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어는 점심시간쯤 이 사실을 알게 된다.
휴대폰은 더 이상 울리지 않지만, 마치 상대방이 의도적으로 침묵을 유지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클레어는 휴대폰을 책상 위에 화면이 아래로 향하게 둔 채 놓아둔다. 마치 존중이라는 언어가 양쪽 모두에게 통용될 수 있는 것처럼.
블루가 조용히 찾아온다. 회의도 아니고, 브리핑도 아니다. 그저 문 앞에서 잠시 멈춰 선다.
"괜찮아?" 그가 묻는다.
"응." 클레어는 솔직하게 대답한다.
블루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미 자리를 뜬다. 블루는 딱히 할 일이 없으면 오래 머물지 않는다.
그 안정감이 퍼져나간다. 언제나 그랬듯이.
첫 번째 균열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지켜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모젠이 가장 먼저 알아챈다. 공식 게시물 아래 댓글의 어조가 바뀌는 것, 특정 사용자 이름이 나타나서는 안 될 게시글에 계속 등장하는 것. 신고할 만큼 심각하지도 않고, 고의적이라고 할 만큼 악의적이지도 않지만… 뭔가 암시적이다.
"왜 클레어를 태그하는 거지?" 이모젠은 스크롤을 내리며 중얼거렸다. "이건 네온 펄스랑 아무 상관 없어."
엘리가 그녀의 어깨 너머로 몸을 기울였다. "그들은 근접성을 원하는 거야. 빌려온 관련성."
클레어는 보지 않았다. 볼 필요도 없었다. 그 게임의 수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결이 필연적인 것처럼 보이게 만든 다음, 부적절하다고 비난하는 방식.
클레어는 메시지 하나를 보냈다.
클레어 → 루:
*소프트 태깅이 보입니다. 스파이크가 아니라 패턴입니다.
클레어의 휴대폰이 답장으로 한 번 진동했다.
루:
알겠습니다. 지도에 표시하겠습니다. 평범하게 지내세요.
평범하게 지내세요.
이보다 더 어려운 지시는 없을 겁니다.
저녁이 되자 건물은 미묘하게 재조정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폐쇄된 건 아니지만, 뭔가 주의를 기울이는 듯했다.
블루의 팀원들은 말없이 교대했다. 아래층 데스크에는 새로운 사람이 커피를 따라주고, 평소 배달 시간도 10분 정도 앞당겨졌다. 마룻바닥 아래에서 나는 딸깍거리는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사람이라면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정도였다.
오후 늦게 에반에게서 문자가 한 번 왔다.
에반:
일찍 끝났어. 산책할까? 카메라 없어?
클레어는 답장을 보내기도 전에 한숨을 내쉬었다.
클레어:
응. 뒷마당 데크로.
그들은 문자에 대해 바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산책을 했다. 단지 가장자리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야구 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 손이 가끔 스치지만 완전히 닿지는 않았다. 도시는 그들 주위를 무심하게, 그리고 시끄럽게 움직였지만, 그 덕분에 둘 사이의 고요함이 오히려 더 안전하게 느껴졌다.
"괜찮아?" 에반이 마침내 물었다. 목소리는 태연했지만 눈빛은 무언가에 집중되어 있었다.
"응," 클레어가 말했다. "겁먹은 건 아니야. 그냥… 주변을 살피고 있을 뿐이야."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상태야.”
그녀는 그를 힐끗 쳐다본다. “블루 같네.”
“블루가 날 훈련시켰지.” 그가 가볍게 대답한다. “배우는 데 시간이 좀 더 걸렸을 뿐이야.”
그들은 다시 연못 근처에 멈춰 선다. 습관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본능일지도.
“누군가가 침묵을 접근의 신호로 생각하는 게 싫어.” 클레어가 말한다. “충분히 인내심을 가지면 내가 빠져나갈 거라고 생각하는 거 말이야.”
“안 그럴 거야.” 에반이 즉시 말한다. “그리고 네가 그러지 않으면 그들은 지루해질 거야.”
“그럼 지루해하지 않으면?”
에반의 미소는 그대로지만, 그 아래 무언가가 굳어진다. “그럼 그들은 상황이 어떻게 악화되는지 알게 되겠지.”
그녀는 그의 얼굴을 살핀다. 침착함, 절제된 모습, 그리고 보호를 과장하지 않는 그의 태도.
“고마워.” 그녀가 조용히 말한다. “더… 시끄럽게 하지 않아서.”
그는 어깨를 으쓱한다. “그들이 원하는 건 시끄러운 거야.”
그들은 잠시 더 그곳에 서 있다. 수면에는 작고 깨진 불빛들이 비친다.
위층에서 단체 채팅방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농담도 아니고, 밈도 아니었다.
엘리에게서 온 메시지 하나뿐이었다.
엘리:
패턴 확인 완료. 계정 세 개. IP 주소 공유. 자정 이후로 접속 안 했었어.
이모젠은 엄지척 이모티콘 하나만 보냈다. 그 이상은 없었다.
그걸로 충분했다.
도시 저편, 클레어가 볼 수 없는 어딘가에서 좌절감이 초조함으로 굳어졌다.
은밀한 탐색은 닿지 않았다.
침묵은 깨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어떤 대립보다도, 그것이 관찰자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클레어는 밤을 보내기 위해 휴대폰을 내려놓고 화면을 끄고 알림을 무음으로 설정했다.
그녀는 숨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언제 들을지 선택하는 것이다.
바깥의 도시는 여전히 웅웅거리고 있다. 무언가 변화했다는 사실, 압력이 약점이 아닌 저항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채.
그리고 그 저항 속에서, 다른 종류의 힘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반응적인 것도 아니고.
공개적인 것도 아니다.
조용한 힘이다.
빌려온 목소리
긴장 고조는 위협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모방으로 시작된다.
클레어가 오후 중반쯤 리허설실에 있을 때, 이모젠의 휴대전화가 5분 만에 세 번째로 울린다. 이모젠은 전화를 받지 않지만, 어깨에 팽팽하게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말해 봐." 클레어가 부드럽게 말하며 신발끈을 묶는다.
이모젠이 한숨을 내쉰다. "네 목소리를 쓰고 있어."
클레어가 고개를 든다.
"말 그대로는 아니야." 이모젠이 정정한다. "하지만… 어조나 말투, 언어, 인터뷰에서나 자막에서 쓰는 그런 것들 말이야. 너무 미묘해서 널 모르는 사람이 보면 네 목소리라고 생각할 정도야."
엘리가 천천히 의자를 돌린다. "그걸 미러링이라고 해." 그가 말한다. "신뢰도를 빌려온 다음, 그걸 다른 데로 돌리는 거지."
"어디로 돌린다는 거야?" 클레어가 묻는다.
엘리의 턱이 굳어진다. "갈등 쪽으로."
그는 화면을 톡톡 두드려 벽 모니터에 댓글들을 띄웠다. 댓글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처음엔 무해해 보이는 감탄, 추측, 향수 같은 것들. 하지만 곧 그 이면에는 무언가 숨겨진 의도가 드러났다.
그녀는 그를 만난 이후로 변했어.
네온 펄스가 인피니티 라인 때문에 뒷전으로 밀려난 걸까?
어떤 사람들은 노력도 없이 정상에 오르는 게 참 웃기네.
이모젠이 짧게 웃었다. "그들은 항상 그게 핵심이라고 생각하지."
클레어는 웃지 않았다. 이제야 그 패턴을 알아차렸다. 칭찬이 채워지지 않으면 얼마나 빨리 특권 의식으로 변질되는지.
"그들은 마치 팬덤 내부에서 나온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애쓰는 거야." 클레어가 말했다.
"그러면 아무도 책임감을 느끼지 않으니까." 엘리가 대답했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
15분 후, 루가 태블릿을 팔에 끼고 그들에게 합류했다.
"그들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시험해 보고 있는 거야." 그녀가 확인했다. “너 말고, 네 주변의 생태계 말이야. 누가 움찔하는지 보려는 거지.”
“누가 움찔했어?” 이모젠이 물었다.
루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없어.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그녀는 클레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새로운 메시지라도 받았어?”
클레어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휴대폰을 열어 테이블 위로 밀어 넘겼다.
이번에는 꽤 오래된 계정으로 보이는 곳에서 온 메시지였다. 수십 개의 게시물이 있고, 서로 팔로우도 하고 있었다.
“너는 그에게 아무것도 빚진 게 없어. 전에도 괜찮았잖아.”
글자는 거의 친절해 보였다.
거의.
루는 메시지를 살펴보더니 고개를 들었다. “태도가 바뀌었네.”
“걱정하는 쪽으로 바뀌었어.” 엘리가 말했다. “그들이 보호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거야.”
“뭘 보호한다는 거야?” 이모젠이 쏘아붙였다.
“선택으로부터.” 클레어가 조용히 대답했다.
방 안의 정적이 흘렀다.
한 시간 후, 에반은 회의실 밖 조용한 복도에 서서 전화기를 귀에 대고 그 소식을 들었다.
"그들은 이제 '돌봄'이라는 말로 포장하고 있어." 루가 설명했다. "그 말은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는 뜻이지."
에반은 잠시 눈을 감았다. 피곤한 기색은 없었다. 오히려 집중하고 있었다.
"난 물러서지 않을 거야." 그가 다시 한번 차분하게 말했다. "그리고 어떤 성명도 발표하지 않을 거고."
"잘됐네." 루가 말했다. "다음 행동은 너에 관한 게 아닐 테니까."
그는 눈을 떴다. "그녀에 관한 게 될 거야."
"맞아."
