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몰입 장인의 짧글

재회의 미학






진짜 더럽게 쫑났으면 말도 못한다. 애시당초 안줏거리로 전애인 얘기 늘어놓으며 마디마디 갈라 씹어대는 것도 다 애정이 베이스라는 소리다. 걔가 참 잘생겼고, 그땐 되게 잘해줬었고, 분명 평생을 약속했는데 어쩌고저쩌고. 같은 과 동기의 한맺힌 주정을 듣고 있자니 김여주는 안 그래도 텅 빈 머리 청소기로 한 번 더 돌려진 기분이다. 안 궁금해. 안 물어봤어. 마주 앉아 내리 펑펑 우는 친구에겐 속좁고 미안한 말이지만 여주는 기분이 딱 그래. 술 마시는 건 좋다 이거야, 근데 왜 타인의 이별 후유증까지 저가 감당해야 하는지.





"지금 전화하면··· 끅. 영민이가 받아주까?"

"안 돼 안 돼. 내려 놔."





그건 절대 안 될 레파토리다. 슬금슬금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려는 기색이 있길래 손등을 가볍게 탁 쳐준다. 동기가 시무룩해졌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은 법, 너는 필히 이날의 나를 두고두고 감사해할 것이니라. 다소 거만한 표정을 내보인 여주가 여즉 훌쩍이는 그녀의 등을 톡톡. 영만이보다 좋은 남자 널렸다 야. 저어기 테이블만 봐도,





"영민인데···"

"··· 어어, 그래 영민이."





소심한 정정 뒤에 약간의 침묵이 잇따랐다.

아무튼 여주는 구질구질해지지 말자는 주의다. 평생 갈 인연이었음 그렇게 안 끝났고, 날을 새고 몇 날 며칠을 통곡해봐야 떠난 놈은 일절 모른다. 게다가 술도 안 마시는 얘가 꽐라 될만치 들이붓는 정도면 미련이라는 게 얼마나 해로운지 증명된 격이다. 감정적으로는 물론 신체적으로도 패배다. 그러니 내가 김석진을 잊은 건···





"··· 아씨, 방금 또 생각났네."





취소. 아직 못 잊었다. 어쨌든 잊을 예정이다. 김 뭐시기 이름 석 자를 되뇌일 때면 스트레스가 간헐적으로 재발하는데, 그러한 연유로 여주의 꽉 채워진 술잔이 대번에 동났다. 앞자리 동기는 전화전화 그렇게 노래를 부르더니 한계에 다다랐는지 테이블에 엎어져 코를 곤다.

쓰흡. 코골이 소리를 배경음 삼아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후우. 다시 내쉰 바람에 은은한 소주 향과 함께 변명이 묻어난다. 못 한 게 아냐. 안 한 거지. 자기합리화 뒤에 숨으면 마음은 참 편하다. 참 편한데··· 사람이 좀 찌질해지는 것뿐. 세상 쿨한 척 조언이란 조언은 다 해놓고 당사자가 이 꼬라지인 데엔 분명 모순이 있다. 여주는 정말 이 시대의 쿨녀야! 라며 그녀의 사이다적인 언변을 거쳐간 수많은 연애 상담 피해자들이 알면 땅을 치고 기함할 일이다. 사기지 사기.





"······."





그래서 말야, 김여주는 자기가 무슨 벌이라도 받은 줄 알았다. 제 앞에 앉아 있는 김석진을 보고.





정확히는, 소개팅 자리에서 다시 만난 김석진을 보고.










재회의 미학











"왜."

"뭐."

"왜 쳐다보냐고."

"하다하다 쳐다보는 것도 문제네. 그래, 안 볼게."

"······."





주최자를 저주한다. 전남친 좀 잊어보겠답시고 나온 곳에 전남친이 있는 건 무슨 개같은 경우인가요? 상대 이름도 꼭꼭 잠궈두고 그냥 화양대생이란 사실만 터놓은 이유가 있었다. 동동이 새끼. 만나면 온몸을 불사질러주마. 여주는 불쾌한 티를 구태여 덜지도 않고 오히려 팍팍 뿜어댔다. 테이블 바로 맞은편에 앉은 김석진은 저가 극딜을 맞는 와중에도 야무지게 치즈케이크를 한 입 떠먹는다. 저 오물오물하는 도톰한 입술이 그리도 예뻐보일 적이 있었다. 다 옛말이지만.

