠 일이 점점 줄어들었다.
김실장도 그 변화를 눈치챘다.
대표실.
김실장 "...대표님."
성호 "네."
김실장 "여주 씨와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성호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낮게 말했다.
성호 "...오해가 생겼습니다."
김실장 "푸시면 되지 않습니까."
"..."
성호 "그게 쉽지 않습니다. 말을 못 꺼내겠습니다."
김실장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김실장 "대표님."
"..."
"인생은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
"사랑도 그렇습니다."
성호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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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여주는 아버지 병원에 들렀다.
수술은 무사히 끝났고 회복도 순조로웠다.
아버지 "요즘 무슨 일 있냐?"
여주 "...왜?"
아버지 "웃는 얼굴이 없어."
여주는 애써 웃어 보였다.
여주 "피곤해서 그래."
아버지는 잠시 딸을 바라보다 조용히 말했다.
"사위랑 싸웠냐?"
순간 여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여주 "...아니."
아버지 "거짓말."
"..."
"네 얼굴은 아빠가 제일 잘 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참고 있던 감정이 울컥 올라왔다.
하지만 그녀는 끝내 웃으며 말했다.
여주 "...조금."
"갈등이 있었어."
아버지는 부드럽게 웃었다.
아버지 "좋아하는 사람끼리는 원래 싸우기도 하는 거야."
그 말에 여주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좋아하는 사람...'
이제는 그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
같은 시각.
성호는 퇴근길에 여주가 좋아했던 작은 베이커리에 들렀다.
성호 "식빵 하나랑..."
잠시 고민하던 그는 말을 이었다.
"...딸기 케이크도 주세요."
집에 돌아가면 사과부터 하려고 했다.
끝까지 말하지 못했던 진심도 전부 이야기할 생각이었다.
'계약을 끝내고 싶다는 건...'
'당신과 진짜 부부가 되고 싶다는 뜻이었다고.'
그렇게 마음을 굳히며 집으로 향했다.
---
하지만 신혼집에 도착한 순간.
성호의 발걸음이 멈췄다.
거실에는 캐리어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여주가 서 있었다.
성호의 얼굴이 굳었다.
성호 "...뭡니까."
여주는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여주 "...잠시 집을 나가 있으려고요."
"..."
성호 "언제까지 나가있을 겁니까?"
여주 "...생각을 좀 정리하고 싶어요."
성호는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
성호 "...안 됩니다."
"..."
"위험합니다."
"..."
"운학이가 아직 우릴 노리고 있습니다."
여주는 씁쓸하게 웃었다.
여주 "...대표님."
"..."
"어차피 곧 끝낼 계약이잖아요."
그 한마디에 성호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당장이라도 모든 걸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또다시 말이 목구멍에서 막혔다.
그 짧은 침묵을 여주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였다.
'맞구나.'
'붙잡을 생각도 없는 거구나.'
여주는 캐리어 손잡이를 잡았다.
여주 "...잠깐만 다녀올게요."
현관문이 열렸다.
닫히려는 순간.
성호는 본능적으로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성호 "...가지 마세요."
낮고 떨리는 목소리.
처음 듣는 간절함이었다.
여주는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성호의 손에는 그녀를 위해 사 온 작은 케이크 상자가 들려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서윤의 눈가가 붉어졌다.
하지만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의 손을 떼어냈다.
여주 "...죄송해요."
문이 닫혔다.
철컥.
집 안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성호는 한참 동안 현관 앞에 그대로 서 있었다.
손에는 아직도 케이크 상자가 들려 있었다.
그는 천천히 상자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처음으로.
자신의 늦어 버린 표현을 후회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