"그럼 블루를 더 꽉 묶어둬." 에반이 말했다. "그리고 클레어에게는 감정적으로라도 반응할 필요 없다고 전해줘."
루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그녀는 이미 알고 있어."
그날 밤, 클레어는 엘리와 이모젠과 함께 발코니에 앉아 아래로 펼쳐지는 도시의 숨결을 느끼고 있었다.
이모젠이 다리를 흔들며 말했다. "사람들이 접근을 곧 친밀함으로 생각하는 거 알아차린 적 있어?"
"늘 알아차려." 클레어가 대답했다.
엘리는 화면에서 눈을 떼고 말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야. 다만 동의라는 단계를 건너뛰는 거지."
클레어는 그 말에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휴대폰이 다시 한번 진동했다.
또 다른 메시지. 또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
그녀는 메시지를 열지 않았다.
대신, 메모 앱에 한 줄을 적었다. 게시하거나 공유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자신을 다잡기 위해서.
나는 이 방에서 가장 큰 목소리에 속하지 않아.
그녀는 앱을 닫고 도시를 바라보았다.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어딘가에서는, 어떤 선이 그어졌다. 잉크나 분노가 아닌, 거부라는 선으로.
내일, 그 거부는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오늘 밤은, 그 거부는 유효하다.
단서
실수는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언제나 그랬다.
사흘째 침묵이 흐르면, 배후에서 조종하는 자는 그 침묵이 순응을 의미한다고 믿기 시작한다. 반응이 없다는 것이 불확실성으로 바뀌었다고, 시스템, 즉 사람, 절차, 인내심이 안일해졌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일라이는 늦은 오후, 스튜디오 창문에 햇빛이 비스듬히 비치고 건물이 저녁의 고요 속으로 숨을 내쉬는 순간, 그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아챈다.
"좋아." 그가 화면 위에서 손가락을 멈춘 채 천천히 말한다. "이건 새로운데."
이모젠이 소파에서 고개를 든다. "어떻게 새로운데?"
"너무 빨라." 그가 대답한다. "너무 구체적이야."
클레어가 더 가까이 다가가 그의 어깨 너머로 읽는다. 그것은 팬 스레드 세 겹 깊숙이 숨겨진, 중요하지 않아야 할 게시물의 재게시물이었다. 단 하나의 세부 사항이 그녀의 가슴을 조여온다.
한 마디.
공개된 적도 없고.
인용된 적도 없고.
기록된 적도 없다.
몇 주 전, 카메라가 꺼진 방에서 그녀가 한 번 했던 말. 아무렇지도 않은 듯. 중요하지 않은. 마치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조차 기억나지 않는, 세상에 퍼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그런 말.
"그 말은 이 건물 밖으로 나가지 않았어." 이모젠이 조용히 말했다.
엘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외부에서만 접근이 가능한 게 아니라는 뜻이지."
방 안이 고요해졌다.
클레어는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차가운 무언가, 명확함이 느껴졌다.
"기록해 둬." 그녀가 말했다.
몇 분 안에 블루가 도착했다. 서두르지도, 놀라지도 않았다. 마치 중력이 중심 쪽으로 살짝 이동하는 것처럼, 그저 존재감을 드러냈다.
"보여줘." 그가 말했다.
엘리가 보여줬다.
블루는 끊임없이 지켜보며 내용뿐 아니라 타이밍, 순서, 실행 과정에서의 인간적인 실수까지 눈여겨본다.
"바로 저게 단서야." 블루가 마침내 말한다.
이모젠은 미간을 찌푸린다. "그 표현 말이야?"
"그 자신감 말이지." 그가 정정한다. "그들은 더 이상 네 목소리를 빌리지 않고 네 기억을 빌리기 시작했어."
클레어는 팔짱을 낀다. "그러니까 누군가 말하고 있다는 거네."
"아니면 듣지 말아야 할 곳을 듣고 있거나." 블루가 대답한다. "둘 다일 수도 있고."
그는 허리를 펴고 말한다. "어쨌든, 그들은 추론에서 증거로 넘어간 거야."
에반은 회의를 마치고 조용한 계단으로 걸어 나오면서 전화기를 귀에 대고 그 이야기를 듣는다.
"그들은 은밀한 언어를 사용했어." 루가 말한다. "이제 더 이상 이걸 단순한 소음으로 취급하지 않을 거야."
에반은 망설임 없이 말한다. "그럼 우리도 그걸 흡수하지 말아야지."
"그래."
"잘됐네." 그가 말한다. “이제 더 이상 지구력에는 관심이 없거든.”
루는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그렇게 말해주길 바랐어.”
그날 저녁, 그들은 모였다. 공식적인 모임도, 예고도 없이. 그저 필요한 사람들만 모였다.
테이블 위에는 휴대전화도 없었다.
녹음 장치도 없었다.
불필요한 목소리도 없었다.
블루는 상황을 명확하게 설명했다.
“이건 팬덤 문제가 아니야.” 그가 말했다. “경계선 문제지. 누군가 가까이 있는 게 곧 허락이라는 뜻이라고 생각했어. 우리가 그걸 바로잡으려는 거야.”
“성냥불을 켜지 않고 어떻게 하는 건데?” 이모젠이 물었다.
블루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노출하는 게 아니라, 위치를 바꾸는 거야.”
엘리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무슨 뜻이야?”
“내부 접근을 제한하는 거지.” 블루가 말했다. “경로를 바꾸고, 리듬을 바꾸는 거야. 잘못된 사람들을 지루하게 만드는 거지.”
클레어가 그의 시선을 마주쳤다. “만약 그들이 더 심하게 나오면?”
“그럴 리 없어.” 블루가 차분하게 대답했다. “이런 사람들은 결과가 아니라 반응을 원하는 거야. 결과가 눈앞에 보이면 움츠러들지.”
이모젠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럼 움츠러들지 않으면?”
블루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시스템을 만나게 되는 거지.”
잠시 후, 건물이 다시 조용해지자 클레어는 혼자 발코니로 나갔다.
도시는 변함없는 듯 보였다. 불빛, 차량 소음, 멀리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까지. 하지만 그녀는 이제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평범하다는 환상은 이미 깨져가고 있었다.
에반에게서 전화가 왔다.
"들었어."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괜찮아." 그녀가 대답했다. "사실… 마음이 좀 편해졌어."
"누군가 속마음을 드러내면 보통 그렇게 돼."
그녀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넌 항상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해."
"한 가지는 확실해." 그가 말했다.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도 접근할 의무가 없어."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이 모든 걸 혼자 짊어질 필요도 없어."
그녀는 난간에 기대섰다. 차가운 금속이 그녀를 진정시켜 주었다. "알아."
두 사람은 잠시 더 통화를 이어갔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함께하는 고요함 속에 존재했다.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자신이 너무 멀리 나아갔다는 것을 깨닫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어딘가에서, 시스템은 변화하고 있었다.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번에는 제대로 문을 닫기 위해서.
내일은 결과가 따를 것이다.
시끄러운 결과가 아니라.
효과적인 결과가 될 것이다.
결과는 조용하다
첫 번째 결과는 부재다.
아침이 되자 계정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삭제된 것도 아니고, 극적인 변화도 없이, 그저 아무런 활동도 없었다. 새로운 좋아요도 없고, 댓글도 없고, 걱정하는 척하는 답글도 없었다. 한때 추측이 난무하던 게시글들은 마치 공기가 빠져나간 듯 문장 중간에 멈춰버렸다.
엘리는 그래프가 평평해지고 알림음이 사라지는 것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다 사라졌어." 그가 마침내 말했다.
이모젠은 카운터에서 고개를 들었다. "모두 다?"
"중요했던 계정들은 다 사라졌어." 엘리가 대답했다. "나머지는 그저 메아리일 뿐이야."
클레어는 숨을 참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안도감도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더 날카로운 무언가가 있었다. 만족감은 아니었다.
이해.
이건 애초에 양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이건 영향력의 문제였다.
두 번째 결과는 행정적인 것이다.
루는 알리지 않는다. 언제나 그랬듯이. 하지만 정오쯤 되면 근무표가 바뀌고, 접근 권한이 조용히 취소된다. 한 컨설턴트는 다른 부서로 재배정되고, 다른 컨설턴트는 아무런 설명 없이 프로젝트에서 "물러난다". 아무도 해고되지 않는다. 아무도 비난받지 않는다.
하지만 예전처럼 부적절한 사람들이 그 방에 접근하는 일은 더 이상 없다.
블루는 요란스럽지 않게 모든 것을 감독한다. 그의 팀은 마치 문서의 수정처럼, 전체의 의미를 바꾸는 작은 변화들을 만들어낸다.
이모젠이 묻자 그는 "이건 처벌이 아니야. 바로잡는 거지."라고 말한다.
이모젠은 "그것보다 더 무겁게 느껴지는데요."라고 중얼거린다.
블루는 그녀를 흘끗 본다. "넌 혼란이 시끄러운 것에 익숙해서 그래."
세 번째 결과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타난다.
클레어에게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메시지가 전달된다. 검증되고, 기록되고, 익명성이 박탈된 메시지 말이다. 사과도 아니고, 협박도 아니다.
그냥 물러난다는 뜻이다.
더 이상 연락할 생각은 없다. 경계는 분명히 정해졌다.
클레어는 편지를 한 번 읽고 루에게 전화를 건넨다.
"그게 다야?" 그녀가 묻는다.
루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게 다야."
아무런 설명도 없다.
마지막으로 끝내자는 요구도 없다.
단지 더 이상 문이 열려 있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뿐이다.
에반은 마지막으로 듣는다.
