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7일 후...
우우우웅....
지구를 떠난 지 547일째, 우주 소음만 적막을 메우는 이 곳, 여주를 비롯한 골디락스 행성* 탐사팀이 마지막 종착지인 케플러-1649c행성를 향하고 있었다.
*골디락스 행성 :
생명이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추측되는 행성들
지구의 태양보다 낮은 조도 탓에 대기가 옅은 보랏빛을 띄고 있는 이 곳은 탐사 300일 째에도 들렸던 곳이었다. 이 행성은 다른 행성의 데이터에 가려져 발견되지 않다가 버려진 데이터를 분석하던 도중 찾아낸 진흙 속의 진주 같은 행성이었다. 제대로 관측되진 않았지만, 실오라기 하나라도 붙잡아야 하는 상황 때문에 약간의 가능성만으로 탐사가 결정되었던 곳이었다.
“와.. 여긴 며칠 머물고 싶다.. 그치..?”
왠만하면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윤기마저도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감탄을 내뱉었다.
지표면이 불안정해서 진입조차 불가능하거나, 높은 적외선, 혹은 방사능 수치로 샘플 수거가 불가능했던 지난날의 골디락스 행성들과는 달리 이곳은 매우 안정적인 상태였다. 여주와 윤기를 비롯한 연구진들은 지상으로 내려보낸 로봇탐사선이 찍어서 보낸 지구의 해질녘이 연상되는 연보라빛 하늘과 짙은 녹색의 이색적인 식물들이 가득한 풍경 바라보며 탄성을 자아냈다.
“여기가 그럼 제 2의 지구가 될 수 있을까요?”
여주의 질문에 윤기는 딱히 대답하지 않았다.
이 곳이 제 2의 지구가 된다 한들, 둘은 이 행성에서의 삶에 대해 특별한 기대를 하지 않았다. 우주선에서의 하루는 지구에서의 1년. 1광년의 속도로 날아가는 탐사팀이었기에 이곳에 돌아온다고 한들 시간은 이미 몇 백년이 지나있을 시점이었다. 지구에서의 가족들 친구들 모두 사라진 뒤 몇 백년의 시간이 지난 뒤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가 둘에겐 딱히 없었다.
“아니, 꿀꿀하게 왜들 그래요~~
여기가 제 2의 지구가 되어도 좋고, 안 되어도 아직 많은 후보지가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요”
팀의 멘탈케어를 맡고 있던 정호석이 이를 지켜보다가,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여주와 윤기의 어께를 토닥였다. 심리학자인 호석에게는 이 두 사람들이 요주 대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과학자인 윤기의 냉소적인 성격과, 탐사팀에 오느라 연인과 떨어지게 된 여주의 우울감이 호석이 맡고 있는 이 팀의 주요 과제였다.
특히 여주는 같이 탐사팀으로 오기로 했던 연인 김석진이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최종엔트리에서 제외되었기에 심리적 타격이 상당했다. 하지만 공군 출신의 군인답게 여주는 한번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 슬픔을 내색하지 않았다. 하루에 한 번씩 매일 오는 메시지를 확인하기만 할 뿐, 여주는 눈물 한 톨도 흘리지 않았다. 석진이 팀에서 빠진 뒤, 여주는 본부에 교체를 요청했지만 거부되었다. 새로운 조종사를 뽑기에는 출발하기 시간이 얼마 남아있지 않았기에 불가피한 것이었다. 이런 속사정을 있던 호석은 매일매일 여주에게 농담을 하고, 이야기 나누며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 . .
로봇 탐사선이 가져온 샘플들은 다음 행성을 향하는 동안 연구진들이 우주선에서 분석했다. 케플러-1649c행성의 토양, 식물, 대기 성분은 놀랍게도 인간에게 모두 무해했으며, 지구에서의 환경과 무척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지구에서 케플러-1649c행성으로 귀환 명령이 떨어진 것은 지구를 떠난 지 400일이 지난 후였다. 400년이 지난 뒤 지구인들은 탐사팀에서 보낸 데이터를 토대로 케플러-1649c행성으로의 이주를 시작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왼쪽 추친기의 노후로 인해 탐사 진행이 어려워진 탐사팀은 귀환명령에 따르기 위해 케플러-1649c행성으로 향했다.
여주는 지난날을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결국 여기가 제 2의 지구가 되긴 했네...
500일만에 돌아와야 했던 곳이지만 우주선의 상태가 좋지 않아 47일이 더 걸렸다. 멀리서 보이던 보라색 별이 점점 가까워지자 여주는 조종석에 앉았다. 그리고는 우주선 내 방송을 켰다.
