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수꾼 공포증
음.. 어디부터 말해야하나.. 일단 나랑 석진이 오빠는, 반정부였어요. 이미 센터장님도 알고 있고, 이게 퍼진다 해도 거기 일곱명중 하나니까 어떻게든 잡아낼 수 있어서 하는 말이에요. 석진이 움찔하자, 먼저 가로채 말하는 여주였다.
우리 가족은, 아버지는 센티넬이시고 어머니는 가이드셨어요. 매우..화목했었죠. 석진오빠랑은 이웃이었어요. 평소에도 되게 잘 따랐고 오빠도 절 잘 챙겨줬어요. 정말.. 평화롭고 행복한 나날들만 계속 됐죠.
" 폭주입니다! "
텁- 한 남성이 뛰어가려던 여성을 잡았다. 둘 다 나이가 꽤나 있어보였고, 여성을 보는 눈엔 걱정이 한가득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남성의 손을 쳐낼수밖에 없었다. 센티넬에겐 가이드인 자신이 필요함을 알았고, 폭주중인 센티넬에게 도움을 주는게 자신의 일임을 뻔히 알았기에.
그녀의 어머니는 무려 S급의 대단한 가이드였지만 폭주한 센티넬은 SS급으로 그 차이가 꽤나 컸다. 그럼에도 가이드는 희귀했을 뿐더러 있어도 낮은 급이 대부분이었으니 S급 가이딩은 흔치 않았다. 그래서인지 처음 느껴보는 S급의 황홀한 가이딩에 근처에서 가이딩을 해주던 다른 가이드들을 제쳐두곤 그녀에게 달라붙어 가이딩을 흡수했다.
아니, 빨아들였다가 맞으려나. 정말 뱀파이어처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겠다는 듯이 센티넬의 몸이 그녀의 가이딩을 미친듯이 흡수힌고 있었다. 오히려 S급이지만 S 급에 버금갈 정도로 가이딩을 잘 하던 그녀도, SS급 앞에선 별거 아니었다.
무리함을 느낀 가이드가 센티넬을 밀어내려 했지만 이미 눈이 돌아버린 그가 그녀를 놔줄리 만무했다. 그렇게 여주는 1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센티넬 폭주에 휘말린 엄마를 잃었다. 그녀는 무모했다. 세상에도 몇 없는 S급 가이드라 다른 낮은 가이드들을 열명이고 스무명이고 잃어도, 캡슐이나 알약을 쓰더라도 폭주에 휘말리기 무섭다면 가지 않을 수 있었다. S등급만의 특권이었다. 하지만 남들 희생시키고 싶지 않다며 제 무덤을 스스로 파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선택이 하나뿐인 제 딸을 지옥에 몰아넣었다면, 그리고 그 사실 또한 그녀가 알게 됐다면. 그녀는 그 곳에 들어갔을까? 그랬다면 이 결말이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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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내를 잃은 후 그는 서서히 망가져갔다. 죽은 제 어머니 때문에 미쳐간 아버지가 불러일으킨 피해는, 오로지 그 딸만을 향해 그 딸에게 고스란히 내려갔다. 아빠는 항상 술을 마시며 그녀에게 폭력을 일삼았고, 그녀는 그걸 그 작은 몸으로 버텨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여주에게 힘이 된 건, 옆집 오빠인 석진의 작고 소중한 위로 뿐이었다.