김여주는 왜 근 1년간 쥐죽은 듯 조용했던 석진이 지금에서야 제 앞에 나타났는가에 대한 진중한 고찰을 두뇌에 요해본다. 우연히? 아니다. 우연 치고는 저 새끼 너무 담담해. 원래 알고 있었던 것마냥. 그럼 일부러? 굳이 나를 만나서 김석진이 보는 이득이 있나? 서로 기분만 죽도록 나쁠 텐데. 그쯤 돼서야 여주는 아, 꼬아둔 다리를 확 풀어내며 깨달음을 얻는다.





"너 나 짜증나게 하려 나왔지? 기분 잡치게 하려고."

"망상이 심하네."

"그럴 만해서 하는 소리야."

"나도 사기당했는데. 불어과라고 해서 김여주는 아니겠다 했더니,"





석진이 여주를 대강 흘겨본다.





"전과는 언제 했나 몰라."

"······."





야이씨 너 그거 무슨 의미냐? 석진의 말마따나 저번 학년에 전과 신청을 넣었던 여주가 노발대발 소리쳤다. 왠지 끈기 없는 놈 취급하는 것 같아서 화가 난 거다. 나도 너 마음에 안 들어. 짜증나. 여기 나올 인간 김석진인 거 알았으면 당장에라도 바람 맞혔어! 석진은 그런 여주를 가만히 응시하다 케이크를 입에 넣었던 포크를 탁 내려놓는다. 그래. 싫으면 먼저 가든가. 그러면서 저는 덤덤하다 못해 현자의 태도로 테이블에 놓인 아메리카노나 홀짝홀짝 마시기 시작하는데, 왜인지 자리 박차고 나가려는 그녀의 의지가 대폭 감소하는 것이다. 여주는 생각했다. 좀··· 열받네? 둘은 사귈 당시도 기싸움이 오질나게 심했다. 한 놈이 울기 전엔 절대 못 져줘, 그게 설령 저가 제일 사랑하는 애인이라도 말이다. 그래서 안다. 먼저 가라는 속뜻은 쫄리면 꺼지라는 거다. 질 수 없는 김여주는 눈을 부릅 뜬다.





"안 가."

"안 가?"

"내가 왜 가?"

"그럼 가지 마."





어. 그래. 그렇게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고 마는 천성의 남녀는 고대로 데이트까지 스트레이트로. 카페에서 안부인사를 빙자한 음료 마시기에 열중하고, 쓸데없이 준비성 철저한 김석진의 권유대로 인스타 인간들의 성지인 파스타집도 가보고, 그 자리서 크림 파스타 한 입씩 먹을 때마다 여주는 저가 왜 이 엿같은 만남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는지 진심으로 고민했으나 입에 넣은 게 너무 맛있어서 생각은 단 3초내로 그쳤다. 음식 고르는 재주는 탁월해. 사귈 때 맛집이란 맛집은 도장 다 깨고 다녔는데··· 아 또또. 목이 타서 옆에 놓인 콜라를 벌컥벌컥 마신다. 오늘은 물배만 죽도록 채우고 갈 예정임이 분명하다. 앞에 마주앉은 석진은 어색하지도 않은지 아님 필사적으로 그런 척을 하는 건지 상대는 기를 써서 끊으려 하는 대화를 말꼬리를 잡아잡아 기어코 늘여낸다.





"요즘 날씨 춥지?"

"아니."

"네가 둔해서 못 느끼는 거야. 따뜻하게 입고 다녀."

"어."

"머리 자른 줄은 몰랐네. 요새 학교에서 잘 안 보여서. 강의실 한 번 겹칠만도 한데, 그치."

"······."