그가 상황을 몰라서가 아니라, 블루가 누군가 너무 일찍 숨을 들이쉬기 전에 모든 것을 마무리 짓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항복했어." 루가 전화로 에반에게 말한다. "깔끔하게."
에반은 잠시 침묵하다가 "잘됐네."라고 말한다.
"놀라지 않은 것 같군."
"난 큰 소란을 바라지 않았어." 그가 말한다. "그냥 조용히 끝나길 바랐을 뿐이야."
루는 희미하게 미소 짓는다. "알았어."
"클레어는?"
“괜찮아.” 루가 대답했다. “눈빛도 또렷하고. 오히려 더 강해진 것 같아.”
에반은 잠시 눈을 감았다. 안도감이 깊숙이 밀려왔다. “블루한테 내가 부탁한 대로 했다고 전해줘.”
“이미 전했어.”
그날 저녁, 모두 다시 모였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훨씬 편안했다. 누군가 음식을 주문하고, 누군가는 음악을 작게 틀었다. 방 안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모젠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과장된 표정을 지었다. “이게 승리의 기분인가? 너무 허무하잖아.”
엘리는 씩 웃었다. “그게 바로 성공했다는 증거지.”
클레어는 창가에 앉아 옆에 놓인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승리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평온한 기분이었다.
에반이 문자를 한 번 보냈다.
에반:
다시 조용해졌다고 들었어.
클레어는 미소를 지었다.
클레어:
그러게.
잠시 침묵이 흐른다.
에반:
저녁 곧 먹지? 별로 재미없는 곳으로.
그녀는 나지막이 웃는다.
클레어:
좋아.
건물 안도 아니고, 방 안도 아닌 다른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자신이 휘어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이야기가 허락도 없이 스스로 닫혀버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화려한 볼거리도 없을 것이다.
공개적인 심판도 없을 것이다.
그들이 내세울 만한 만족감도 없을 것이다.
단지 접근권의 상실.
축소되는 영향력.
어떤 반응도 불러일으키지 않는 침묵.
그리고 클레어에게는, 초연 이후 처음으로, 그 침묵이 압박감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은 공간처럼 느껴진다.
앞으로 나아갈 공간.
선택할 공간.
감시받지 않고 살아갈 공간.
시스템은 제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것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
조용한 데이트
두 사람은 눈에 띄지 않는 장소를 선택했다.
유리벽도 없고, 발렛파킹도 없고, 포즈 잡는 법을 이미 잘 아는 사람들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공들여 연출한 조명도 없었다. 그저 번화가에서 한 블록 떨어진 작은 공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마늘, 간장, 그리고 추억이 깃든 기름에 무언가가 은은하게 튀겨지는 익숙한 냄새가 감도는 곳이었다.
클레어는 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감쌌다. 에반도 소매를 걷어 올리고 편안한 자세로 똑같이 했다.
그들은 밤을 지배하기보다는 밤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사람들처럼 보였다.
"전략적인 선택이었어." 그가 메뉴판을 흘끗 보며 말했다. "여기는 남에게 보이려고 오는 곳이 아니잖아."
"그게 바로 요점이야." 그녀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난 배경 소음처럼 있는 게 좋아."
그들은 별다른 말 없이 주문했다. 단골 메뉴, 늘 먹던 메뉴, 보여주기식이라기보다는 오랜 추억이 담긴 선택들이었다. 음식이 나오자, 그들은 따뜻한 접시를 직접 들고 테이블로 향했다.
그들은 서로 가까이 앉았지만 몸이 닿지는 않았다. 무릎은 서로를 향해 비스듬히 기울여졌고, 어깨는 편안하게 이완되어 있었다. 세상은 모처럼 그들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클레어는 무심코 만두를 반으로 쪼개어 내밀었다. 에반은 재미있다는 듯 받아들였다.
"그렇게 음식을 나눠 먹는 건 속마음을 드러내는 거야." 그가 말했다.
"어떻게?"
"그렇게 음식을 나눠 먹는 사람들은 조심하려는 의도가 없어."
그녀는 나지막이 웃었다. "별똥별을 가져온 건 너잖아."
그는 고개를 숙였다. "비겁하네."
그들은 만두를 먹었다. 리허설 중 있었던 이상한 순간, 거의 완벽에 가까웠던 노래 가사, 블루의 무표정한 유머 등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에반은 몇 년 전 백스테이지에서 길을 잃어 어린이 합창단 연습실에 우연히 들어가게 된 이야기를 했다.
"그 아이가 날 깊이 판단했을 거라고 아직도 생각해." 그가 말했다.
클레어는 마시던 음료가 사레가 들릴 뻔했다.
잠시 동안은 그저 그랬다. 편안하고, 조용하고, 진실된.
그때 에반의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그는 바로 보지 않았다. 둘 다. 휴대전화는 그들 사이에 놓여 있었고, 어두운 유리가 빛을 반사했다.
또 한 번 진동했다.
클레어는 미묘한 변화를 감지했다. 불안도, 죄책감도 아닌, 그저 알아차림이었다.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방에서 예상치 못한 이름을 듣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굳이 그럴 필요 없어—" 그녀가 말을 시작했다.
"알아." 에반이 부드럽게 말했다. "잠깐만."
그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메시지는 공격적이지 않았다. 바로 그 점이 더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지연:
타이밍이 묘하네. 오늘 밤 외출했다고 들었어.
또 사라지기 전에 못 봐서 아쉬웠어.
넌 항상 작별 인사를 싫어했잖아.
클레어는 화면을 보지 못했지만, 그의 표정을 보았다. 그의 턱이 굳어지는 모습, 망설이듯 엄지손가락이 맴도는 모습.
두 번째 메시지가 도착했다.
지연:
그냥 상기시켜 주는 거야… 모든 게 깔끔하게 끝나는 건 아니라는 걸.
에반은 천천히, 그리고 차분하게 숨을 내쉬었다.
"그건… 도움이 안 돼." 그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클레어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차분하게 말했다. "설명해 줄 필요 없어."
"알아." 그가 다시 말했다. 그리고는 더 조용하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래도 확실히 해두고 싶어."
그는 클레어가 볼 수 있도록 휴대폰을 돌렸다. 과장된 행동도, 방어적인 태도도 아니었다. 그저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클레어는 메시지를 한 번 읽고는 다시 그를 올려다보았다.
"날 불안하게 만들려는 거야." 클레어는 차분하게 말했다.
“응.” 에반이 대답했다. “그리고 그녀는 날 억누르려고 하고 있어.”
그는 문자를 입력했다.
에반:
나 지금 누군가와 함께 있어.
여긴 문이 아니야.
제발 이런 식으로 다시는 메시지 보내지 마.
그는 답장을 기다리지 않고 문자를 차단한 후 휴대폰을 뒤집어 놓았다.
잠시 동안 공기가 고요했다.
그때 클레어가 만두 하나를 더 집어 그의 접시에 올려놓았다.
“음,” 그녀가 가볍게 말했다. “타이밍이 좀 안 좋았네.”
그는 긴장이 풀리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오늘 밤은 좋았는데.”
“나도.” 그녀가 말했다. “지금도.”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안심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반응을 보이려는지 살폈다. “그녀는 널 작게 만들려고 했던 거야.”
클레어는 고개를 저었다. “효과 없었네.”
“왜?”
“그녀가 늦었기 때문이고,” 클레어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 말은 어떤 대립보다도 더 큰 충격을 주었다.
밖에서는 버스가 덜컹거리며 지나간다. 안에서는 종업원이 아무 말 없이 물을 채워준다. 삶은 지극히 평범한 소음 속에서 계속된다.
에반은 필요 이상으로 잠시 그녀를 바라본다. "곧 갈 거야." 그는 경고가 아닌 사실임을 분명히 말한다.
"알아."
"그리고 이런 상황은 나아지기 전에 더 나빠질 수도 있어."
클레어는 미소를 짓는다. 순진하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현실에 발을 디딘 미소였다. "그럼 계속 조용히 있는 걸 선택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인다. "함께?"
그녀는 컵을 들어 올린다. "함께."
플라스틱 컵 가장자리가 부드럽게 부딪친다.
전화는 꺼져 있다.
그리고 어딘가 다른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는 너무 늦게 깨닫는다. 가까이 있는 것에도 한계가 있고, 관심을 받는다고 해서 접근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 후로 그들은 천천히 식사를 마친다.
어색한 것은 아니다. 그저 서로를 의식하는 것뿐이다.
에반은 빈 컵을 옆으로 밀어 놓고, 손가락을 필요 이상으로 오래 얹어 놓는다.
그의 시선이 초점 없이 멍하니 있다가 다시 그녀에게로 돌아온다. 조심스럽고 신중한 시선이었다.
"뭔가 다른 게 있어." 그가 말한다. 다급하지도, 극적이지도 않았다. 그저 솔직한 말이었다.
클레어는 긴장하지 않고 기다린다.
"그 메시지가 단발적인 건 아닌 것 같아." 그가 말을 이었다. "타이밍이 너무 절묘해."
클레어는 그를 유심히 살핀다. "그녀가 뭔가 일을 꾸미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어떻게 하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아." 그가 대답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걸 보고 먼저 배웠을 거라고 생각해."
클레어의 미간에 살짝 주름이 잡힌다.
"JR 말이야." 에반이 조용히 덧붙인다. "모든 게 터지기 전에 말이지. 소문이 그를 둘러싸고 퍼져나가는 방식, 그의 전 여자친구가 함정에 빠진 줄도 모르고 궁지에 몰리는 모습 같은 거 말이야."
클레어는 천천히 숨을 내쉰다. "서은이."