" 너 괜찮아? "
내가 좀 잘 말해볼까? 푸슷- 웃음이 비집고 나왔다. 이 상황에 넌 속도 없이 그렇게 웃음이 나오냐는 석진의 꾸짖음에도 기분이 좋았다. 제 아무리 아빠가 폭력을 행사한데도, 더 이상 엄마를 보지 못한데도 석진의 작은 걱정 하나가 저가 살아있다는걸 깨닫게 해주었다. 엄마가 죽기 얼마 전 발현된 리커버리 능력이 맞고 또 맞아도 자신을 살려낸다는 절망적인 사실도, 아빠가 그런 자신을 알기에 더욱 더 심하게 때린다는 믿기지 않는 사실도. 석진의 작은 걱정과 위로가 있어 조금씩 극복해갔다.
가끔씩 저가 죽지 못하게 자꾸만 살려내는 리커버리가 싫고 삶이 무력하다고 느껴질 때면 이따금 일부러 훈련에서 다쳐와 치료해달라는 석진의 생채기를 없애며 고마워지기도 했다. 어느순간, 석진은 자기 자신에게 아빠가 되어 있었다. 친 아빠보다도 더 따르는 아빠. 그게 석진이었다.
그런 석진이 떠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정말 온 세상이 무너지는것만 같았다. 유일한 제 편이 사라지면 자신은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걸까. 하는 부정적인 생각만 들었다. 석진이 떠난 후 일주일쯤 지났을까, 여주의 능력이 또 한 번 발현되었다. 그게 바로 이그노얼이었다.
덕분에 아빠의 능력으로 아프지 않아도 됐지만, 여주는 더욱 고통스러웠다. 매일 밤 높은 능력에 비해 부족한 가이딩으로 헐떡였다. 매일 밤 예민해진 감각과 악몽에 시달려 점점 더 초최해져만 갔다. 아빠가 능력으로 공격할 때면 이그노얼이 튀어나왔고, 그에 짜증나 무력으로 공격할 때면 리커버리가 튀어나왔다. 원치 않아도 절로 튀어나오는 능력에, 이따금 괴로워질쯤이면, 아빠의 폭력이 끝났다.
그렇게 시달리다가 13살이 된 봄무렵, 미친듯이 아팠다. 며칠을 허덕이다 깨어난 후 마주한건, 몸에서 흐르는 가이딩의 기운.가이드로 발현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여주는 그저 갓 발현한 높은 등급 가이드. 줄줄 새어나가는 가이딩을 막을 수도, 조절할 수도 없었다. 결국 집안 가득 진득한 가이딩이 채워졌고, 센티넬인 그녀의 아버지가 그걸 못 느낄리 없었다.
발끝부터 찌릿찌릿하게 올라오는 황홀한 가이딩. 몸에 있던 피로가 싹 가시고 예민하던 감각들조차 조용히 잠드는 것만 같았다. 너무 황홀했다. 피부 전체로 스며드는듯한 가이딩. 이건 분명 방사 가이딩이었다. 아아, 방사 가이딩이 이렇게 좋으면 접촉 가이딩은 얼마나 좋을까?
방사 가이딩보다 접촉 가이딩이 좋은 이유는 방사 가이딩은 온 피부가 흡수하더라도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가이딩도 많을 뿐더러 조금조금씩밖에 흡수하지 못 하지만, 접촉 가이딩은 닿는 면적이 좁아 빠져나가는 가이딩도 얼마 되지 않고 그 좁은 면적을 통해 들어온 가이딩이 몸 구석구석을 훑고 지나가며 피로한 몸을 기분 좋게 꽉 채워주기 때문이었다.
간혹 낮은 등급의 센티넬이 높은 등급의 가이딩을 받으면 그 가이딩에 중독되어 다른 가이딩은 받지 못한다. 아니 받을 순 있지만 다른 가이드의 가이딩은 소모가 심하고 흡수도 잘 되지 않아 높은 등급의 가이딩을 받아야만 살 수 있다. 그마저도 황홀하기보단 억지로 무언갈 쑤셔 넣는다는 느낌이 들어 살기 힘들어진다.
하지만 이런 가이딩이라면 중독되어도 좋을것만 같았다. 오히려 가이딩 중독을 핑계삼아 제 옆에 꼭 붙여두고도 싶었다. 찌릿찌릿한 가이딩에 맞춰 발가락도 움츠러 들며 움찔댔다. 무언가 어색하면서도 익숙한 기분. 이 가이딩이 제 딸아이의 것이란걸 알기까진 얼마 걸리지 않았다.
남자의 눈이 밝게 빛났다. 요즘 가이딩도 부족하던 차에, 이게 무슨 횡제인가 싶었다. 그래. 여주의 어머니이자 그의 와이프였던 그녀가 죽은 후, 그는 여주를 한사코 제 딸로 본 적이 없었다. 물론 그 전까진 사랑하고 아끼는 딸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죽은 후부터 여주는 그저 거슬리는 존재일 뿐이었다.