“안녕하세요? SIS 우주선 기장 김여주입니다.
곧 케플러-1649c행성 진입을 위하여 수동 운행모드로 전환합니다. 자율 운행 모드를 종료하기 전, 연구팀 여러분들은 한 분도 빠짐없이 생존 캡슐 안에 들어가시길 바랍니다"
여주의 말에 연구팀들은 조종석 바로 뒤편에 있던 캡술실에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착륙 시 어떤 사고가 날지 모르기 때문에 조종사인 여주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캡슐에 들어가도록 되어있었다.
“이 캡슐에 들어갈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돌아가는 날이 오긴 하는 구나..”
여주에게 인사하러 온 윤기가 뒤에서 중얼거렸다.
“그렇게 말이에요. 민윤기 박사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여주가 밝게 웃으며 윤기에게 손을 내밀자 윤기가 조용히 악수를 했다..
“아니 왜 이래요, 다시는 안 볼 사람처럼.
우리 곧 500년 뒤의 지구에서 만나야죠..!”
캡슐에 막 들어가려던 호석이 다가와 참견했다. 호석의 말에 윤기도 씩 웃었다.
“그렇게, 저 안에서 한숨 자고 나오면 500년 뒤인 건가?”
“정확히는 547년 뒤 아닐까요?
어쨌든 이 항해가 끝나긴 하네요...”
여주는 전방으로 다가오는 거대한 보라색 별을 바라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김여주 기장님, 나는 감사 인사는 내려서 할래요..!
끝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호석이 깍듯히 인사를 하자 여주도 그에 맞춰 인사했다.
“감사했어요.. 열심히 챙겨주셔서!”
“기장님, 저는 그거 말고, 다른 말 듣고 싶은데...”
“음... 곧 보라별에서 만나요..! 안전하게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여주가 방긋 웃으며 말하자 호석은 만족한다는 듯 캡슐실로 향했다. 호석을 따라가던 윤기가 뒤를 돌아보며 말을 덧붙였다.
“농담이 아니라, 여주씨,
우리 진짜 보라별에서 봐요.
큰 기대는 없었지만, 어쨌든 우리가 찾아낸 곳이잖아.
우리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며 앞으로의 삶을 살아내면 되지,
그치?”
윤기의 말에 여주는 고개를 살짝 끄덕일 뿐 별다른 말을 덧붙이지는 않았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캡슐에 들어간 것을 확인한 여주는 캡슐의 생명유지장치를 켰다. 곧 수면가스가 나오며 탐사팀원들은 깊은 잠에 빠졌다. 여주는 조종석에 앉아 석진이 맨 처음 보내주었던 영상을 켰다.
“여주야~ 잘 지내지?
너희들이 매 시간 보내주는 데이터들은 며칠에 한 번씩 이곳에 오고 있어. 이제 거기는 하루가 지났으려나?
여기는 니가 떠난 지 딱 1년이 지났어.
그동안 영상을 보내려면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늘 고민이었는데, 내가 할 말은 하나인 것 같아.
사랑해 여주야, 우리 여주 씩씩하게 잘 하고 있을 꺼라 믿어..!
매일매일 찾아갈게~ 그럼 내일봐~”
많이 울었는지 석진의 눈이 퉁퉁 부어있었다. 그 점이 여주는 애틋하면서도 좋았다. 우주선에 오르기 전, 마지막 포옹을 할 때도 석진은 많이 울었다. 그냥 자신이 울 몫까지 석진이 대신 울어주는 것 같아 여주는 엉엉 우는 석진이 고마우면서도 애틋했다.
이후 매일 석진의 영상이 우주선에 수신되었다. 10일이 지나자 석진의 얼굴에도 세월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10년이 지났을 테니까, 여주는 노화 진행되어가는 석진의 모습이 서로 다른 시간에 살고 있다는 증거 같아서 너무 마음 아팠다.
하지만 놀랍게도 석진의 영상은 최근 500일까지 계속 되었다. 여주는 알 수 있었다. 15일 이후로 석진의 외모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아마도 녹화한 영상일 것이다. 탐사 기간이 지구의 시간으로는 몇 백년이 걸릴 수 있으니, 석진이 더 이상 늙어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미리 녹화해둔 모양이었다.
그는 나를 두고 결혼을 했을까? 어떤 가정을 이뤘을까?
아니면 독신으로 살았을까?
