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새끼의 X

그 새끼의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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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따르르르

_달칵



"여보세요?"


[아,아빠야.. 딸]


"어 아빠~ 무슨 일이야?"


[우리 딸.. 요즘 병원 일은 잘 돼가..?]


"똑같지 뭐~ 여전히 바쁘고"


[그,그렇구나 하하..]


"그나저나 무슨 일이야? 목소리가 안 좋은데
뭔 일 있었어?"


[ㅇ..일은 무슨, 아빠야 당연히 우리 딸 보고 싶어서 전화했지..하하..]


"뭐야~ 나도 보고싶어 ㅎㅎ
아빠는 요즘 어때?
돈은 안 필요해?"


[아, 그게.. 여주야]


"응?"


[아빠가 사실.. 이번에 돈을 좀 잃었거든..?]


"돈? 혹시 또 도박 때문이야..?"


[그,금방 다시 딸 수 있어..!! 정말이야]


"...아빠"


[아빠가 요즘 많이 힘들다, 딸..
우리 여주..아빠가 미안해]


"....."


[우리 여주.. 착하지..?]


"얼마나 필요한데..?"


[역시, 우리 딸 밖에 없다 아빠는]


"...ㅎㅎ"


[한 삼천 정도만..]


"사,삼천..?!"


[응.. 우리 딸 아빠가 항상 고맙고 사랑한다]


"...알겠어"


_뚝



하... 아빠가 또 도박에 손을 대셨구나.. 저번에가 정말 마지막이라고 약속하셨으면서..
이번이 도대체 몇 번째인지도 모를 정도로 아빠는 내게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매번 큰 돈을 요구해온다.
그럴 때마다 강하게 나가야한다는 내 다짐이 무색하게도 항상 내어줄 수 밖에 없는 건 그가 나의 하나뿐인 혈육이기 때문일까? 어떤 이유에서든 누군가 내 모습을 본다면 정말 바보같아 보이겠지. 하지만 난..괜찮다 정말로.
내가 아빠를 사랑하니까, 아빠에게도 내가 꼭 필요하니까.. 그래 그거면 된 거다.


"하...
괜찮아 정여주, 할 수 있어!!"


이젠 익숙해져버린 혼자만의 파이팅을 하며 오늘도 힘차게 일을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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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허리야"


드디어 퇴근시간.
대학병원 응급실 레지던트로 일하면서 하루에도 수십 명씩 응급환자들을 치료하며 쌔빠지게 돌아다녔더니 허리가 나갈 것 같았다
동료 의사들은 모두 차를 사서 자가용을 타고 다니지만 정작 같은 월급을 받는 나는 꿈도 꾸지 못 할 일들이다
분명 돈 걱정 없는 행복한 미래를 위해 그 동안 미친 듯이 공부해서 의사가 되었던 건데, 왜 아직도 나는 가난이란 이 지긋지긋한 쳇바퀴 속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는 걸까. 사실 답을 알고있지만 나는 아무 것도 모르는 척 또 내 신세를 한탄 할 뿐. 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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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독약 냄새가 진하게 나는 흰 가운을 벗고 사복 차림으로 나와 퇴근을 하려는데 후배 의사 한 명이 나를 불렀다


"선배"


"왜?"


"요즘 계속 오셨던 그 분이요..
또 오셨어요"


"또?!
하아....진짜"


"네.. 어떡할까요"


"내가 가볼게"



요 근래에 계속 내 퇴근 시간에 맞춰 날 찾으러 오는 미친놈이 하나 있다
하루 이틀 무시하다 보면 언젠가 포기하고 돌아가겠지 생각하며 모른 체 했더니 장장 일주일 동안을 쉬지 않고 찾아오는데 이 쯤되니 모른 척 하기도 힘들고 그냥 끝을 봐야겠다



"저기요"


"어, 여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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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꾸 찾아오시죠?"