덜컥- 방문이 열리고 시야에 들어찬건, 손목엔 100%로 빛나는 시계를 차곤 야망으로 가득찬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저의 아버지였다. 매우 역겨워 구역질이 날 것만 같았다. 평소 유리나 던지고 무력을 행사하던 저의 아버지는 어디로 간 것인가. 하나같이 마음에 안 들었다. 자신을 계속 고쳐주는 리커버리도, 쓸모 없는 이그노얼도, 이젠 폭주도 못 하게 만든 가이딩 조차도. 모조리 마음에 들진 않았다.
끔찍했다. 그냥 싫었다. 그동안 그렇게 때리고 미워했으면서 가이드로 발현한 이 시점에서야 화가 누그러진 저의 아버지를 보며 지금 제 몸에서 흐르는 그와 같은 피 또한 역겨웠다. 그냥 이대로 다 그만하고 싶어.. 그냥, 제 아버지가 저런 욕망덩어리라는것 자체도 믿기지 않았고 그동안 행복했던 과거가 한 줌의 신기루가 되어 날아가는 것만 같았다. 다 싫었다. 모조리 지겨웠다.
아빠가 천천히 다가왔다. 오지마. 저리가. 가란 말이야. 속으로 미친듯이 외쳤지만 입 밖으로 소리가 새어나오지 않았다. 싫어. 싫다고.. 아무리 외쳐도 아빠는 듣지 못 했다. 실제 입밖으로 나온 소리는 아니었기에... 아니, 애초에 큰 소리로 외쳤다해도.. 아빠가 들었을까? 저렇게 눈을 까뒤집고 있는 아빠가?
표정이 점점 절망적으로 변해갔다. 가이딩으로 인한 위협이 느껴지자, 자신도 모르게 가이딩을 걸어잠궜다. 그러자 아빠가 입맛을 다시며 아쉬운듯한 표정을 했다. 하지만 이내 아쉬운듯한 그 표정또한 지우고 욕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점점 다가왔다.
본능적으로 피했다. 손을 뒤로 내빼곤 물러섰다. 싫어. 이렇게 순결을 뺏길 순 없어.. 머릿 속이 하얘지는것만 같았다. 천천히 뒤로 무르는 와중에도 보이는 저 욕심스러운 표정에, 온 몸이 꽁꽁 묶인듯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등에 식은땀이 흐르며 등골이 서늘해져 소름이 돋았다. 저건.. 내가 알던 아빠가 아니야.
" 이리 와. 착하지? "
" 시, 싫어.. 진짜.. 싫어... "
" 싫어? "
" !!!... "
살살 웃으면서 굴리더니 싫다고 하자 갑자기 차게 식는 그의 표정에, 정말 두꺼운 체인에라도 묶인것처럼 몸이 굳었다. 피식- 웃고선 천천히 다가오는 그 인영에 정신을 차리고 또 한 번 뒤로 무르려고 손을 뻗었을까, 손 끝에 닿는 단단한 촉감이 정말 그녀를 미치게 만들었다.
그래. 이젠 정말 궁지에 몰린 생쥐꼴이었다. 더는 도망칠 공간따위 없었다. 더는 어찌할 방도도 없었다. 계속되는 반항아닌 반항에 이미 싹 굳은 표정이, 과거를 연상케 했다. 뭐 그래봤자 불과 서너흘 전이었던. 기억 속에선 매일 같던 레퍼토리가 재생되었다.
아빠가 쓴 능력이 빠른 속도로 날아오면, 그걸 막아주는 이그노얼. 그러면 또 화가 나 무엇이든 집히는걸 던지겠지. 가만히 있다가 옆에서 울긋불긋 화가 올라온 아빠의 손에 잡힌 유리컵이 산산조각 나 뽀얀 속살을 파고 들어가면, 그 상처로 삐질삐질 빠져나온 핏방울이 옷에 흡수된다.
아악!! 귓속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비명소리에 인상을 구긴 아빠가 그대로 발길질을 하면, 핏줄 중에서도 얇은 모세혈관들이 여기저기 터져 불긋한 멍자국을 만들어낸다. 그러면 또한 리커버리 능력이 저 혼자 툭 튀어나와 빠르게 상처를 치료해낸다. 그렇게 한참을 구타당하다 아빠가 지쳐 나가면, 원치도 않고 써진 능력에 가이딩만 빠져나가 한참 헐떡이는 여주다. 곧 폭주 전조 증상이 나타나겠구나, 싶으면 또 반정부에서 가이드들을 보낸다. 아무리 그래도 이그노얼에 리커버리면, 폭주가 터졌을 때 곤란하기에.
문득문득 생각나는 생활에 몸이 움찔거리며 움츠러들었다. 저도 모르게 슬쩍슬쩍 눈치를 보며 떨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저가 싫었다. 아빠는 티가 나는듯 안 나는듯 조금씩 떠는 여주를 알아본 듯 입꼬리를 올려 피식- 웃었다. 예쁘게 활짝 웃는게 아니라 입꼬리만 살짝 비뚜름하게 올린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 너무 무서워하진 마. 분명 너도 좋아할거야. "
" 아, 아니.. "
" 왜 자꾸 피해? 기분 좋게 해준다니까? "
" 시, 싫.. "
" 아, 시발. 존나 비싸게 구네; 너도 막상 하고나면 좋다고 더 해달라고 할 거 아니야? "
" 안 그래요.. "
" 그걸 어떻게 아는데? 해봐야 아는거지. "
" 싫어... 진짜로., "
" 그래도 딴놈보단 아빠한테 배우는게 낫잖아? 이건 어떻게 하는거고 어떤 기분이다. 이런건 알아야 나중에 할 때 좋지. "
" 시, 싫어요!.. 오지 마세요!! "
" 왜 이래~ 처음이니까 살살 해줄게~ "
" 하, 하지 ㅁ... 꺅!! "
좀 닥쳐. 봐주는건 여기까지야. 아빠가 순식간에 여주의 머리채를 휘어잡으며 말했다. 두피가 벗겨질것만 같았다. 조금 부스스 했지만 결이 좋게 잘 정리되어 있던 머릿카락은 금새 두꺼운 손에 엮여 엉켜버렸다. 저절로 허리가 굽혀지고, 자유분방하던 두 손은 자연스럽게 머리를 향했다.
" 아아악!! 아ㅍ, 아파요!! 놔 주세요, 제발!! "
" 닥쳐! 넌 그냥 가이딩하는거 뿐이야.. 가이드는 가이딩을 해야지? "
" 시, 싫ㅇ... "
거칠게 맞닿아오는 입술에 뒷말이 같이 삼켜졌다. ...더러워, 진짜.. 구역질이 나올것만 같았다. 입술이 닿는 순간부터 저 자신이 더럽다고 느껴졌다. 언제부턴가 저의 존재란 것을 슬금슬금 깎고 있었다. 눈에선 눈물이 흘렀고, 열심히 발버둥을 쳐 봤지만, 13살 소녀가 성인 남성을 이길 수 있을리 없었다.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무서웠다. 그럼에도 이렇게 눈물만 떨구고 있을 수 밖에 없다는 현실에 더더욱 무너져 내렸다. 제 첫경험을 끔찍이도 싫은 아빠에게 버리고 싶지 않았다. 겨우 13살의 어린 소녀는, 너무 이른 나이에 저 스스로 무력함을 느꼈다.
입술이 떨어지고, 더러운 손길이 느껴졌다. 성장기가 지나 사춘기가 찾아오며 약간 볼륨감이 생긴 가슴 위로 진득한 손길이 스쳐 지나가 군살 하나 없는 배 위로 안착했다. 무거운 성인 남성의 손길이 느껴지자, 공포는 이루 말할 수 없을만큼 몰려왔다.
스윽- 아빠의 한 손이 치마를 잡고 위로 올렸다. 두려움에 벌벌 떨고있던 그 때, 삐빅- 하며 아빠의 워치가 울렸다. 현장 투입 명이었다. 그가 작게 욕을 읊조리곤 머리를 털며 나갔다.

