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전학생

폭풍의 전학생 1

전화를 받자 마자 들리는 건 대성통곡하며 울고있는 엄마의 목소리였다. 분명 전화 온 건 김여린인데 왜 엄마가 받았고. 또 왜 울고있는건데. 당황을 감추지 못하고 회의하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엄마.”
- 여주야.
“무슨 일인데 도대체.”
- 여린이, 자살 시도했대.
 
 
 
불안한 마음은 곧 두려움으로 변했다. 여린이가? 김여린이? 그럴리가 없는데. 항상 밝고 예쁜 아이였는데 도대체 왜.
 
 
 
 
 
 
 
 
-
여린이는 여주의 쌍둥이였다. 항상 둘은 비슷하다와 함께 다르다는 소리를 듣는다. 외향적으로 비슷한 것 같아도 그 둘은 매우 다르다. 성격부터 좋아하는 것, 그리고 연애스타일까지. 그녀와 나는 맞는 게 없었다. 그래서 더 좋았지 서로가.
 
나는 항상 10분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로 아버지의 일을 따라다니기 바빴다. 나에게 일을 물려줄 셈인 것이었다. 여린이가 자신은 일은 절대 안하고 평범하게 살 거라는 말에 내가 그 짐을 더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덕분에 여린이는 고등학교 입학할 때 나는 자퇴했지만. 그다지 원망을 가지진 않았다.
 
 
 
“아.. 숙제 진짜 너무 많아.”
“나도…”
 
 
 
여린이는 숙제하고, 나는 계약서를 수정하고. 똑 같은 나이였지만 하는 일은 확연하게 달랐다. 난 무슨 일에 어이가 없어서 화가 터지기 일보 직전이였으면 여린이는 그 옆에서 안절부절하며 나를 달래기 바빴다. 우린 정 반대였다.
 
 
 
“…김여린.”
“…여주야.”
 
 
 
여린이가 문구점 앞에서 남자친구로 보이는 아이한테 맞고있을 때도 정말 그 아이를 죽이고 싶었다. 저게 장난이라고? 이해가 안 갈 상황이여도 여린이는 남자친구가 장난치는거라며 넘어가달라고 살갑게 웃었다. 그때 엄마한테 말했는데. 얘, 너무 미련하게 착한 거 아니냐고. 그래서 걱정된다고.
 
 
 
“그래도, 장녀는 장녀가 티가 나나봐요.”
“…”
“생긴 건 첫째가 더…”
 
 
 
부모님이 자리를 비면 당연하게 나오는 어른들의 외모평가에도 불구하고 여린이는 그저 웃었다. 여주는 원래부터 예뻤다고. 그냥 착한 줄만 알았다. 여린이만은 원하는대로 다 해주고 싶었다. 내 유일한 동생이자, 친구니까.
 
 
 
 
 
 
 
 
 
-
“당분간은 입원해야할 것 같아요.”
“…”
“상태도 워낙 심각하고.”
“…”
“심리상태가 지금 너무 불안정해요.”
“…”
“곧 무너질 것 같을 정도로.”
 
 
 
너무 급해 기사님한테 인사할 겨를도 없이 병원을 올라섰다. ‘제 2의 빅히트그룹 후계자는 김유환의 딸?.’ 엘리베이터의 작은 모니터에 뜨는 뉴스가 원망스러웠다. 병실 문을 여니 눈물을 흘리는 여린이의 모습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 있는 아빠. 그리고, 자고 있는 엄마까지. 이마를 짚었다. 아빠는 내가 온 걸 눈치채고 나의 어깨를 토닥여주곤 회사로 가는 듯 했다.
 
 
 
“…여린아.”
“여주야.”
“…괜찮아?”
 
 
 
왜 그랬냐고. 나한테 말하지 그랬냐고. 울분을 토할 것 같이 말하고 싶어도 참았다. 사정이 있겠지. 착한 네가 말 못할 사정이 있었을 테니까. 괜히 여린이의 악몽을 꺼내고 싶지 않았다.
 
 
 
“밥 먹었어?”
“…”
“너 좋아하는 초밥 사왔는데.”
“…여주야.”
“..너 초밥..”
“괜찮아?”
 
 
 
이를 꽉 깨물었다. 괜찮겠어? 항상 우리 가족 앞에서 웃던 애가 이렇게 됐는데. 여린의 말에 난 꾸욱 참고있던 눈물을 토해냈다.
 
 
 
“…왜 그랬어..”
“…여주야 뚝.”
“왜 그렇게 위험 짓을 했어..”
 
 
 
조용히 내 머리를 쓰담아주었다. 그럼 모습조차 여린이가 미웠다. 힘들면 힘든 티를 내라고. 네가 항상 좋은 아이일 이유는 없잖아.
 