"이유는 본인도 알 것 같은데"


"지난 번 그 제안 때문이라면
저는 분명히 거절했을 텐데요"


"흐음.. 다시 생각해봐
너한테도 좋은 조건일 텐데"


"됐고요, 안 합니다"


"알겠어, 나중에라도 마음 바뀌면 말해줘"


"그럴 일은 없겠지만요"


"ㅎ 태워다 줄게, 타"


(무시)


"여전히 까칠하네"



알 수 없는 소리를 해대는 그를 지나쳐 익숙하다는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 앉아 창 밖을 보니 여전히 그는 서있었고 나는 또 왠지 모를 찜찜함에 다시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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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남자를 처음 봤던 건 아마 한 이 주 전쯤이었을 거다

안면도 없던 사이였지만 그는 누가봐도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깊은 골목길에서 혼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던.
명색이 의사이기에 아픈 사람을 두고 지나칠 수는 없었던 걸까. 알량한 직업 정신 때문에서라도 나는 그를 치료했고 그는 내게 달콤한 제안을 걸어왔다


"내 밑에서 일 하나 할래?"

"내가 네 아빠 빚도 다 갚아주고 병원에서보다 더 높은 보수도 약속하지"


솔직히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었지만 그렇다고 덥썩 받아드리기엔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내 집안 사정은 어떻게 알았을 뿐더러 오늘 처음 만난 나에게 이런 제안을 하는 것도 굉장히 의심스러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렇게 큰 돈을 준다는 점에서 같이 하자는 그 '일'이 정상적이진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아주 위험할 수도 있겠지.
큰 돈에 눈이 멀어 그 제안을 받아드리기엔 내 목숨이 더 소중했기에 나는 정중히 거절했고 그것으로 끝일 줄 알았는데 그 남자는.. 포기란 걸 모르는 사람 같았다.
그 날 이후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날 찾아왔고 매번 거절을 당해도 아랑곳하지 않는 듯 했다.
참.. 알 수 없는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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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오늘도 아침은 밝았고 어김없이 찾아오는 출근시간이다.
터덜터덜한 걸음걸이로 집 밖을 나왔는데 내가 사는 이 아파트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척 봐도 비싸보이는 검은 세단 하나가 주차되어 있었다.
멀리서도 한 눈에 띄어서 잠시 바라보고 있었더니 뜻 밖에도 그 검은 세단이 내 쪽으로 오는 게 아닌가
당황하던 찰나 세단의 창문이 열리고 그 안에 있는 인물은, 아니나 다를까 김태형이다



"ㅎ 놀랐어?"


"별로"


사실 굉장히 놀랐지만 왠지 지기 싫은 마음에 별로 놀라지 않은 척 하며 캐물었다


"뭐죠? 왜 그 쪽이 제 집 앞에 있죠?"


"음.. 보고싶어서?"


"헛소리 하실 거면 가주세요"


"ㅋㅋㅋㅋ역시 오늘도 까칠까칠하네"


"본론만 말하시죠"


"일단 타, 늦은 거 아니야?"


"지금 누구 때문에 늦은 건데..!"


"그니까 책임지겠다는 거 아니야 ㅎ
빨리 타
본론은 가는 길에 말해줄게"


"...."


늦은 것도 사실이고 그에게 들을 말도 있었기에 나는 마지못해 그의 차에 탑승했다.
차에 타니 그의 만족스러운 웃음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래서 본론은요"


"아 그래, 본론.
말해야지 (씨익)"


왠지 모르게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린 그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여주야, 일주일 정도면 충분했을 거라 생각해
결정하기에"


"...?"


"이제 그만 선택해줬으면 하는데.."


"혹시 그 제안 말인가요?"


"응"


"하... 제가 분명히 안 한다고 했었을 텐데요"


"...여주야,
네가 지금 뭘 모르는 것 같아서 얘기하는데"

"애초에 너한테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어
받아드리거나,
죽거나"


" 그게 무슨..!!"


"안타깝네.. 네가 제 발로 와줬으면 좋았을 텐데.."
"더 기다려주기엔.. 내가 좀 바빠서 말이야 ㅎ"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넌 어차피 받아들여야 할 거라는 말이야"


"허...! 그게 될 것 같아?!"


"왜?
내가.. 못 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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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의 능글거림은 장난이었다는 듯 단번에 확 상반된 분위기에 나는 경악을 감출 수 없었다.

나 같은 건 얼마든지 죽일 수 있을 것만 같은 저 무기질적인 눈빛. 나는 태어나서 저런 눈을 가진 사람을 단언코 딱 한 번 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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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킬포*

1.아빠한테 가스라이팅 당하는 여주

2.태형과의 첫 만남(과연?)

3.반전매력 태형옵

4.거대 떡밥 투척

♡댓글은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