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티 나는 그 남자

12. 보고싶어 죽겠어




- 아… 미치겠네… 윤기 씨 얼굴을 어떻게 봐..



 승아는 생존형 친화력을 발휘하여 겨우 사회생활용 미소로 인사를 하고는 자기 자리에 착석해 머리를 감싸고 고뇌했다. 사실상 윤기에게 고백을 받고 톡으로 사귀자고 한 뒤로 직접 대면은 처음이니 그럴만 했다. 윤기는 확실히 승아에게 의외의 부면이 많았다. 낮은 목소리에 툭툭 건네는 듯한 말투를 지닌 주제에 승아에게만은 서슴없이 달콤한 멘트들을 뱉어 항상 그녀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이를테면 방금 회사 건물로 들어오기 전 카페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한 말 같은 것 말이다. 안 그러게 생겨서 생각보다 승아에게 능글맞게 구는 윤기는 키스니 뭐니 승아가 낮설고 부끄러워할 게 뻔한 말을 해댔다. 기세를 봐선 정말로 쇠뿔도 단김에 빼버리란 말처럼 아마 첫데이트가 될 오늘 그놈의 키스를 해버릴 것 같았다. 승아는 생각했다. 아, 오늘 하루종일 정신이 딴데 가 있겠구나...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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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 아, 윤기 씨~ 좋은 아침!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승아는 순간적으로 고개를 확 숙이고 제 두 볼을 가볍게 때리더니 뭔가 결심한 듯한 얼굴을 하고선 여유로운 척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남주임 님.


 제발 그렇게 웃지 않으면 안될까요… 승아는 윤기의 시선을 피하며 생각했다. 윤기는 은근한 미소를 입가에 띄운 채 어쩐지 장난기가 어린 눈으로 승아를 쫓았다. 윤기에게 일을 가르쳐줘야 하는 바람에 바로 옆자리에 꼭 붙어있게 된 것에도 그녀는 자신이 이 팀에서 막내에 주임인 것을 원망했으나 바보같이 자꾸 웃음이 새어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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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아 씨.



 승아는 윤기가 속삭이는 말에 정신을 차리고 그를 쳐다보았다. 윤기는 주변을 살피더니 노란 포스트잇에 무언갈 적어 책상 밑으로 건넸다. 승아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며 포스트잇을 손에 꾹 쥐고 다시 한 번 주변을 살피다 종이를 펼쳐보았다. 



탕비실에서 봐요. 보고싶어 죽겠어. 먼저 가 있을게요.



덜컹-



- ? 승아 씨, 괜찮아? 



 김대리는 윤기의 쪽지를 보고 책상에 무릎을 박은 승아에게 물었다. 승아는 입술을 꽉 깨물고 앓는 소리가 새어나가려는 것을 참다가 애써 멋쩍게 웃으며 괜찮다고 말했다. 윤기는 웃지도 모르는 척 하지도 못한 채 승아를 쳐다보다 그녀에게 눈짓하고는 탕비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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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찮아요?
- 저 괜찮아요…. 괜찮냐고 묻지 말아주세요, 그럴수록 더 쪽팔리니까…
- 소리가 꽤 크게 나던데 다친 거 아니예요?
- 아잇, 괜찮다고요…!
- 이번엔 놀리는 거 아니고 진짜 걱정돼서 그런 건데. 어디 좀 봐요.



 결국 승아는 탕비실 의자에 앉아 윤기에게 부딪혔던 무릎을 보여주었다. 서 있을 땐 치마에 가려 보이지도 않았던 무릎이 벌겋게 달아올라 부어있었다. 분명 시퍼런 멍이 생길 것만 같았다. 윤기는 속상한 듯 옅은 한숨을 내쉬다 걱정스러운 눈으로 승아를 올려다보았다.



- 아프죠. 쪽지 같은 거 괜히 썼나…
- 아니예요, 괜찮아요! 어차피 자주 이러는 편이라…
- 자주 이래요?
- 앗.. 하하.. 그렇죠.
- 안되겠네. 앞으로  더 조심하지 않으면 업고 다녀버려야겠어요.
- 예? 아니, 무슨 그런 농담을 해요..!
- 그게 싫으면 다치지 말아요. 진짜 그럴지도 몰라요?
- 아니 싫다기 보다는… 아, 알겠어요.. 조심할게요..



 윤기는 그제야 만족스럽다는 듯 부드럽게 웃었다. 마치 다친 어린아이를 달래는 것처럼 승아의 무릎에 호해준 윤기는 깜짝 놀란 승아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다 승아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그녀의 무릎에 살며시 키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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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른 나으라고 하는 키스. 뭐.. 예행연습 겸이기도 하고요.
- 뭐, 그, 그런..! 무슨 예행을…
- 잊었어요? 우리 오늘 키스하기로 했는데. 알면서 모른 척 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