 
 
“여주야 우리 어릴 때 내가 게임에 이겨서 여주가 내 소원 들어주기 했잖아.”
“..응.”
“이제 그거 쓰려고.”
“…뭔데? 말만 해. 뭐든....”
“입원할 때까지 여주가 학교 다녀주라.”
“…”
 
 
 
눈물을 머금은 여주가 눈을 크게 뜨고 여린이를 바라봤다. 학교를 다녀달라니. 그게 가능한거야? 여린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가 허락했어.”
“…아빠가?”
“응. 학교가서 말 해놓겠다고.”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치.. 여주야 미안해.”
 
 
 
미안할 필요까진 없는데. 조금 당황스럽긴 했다.
 
 
 
“내가 여린이 너로 생활하는거야?”
“응. 그때동안, 나는..”
“…”
“할머니 보러 내려도 갓다오고 하려고.”
“…”
“여주 너도, 회사 일 때문에 힘들잖아.”
 
 
 
여린의 눈동자는 어딘가 슬퍼보였다.
 
 
 
“…”
“그리고.. 학교에서 나 좋아해주는 애 없다.”
“…”
“웃기지. 항상 잘 지낸다고 했잖아.”
“…”
“사실 거짓말이야. 나 이때까지 버틴 것만 해도 장한건데.”
“…”
“여주야.”
“…”
“너라면. 사랑 받을 수 있을거야.”
“…”

 
 
 
 
 
 
 
 
 
 
 
-
“여린이가 아파서.”
“…”
“이제 학교에 나오게 됐는데, 다들 학교 적응 잘하게 도와주자.”
 
 
 
거의 3년만에 학교에 나오는건가. 간만에 나오는 학교는 낯선 게 많았다. 이때까지 아버지 회사에서 주구장창 사람을 만나고 대접받는 일만 했지. 모든 게 새로웠다. 아침 조례가 끝난 선생님이 나가고 수업을 준비했다.
 
 
 
“김여린.”
“…”
“보고싶어 죽는 줄 알았잖아.”
 
 
 
조금은 세 보인다는 게 더 어울리는 여자아이였다.
 
 
 
“뭐야, 화장한거야?”
“…”
“얼굴이 바꼈는데.”
 
 
 
그 말에 사실 좀 뜨끔했다. 벌써부터 들킨건가.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네. 김여린이라면 어떻게 말했으려나.
 
 
 
“아.. 병원에 오래있다보니 심심해서.”
“…목소리도 좀 이상한데?”
 
 
 
뭐 이렇게 꼬치꼬치 캐 물어. 친구가 보통 아파서 안 오면 걱정 해주는 게 대다수 아닌가? 괜스레 짜증이 밀려왔다. 난 김여린이랑 너무 달라서 걱정이라니까.
 
 
 
“아무튼. 내가 부탁한 건?”
 
 
 
부탁한 거? 그게 뭔데. 김여린한테 좀 듣고 올걸. 학교 생활에 대해서 알려주겠다 했을 때 뭘 그런 걸 알려주냐며 안 들었는데. 괜히 후회되네.
 
 
 
“그게 뭐더라..?”
“..와 뭐야. 금세 잊어? 존나 실망이다.”
“…”
“너 저번에 들고 온 입생로랑 틴트.”
 
 
 
아. 김여린이 갖고있는 립스틱 말하는건가. 나름 명문 고등학교라 들었는데 애들은 돈도 없나. 자기 돈으로 살 생각도 안하고 김여린한테 달라고 한다고? 하긴. 김여린 성격이면 바로 주겠지.
 
 
 
“나 그거 지금 없는데?”
“…뭐야?”
“뭐가.”
“존나 싸가지 없어졌네.”
“…?”
“대가리 잘못 됐으니까 뭐, 변해 보겠다 이거냐?”
 
 
 
내가 무슨 말을 했길래 이 아이의 기분을 상하게 했을까나. 워낙 자기 혼자 지랄발광을 하는 어른신들은 많이 봤어도 같은 나이대가 이러니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네. 주변에 아이들은 그저 날보며 히히덕 거리거나, 무시할 뿐이고.
 
 
 
“왜. 내가 잘못한 거 있어?”
“…풉. 야, 유정아 이리 와봐.”
“왜.”
“존나 대가리 이상해졌나보다.”
 
 
 
꼰대같이 들릴 진 몰라도. 정말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진짜 없는데 어떡하라고. 곧 나오는 여자아이는 이쁘장하게 생겼지만 어딘가 차가운 인상을 가진 아이였다.
 
 
 
“야.”
“…”
“저번처럼 쳐 맞고 싶은 거 아니면.”
 
 
 
거기서 문득 떠올랐다. 아이들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여린의 말이. 그제서야 여린의 모든 행동이 이해가 가는 여주가 실소를 뱉었다.
 
 
 
“야. 지금 웃어?”
“이제야 이해가 가네.”
“…뭔 개소리야 미친..”
“적당히 하고 가라.”
“…”
 
 
 
여주는 등교하면서 봤던 도서관으로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곧장 뒷통수에 치이는 탓에 모든 행동이 굳어졌다.
 
 
 
“정신이 나갔나.”
 
 
 
이게 이렇게 자연스럽게 나오는 행동이라면.
 
