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 제 아내가 되어주세요.

외전: 상혁이&재현이

임신 34주 차.

여주는 침대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배가 묵직했고, 밤에는 편하게 잠드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런 여주의 곁에는 성호가 있었다.

회사의 중요한 일정도 가능한 한 조정했다. 여주의 정기 검진이 있는 날이면 직접 운전했고, 의사가 설명하는 주의 사항은 빠짐없이 기록했다. 이미 아기 침대와 카시트까지 준비했지만, 성호는 준비가 끝났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못했다.

두 아이를 맞이하는 일은 물건을 갖추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호 "여주야, 허리 괜찮아?"

여주 "조금 뻐근해. 근데 아까보다는 나아."

성호 "베개 더 받쳐줄까?"

여주 "응. 하나만 더."

성호는 침대 옆에 놓아둔 베개를 가져와 여주의 허리 뒤에 조심스럽게 받쳐 주었다. 그러고는 그녀가 편하게 기대었는지 확인한 뒤 다시 옆에 앉았다.

여주는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두 사람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배 속의 아이들이 움직일 때마다 성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여주의 배로 향했다. 처음 태동을 느꼈던 날, 초음파 화면에서 두 아이의 심장 박동을 확인했던 날이 아직도 생생했다.

그때마다 성호는 기뻤고, 동시에 두려웠다.

자신이 누군가의 아빠가 된다는 사실이 아직 완전히 실감 나지 않았다.

여주 "성호야."

성호 "응."

여주 "우리 애들 태어나면 잘 키울 수 있겠지?"

성호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여주의 손을 만지작거리던 그는 솔직하게 말했다.

성호 "모르겠어."

여주가 고개를 들었다.

성호 "잘하고 싶어. 그런데 내가 아버지한테 받지 못했던 것들을 우리 애들한테는 어떻게 줘야 하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오랫동안 혼자 품어 온 고민이 담겨 있었다.

부모를 일찍 잃었던 성호에게 아버지라는 자리는 늘 그리움과 두려움이 함께하는 자리였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좋은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자신은 충분히 배워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 때면 막막해졌다.

여주는 그의 손을 꼭 잡았다.

여주 "당신이 어떤 아빠가 될지는 나도 아직 몰라."

성호 "..."

여주 "그런데 적어도 혼자서 다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마."

성호가 그녀를 바라봤다.

여주 "우리 둘이 같이 배우면 되잖아. 애들이 부모를 갖는 거나, 우리가 부모가 되는 거나 똑같이 처음이니까."

잠시 후 성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성호 "응. 같이 배우자."

그는 여주의 이마에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 배 위에 손을 올렸다.

성호 "재현아, 상혁아."

두 아이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한없이 다정했다.

성호 "아빠가 많이 기다리고 있어."

여주는 그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갰다.

---


한 주 뒤.

새벽 세 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여주는 잠에서 깼다.

처음에는 배가 묵직한 정도였다. 하지만 잠시 뒤 이상한 느낌이 다시 찾아왔다.

그녀는 침대 옆에서 자고 있는 성호를 조심스럽게 깨웠다.

여주 "성호야."

성호 "...응?"

여주 "나, 배가 좀 이상해."

성호는 곧바로 눈을 떴다.

성호 "어디 아파?"

여주 "배가 주기적으로 뭉치는 것 같아. 아까부터 계속 그래."

성호는 침대 옆에 놓아둔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미리 저장해 둔 병원 연락처를 확인하고, 여주가 알려 준 증상과 시간을 메모했다.

성호 "일단 병원에 연락하자. 내가 옆에 있을게."

그는 가방을 챙겼다. 여주를 부축해 차에 태운 뒤에, 운전하는 동안에도 병원과 계속 연락했다.

병원에 도착한 뒤 의료진의 안내에 따라 검사를 받았다.

얼마 후, 담당 의사가 두 사람에게 설명했다.

의사 "진통이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임신 주수가 이른 편이고 쌍둥이 임신인 만큼, 지금부터는 의료진이 상태를 확인하면서 분만을 준비하겠습니다."

성호는 여주의 손을 잡았다.

손바닥이 차가웠다.

여주 "...성호야."

성호 "응. 여기 있어."

여주 "나 조금 무서워."

성호는 그녀의 손을 두 손으로 감쌌다.

성호 "나도 무서워."

여주가 놀란 듯 그를 바라봤다.

성호 "절대 당신 혼자 무서워하게 두지는 않을게."

서윤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의료진의 설명을 들으며 분만을 준비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성호는 여주의 곁을 지켰다. 그녀가 힘들어할 때마다 손을 잡아 주었고, 의료진의 안내에 따라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도록 도왔다.

그리고 마침내,

첫 번째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뒤이어 두 번째 아이의 울음소리도 이어졌다.

성호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의료진 "첫째와 둘째 모두 태어났습니다. 지금 상태를 확인하고 있어요."

여주가 지친 얼굴로 눈물을 흘렸다.

