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 제 아내가 되어주세요.
EP.7

쿠닉
2026.07.25조회수 78
신혼집 생활에도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었다.
아침이면 먼저 일어난 성호가 간단한 아침 식사를 준비했고, 여주는 출근 준비를 하며 식탁에 마주 앉았다.
대화는 많지 않았다.
성호 "토스트 드시면 됩니다."
여주 "...감사합니다."
성호 "커피는 따뜻한 걸로 준비했습니다."
여주 "...네."
짧은 대화.
하지만 처음처럼 숨 막히게 어색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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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오후.
SH그룹 대표실.
김실장이 일정표를 들고 들어왔다.
김실장 "대표님."
성호 "말씀하세요."
"이번 주 금요일, SH그룹 창립 50주년 기념행사가 있습니다."
"..."
"회장님께서 아내분과 함께 참석하시라고 하셨습니다."
성호는 일정표를 바라보다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이제부터는 사람들 앞에서 '진짜 부부'처럼 행동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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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성호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퇴근했다.
거실에서는 여주가 소파에 앉아 디자인 공모전 자료를 보고 있었다.
여주 "어? 오늘 빨리 오셨네요."
성호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여주는 노트북을 덮었다.
성호는 맞은편에 앉아 차분하게 말했다.
성호 "모레 저녁."
여주 "네."
성호 "SH그룹 창립기념행사가 있습니다."
"..."
"같이 참석해 주셔야 합니다."
예상은 했지만 막상 들으니 긴장되는 말이었다.
여주 "...제가 가도 괜찮을까요?"
성호 "가셔야 합니다."
여주 "..."
성호 "모든 계열사 대표들과 기자들이 옵니다."
여주 "...기자도요?"
성호 "네."
순간 여주의 어깨가 살짝 굳었다.
성호는 그런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잠시 그녀를 바라보던 그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성호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제가 옆에 있겠습니다."
그 말은 아주 담담했지만 이상하게도 여주의 긴장을 조금 풀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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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전날.
김실장이 신혼집으로 찾아왔다.
양손에는 여러 벌의 드레스와 턱시도가 들려 있었다.
김실장 "여주 씨, 스타일리스트분들이 준비하셨습니다."
여주 "...이걸 다요?"
김실장 "네."
드레스만 다섯 벌.
구두도 여러 켤레.
악세서리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여주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드레스들을 바라봤다.
"이거... 엄청 비싸 보이는데..."
김실장 "대표님께서 직접 고르셨습니다."
여주 "...네?"
순간 여주는 성호를 돌아봤다.
성호는 아무렇지도 않게 신문을 넘기고 있었다.
여주 "...대표님이요?"
성호 "행사에 맞는 옷이 필요하니까요."
"..."
"어울릴 것 같아서 골랐습니다."
너무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바람에 오히려 여주가 더 당황했다.
'내가 어울릴 것 같아서... 골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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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당일.
호텔 연회장.
수많은 재계 인사들과 기자들이 모여 있었다.
검은 세단이 천천히 입구 앞에 멈췄다.
운전기사가 문을 열었다.
먼저 내린 성호는 반대편으로 돌아가 직접 문을 열어 주었다.
성호 "...조심하세요."
여주는 그의 손을 바라봤다.
잠시 망설이다가 손을 올렸다.
손끝이 닿는 순간.
성호는 자연스럽게 그녀를 부축했다.
여주 "감사합니다."
둘은 나란히 레드카펫을 걸었다.
그 순간.
찰칵!
찰칵!
수십 대의 카메라 플래시가 한꺼번에 터졌다.
"대표님! 이쪽 봐주세요!"
"아내분도 같이!"
"두 분 손 한번 잡아주세요!"
기자들의 외침이 쏟아졌다.
여주는 본능적으로 몸이 굳었다.
그런 그녀를 본 성호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성호 "...실례하겠습니다."
다음 순간.
성호는 여주의 손을 조심스럽게 감싸 쥐었다.
깍지를 끼지는 않았다.
그저 손을 부드럽게 잡아 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짧은 접촉만으로도 여주의 심장은 크게 뛰기 시작했다.
'...손.'
'잡았어.'
그녀는 애써 태연한 표정을 유지하려 했지만, 귀 끝은 어느새 붉게 물들어 있었다.
성호 역시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었다.
그러나 손끝으로 전해지는 여주의 떨림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손에 아주 조금 힘을 주었다.
'긴장했구나.'
그렇게 생각했을 뿐인데.
이상하게도 자신의 심장 박동도 평소보다 조금 빨라져 있었다.
기자들의 플래시가 계속 터졌다.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행사장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계약서에는 '필요한 상황에서는 부부처럼 행동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분명 지금은 그 조항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여주는 이상하게 손을 놓고 싶지 않았고.
성호 역시 행사장 안으로 들어설 때까지 그녀의 손을 놓지 못했다.
두 사람은 아직 깨닫지 못했다.
계약으로 시작된 첫 손잡기가, 서로의 마음에 아주 작은 변화를 남기고 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