김석진 이 새끼··· 나를 말려죽일 작정인가? 우리가 정답게 근황토크나 하고 있을 사이냔 말이다. 여주는 앞도 못 보고 파스타 위 베이컨이나 콕콕 찔러 괴롭힌다. 못 만난 게 당연하지. 피해다녔으니까. 언제부턴가 익숙한 뒷통수가 뵈면 뒤로 돌려 냅다 후진하는 게 습관이 됐다. 혹여나 마주치면 또 뻘쭘하고, 굳이 사서 어색함을 꾸려낼 이유는 없고, 무엇보다 누군 아직 마음이 안 떨쳐져 반강제 열녀 생활을 실천 중인데 재수없게 지 여동기들한테 둘러싸여 하하호호 있는 꼴이 속에서 끓어오르는 쌍욕을 유발했다. 질투도 아니었다. 그냥 전의상실.





"안 먹어?"

"야."

"응."





여주는 먹다 말고 진심으로 묻는다. 궁금해서.





"너 진짜 왜 그러냐."

"뭘 그래?"

"진짜 모르겠어?"

"응."

"하, 됐다."





암만 봐도 척이 아니라 진짜 모르는 눈치라 맥이 탁 풀린다. 말해봤자 하등 쓸모없다. 어차피 석진은 원체 성격이 유하고 뻔뻔하고 다정하고 그랬으니 전애인 앞에서 옷 따뜻하게 입어라 따위의 걱정은 아무것도 아닌 거다. 최소한의 예의. 그거에 심장 떨리면 이상한 거고, 떨린 여주 본인이 일순 비참하지는 건 당연한 인과다. 석진은 여주가 홀로 고뇌하건 어쩌건 별다른 반응도 없이 눈 앞에 티슈를 쑥 건넨다. 제 오른쪽 입꼬리를 툭툭 치며, 여기 뭐 묻었다. 여주는 그제야 생각을 끊고 흠칫 놀라 받아든다. 수치스럽다. 여러모로.





"한 잔 할래?"

"진짜 돌았니?"

"내일 강의 없잖아."

"없긴 한··· 아니, 내 시간표는 어떻게 아는데?"





파스타집 문을 막 열고 나온 석진은 저가 계산한 카드를 지갑에 구겨넣는다. 그냥 그럴 것 같았어. 왜. 수상스럽게 행동한 건 자긴데 되려 새침하게 구는 꼴이 묘하게 거슬린다. 딴지 걸 기력도 없어 여주는 침묵으로 수긍을 표했다. 술, 술이라. 다 떨어진 해를 슥 한 번 올려다 보고 김석진과 저가 단둘이 술잔을 기울여본 게 당최 얼마만인지 되짚는다. 꽤 됐다. 나란히 걷던 석진을 멍하게 쳐다봤다. 얘는 정말 생각이 없나? 욕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의 뜻. 아무리 무딘 인간이어도 최소한 끝이 안 좋았던 사람을 면전에 두고 저리 덤덤할 순 없는 거다. 무슨 동네 친구 만난 것 같잖아. 캠퍼스 운동장 앞 포장마차의 비닐 입구를 손을 들출 때까지도 대화는 간간이 이어졌다. 몇 분 뒤, 노상테이블 위로 소주잔이 탁.





"지독해."





그러자 김석진은 고개를 갸웃.





"술이?"

"아니 니가."

"취했네."

"······."

"김여주?"

"이렇게까지 오기 부리고 싶냐고."





석진은 소주를 따르며 반문했다. 오기? 무슨 말이야. 아까부터 알면서도 일부러 아닌 척 구는 건지··· 여주가 딴엔 매섭게 눈빛을 쏘아댔다. 도로 고개를 숙이자 앞머리가 눈을 푹 가렸다. 씨이··· 짜증나. 벌써부터 취한 노릇인지 말이 막 필터없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이건 고의가 아니다. 정말, 술기운에.





"솔직히 말해. 니 잘난 여사친들이 안 놀아줘서 심심하냐? 그래서 만만한 나 갖고 노는 거지?"