그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는 그녀가 모든 것을 불태우지 않고 탈출할 수 있어서 얼마나 안도했는지 여러 번 내게 말했다.
"그녀는 똑똑했어. 일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 물러섰지."
"하지만 지연이는 그러지 않았어." 클레어가 말했다.
"맞아." 에반이 동의했다. "지연이는 적극적으로 나섰지. 그리고 마라는… 마라는 그런 적극적인 태도를 부추기는 법을 알아."
클레어는 멍하니 컵 가장자리를 어루만지는 에반의 손가락을 내려다보았다. 사람들이 빠져나가면서 의자가 스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고, 밤은 서서히 깊어졌다.
"JR이 예전에 나한테 해준 말이 있어." 에반이 말했다. "서은이와 관련된 모든 일이 밝혀진 후에 말이야."
클레어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말을 끊지 않았다.
"그는 가장 힘든 건 그 혼란 자체가 아니라고 했어. 모두가 얼마나 쉽게 그 상황에 휘말렸는지 깨닫는 거라고."
에반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이 얼마나 확신에 차 있었는지 몰라. 사실은 모든 행동이 자기 뜻대로 되는 줄 착각하게끔 누군가의 조종을 받고 있었던 거지."
클레어가 살짝 움찔했다. "팬들도 마찬가지야."
"특히 팬들이." 에반이 말했다. "어떤 부류는 충성심을 곧 순종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마치 사람들이 충분한 절박함만 있으면 어떤 이야기든 따라갈 것처럼 말이야."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약간 비꼬는 듯한 어조로 덧붙였다. "JR은 그걸 마치… 순종적인 토끼처럼 취급하는 거라고 했어. 항상 가장 시끄러운 곳으로 뛰어다니는 토끼처럼 말이야."
클레어는 자신도 모르게 코웃음을 쳤다. "너무 관대한 표현이네."
"난 그냥 좋게 말하려고 했던 거야." 그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JR은 아니었지."
두 사람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사실은 말이야.” 에반이 목소리를 낮춰 말을 이었다. “JR은 안도했어. 정말로. 서은이 누군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아도 됐으니까. 희생양이 되지 않았잖아. 이제 아무도 다른 사람의 통제를 만족시키기 위해 다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게 됐고.”
클레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상처는 여전히 남아있어.”
“응.” 그가 말했다. “그룹 구성원들이 자신들이 속았다는 걸 깨닫고 있어. 단순히 직업적인 면뿐만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지금은 불편해하고 있어. 패닉 상태는 아니고… 그냥… 마음을 추스르는 중이야.”
클레어는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불편함이 도움이 될 수도 있어.”
“그럴 수도 있지.” 에반이 동의했다. “그 불편함에서 뭔가를 배운다면 말이야.”
밖에서는 바람이 불어 문 옆 종이등이 흔들렸다. 종업원이 마감 시간 표시판을 돌렸다.
클레어는 턱을 손바닥에 살짝 괴었다. “지연이는 그 교훈을 얻었을까?”
에반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대답했을 때, 그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단호했다. "내 생각에 그녀는 여전히 자신이 중요한 존재였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애쓰는 것 같아."
"마라는 혼란을 조장하는 것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과 같다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아주 능숙했죠."
클레어는 잠시 생각하더니 부드럽게 말했다. "배려 없는 영향력은 언제나 해악으로 이어지죠."
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진심으로 바라보았다. 그의 어깨가 편안해지는 듯했다.
"당신이 그렇게 생각해주니 다행이네요." 그가 말했다.
그녀는 부드럽고 확신에 찬 미소를 지었다. "저도 당신이 그렇게 말해줘서 기뻐요."
몇 분 후, 그들은 다시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서 있었다. 밤은 창밖에서 조용히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집단이 재편되고, 충성심이 흔들리고, 낡은 전략이 힘을 잃어가든, 이 순간은 온전히 남아 있었다.
고요함.
맑음.
그리고 아무도 원치 않는 곳으로 끌려가지 않았다.
그 후 그들은 더 천천히 식사를 마쳤다.
어색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의식하는 듯.
💛 에반은 자리에 앉아 포크로 둘 사이에 놓인 디저트 상자 가장자리를 무심코 훑었다.
"형이 있어서 자랐잖아." 그는 거의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항상 네 곁에서… 현실을 직시하게 해주는 사람이 있었지."
클레어는 미소를 지었다. "엘리가 그런 면에서 아주 뛰어나지. 때로는 너무 아프게 할 때도 있지만."
그는 chuckled. "난 그 그룹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그런 사람이 없었어. 그리고 그 후에도, 특히 나이가 들면서 감정적으로 얼마나 힘든지 제대로 알지 못했지."
그녀는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JR 말이야."
"JR 말이야." 에반은 부드럽게 말했다. "밤늦게까지 투덜거리고, 지나치게 생각하고, 새벽 3시까지 맴돌다가 다음 날에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거." 그는 애정 어린 눈빛으로, 비난하는 투가 아닌 고개를 저었다. "진정으로 마무리 짓지 못한 일들을 떨쳐내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 눈이 번쩍 뜨여."
클레어는 조용히 그의 말을 들었다.
“난 항상 우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왔어.” 에반이 말을 이었다. “어쩌면 너무 그랬을지도 몰라. 하지만 우리 모두 서른을 향해 가면서 성숙해지니까, 이제는 달라졌어. 괜한 드라마는 줄어들고, 책임감도 더 커지고, 서로를 더 배려하게 됐지.”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살짝 미소 지으며 덧붙였다. “가끔 네가 그런 모습을 보여줄 때가 있어. 이모젠을 보면 말이야.”
클레어가 나지막이 웃었다. “아, 이모젠이 그 말을 들으면 좋아할 거야.”
“내가 아끼는 사람이 어리석은 짓을 하는 걸 보는 건 힘든 일이야.” 그가 말했다. “말려주고 싶지만, 결국엔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는 걸 알게 되지. 하지만 이모젠은 마음이 착해. 항상 제자리를 찾거든.”
클레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결국엔.”
그녀는 살짝 뒤로 기대앉아 생각에 잠겼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난 폭풍 같은 로맨스는 좋아하지 않아. 너무 높은 곳은 싫거든.” 그녀는 씁쓸하게 웃었다. “난 땅에 발을 딛고 있는 게 좋아. 항상 그랬어.”
"그럴싸하네요." 에반이 다정하게 말했다.
"그리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들을 생각하면," 그녀는 조용히 덧붙였다. "이 모든 게 얼마나 가까이에 있는지 알고 있어요. 재용이, 팬들의 소음, 사람들이 관심을 통해 구원받으려 하는 방식... 가끔은 재용이가 팬들에게 구원받고 싶어 하는 것 같기도 해요."
에반은 반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든 짐 없이 살 수는 없죠." 클레어가 말했다. "다만… 누구의 짐을 함께 감당할 수 있느냐의 문제예요. 그리고 그 짐에 대해 얼마나 솔직할 수 있느냐의 문제죠."
그녀는 그를 흘끗 바라보았다. "제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는 알아요. 하지만 그게 저만을 위한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계약도 들어오고, 드라마 외 음악 활동도 해야 하고, 우리가 아끼는 사람들도 영향을 받을 테니까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에반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서 성급하게 대답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
그 후 두 사람은 어깨를 스치며 디저트의 마지막 한 입을 나눠 먹는 편안한 침묵에 잠겼다. 클레어는 그의 어깨에 가볍게 머리를 기댔다. 거창하거나 선언적인 것도 아니었다. 그저 편안했을 뿐이었다.
밖에서는 밤의 나지막한 소리가 들려왔다.
안에서는 두 사람 모두 어떤 압박이나 조급함도 느끼지 않았다.
그리고 모처럼, 바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편안한 곳처럼 느껴졌다.
커피 얘기가 아닌 커피
클레어는 늦은 아침의 고요함, 사무실 소음이 잦아들고 모두가 마치 시간이 유연한 것처럼 행동하는 순간을 기다린다.
"루," 그녀는 사무실 가장자리에 서서 가볍게 말한다. "우리…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둘이서?"
루는 고개를 들어 미소를 짓는다. 계약 얘기는 아닐 거라는 예감이 이미 드는 듯한 미소였다. "만약 이게 위기라면, 난 카페인이 필요해. 아니더라도, 어쨌든 카페인이 필요해."
5분 후, 그들은 밖으로 나온다. 에이펙스 프리즘의 유리 외관에 비친 두 여자는 잠시 갑옷을 벗은 모습이었다. 그들은 길을 건너, 마치 비꼬는 의도로 디자인된 듯 보이는 간판이 걸린 좁은 카페로 향한다.
딜루루 카페
현실은 선택 사항. 커피는 필수.
루는 코웃음을 친다. "완벽하네."
안에서는 에스프레소와 탄 설탕 냄새가 난다. 칠판에는 마치 도전처럼 느껴지는 이름의 음료들이 적혀 있다. 루는 일부러 황당한 음료를 주문한다. 클레어는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애썼다.
두 사람은 창가에 앉았다. 사람들이 지나갔지만 아무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자," 루가 컵을 휘젓으며 말했다. "말 좀 해 봐."
클레어는 컵에서 피어오르는 김을 바라보았다. "난 보통… 이런 거 잘 안 해. 사람들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거 말이야."
루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괜찮아. 기록에 남는 것도 아니고."
클레어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말이 술술 쏟아져 나왔다. 서두르지도, 과장되지도 않았다. 사려 깊고, 신중했다. 머리와 마음 사이의 밀고 당김. 업계에 대한 시야가 넓어졌다. 감탄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얼마나 무거워질 수 있는지. 욕망을 돈벌이 수단으로 만드는 시스템 안에 존재하는 무언가를 갈망하는 조용한 두려움.