아빠가 집을 나가자 마자 자리를 박차고 나와 보스를 찾은 여주. 처음부터 끝까지 풀어말했지만, 보스는 결코 들어줄 마음이 없었다. 그건 그저 각자의 사정이었고, 그 개인의 사정 때문에 꽤나 쓸모있는 그녀의 아버지를 내보낼 수 없었다.
여주는 배신감에 치를 떨며 집에 들어와 자신의 짐을 간단하게 꾸려 먹을 것을 조금 챙겨 반정부를 빠져나왔다. 그러곤 무작정 달렸다. 달리고 또 달렸다. 아빠가 어디 있을지, 들키면 어떻게 될지 가늠되지도 않았고 생각하기도 싫었다.
한참 달리다보니 앞을 못 보고 오던 사람과 부딫혀버렸다. 상대는 성인 남성이었는데, 자신과 부딫혀 튕겨져나가는 작고 외소한 몸집의 여주의 팔을 잡아주었다. 그러곤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려보이는데 이곳까지는 무슨일로 온 거니? 혹시 길을 잃어버렸니? 다정한 음성에 이러면 안된다는걸 알면서도 버릇없이 그의 바지 밑단을 잡고 애원해버렸다. 그 때는 그만큼 시급했었다.
반정부는 아닐까? 하는 의심은 애초에 하지도 않았고, 할 필요도 없었다. 남들을 괴롭히는 반정부라도 같은 동료로써 서롤 의지하고 사이좋게 지내왔기에 반정부였다면 알아봤을 것이었다. 반정부의 모습은 센터와는 상반되었다. 센터가 작은 나라라면, 반정부는 큰 마을이었다. 회의도 하고 여러가지 일도 하는 크고 작은 본사, 부사를 중심으로 저택들과 여러 편의 시설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리고 반정부는 그렇게 크지 않았기에 서로의 이름, 얼굴, 사정까지 모조리 알고 있었다. - 대충 사극에서 나오는 조선시대 이웃들 관계 정도로 생각하면 될 거 같다. - 평소 옆집 아주머니나 앞 집 할아버지가 엄마를 잃고 정신이 나간 아빠를 안쓰럽게 보고 그에 피해받는 여주를 가엽게 여겨 많이 챙겨주신다면 말 다 했다고 본다.
그렇기에 자신이 모르고 자신을 모르는 그 남자를 따라갈 수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이.. 바로 이 곳. 센터였다. 그 날 여주를 거두어준 것 또한 센터장이었다. 사실상 반정부군은 문명이 그리 크게 발전하지 못 해 이렇게 높은 건물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되게 신기하고 어색했다.
센터장을 따라 들어간 센터장실. 그곳에서 여주는 모든걸 말할수밖에 없었고, 여주의 이야길 들은 센터장이 그런 여주를 가엽게 여겨 거두어주었다. 조금 더 솔직히는 여주의 능력이 너무 독보적이라 거의 방치하다싶이 둘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주는 그것뿐으로도 너무 감사하고 좋았다.
그 후로 가끔 악몽에 시달린 여주였지만 그럴 때 마다 가족같은 석진의 걱정과 은인이나 다름없는 센터장의 배려를 생각하며 하루하루 버텨갔다. 그러다가 결국 이 팀에 들어오게 되어 만난게 전보다 뚜렷해진 이목구비지만 확실히 알아볼 수 있는 석진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
" ...여기까지가 제 이야기에요. "