"뭐? 갑자기 무슨···"





아무 시그널 없이 저 혼자 서러운 감정을 아주 막 분출하니까는 김석진이 당황한다. 내내 무심했던 놈이 어쩔 줄을 몰라 눈을 끔벅끔벅 뜨는 거. 그 꼴이 더 화가 나. 나만 이러는 것 같아서. 맘고생이란 고생은 죄다 나만.







"아 됐어. 오늘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잘 놀았네. 끝. 이제 그만."

"······."

"몰랐나 본데, 나도 너 잊으려고 되게 많이 노력하거든. 이제 거의 막바지라서 자꾸 그렇게 찔러대도 뭐 안 나와. 구질구질하게 너 안 잡을 거야."

"······."

"김석진."





독설하는 주제에 지가 반쯤은 울먹인다.





"나 진짜··· 최선을 다해서 너 잊는 중이라고."





훌쩍. 후련털털하게 말은 했지만서도 눈끝이 슬슬 시려오는 건 불가피한 처사다. 여주는 말해놓고 너무 찌질해서 외려 자기가 다 놀랐다. 그 때문인지 나올락 하던 눈물이 금방이나마 쏙 들어간다. 반면 석진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요지부동. 들고 있던 소주병까지 허공에 멈춘 게 아주 그대로라서 옆에 분주히 서빙 다니시는 아줌마만 없었어도 세상이 정지한 줄로만 알았을 거다. 김여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갑에서 술값보다 넉넉한 오만 원을 꺼내 테이블에 턱 내려놓는다. 갈게. 모든 걸 홀랑 쏟아부어버린 자의 도망에 가까운 움직임이 서둘러 입구를 향한다. 술 몇 잔 하지도 않았는데 양볼이 터지기 직전이다.





"아··· 뭐 하냐 나."





쪽팔려서. 너무 쪽팔려서 숨고 싶다.





"하아······."





포장마차 나와서 바로 그 옆 골목에 주저앉았다. 추태다, 추태야. 그저 나랑 다시 만나달라고 바짓가랑이 부여잡는 행위만이 진상짓이 아닌 거다. 애당초 김석진이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살벌하게 쏘아붙였는지··· 골목길 담벼락에 등허리를 말아내리면서도 후회가 불어났다. 솔직히 보고 싶었던 거 티 안내려고 종일 틱틱대고 짜증내고 했다. 그럼에도 제 대인배 같은 맘으로 그거 다 받아주니까 더 화가 나서. 멍청하고 상병신 같은 역할은 죄 본인이 맡는 것 같아서. 이게 다 팩트라서, 그래서 존나 분하다. 여주는 무릎을 감싸던 팔을 도로 들어 제 뺨을 짝짝 쳤다. 정신차려! 주정 그만 부리고 집 가! 꽤 센 타격을 맞은 순간에 눈이 딱 뜨였다. 아이고 아파라··· 신음하며 아까 전보다 배로 뻘겋게 부운 얼굴로 벌떡 일어났는데.





"······."

"··· 너?"





김석진? 쟤가 왜 여기에.





아니··· 언제부터? 내가 입밖으로 낸 게 있었나? 있었으면 다 들었나? 다 들었으면? 나 쪽팔려서 어떻게 살지? 와 김여주 차라리 그냥 죽어라. 이까지가 근 1초동안 미동도 않고 팽팽 돌아간 사고회로. 그리고 맥없이 바로 뚝하고 끊겼다.





안아서.





김석진이, 김여주 꼭 껴안아서.





"싫으면 욕해."

"······."

"뺨 때리고 가도 돼."

"······."

"나 지금 좀··· 적당히 미친 것 같으니까."





김여주는 1차로 당황. 그리고 2차로 황당. 내가 진짜 때리고 가면 어쩌려고 저래. 무슨 자신감이야 저거. 말과 다르게 행동은 내내 얌전하다. 틈을 비집고 한 줄기 뻗어나오는 가로등 빛이 쨍했다. 골목길 안에서 얌전히 서로에게 안긴 두 남녀. 남자가 말한다.





"알고 나왔어. 소개팅. 동석이가 마침 너 소개시켜주더라. 걔는 우리 사귄 줄도 몰라."