루는 말을 끊지 않고 경청했다. 그것만으로도 큰 선물이었다.
클레어가 말을 마치자, 루는 한 모금 마시고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전문적이지 않은 고백을 해도 될까요?"
"네, 그러세요."
"저는 팬이에요." 루가 말했다. "회사 팬이기도 하고, 좋은 시스템 팬이기도 하고, 일이 뜸해질 때도 당황하지 않는 사람들 팬이기도 해요." 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씩 웃었다. "그리고... 네, 저는 좀 약한 팬이기도 해요."
클레어는 눈을 깜빡였다. "무엇의 팬인데요?"
"신뢰를 인프라로 이해하는 아티스트 팬이요." 루가 말했다. "누가 그런 신뢰를 쌓았는지, 누가 아드레날린에 의존하는지 알 수 있잖아요."
클레어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편견이 있군요.”
“물론이죠. 여러 가지가 있어요. 저는 정말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거든요.” 루는 몸을 뒤로 기대며 말했다. “그리고 당신이 에반에게 끌리는 이유도 아주 분명해 보여요.”
클레어는 부인하지 않았다. 그저 조금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차분해요.” 루가 말을 이었다. “요란스럽게 굴지도 않고요. 그런 차분함은 혼란 속에서 살아있음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죠. 하지만 당신처럼 로맨스에서 과장된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산소와 같아요.”
클레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을 그렇게 솔직하게 묘사하는 말을 듣고 안심한 듯했다. “저는 발을 땅에 딛고 있는 게 좋아요.”
“알아요.” 루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리고 이제 제가 좀 지루한 이야기를 꺼낼 차례예요.”
그녀는 두 사람 사이, 테이블, 창밖 도시를 가리켰다. “지켜야 할 일이 있어요. 이미지 관리도 중요하고요.”
경계. 두 분 다 개인적인 관계를 다르게 대하는 곳에서 오셨잖아요. 서구 사회는 문제가 터지기 전까지는 그런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척하죠. 이 업계는… 그냥 지켜보기만 하고요.”
클레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다 생각해 본 내용이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루는 이제 좀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덧붙였다. “균형을 맞추는 건 불가능한 게 아니에요. 노력만 있으면 돼요. 투명하게, 그리고 천천히 나아갈 의지가 필요하죠.”
천천히. 클레어는 그 단어가 편안하고 친숙하게 마음에 와닿는 것을 느꼈다.
루는 미소를 지었다. “오늘 당장 아무것도 결정할 필요 없어요. 내일도 마찬가지고요. 신뢰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하도록 내버려 둬도 괜찮아요. 차분함을 선택해도 되고요.”
클레어는 창밖을 내다보며 종이봉투와 휴대전화를 가지고 노는 커플을 바라보았다. 평범하고, 인간적인 모습이었다.
“고마워요.” 클레어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유연하게 대해줘서.”
루는 매니저로서가 아니라, 낯선 곳에 도착해서 그곳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는 사람으로서 클레어를 유심히 지켜본다.
"제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에서 자랐는지에 대한 뿌리가," 클레어는 천천히 말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 "양쪽에서 저를 잡아당기는 것 같아요. 이제 막 여기 왔는데, 갑자기 모든 게 한꺼번에 휘몰아쳐요.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에요."
그녀는 컵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고, 따뜻한 온기가 손바닥으로 스며들었다. "이렇게 빨리 익숙하고 안전하게 느껴질 줄은 몰랐어요."
루는 말을 끊지 않았다.
"떠나고 싶지 않아요," 클레어가 솔직하게 말했다. "그게 무서워요. 여기가 집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그녀는 작게, 약간 부끄러운 듯 웃었다. "투어에는 모두가 함께할 거라는 걸 알아요. 혼자가 아니라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집과 미래…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했어요. 제가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 누구를 위해 그런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루는 몸을 살짝 기울여 온전히 귀 기울이며 귀를 기울였다.
"지금 너무 많은 관심이 쏟아져요." 클레어가 말했다. "좋은 관심, 나쁜 관심, 상상 속의 관심, 투영된 관심까지. 그리고 자꾸만 '내가 현실에 발을 딛고 있지 않으면 뭔가를 잃어버릴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워졌고, 평소에는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연약함이 묻어났다. "처음 당신을 알게 된 열다섯 살 때의 그 아이로 돌아가고 싶어요. 일을 사랑했던, 괜찮은 척 연기하지 않았던 그 아이로요."
그녀는 고개를 들었고, 눈빛은 흔들림 없이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제 그 모습을 잃고 싶지 않아요."
루는 테이블 너머로 손을 뻗었다. 고쳐주려는 것도, 뻔한 위로의 말로 안심시키려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녀를 붙잡아주기 위해서였다.
"잃지 않을 거예요." 루가 담담하게 말했다. "당신은 자신이 표류할 때를 알아차리는 사람이니까요."
클레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소녀는 여전히 거기에 있어요." 루가 말을 이었다. "다만 지금은 더 밝은 조명 아래, 더 많은 선택권을 가진 채,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서 있을 뿐이죠."
그녀는 따뜻하고 소박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집이라는 게 항상 내가 태어난 곳을 의미하는 건 아니에요. 때로는 자기 자신을 찾는 법을 배우는 곳이기도 하죠."
바깥 거리는 분주하게 돌아간다. 카페 안은 고요하고, 안정적이며, 온전한 순간을 간직하고 있다.
클레어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발을 땅에 딛고 있는 것이 반드시 제자리에 머무르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루, 중심을 잡다
루이스는 안도감이 이렇게 조용할 줄은 몰랐다.
마라가 마침내 화면 밖으로 사라졌을 때 박수갈채도 없었고, 발표도, 누구도 "바로 이 순간부터 변화가 시작됐다"라고 말할 만한 극적인 개편도 없었다. 그저 소음이… 옅어졌을 뿐이었다. 회의는 정시에 끝났고, 이메일에는 자신감으로 위장한 다급함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결정은 튕겨 나가지 않고 제대로 내려앉기 시작했다.
그리고 갑자기, 루는 그 모든 것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녀는 권력을 싫어하지 않았다. 그녀가 싫어하는 건 혼돈이었다.
며칠 만에 처음으로 혼자 사무실에 앉아 재킷을 의자 등받이에 걸치고 소매를 걷어 올렸다. 에이펙스 프리즘 아래 도시는 웅웅거리고 있었지만,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쿠데타도 아니고, 붕괴도 아니었다. 그저 운전대를 잡은 사람이 좀 더 안정되었을 뿐이었다.
보안은 안정되었다. 그 덕분에 그녀는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에반은 그녀가 기대했던 것처럼 절제된 정확성으로 일을 처리했다. 거창한 제스처도, 자만심도 없이, 그저 조용히 탄탄한 기반을 다진 것뿐이었다. 아무 문제도 발생하지 않을 때만 비로소 알아챌 수 있는 그런 보호막이었다. 그 부분이 완벽하게 정비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녀는 비로소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더 어려운 부분이 시작되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션.
현재 다섯 명으로 구성된 그룹은 임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클레어와 이모젠은 남자들과는 다른 위치에 있었다.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 마치 중력처럼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였다. 남자들은 관성처럼 움직였고, 여자들은 의도처럼 움직였다. 둘 다 중요했고, 어느 한쪽이라도 함부로 깎아내릴 수는 없었다.
그리고 또 다른 소음이 있었다.
브랜드 문의. 패션 하우스. "이미지 컨설턴트"들. 모멘텀을 감지하고는 숨 쉬는 법도 배우기 전에 브랜드화하려는 사람들. 루는 그런 전화 대부분을 음성 사서함으로 넘겼다. 그녀는 양에 관심이 없었다.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었다.
영화계는 스타인 부부가 절제되고, 세련되고, 인간미 넘치는 모습으로 훌륭하게 이끌어왔다. 하지만 음악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었다. 패션은 더 강렬하고, 더 갈망하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클레어는 좋든 싫든 이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만큼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루는 커피잔을 떠올렸다. 클레어의 두려움, 성공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성공에 휩쓸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내 안의 그런 모습을 잃고 싶지 않아.
루는 혼자 미소 지었다. 바로 그 점 때문에 클레어를 믿는 것이었다.
클레어는 누군가 자신을 더 크게 만들어줄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지켜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즉, 루에게는 도움이 필요했다. 아무 도움이나 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도움이 필요했다.
그녀는 휴대폰을 집어 들고 며칠 동안 동그라미를 쳐두었던 이름을 찾을 때까지 스크롤을 내렸다.
막시밀리안 "맥스" 데버로.
화려하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맥스는 마치 문장 부호처럼 방에 들어섰다. 날카롭고, 의도적이며,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존재였다. 거침없고, 당당하며, 엄청나게 재밌고, 사람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그 안에 숨겨진 인격을 잃지 않으면서도 다시 멋지게 꾸며주는 눈을 가진 사람이었다.
몇 년 전 미국에서 함께 일했던 적이 있었다. 그는 사람들을 마네킹처럼 만들고 싶지 않아서 더 큰 보수를 여러 번 포기했었다.
"망치는 게 아니라 만드는 거야." 그때 그가 했던 말이었다.
루는 화면을 톡톡 두드렸다.
"늦었잖아." 맥스가 즉시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비난과 애정이 섞여 있었다.
"시간 맞춰 왔어." 루가 말했다.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야?"
잠시 침묵이 흐른 후,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저 여자는 누구야?"