" 김여주, 너.. "
"..... "

" 나, 난.. 그것도 모르고... "
잔뜩 정색을 하고 여주를 보는 석진과, 이젠 아예 티슈까지 뽑아들고 우는 정국을 시작으로 다들 멍해져 있던 표정을 풀며 조금씩 진지해져갔다. 무언가 아플건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줄은 몰랐다. 태형 또한 대충대충 본 내용이었지, 이렇게 자세한 내막은 처음이었다.

" 이제까지 그 아픔을 너 혼자만 품고 있었던거야? "

" 13살.. 너무 어리잖아.. "

" 미친새끼 아니야? "

" ..지금도 어린나이 아닌가. "
" 아, 그게... "
여주가 당황했지만, 그들은 나름대로 차올라오는 화를 진정시키느라 애쓰고 있었다. 자신들도 지금 당장이라도 박차고 나가 이 작고 여린 아이에게 상처를 준 그를 찾아 찢어발기고 싶은거 겨우 참고 있었는데, 그 일의 당사자이자 저들보다 작고 여린 새 멤버인 여주가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시큰둥하고 담담하게 얘기하자 더더욱 가슴이 아픈것만 같았다. 그런 와중에도 희연은 스포트라이트가 자신이 아닌 여주를 향하는 것 같아 화만 났다.

" 그럼 혹시 등급은 어떻게 되시죠? "
이렇게 모든게 밝혀진 이상, 더는 숨길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이런 상황에 무드없다, 어떻게 이런말을 할 수 있냐?라 한다면 한 말은 없다. 하지만 누군가는 꺼내야 할 문제였다. 그게 리더인 남준의 역할이었다. 그는 팀을 위해 사사로운 감정에 목 매달아선 안 됐다.
" 아, 그건 아직.. "
" 그럼 재보러 가죠. "
희연은 불안해졌다. 만약 그녀가 자신보다 뛰어나다면, 자신은 이 팀에서 없는 사람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어차피 등급을 보긴 해야했다. 그동안 베일에 꽁꽁 감싸져 있던 사실들이 하나 둘씩 수면위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오늘은 진짜 길죠?! 힘들었서요...
글구 빨리 왔져?!
이거 사실 전편 올리자마자 쓰기 시작해서
서너흘? 만에 완성한건데.. 칭찬해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