"··· 너, 너 맞지?! 알고 나왔지!"

"응."





아씨 동동이 새끼! 여주의 어깨를 잡고 잠깐 떨어뜨린다. 마주본 눈가가 빨갛다. 당황스럽게.





"다른 맘 아냐. 그냥···"

"······."

"그냥 보고 싶어서 그랬어. 밥이라도 같이 먹고 보내려고."

"······."

"술은 솔직히 욕심 맞고."





있다 보니까 더 같이 있고 싶더라. 추했으면 미안. 여주는 석진이 보기 드문 착한 성정의 소유자인 건 알았으나 이렇게까지 한 구석이 진지한 사람인 줄은 몰랐다. 단면의 폐해. 석진은 저만치 쿨하지 못한 사람이었고, 찌질한 반대쪽의 모습이 존재했다. 그게 위안이었다. 여주는 벙찐 얼굴로 목석처럼 서 있었다. 김석진이 또 끌어안았다. 몇 번을 안는 거야. 속으로 툴툴대면서도 왠지 코가 찡하다.





"나는 너 싫을까 봐 연락도 안 하고 그랬는데···"

"어··· 뭐?"

"너 질척대는 거 싫어하잖아. 아니, 여자들 다 그렇대. 새벽에 자냐고 묻는 거 진짜 질색이래."

"······."





그럼··· 연락 한 통 없던 이유가 이거? 아, 이거였다고. 여주는 꽤나 큰 충격이다. 여지껏 의도친 않았으나 김석진의 뒷모습만 줄창 보게 된 입장으로서, 나 없이도 인스타 잘만 올리고 프사도 잘만 바꾸고 심지어 혈색도 좋아서 '너 없이도 졸라 행복하다' 라는 구절을 몸소 실천 중인 줄만 알았다. 본인은 헤어지고 나서 알림 울릴 때마다 냅다 발신인 먼저 확인하는 게 습관 됐는데. 화는 나지만 화를 내기에 뭐한 상황. 무식한 배려가 불러일으킨 참사라 정의할 수 있겠다. 그게 또 싫지만은 않아서 또 한 번 투정을 부리는 거다.





"··· 그런 거 누가 가르쳐줬는데."





석진이 움찔했다.





"여자 동기들···"





어이없어서 픽. 바람 빠진 소리가 났다.





"너 걔네랑 연애했냐 나랑 연애했냐."

"나 너 때문에 처음 말 붙인 거야. 여주 너한테 직접 물어볼 순 없잖아···"

"··· 그건 그렇네."





묘하게 설득당한다. 논리적이야. 그리고 가만히 듣다 보니 자꾸 말끝도 흐리는 게 귀여워. 엔간히 취한 거 사랑스럽다. 의식의 흐름을 슬렁슬렁 타다 보니 여주는 저가 정녕 미쳐버린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가만히 안겨 있다가 이번에 떼어내는 쪽은 김여주. 넓은 어깨 잡고 훅 뒤로 미니까 잡힌 놈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다.





"야 니가 왜··· 우냐."

"안 울었어."

"툭 치면 울 것 같아."

"툭 쳐도 안 울어."





와씨 고집. 이에 은근 승부욕이 생긴 김여주가 까치발을 들었다.





"진짜?"

"··· 응."

"알겠어."





그리고 뽀뽀했다. 그러니까, 입술로 툭 친 거다. 안 운다고 신신당부하길래. 끝까지 지기 싫어하니 혼 좀 내주려고.





"······."





근데 입술 떨어지고 보니까 눈물이 뚝뚝.





"뭐, 뭐야. 너 울어?!"





예상치 못하게 진짜 울더랜다. 당사자의 말에 따르면 사유는 감격스러워서. 그 이후 서로 진득하게 대화하던 거 다 단절하고 여주가 김석진 달래는 데만 전력을 쏟아부었다. 꼭 껴안고 등 토닥해주면서, 솔직히 말해서 덩치로 어림잡아 봤을 때 안긴 건 틀림없이 김여주쪽이지만서도, 둘은 그렇게 한참을 골목길 한켠에서 재회했다.



다시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