루는 창밖을 흘끗 보며 클레어를 떠올렸다. 사려 깊고 빛나는 그녀는 마치 광활한 무언가의 가장자리에 서 있는 듯했다. "그녀는 숨 쉴 수 있는 갑옷이 필요한 사람이야."
맥스는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말 좀 그만해. 난 언제 날아오르지?"
전화를 마치고 루는 몸을 뒤로 기대며 미래의 모습을 마음속에 새겼다.
클레어와 이모젠은 신중하게 다듬어질 것이다. 인형처럼이 아니라,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존재로. 이모젠은 하이패션의 매력과 놀이, 실험 정신을 즐길 것이다. 클레어에게는 지도가 필요할 것이다. 억제가 아닌, 그녀의 개성을 해석해 줄 사람이. 순수함은 약점이 아니다. 카리스마는 큰 목소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다, 그 고요함 아래 어딘가에는 디바가 숨어 있다. 시끄럽지도, 잔인하지도 않지만, 당당한 디바.
남자아이들은 날카로운 첫 무대 실루엣을 유지할 것이다. 특히 루카스는 싱크로나이즈드 글래머러스함이 완전히 드러날 허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맥스는 그걸 알아볼 것이다. 맥스는 언제나 그랬듯이.
에반은 이 길에 발을 들여놓으려 하지 않았다. 루는 그런 에반을 존중했다. 그의 걱정은 이미지가 아니라 안전이었다.
오직 균형만이 중요했다. 그는 허영심을 알아보았다. 특히 가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접근 권한을 요구하려는 남자들의 무분별한 영향력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었다.
이 시기는 그들 모두를 시험대에 올릴 것이다.
서양의 시선. 동양의 기대. 이제 막 삶을 시작한 것을 포장하려는 시스템.
루는 허리를 펴고 머릿속으로 팀 구성을 구상했다. 스타일리스트. 언제 침묵해야 할지 아는 홍보 담당자. 단결이 곧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
클레어는 그녀를 믿었다.
그것은 어떤 계약보다도 중요했다.
루는 재킷을 집어 들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할 일이 있었다. 이번에는 사태 수습이 아니라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처럼 느껴졌다.
스포트라이트가 다가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그들이 그 스포트라이트를 어떻게 비출지 결정할 것이다.
맥스 등장
막시밀리안 데버로가 마치 기상 현상처럼, 소음이 아닌 기세로 나타났다.
첫 번째 신호는 짐이었다.
여행 가방이 아니라, 케이스였다. 무광 검정색의 날카로운 모서리를 가진 테이블들이 마치 순종적인 위성처럼 그의 뒤에서 질서정연한 대형을 이루며 움직였다. 각각의 테이블에는 태그가 붙어 있고, 코드가 부여되어 있으며, 색깔 줄무늬가 있었다. 그 안에는 마치 벨벳 안감 상자 안에 계측기가 자리 잡고 있는 것처럼, 천이 들어 있었다. 보호받고, 기다리고, 방의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존재로.
두 번째 신호는 침묵이었다.
소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갑작스러운 침묵의 변화였다. 휴대폰은 스크롤을 멈추고, 직원들은 고개를 들었다. 리셉션 근처에 있던 누군가는 마치 방금 숨 쉬는 법을 기억해낸 듯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맥스는 선글라스와 구김 하나 없는 크림색 실크 셔츠를 입고, 헤드셋으로 연극 배우처럼 정확하게 말하며 에이펙스 프리즘 층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아니, 자기야, '전용'이라는 게 '접근 불가'를 의미하는 건 아니야. 의도적인 거야. 이름을 발음하지 못하면 줄을 서서 기다릴 수 없다는 뜻이지."
그는 잠시 멈춰 서서 옆을 흘끗 쳐다보았다.
이미 건물 가장자리로 밀려난 마라는 접촉보다는 스침을 느꼈다. 밀쳐지거나 마주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어색했다. 그녀의 발뒤꿈치가 살짝 움직였다. 그의 주위로 그녀의 공간이 재정렬되었다.
맥스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의 뒤에서 루는 안도감과 애정이 뒤섞인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누군가에게 허락을 구할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사람을 데려오는 것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 잊고 있었다.
에이펙스는 통제보다는 재능을 다루는 데 집중했을 때 가장 잘하는 일을 해냈다.
그들은 맥스에게 위성 공간을 제공했다.
부서도 아니고, 구석진 공간도 아니었다. 창의적인 부속 공간이었다. 여전히 에이펙스, 여전히 프리즘이지만, 길 건너편에 있는 개조된 산업용 로프트에 자리 잡았다. 높은 천장은 야망을 펼칠 수 있을 만큼 높았고, 넓은 창문은 자연광을 마치 협력자처럼 활용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맥스는 즉시 마음에 들어 했다.
"여기가 바로 대량 생산이 오트 쿠튀르에 의해 겸손해지는 곳이야." 그는 탁 트인 공간에서 한 바퀴 돌며 선언했다.
그는 재빠르게 움직였다. 언제나 그랬듯이.
디자이너들이 하나둘씩 들어왔다. 새로운 이름들, 날카로운 눈빛, 조용한 자신감. 대기업과의 파트너십을 고려했지만 결코 흡수되지 않았던 독립 레이블들. 옷감만큼이나 스토리를 이해하는 의상 디자이너들. 여행에도 잘 어울리고, 사진도 깔끔하게 나오고, 습기에도 강하고, 피로에도 끄떡없는 스타일을 만들어낼 줄 아는 사람들.
맥스는 이미 이런 경험을 많이 했다. 패션 위크, 투어 의상, 그리고 유행에 따라 변하는 것이 아니라 몇 달에 걸쳐 자연스럽게 세월의 흔적을 담아내야 하는 장기 브랜딩까지. 그는 오래도록 입을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드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있었다.
먼저 싱클레어.
다음은 이모젠.
마지막은 루카스. 맥스는 언제나 가장 갈등하는 사람들을 디저트처럼 남겨두었기 때문이다.
그는 마치 포식자가 아닌 예술가처럼 그들 주위를 맴돌았다. 자세, 움직임, 누가 보고 있느냐에 따라 변하는 자신감의 모습까지.
"오, 자네는 위험해." 맥스가 루카스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아직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모를 뿐이야."
루카스는 눈을 깜빡였다. "저는—"
"우리가 고쳐줄게." 맥스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맞춤 제작으로요.”
이모젠은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마치 맥스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그의 주위로 몸을 기울였다.
“패션을 좋아하시는군요.” 맥스가 묻지 않고 말했다.
“패션을 정말 사랑해요.” 이모젠이 정정했다.
맥스는 미소를 지었다. “좋아요. 그럼 절제가 때로는 가장 대담한 선택이라는 걸 이해하실 겁니다.”
그리고 클레어는…
클레어는 조금 떨어져 서 있었다.
맥스의 시선은 마지막으로 클레어에게 향했다. 그녀가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말을 하기 전에 그녀의 마음을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평소처럼 검은색 티셔츠에 부드러운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머리는 아무렇게나 뒤로 묶었다. 편안함이 최우선. 언제든 움직일 준비가 된. 있는 그대로의 몸.
그는 나지막이 콧노래를 불렀다. “아, 여기 있었군요.”
클레어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제가요?”
“네.” 맥스가 친절하지만 날카로운 눈빛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서며 말했다. “리허설 옷만 입고 다니면서 거울 없는 척하는 그 여자애 말이야.”
이모젠이 코웃음을 쳤다. “스팽글 알레르기가 있는 애지.”
“틀렸어.” 맥스가 능글맞게 대답했다. “잘못 다뤄지는 걸 싫어하는 거지.”
클레어는 얼어붙었다. 그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전에 스타일링된 모습 본 적 있어.” 맥스가 가볍게 말을 이었다. 클레어 주위를 한 바퀴 돌며 그녀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으려 애썼다. “마라는 보는 눈이 있어, 자기야. 각도도 보고, 열기도 보고, 헤드라인도 본다고.” 그는 혀를 찼다. “아주 효율적이지. 아주… 욕심이 많고.”
공기가 미묘하게 변했다. 모두가 그 변화를 느꼈다.
“하지만,” 맥스가 클레어에게 다시 돌아서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도 안 볼 때 네가 누구냐고 묻진 않았잖아.”
클레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도 모르게 어깨에 짊어지고 있던 긴장이 풀리는 듯했다.
“싱클레어,” 맥스는 마치 비밀이라도 되는 듯 부드럽게 그녀의 성을 부르며 말했다. “우린 네게 또 다른 자아가 있다는 걸 알고 있어.”
클레어는 눈을 깜빡였다. “저는—”
“오, 자기야, 내가 다 알아봤어.” 그는 손을 흔들었다. “영상도 봤다고. 카메라를 잊었을 때 네가 움직이는 방식, 그 고요함, 권위, 그리고 약함이 아닌 부드러움까지.”
그는 쌍둥이를 가리켰고, 쌍둥이는 본능적으로 허리를 펴고 똑바로 섰다.
“이 둘 말이야?” 맥스는 재미있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훈제 청어 같군. 윤이 나고. 내가 할 일은 별로 없어. 그냥 대칭적인 침묵 속에서 계속해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도록 내버려 두면 돼.”
쌍둥이는 반쯤 기분 상하고 반쯤은 기분 좋은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자네는,” 맥스는 눈을 반짝이며 이모젠에게로 돌아섰다. “시인들이 은유를 사랑하는 것처럼 가죽을 사랑하지.”
이모젠은 활짝 웃었다. “맞아요.”