여주 "...성호야."

성호는 대답하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는 여주의 손을 붙잡은 채 고개를 숙였다. 눈물이 손등 위로 떨어졌다.

잠시 후 의료진이 두 아이의 상태를 확인한 뒤 설명을 이어 갔다. 그들은 출생 직후 필요한 검사를 받기로 했다. 의료진은 두 아이의 호흡과 전반적인 상태를 살피며 앞으로의 처치를 안내했다.

성호는 그 설명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여주에게 돌아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성호 "여주야."

여주 "...응."

성호 "우리 아들들 태어났어."

그 말을 듣자 여주는 다시 눈물을 흘렸다.

여주 "정말... 우리 애들 태어난 거지?"

성호 "응, 재현이랑 상혁이."

"정말 고생했어. 고마워."

여주는 그의 손을 잡은 채 눈을 감았다.

긴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제, 두 사람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날이 생겼다.

그날 오후.

성호는 의료진의 안내에 따라 신생아실에서 두 아이를 처음 만났다.

작은 침대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첫째 상혁이는 눈을 감은 채 조용히 잠들어 있었고, 둘째 재현이는 작은 손을 움직이며 입술을 오물거렸다.

성호는 투명한 보육기 너머로 아이들을 바라봤다.

그토록 기다렸던 순간인데, 막상 마주하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성호 "...안녕."

그는 어색하게 웃었다.

성호 "아빠야."

대답은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지만 성호는 한참을 기다렸다.

그러다 재현이가 손가락을 조금 움직였다.

성호는 자신도 모르게 유리 너머로 손을 가져갔다.

성호: "재현아."

그리고 옆에 있는 아이를 바라봤다.

성호 "상혁아."

두 이름을 번갈아 부르던 성호의 눈가가 다시 붉어졌다.

성호 "아빠가 너희 많이 기다렸어."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성호 "앞으로 아빠가 모르는 것도 많을 거야. 실수도 할 거고."

"..."

"그래도 도망가지 않을게."

성호는 두 아이를 번갈아 바라봤다.

성호 "힘들 때도, 무서울 때도, 너희가 무슨 마음인지 잘 모를 때도 계속 옆에 있을게."

그는 조용히 웃었다.

성호 "그러니까 건강하게만 자라 줘."

신생아실에는 작은 숨소리와 의료기기의 규칙적인 소리만 들렸다.

성호는 한참 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그에게 가족은 한때 잃어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이 지켜야 할 존재가 되었다.

저녁.

성호는 여주의 병실로 돌아왔다.

여주는 침대에 기대어 쉬고 있었다.

여주 "애들 보고 왔어?"

성호 "응."

여주 "어때?"

성호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성호 "...작아."

여주가 웃음을 터뜨렸다.

여주 "그건 나도 알아."

성호 "아니, 진짜 작아."

그는 침대 옆에 앉았다.

성호 "상혁이는 조용히 자고 있었고, 재현이는 계속 입을 움직이더라."

여주 "벌써 성격이 다른가 봐."

성호 "그러게."

성호는 여주의 손을 잡았다.

여주 "당신 긴장 많이 했구나."

성호 "응."

그는 솔직하게 인정했다.

성호 "그런데 당신이 더 걱정됐어."

여주는 그의 손을 가만히 쓸어 주었다.

여주 "나 이제 괜찮아. 당신도 조금 쉬어."

성호 "조금 있다가."

"당신 자는 것까지만 보고."

여주는 부드럽게 웃었다.

여주 "성호야."

성호 "응."

여주 "우리 이제 진짜 부모다."

성호는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성호 "응."

그는 여주의 손에 입을 맞췄다.

성호 "잘해 보자. 우리."

그날 밤.

병실의 불이 어두워지고, 여주는 마침내 편안하게 잠들었다.

성호는 침대 옆 의자에 앉아 두 아이의 사진을 바라봤다.

사진 속 재현이와 상혁이는 서로 다른 표정으로 잠들어 있었다.

성호는 사진을 조심스럽게 휴대전화에 저장한 뒤, 서윤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계약으로 시작했던 결혼.

서로를 오해하고, 멀어지고, 다시 선택했던 시간.

그 모든 날이 있었기에 지금의 가족이 있었다.

성호는 잠든 여주를 바라보다가 아주 작게 속삭였다.

성호: "고마워, 여주야."

"..."

"나의 가족이 되어 줘서."

그는 다시 두 아이의 사진을 바라봤다.

성호 "상혁아, 재현아."

"..."

"아빠가 많이 사랑해."

창밖으로 새벽의 빛이 조금씩 번져 왔다.

이제 성호에게는 돌아갈 집이 있었다.

그 집에서 자신을 기다릴 세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계약서로 정해진 기한도, 헤어질 날을 세는 달력도 없었다.

그저 함께 살아갈 날들이 있었다.

김여주, 박성호. 그리고 두 아들 재현과 상혁.

네 식구는 그 어떠한 시간보다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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