마지막 영상까지 석진은 여주를 격려하는 말들을 할 뿐 자신의 안위에 대해서는 전혀 이야기하질 않았다. 여주는 이런 석진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마치 자신에게 임무를 꼭 완수하라는 압박으로 느껴졌다.
우리는 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걸까..?
마음 한켠이 슬펐지만, 여주는 반드시 임무를 성공시켜야했다. 지구에서는 대규모의 이동을 준비 중이었다. 사람들이 살아갈 새로운 행성이 필요했다.
그러니까, 이 임무가 끝날 때까지만,
최선을 다하면 되지 않을까?
석진이도 그러길 바라는 것 같았다. 여주의 마음 속에는 그 생각이 점점 더 강하게 새겨졌다. 그리고 이제 곧 이 임무는 끝이 날 것이다.
. . .
조종석에서 첫 번째 영상을 다본 여주는 폴더 속 지난 영상 목록을 훑었다.
김석진은 내가 500일 이후에는 다시 지구로 귀환한다고 생각해서 영상을 여기까지만 찍은 걸까? 아니면 이 영상을 다 찍고 난 뒤에 다른 삶을 사느라 영상을 더 이상 남기지 않은 걸까.?
여주는 창을 닫은 뒤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버튼을 눌렀다.
[자율운행모드를 종료합니다. 수동운행모드로 전환합니다.]
안내 음성이 나오자 여주는 미리 찍어둔 좌표를 화면에 띄우고 조종 핸들을 붙잡았다.
여주는 대기권에 진입하기 위해 우주선의 여러 부분들을 분리하기 시작했다. 대기권과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우주선은 최소한의 크기로 줄여서 대기권에 들어가야했다.
덮개를 열어 귀환 관련 버튼들을 누르기 시작했다. 달칵 달칵, 하나하나 버튼을 누를 때마다 연결 통로가 폐쇄되고, 공기 순완장치가 멈추며 우주선 안이 잠시 소란해졌다.
숙소가 있던 생활실, 연구물품이 있던 연구실 등등 커다랗던 우주선의 몸체가 하나둘 떨어져 나가며 검은 우주 속으로 사라졌다. 여주는 문득 사라져가는 몸체들을 보며 이 일이 끝나면 자신도 사라져버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쿠르르르르르르....
캡슐실과 조정실만 남은 단촐한 우주선이 차분히 거대한 보라별의 대기권으로 진입하며 크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핸들을 꽉 붙들며 여주는 계속 석진을 떠올렸다. 매일 오던 영상이 오지 않은 지 47일째, 여주는 석진을 못 본 지 이제 한 달 반 정도 되었다.
한 번만 더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를 악문 여주의 입술사이로 살며시 본심이 새어나왔다.
“너무.. 보고 싶다...석진아..”
여주의 눈물이 그제서야 한방울 흘러내렸다. 하지만 곧 야주는 무심하게 눈물을 닦아냈다. 우주선은 점점 밀도가 짙어지는 대기와 싸우며 지표를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중력의 압박감에 여주는 온몸이 괴로웠다.
구름층을 지나 대기 안정권으로 들어가니 보랏빛 대기 아래로 짙은 녹색의 대륙이 보였다. 시커먼 바다와 풍경들이 해질녘의 지구 같았다.
아...
오랜만에 보는 대륙의 모습에 여주는 마음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여주는 망설임 없이 매뉴얼에 따라 낙하산을 펼쳤다.
파아앗..!
낙하산이 펼쳐지면서 우주선은 크게 흔들렸고 떨어지는 속도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점점 거대하게 다가오는 대륙을 옆으로 두고 여주는 해안으로 향했다. 대륙이 점점 가까워졌지만, 인공적인 건물이나 구조물이 보이지 않았다. 여주의 눈에는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다.
지구에서 아직 오지 않은 걸까?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 속 여주는 문득 생각했다. 그래도 임무는 완수 해야한다. 착륙을 마친 뒤, 당당히 석진을 만나러 갈 것이다.
순식간에 해안선이 점점 다가오고 멀리 보이던 지표면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느끼는 순간 여주가 향하던 모래사장에는 검은색 구조물이 보였다.
“젠장..!”
여주는 우주선을 틀어 최대한 구조물을 비켜가려고 애썼다. 하지만 낙하산이 펼쳐진 우주선은 방향이 잘 바뀌지 않았다.
콰아앙!!
우주선은 옆으로 틀어진 채 모래사장에 박혔다.