“우리는 자네를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으로 데려갈 수 있어.” 맥스는 기뻐하며 말했다. “재치를 잃지 않고, 지치지 않고도 날카로움을 선사할 수 있지.”
그러고는 클레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자네는,” 그는 목소리를 살짝 낮추며 부드럽게 말했다. “바위 속의 다이아몬드야.”
클레어는 침을 삼켰다.
“자네가 크게 빛나서가 아니라,” 맥스는 만족스러운 듯 나지막이 말했다.
“자네가 빛을 품고 있기 때문이지.”
그는 손뼉을 한 번 쳤다.
로프트 전체가 즉시 반응했다.
숨겨진 구석에서 옷걸이가 굴러 들어오고, 옷 가방의 지퍼가 능숙하게 열립니다. 실크, 부드러운 울, 기모 처리된 면, 탄탄한 니트 등 다양한 원단이 펼쳐집니다. 어떤 것도 과시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조화롭게 어우러집니다.
맥스는 이미 움직이기 시작하며 소리칩니다. "우리는 부드럽게 시작합니다. 라인을 억지로 만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거죠."
클레어는 상황을 파악할 틈도 없이 가벼운 옷이 팔에 걸쳐집니다. 부드럽게 재단된 재킷, 허리선은 드러나지만 조이지 않습니다. 스커트는 공간의 분위기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클레어의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흔들립니다.
"봐요?" 맥스가 어깨 근처의 솔기를 정리하며 속삭입니다. "날카로워 보이지 않아도 카리스마를 뽐낼 수 있어요. 섬세함 자체가 권위죠."
클레어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잠시 멈칫합니다.
여전히 그녀입니다.
다만… 더 선명해졌을 뿐입니다.
한편 이모젠은 좀 더 과감한 옷으로 갈아입으며 웃습니다. 가죽은 재단으로 부드러워졌고, 구조는 살짝 깨져 있어 매혹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클레어의 대사가 조용하고 서정적이라면, 이모젠의 대사는 장난스럽고 자신감 넘치며 당당하다.
"얼굴에 자신감이 드러나네." 맥스가 기뻐하며 말한다. "대조적인 스타일도 소화할 수 있어."
두 소녀는 놀라움과 흥분, 그리고 약간의 믿기지 않는다는 듯 서로를 바라본다.
몇 분 만에 맥스는 두 소녀를 거울과 옷걸이 사이를 오가며 옷을 갈아입히고 실험하게 한다. 쇄골을 스치는 재킷, 과하지 않으면서도 여성스러운 느낌을 주는 미니멀한 정장, 시선을 강요하지 않지만 시선을 사로잡는 드레스들.
"그리고 이게," 맥스가 팔을 크게 휘저으며 말한다. "네가 집에 가져갈 옷이야."
이모젠은 눈을 깜빡인다. "전부 다요?"
"자기야, 우리 공항에 가야 하고, 스케줄도 있고, 우리 삶이 있잖아." 그가 거창하게 말한다. "모자, 액세서리, 레이어드 스타일까지. 이제 다시는 내가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고민하며 캐리어 앞에 서 있지 않을 거야."
그는 갑자기 부드러워지며 진심을 드러낸다. “마네킹은 싫어. 움직임이 필요해. 옷 안에 네가 살아 숨 쉬길 바라. 망설임도, 쪼그라드는 것도 안 돼.”
소녀들은 낄낄거리며 손으로 천을 휘젓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 상상도 못 했던 옷들에 대해 농담을 주고받았다. 전에는 회의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기본 옷만 입고 다녔다. 이제 선택지는 무궁무진하지만, 그렇다고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반면 남자들은 심플함을 고수했다. 날카로운 실루엣, 깔끔한 라인. 루카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얻었다. 그의 날카로움은 무뎌지지 않고 오히려 더욱 세련되어 보였다.
맥스는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가끔씩 혀를 찼다. “좋아. 싫어. 좋아. 절대 안 돼.”
쉽고, 본능적이고, 확신에 찬 대답이었다.
피팅이 끝날 무렵, 무언가 변화가 일어났다.
클레어와 이모젠은 이제 스스로 선택하기 시작했다. 액세서리를 교환하고, 소재에 대해 토론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옷이 있으면 웃어넘겼다. 맥스는 팔짱을 끼고 뒤로 기대앉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필요했던 건 단지 자신의 취향을 믿을 수 있는 허락뿐이었어.” 그가 가볍게 말했다.
그의 팀이 조용하고 효율적이며 결코 방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참고 사진을 찍는 동안, 맥스는 다시 클레어를 힐끗 쳐다보았다.
“아, 그리고 신클레어.” 그는 마치 방금 생각난 듯 아무렇지 않게 덧붙였다. “다음 영화 의상 디자인에 참여하고 싶어.”
클레어가 미소 지었다. “정말요?”
“체인메일 얘기가 들리던데요.” 그가 씩 웃으며 말했다. “사브르. 검. 과시하지 않으면서도 권력을 암시할 정도로만 금박을 입힌 갑옷이요.”
그는 벌써부터 구상하고 있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머리 스타일이요? 저에게 맡기세요. 적임자, 적임자가 필요할 때면 제가 알 겁니다.”
그는 가능성으로 가득 찬 로프트 내부를 둘러보며 손짓했다. “제대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 모든 일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클레어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조종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진정한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놓친 신호들
에반은 그녀의 부재를 스스로 인정하기 전에 먼저 알아차렸다.
처음에는 미미했다. 에이펙스 프리즘은 마치 음악이 멈춘 방처럼 텅 비어 있는 듯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리허설 공간을 확인하고, 위층도 살펴본 후, 그냥 지나가는 길인 척했다. 하지만 그는 지나가는 길이 아니었다.
오후 중반쯤, 그는 결국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세 번째 벨이 울리자마자 받았다.
"내 생각엔 말이야." 클레어가 숨이 차면서도 재밌다는 듯이 말했다. "어딘가에 서서 날 못 찾는 척하고 있겠지?"
"무례하네." 에반이 대답했다. "난 아주 대놓고 널 찾고 있어."
그녀가 웃었고, 그 웃음소리가 그의 가슴 속 무언가를 편안하게 해 주었다. "난 옷감에 납치당했어."
"맥스." 에반이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맞아." 그녀가 확인했다. "그리고 옷걸이, 모자, 그리고 이모젠이 '교육용'이라고 주장하는 엄청난 양의 가죽까지."
에반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루 동안 혼자 있을게.”
“아주 생산적인 하루였지.” 클레어가 반박했다. “루카스 좀 봐. 유럽 예술가 집단에라도 들어갈 것처럼 생겼어.”
“난 항상 그렇게 생각했어.” 에반이 진지하게 말했다. “그럴 만한 광대뼈를 가졌잖아.”
그들은 그동안 쌓아온 편안한 리듬에 빠져들었다. 농담이 오가다 보니 어느새 서로의 안부를 묻는 대화로 바뀌었다.
“어떻게 지내?” 에반이 좀 더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피곤해.” 그녀가 솔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기분 좋은 피곤함이야. 모든 게 제자리걸음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은 그런 피곤함이지.”
그녀가 볼 수는 없지만,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래. 두 번째 여정을 준비하고 있어. 전화 회의, 리허설, 누가 달력을 계단 아래로 던져버린 것 같은 스케줄.”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네.”
“보고 싶어.” 그가 마치 당연한 말처럼, 요구가 아닌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클레어는 혼자 미소 지었다. “그럴 줄 알았어. 넌 모르는 척하는 데 정말 젬병이잖아.”
“너무 뻔해.”
다음으로 그들은 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투어 날짜가 거의 겹치지만 완전히 겹치지는 않고, 타이밍만 맞으면 도시들이 겹칠 가능성도 있고, 더 이상 아무도 적극적으로 일정을 망치려 들지 않는다는 안도감까지.
“기분이 달라.” 클레어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 “마침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는 것 같아.”
“맞아.” 에반이 동의했다. “그러니까 다음 일정이 시작되기 전에 한 5분 정도는 숨 돌릴 틈이 생기는 거지.”
그녀는 웃었다. “낙관주의자네.”
“노력하고 있어.”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저 텅 빈 침묵이었다.
“그래서,” 클레어가 가볍게 물었다. “우리 삶의 다음 장은 어떻게 될 것 같아?”
에반은 잠시 생각했다. “더 솔직하게. 추측은 줄이고. 상황이 이상해져도 여전히 웃을 수 있는.”
그녀는 콧노래를 불렀다. “그 개요 마음에 드네.”
나도.”
그들은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끊었다. 둘 다 뭔가 안정적인 것이 형성되고 있음을 느꼈다. 극적이지도 않고, 깨지기 쉬운 것도 아닌, 그저 현재에 충실한.
그리고 지금으로서는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거의 맞았지만, 완벽하진 않았다.
에반은 사진이 왠지 모르게 어색해서 눈길이 갔다.
리허설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고, 그는 혼자 앉아 테이블에 휴대폰을 기대놓고 팬 미팅 영상이 온라인으로 재생되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는 부정적인 소식을 찾아 헤매는 게 아니었다. 그저 관찰하고 있었다. 그는 언제나 반응하는 것보다 관찰하는 데 더 능숙했다.
클레어는 차분하고 따뜻하며 침착해 보였다. 맥스의 스타일링은 카메라에 자연스럽게 담겼다. 과장된 연출도, 애쓰는 모습도 없었다. 그녀는 평소처럼 경계심을 드러내면서도 프로답게, 거리를 두지 않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때 스트라이크가 그녀 옆에 나타났다.
극적인 장면은 아니었다. 그저 눈에 띌 정도로 가까이 있었다.
