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선
후회: 제 2장_원인

후렌치
2020.09.19조회수 51
“이수야! 이리와 나와 함께 하자!”
“태형아 나 힘들어 조금만 쉬었다 걷자.”
“힘들어? 업어줄까?”
세상에 둘도 없는 사이인 그들은 평소와 같이 함께 넓은 들판을 뛰어다녔다. 태형은 힘들어하는 이수를 향해 등을 보였고, 그런 태형이 싫지 않은지 이수는 들판처럼 넓은 그의 등에 업혔다. 태형의 하얀 목에 팔을 살포시 두르고 고개를 돌려 시원한 바람을 맞는 이수의 눈에 터질 듯 빨개진 그의 귀가 들어왔고 그는 작게 웃음 지었다.
“풉-”
“뭐야 왜 웃어?”
“아무것도 아니야.”
“뭐가 아무것도 아니야. 딱 봐도 수상한데 빨리 말하지 않으면 떨어뜨릴 거야.”
무표정으로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태형을 보며 뭐 그리 웃기는지 이수는 천사 같은 웃음을 지어 보였고 이에 또 설레는 태형은 장난스레 이수를 대했다.
“야! 뭐냐? 너희 사귀냐? 사귀어?”
“와! 김태형 저러는 거 처음 봐 진짜 웃겨!”
그렇게 이수를 업은 채, 길을 가던 도중 옆집에 사는 형제들을 만났다. 형은 이수와 태형을 보자마자 연인이냐며 놀렸고 이에 동생은 맞장구를 치며 합세했다. 태형이 곤란할까 이수는 태형에게 업힌 채로 아니라며 그들에게 소리쳤지만, 형제에게는 그런 이수가 짹짹거리는 참새와 같았다.
“얘들아, 그러지 마.”
반면 이수를 정말 좋아했던 태형은 자신의 마음을 들킬 것만 같아 부끄러웠고 이 부끄러운 마음은 점점 날카롭게 변해 이수에게로 향했다.
“야 내가 왜 이런 애를 좋아해? 야 한이수 너 내려와 무거워”
“뭐?”
“그리고 왜 업어달라 난리야? 너 진짜 나 좋아하냐?”
태형은 차가운 무표정으로 이수에게 모진 말을 내뱉었고 이수는 다리를 놔버린 태형 때문에 땅으로 쾅 떨어졌다.
“아!”
“아, 그러게 누가 업히래?”
“너….”
땅으로 곤두박질쳐진 이수는 발목을 삐었고 이를 알 리 없던 태형은 그동안 한 번도 이수에게 보여주지 않은 사나운 표정으로 이수를 노려봤다.
“아….”
이수는 물론 형제들까지도 태형의 행동에 놀랐고 태형은 그 표정을 유지하며 입을 열었다.
“야 내가 너 좋아서 지금까지 같이 논 거 같아? 아니야”
뭐?
“착각하지 마 더러운 망상 따위 하지도 말라고 나 너 안 좋아해. 그냥 불쌍해서 같이 다녀준 거뿐이야 그뿐인데 왜 자꾸만 선을 넘으려 해 한이수-”
아…. 아파
“너 진짜 이상해”
태형어…
“난 너가 정말 마음에 안들어. 근데 넌 눈치 못챘나 봐?”
그만해
“참 너도 너다. 불쌍해서 잘해준 거 가지고 친해진 거라고 생각한 거 같은데”
하지 마
“다신 그런 착각 하지 마 역겨우니까.”
그런 눈으로 그런 말 하지 마, 제발’
“한이수 나 너랑 친구였던 적 없어 알았냐?”
거짓이었다. 지금까지 태형이 한 말은 모두 거짓이다. 난 알고 있다. 태형이 내가 정말 싫었으면 언성을 높이며 나에게 손을 댔을 애다. 난 태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이것 또한 이해할 수 있다. 시간이 지켜주겠지. 조금만, 조금만 기다리면 나에게로 돌아오겠지. 그러니 이수야 기다리자. 태형이 나에게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자. 잘 할 수 있잖아. 그렇지?
“너 같은 애랑 노는 것도 수준 떨어져.”
쿵-
심장이 내려앉은 기분이다. 그래도 나한테 한 번도 이런 적 없었는데…. 이렇게 심하게 해야 했나? 고의가 아니어도, 모든 것이 거짓이어도 아프구나….
더는 태형의 모진 말을 견딜 자신이 없는 이수는 툭 치면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눈물을 아픈 다리와 함께 애써 참고는 뒤돌아 도망쳤다.
“저거 봐, 절뚝거리면서 뛰어가네….”
걱정됐다. 사실 너무나도 걱정됐다. 마음에도 없는 모진 말을 내뱉어 좋아하는 사람을 울린 기분은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따가웠다.
‘왜 절뚝거리며 뛰어가는 거지? 설마 떨어졌을 때 다리를 다쳤나?’
멀어져 가는 이수의 뒷모습에 눈을 떼지 못하는 태형이었다.
‘괜찮을 거야 이수는 내가 진심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을 거니까. 이수가 조금만 버티면 끝나는 거니까.’
그렇게 그들은 점점 멀어져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