 
 
“..아아!!!! 야 놔!!”
“입생로랑 사다줘?”
“…”
“왜 나한테 구걸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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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해보이게.”
 
 
 
이때까지 넌 얼마나 많은 수모를 당한건데.
 
 
 
 
 
 
 
 
 
-
기분이 울적했다. 왜 도대체 여린의 상황을 몰랐을까 하는 생각. 자책감도 있고.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너도 나처럼 얼른 학교에 보내지 않을 건데.. 라는 후회도.
 
 
 
“..놔!”
“풉. 놔 달래.”
“..네가 시키는 대로 다 했잖아.”
 
 
 
도서관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건 역시나 똑 같은 장면. 주먹을 꽉 쥐었다. 여린이가 생각나서.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
“내가 이거말고 더…”
 
 
 
울고 있는 아이와 눈이 마주치니 다른 아이들까지 나를 쳐다보았다.
 
 
 
“학주가 부르던데.”
“…?”
“너네 당장 오라고.”
 
 
 
나의 말에 애들은 망했다며 자리를 떠났다. 나를 탐탁지않아 위 아래로 훑어보는 건 기본이고.
 
 
 
“…”
“김여린. 거짓말 잘하네.”
“…”
 
 
 
탁자에 걸터앉아 괴롭힘 당하는 걸 구경하던 아이가 나를 보고선 가버렸다.
 
 
 
“…고마워.”
“일어나.”
“…”
“…도대체 왜 당하고만..”
“..여린아.”
“…”
“…항상 도와줘서 고마워.”
 
 
 
김여린 너는. 그래도 항상 따뜻한 아이였구나. 혼자만 남은 이 도서관에서 여린이 생각이나 쉴새없이 울었다.
 
 
 
 
 
 
 
 
 
 
-
눈이 부은 채로 교실로 들어갔다. 운 거 티 안나겠지. 괜히 민망하네. 자리로 앉으려고 하니 어떤 남학생이 내 자리에 앉아있었다. 뭐지. 내가 자리를 잘못 안건가. 분명 저긴데.
 
 
 
“비켜.”
“…”
 
 
 
내 자리라는 걸 아니까. 그냥 그에게 비키라고 말을 전했다. 그러더니 나를 보곤 눈썹을 으쓱하더니.
 
 
 
“비키라고.”
“…”
 
 
 
여전히 자리를 비키지 않고 가만히 나를 보는 아이의 눈빛이었다. 설마, 나를 알아보는건가. 어쩔 줄 몰라 서 있는 것도 몇 분. 뒷문에서 야! 크게 소리치며 다가오는 아이들의 무리였다.
 
 
 
“또라이 같은 년이…”
“…?”
“학주는 무슨 개뿔, 안 걸려도 되는 걸 니년 때문에 걸려서!”
“…”
 
 
 
순식간에 교실은 혼잡해졌다. 여린아 미안한데 나 잠깐만 내 모습 보여도 되지? 진짜 이 상황이 너무 답답하고 숨 막혀. 너가 그랬잖아. 진짜 화낼 상황에선 화내도 된다고.
 
 
 
“그리고 도서관에서는 몰랐는데 김여린이라며.”
“…”
“찐따 같은 년이..”
 
 
 
때리려던 손을 꽉 쥐었다. 앉아서 피아노치고 기타 치는 걸 좋아하는 여린과는 반대로 난 운동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우린 정 반대였지.
 
 
 
“!!!! 야! 김여린!”
“…”
“…이게 진짜!!!”
“나 기분 안 좋은데.”
“….”
“좋은 말로 할 때.”
“…”
“꺼져.”
 
 
 
교실은 싸늘함 그 자체였다. 김여린이 여자아이의 팔을 잡은 것에서 1차 충격. 그 뒤에 나온 말에서 2차 충격.
 
 
 
“…너. 지금 뭐라고.”
“…”
“말 다했냐? 이 개 같은…”
“두 번 말 안해.”
“…”
“내 눈 앞에.”
“…”
“니 대가리 치우란 말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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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나. 역겨우니까.”
 
 
 
여주의 표정과 눈빛은 아이를 압살했다. 분노와 원망이 가득한 그녀의 분위기를 감히 누가 이길 수 있을까. 자신의 동생을 괴롭힌 아인데. 더 괴롭히라면 괴롭혔고. 더 최악으로 빠뜨리라면 그럴 수 있었다. 근데. 여린이 때문에 참는거다. 이 모든 순간을.
 
 
 
“..허 어.. 어이가 없네.”
“…”
“야… 가자.”
 
 
 
아이는 왠지몰라도 여린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진짜가 아니겠지만, 혹시나 여린에게 언니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도 잠시 여주의 자리에 앉아있던 남학생이 일어나 여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애들이 하도 네가 변했다길래.”
“…”
“설마아, 여린이가 싶었는데...”
“…”
 
 
 
그러다가, 떠올랐다. 여린이의 다이어리에서 본 것 같다. 여린이의 짝사랑, 이름이.. 김태형이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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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이 진짠가보네.”















안녕하세요. 쮸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