질의응답 시간에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있었고, 분위기는 장난스러웠으며 관객들은 편안해 보였다. 스트라이크가 무언가를 말하려고 몸을 기울였다. 아마도 재밌으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클레어는 웃었다.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드는 데 능숙했기 때문이다. 에너지를 부추기지 않고도 무장 해제시키는 방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후속 조치였다.
손이 너무 오래 머무른다. 어깨 각도가 공간을 존중하기보다는 좁히는 듯하다. 카메라가 그 순간을 깔끔하게 포착한다. 아주 작은 친밀감이 실제보다 더 큰 의미를 전달한다.
온라인에서는 프레임이 즉시 바뀐다.
케미스트리.
대담함.
흥미로운 조합.
에반은 긴장하지 않는다. 그는 한숨을 내쉰다.
스트라이크는 항상 이런 식으로 경계를 시험해 왔다. 공격적이거나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무엇이 통하는지 보기 위해, 공개적으로 넘지 않고 선을 모호하게 만들기 위해.
클레어는 완벽하게 대처한다.
무대 위에서 그녀는 미묘하게 자세를 조정한다. 자세를 바꾸고, 에너지를 전환하고, 우아하고 침착하게 다음 질문에 답한다. 그 순간은 사라진다. 관객들의 열기는 그대로 유지된다. 아무런 파장도 없다.
하지만 무대 뒤에서는 마침내 그 여파가 느껴진다.
스트라이크는 처음에는 여전히 흥분에 젖어 웃어넘긴다. "진정해." 그는 가볍고 거의 놀리는 듯한 어조로 말한다. "팬들은 좋아해."
클레어는 걸음을 멈춘다. 날카롭지도, 화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분위기가 차분해질 정도로만.
"우린 아직 나라도 안 떠났잖아." 그녀는 차분하지만 분명하게 말했다. "우리가 어디까지가 허용되는 선인지 모르는 척하지 말자."
스트라이크의 미소가 스쳤다. "너무 과대해석하는 거 아니야—"
"아니," 그녀는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난 정확히 그렇게 해석하고 있어."
블루는 언제나처럼 그 자리에 있었다.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지만, 한번 눈에 띄면 놓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는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않았다. 그저 스트라이크를 뚫어져라, 눈도 깜빡이지 않고 바라보았다.
스트라이크는 알아챘다.
모두가 항상 알아챘다.
클레어는 블루를 힐끗 보고 다시 스트라이크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어조가 바뀌었다. 이제는 좀 더 가볍고 유머가 섞여 있었다.
"있잖아," 그녀는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대로 해외에 가면, 난 제대로 구사하지도 못하는 언어로 욕이나 퍼붓게 될 거야. 그건 누구에게도 좋은 결과가 되지 않을 거야."
잠시 침묵이 흘렀다.
"캘리포니아에 도착하면 그런 문제는 없을 거예요." 그녀가 아무렇지 않게 덧붙였다.
스트라이크는 약간 억지로, 약간은 후회하는 듯한 웃음을 지었다. "알았어."
"다행이네요." 클레어가 말했다. "전 투어를 즐기고 싶거든요."
그녀는 더 이상의 대화로 이어지기 전에 자리를 떠났다.
그날 밤, 에반은 그 영상을 다시 보았다.
그는 영상을 집착적으로 반복 재생하지 않았다. 불안에 휩싸이지도 않았다.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 즉 클레어의 침착함, 블루의 존재, 그리고 스트라이크가 누군가가 움츠러들지 않으면 항상 물러선다는 사실을 믿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꽃을 보냈다.
동백꽃.
변함없이. 충실하게. 조용한 존경을 담아.
아무런 설명도 없는 메시지.
나중에 전화가 왔다.
"힘든 하루였어?" 그가 물었다.
그녀는 부드럽게 웃었다. "재밌는 하루였어. 좀 힘들었지만."
"그럴 줄 알았어."
"내가 잘 처리했어." 그녀가 말했다. 방어적인 태도가 아니라, 그저 사실을 말하는 것이었다. “알아.” 에반이 대답했다. “네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봤어.”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꽃 고마워.”
“언제든지.” 그가 말했다. “특히 오늘 같은 날에는.”
그녀는 숨을 내쉬었고, 그 소리가 전화 너머로 부드럽게 새어 나왔다. “넌 항상 아는 것 같아.”
에반은 혼자 미소 지었다.
그는 속으로 생각하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 안다는 것은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라는 의미였다.
그날은 아무런 헤드라인도, 후폭풍도, 피해도 없이 끝났다.
그저 또 하나의 ‘거의’였을 뿐.
그리고 때로는 ‘거의’라는 순간이 모든 것이 얼마나 견고한지를 증명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해가 뜨면 새들이 조용히 지저귀기 시작한다.
시끄럽게 시작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안티팬에 대해 이야기할 때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바로 그것이다. 마치 집착이 항상 고함, 협박, 소란으로 나타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경우는 그렇지 않다. 서서히 움츠러든다.
떠도는 이미지들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반복되는 장면들. 너무 가까이에서 캡처된 스크린샷들. 느리게 재생되고, 반복되고, 재구성된 순간들. 스트라이크의 미소. 팬 미팅에서 클레어에게 몸을 기울이는 모습. 프로답고 절제된 그녀의 웃음소리가, 맥락에서 벗어나 낯선 사람들에 의해 재해석되고, 그들은 그 웃음소리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려 한다.
잘생긴 남자는 투영을 불러일으킨다.
카리스마는 특권 의식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스트라이크는—치명적인 카리스마를 지녔지만, 어이없을 정도로 태연하다—중심축이 된다.
팬덤은 익숙한 방식으로 분열된다. 어떤 이들은 장난스럽게 둘을 엮는다. 어떤 이들은 언론의 연출이라고 치부한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더욱 날카로워진다.
그들은 클레어를 한 사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장애물로 본다.
그녀는 조용하다. 친밀한 모습을 연기하지 않는다. 일부 여배우들처럼 대중을 의식하지도 않는다. 그 절제는 오히려 분노를 부추긴다.
왜 그녀는 저기에 앉아 있을 수 있지?
왜 하필 그녀지?
그녀는 자기가 우리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거야.
논쟁은 점점 커져간다.
노골적인 증오는 아니지만, 은근히 증오를 드러내는 글들이 나타난다. 걱정으로 위장한 질문들. 비난이 섞인 동정심. 잔인한 행동을 하면서도 스스로는 합리적이라고 믿는 사람들의 어조.
지연이 다시 등장하는 지점은 바로 여기입니다. 직접적으로, 눈에 띄게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치 메아리처럼 말이죠.
지연은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녀는 관심이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따지지 않고, 그저 오래도록 남는지 여부에만 관심을 갖는다는 것을 일찍부터 깨달았습니다. 에반과 연루되었을 때, 그녀는 맹렬한 비난에 시달렸습니다. 카메라 앞에서 울고, 상처받은 척 연기하며, 자신을 연약하고 억울하게 당한 사람으로 묘사하는 여론에 휘둘렸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 쏟아진 동정심은 그녀를 취하게 만들었습니다.
피해자 의식이 그녀를 보호해 주었다.
분노는 그녀를 고양시켰다.
그래서 스트라이크의 이미지가 높아지고 클레어의 이름이 거론되는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면서, 그녀 안에서 무언가가 쿵 하고 멈췄다. 질투라기보다는, 더 차가운 감정이었다.
그녀는 불을 지르지 않았다.
불길이 스스로 타오르도록 내버려 두었다.
댓글 몇 개, 좋아요 몇 개, 누군가에 의해 확산된 개인 메시지. 추적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이미 앞으로 나아가려는 사람들을 부추기는 것뿐이었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해롭지 않다고 말했다.
클레어는 괜찮을 거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업계가 원래 이런 식으로 돌아가는 거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먼저 공격해야만 해를 끼친다고 믿는 것.
밖에서 보면 그저 팬덤의 소음처럼 보인다.
하지만 안에서는 느낌이 달랐다.
클레어는 질문의 어조가 바뀌는 것을, 팬들의 메시지가 존경에서 특권 의식으로 변하는 것을, 하지 않은 일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 차이를 알아챘다.
그녀는 프로답게, 침착하게, 명확하게 행동한다.
왜냐하면 이것이 영화계와 음악계의 차이, 즉 연기와 표현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스크린 위에서 그녀는 연기를 한다.
스크린 밖에서는 아무런 의무도 없다.
스트라이크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비록 그가 모호함 속에서 이득을 보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의 직업은 항상 그런 긴장감 속에 존재해왔다. 벼랑 끝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으면서도 그 안에 빠지지 않으려 애써온 것이다.
하지만 팬들은 그 벼랑 끝이 어디인지 항상 아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진실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접근을 원한다.
그리고 접근이 거부되면, 그 감정은 빠르게 식어버린다.
에반은 멀리서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아챈다.
그는 공개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사실을 바로잡아 이야기를 부추기지도 않는다. 그는 그 패턴을 알아챈다. 집착이 인정을 통해 어떻게 자라나는지, 침묵이 때로는 대립보다 집착을 더 효과적으로 잠재울 수 있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직감은 더욱 날카로워진다.
이건 스트라이크와 클레어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건 지켜보는 것과 소유하는 것을 혼동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지연처럼, 그리고 그 이전에 마라처럼, 관심을 필연으로 착각하고, 아직 자신을 파멸시키지 못했으니 앞으로도 절대 파멸시키지 못할 거라고 믿는 여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들은 자신이 투명인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눈에 띄지 않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차이를 모른다.
그리고 그 차이가 바로 결과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