그 바람에 여주는 충격을 받아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 . . .
“으음.....”
여주는 포근한 느낌에 천천히 눈을 떴다. 하얀 천장, 손 밑으로 느껴지는 부드러운 천의 감촉..
“어? 여주씨 눈 떴다..”
윤기의 목소리였다.
“어어.? 천천히 아직 움직이면 안 된댔는데,
기장님, 가만히 있어봐요..”
호들갑을 떠는 호석의 목소리도 들렸다. 여주는 눈이 부신 듯 손으로 눈 앞을 가렸다.
“... 우리.. 성공한 건가요...?”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아서인지 목소리가 갈라졌다. 여주는 살짝 고개를 틀어 옆을 보았다. 침대 옆으로 더 이상 우주복이 아닌 평상복을 입은 윤기와 호석이 보였다.
“응, 여주씨.. 어째, 성공한 것 같지?”
윤기가 부드럽게 말하자 호석이 옆에서 기쁜 듯 외쳤다.
“우리, 착륙 잘 성공했어요
기장님..! 정말로 무사히 잘 데려다 주셨네요..!
김여주 기장님 이제 임무 완수..!”
정신없는 와중에도 여주는 임무완수라는 말에 헛웃음이 피식 났다.
정말로 이제 끝인 걸까..?
잠시 뒤 문이 열리며 탐사팀의 대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난 몇백일 동안 대원들이 익숙해진 여주는 그들이 무척이나 반가워했다. 대원들과 인사를 하던 여주는 이윽고, 절뚝거리며 들어오는 한 남자를 발견했다.
머리가 살짝 히끗히끗하긴 하지만 익숙한 얼굴.. 저 반듯한 이마와 반듯한 코 그리고 두툼한 입술까지.. 도저히 잊을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여주야"
한 달 반 전, 영상 속 그 모습 그대로의 석진이었다.
석진은 절뚝절뚝 다가와 여주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다리는 왜.. 그래? 그때 부상 잘 안 나은 거야..?”
어떻게든 태연한 척하려던 여주는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마구 흐르기 시작했다. 석진은 손으로 여주의 두 볼을 잡고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지만 눈물은 다시 흐르고 흘렀다.
“아... 이거, 하, 웃기지??
내가 사실 냉동 상태에서 벗어난 지 얼마 안 되어서...
걷는 게 좀 어색해.. 하하하”
석진이 어색한 듯 웃었다. 여주는 두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여주는 앞에 있는 석진의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그래도 며칠 전까지 내가 찍어둔 영상 받지 않았어? "
”흑흑... 응... 그거... 15일 이후로는 거의 비슷하던데...흑“
"녹화해뒀지...."
여주는 훌쩍훌쩍 울면서도 석진의 말에 열심히 대답했다. 석진은 그런 여주가 안쓰러운 듯 또, 너무 그리웠던 듯 손을 꼭 잡았다.
"여주야,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
그래서 나도 널 기다리기로 했었어..
언젠간 니가 돌아올테니까...“
”끄흡, 근, 근데 왜 안 알려줬어..
난 돌아와도, 니가, 당연히, 더 이상 없을 꺼라고,
생각해서 흑흑“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네가 어떨지 몰라서...우주 항공국에서 너무 감정적으로 하면 안된다고..
여주야 나도 정말 보고 싶었어.“
석진은 우는 여주를 살짝 안아주었다.
"우리 여주, 정말 수고 했어...
그리고 고마워! 무사히 잘 돌아와줘서...“
여주는 눈을 들어 석진의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더 이상 석진의 격려가 임무를 완수하라는 압박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 . .
며칠 뒤, 여주는 석진과 함께 병원 앞 바닷가 데크로 나왔다.
보라빛 하늘에 짙은 파란색 바다 풍경이 이제는 제법 익숙해져서 보기가 좋았다.
처음에 이곳에 추락할 때에는 이 곳의 색감이 지구와 달라 여주의 눈에 건물이나 구조물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여주는 이곳의 풍경에 익숙해지자, 이곳에 이주해서 지내고 있는 지구인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주야 덕분에, 사람들은 다시 지구를 갖게 되었네...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탐사팀에 감사해하고 있어.
물론 내가 함께 가면 더 좋았겠지만..."
석진은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여주에게 말하자, 여주는 응답하듯 석진에게 기댔다. 여주는 그저 말하는 석진의 모습이 좋은 듯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살아있다. 그리고 옆에 있다.
그것 만으로도 여주는 지금 이순간 바로 이곳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졌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