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장마음. 나 기사 봤다”
“말투 왜 그러시죠, 친구님”
“마음 같아서는 너를 줘 패버리고 싶은데,
참고 있는 말투랍니다”
“크크크, 왜 나한테만 난리야”

“요번 수능 만점자가 너밖에 없으니까 그렇지!”
“기사 보고 전화한거야?”
“솔직히 말하면 심심해서.
대학 원서도 다 썼고,
대학 입학할때까지 난 백순데…”
“알바라도 하지 그러냐”
“와, 장마음 현실성 미친듯…?”
“열여덟 이전의 내 삶을 봐라. 그렇게 안 되겠냐.”
“아니 그래두…”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배려 넘치고 텐션 높다가 갑자기 다시 바닥인 건 집안 내력인 모양이다. 어쩜 이렇게 정한이 오빠랑 똑같니.
“놀러 갈래? 나도 요즘 백수이긴 한데.”
“응! 어디서 만날까?”
“플레디스에서 볼까? 버스 타면 10분 거리야”
“넌 지금 어디에 있는데?”
“빅히트. 그건 기사 안 나갔어? 나 빅히트 소속인데.”
“아, 내 귀.”
“야, 그럼 우리 방탄 오빠들도 보겠네?”
“아아… 너 아미야? 나 RM 선배님 본 적 있는데”

“…대박. 울 오빠도 나 방탄 못 만나게 하는데,
너 권력 남용 안 되냐?”
정연이 진짜 아미구나. 내 첫 여사친이 되어 내 이야기를 듣고도 떠나가지 않아주었던 그녀에게 그 정도는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 여쭤볼게. 안 될 수도 있다는 걸 잊지 마렴”
“키야~ 나 친구 잘 사귄 듯 싶다!”
“방탄 선배님들 때문만은 아니지?”
“야, 서운하게 왜 그러냐…
난 너 연예인 아니었을 때도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거든?”
“그럼… 플레디스에서 만날까?
나 너랑 가고 싶은 데 있거든”
“헉, 좋아. 그게 어딘지는 몰라도
평생 따라간다, 친구야”

플레디스 사옥에 도착했을 즘에는 살짝 해가 진 시점이었다.
초저녁에는 마치 나무가 타는 듯이 외로움을 남기는 냄새, 약간 습하고 달큰한, 그리고 어쩌면 깊은 향이 풍겼다.
“어, 마음 씨. 들어오셔도 되는데”
근데,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진짜 많이 봤는데 어디서 봤더라. 기억 못 하면 뭔가 되게 많이 죄송한데.
“감사해요. 근데 지금 정연이 기다리고 있어요…”
“정한 씨 여동생 분 말씀이시죠?
오시면 안으로 보낼게요.”
“배려 감사해요…”
“이렇게까지 예의 바를 줄은 몰랐는데…”
“네?”
“일단 들어가서 얘기해요.”
“네…”
“밖에 엄청 추워요. 어떻게 밖에서
기다릴 생각을 해요…”
“추위에는 익숙해요.”
“근데 제가 어디서 많이 봤거든요?
진짜 기억이 날랑말랑해요…
혹시 예상가시는 거 있으세요?”
“뉴이스트 JR이라고 합니다”

“죄송해요… 기억했어야하는 건데…”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나저나 정연이랑은 왜 만나려고 했어요?”
“귀걸이 사서 귀 뚫고 뮤지컬도 한 편 보게요…”
“어디 아파요? 왜 그래요…”
“그런 거 아니에요. 너무 죄송해서…”
“이렇게 미안해하는 것만으로도 저는 너무 감사해요.
진짜 괜찮으니까 너무 그러지 마요.
애들한테 들으니까
마음 씨는 당당한 게 더 매력적이에요.”
“세븐틴 오빠들이 대체 어떻게 말했으면 그래요…”
“뭐, 굉장히 예쁘시고 매력적이라고? 실물이 낫네요”
“칭찬 너무 감사해요.”
“성격, 애들이 말한 거랑 완전 똑같네요.
보기 좋아요”

“별말씀을요.”
“다른 소속사라도 친하게 지내요.
어차피 세븐틴이랑 같이 쭉 지낼 것 같은데…
오빠라고 불러도 되죠? 그것도 본명으로?”
“그럼 나도 마음이라고 부르면 되나?
보니까 디노랑 동갑이던데?”
“응! 마음이라고 불러줘!”
“나 플레디스 왔어. 너 종현이 오빠랑
안에 있다는데, 어디야?”
“응접실A? 거기인 거 같은데.”
“아, 바로 여기네. 곧 보자!”
“정연이?”

“네. 곧 온다네요.”
“아… 그럼 곧 가겠네.”
“네에… 우리 꼭 다음에 만나요.
이렇게 헤어지면 너무 아쉬워”
“이렇게 만난 것도 충격이었다, 마음아.
조금 놀려봤는데 네 반응이
너무 강렬해서 괜히 미안하네.”
“죄송한 건 이쪽이죠. 세븐틴 오빠랑 같은 소속사
가수인데 그것도 몰라뵙고…”
“다음에 알아보면 돼. 나 진짜 괜찮아.”
괜히 다시 죄송해했고, 다시 괜찮다는 말을 받았다. 종현이 오빠 말대로 우리 첫만남은 가히 인상적이었다. 죽어서도 까먹지 않을 정도로.
“찾았다, 장마음!”
“아, 종현이 오빠도 안녕~”
“마음 님은 제가 데리고 가겠습니당~
나중에 연락할게요, 오빠. 그럼 안뇽~”
“나중에 봬요, 오빠”
“너 뭐할건데? 나 왜 불렀어?”
“귀 뚫으려고”

“흐어… 야, 안 무섭냐?
나 뚫을 때 무서워서 진짜 죽을 것 같았는데”
“웬만한 두려움은 다 겪어봤다, 정연아.”
“암암, 네 경험에 비댈 바는 못 되지.”
“귀걸이부터 사야겠지?”
“삼성동에 귀 잘 뚫는 데 알아.
내가 거기서 뚫었거든.
귀걸이 예쁜 데도 알고. 피어싱도 뚫을 거야?”
“피어싱은 조금 더 생각해보고 하려고.”
“귀걸이부터 고르러 가볼까요~ 비싼 거 살거야?”
“넌 왜 당연히 비싼 거 살거라고 예상하냐.
나 부담스러워서 못 그러거든요”
“너 나중에 명품 모델해야하면 어떡할거야”
“야, 말도 안 되는 얘기하지 마.
내가 무슨 모델도 아닌데, 뭐”
“체, 될 수도 있는 거지.”
“귀걸이 사러 가는 거지?”

“응. 처음이니까 심플한 걸로 사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귀 뚫으면 며칠은
그것만 하고 있어야 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