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별 공식
W. 망개찐떡
충동적이였다. 소개팅 제안을 받아들이고 이 자리까지 나온 것은. 정국이를 뒤따라 갈 때까지만 해도, 소개팅 전혀 생각 없었는데… 그 녀석과 감정적인 대화를 나누고 나서인지, 전혀 이성판단이 되질 않았다. 그래서 생겨난 결과가 이것이고.

“안녕하세요. 여주씨.”
“네. 안녕하세요…”
소개팅에 나온 남자는 보영의 말대로 정말로 잘생긴 남자였다. 키도 크고, 무엇보다 사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소개팅을 통해 만났던 남자들 중에서도 가장 매너도 있고, 사람도 착한 것 같고. 참, 대한민국에서 찾기 어려운 남자였다. 뭐, 매너 좋은 사람은 널렸지만, 얼굴까지 잘생긴건 보기 드무니까.
“여주씨는, 그냥 일반 직장 다니신다고 하셨죠?.”
“네. 와일드 컴퍼니라고… 그냥 광고 회사에요.”
주혁은 놀란 토끼눈을 했다. ‘사실 저희가 홍보 영상을 하나 만들어야 했는데, 홍보 회사 리스트 업에 와일드 컴퍼니도 있었거든요. 이거 참… 운명이네요.’ 수줍게 말하는 주혁의 얼굴이 꽤 귀여웠다. 대화 내내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과, 붉어진 두 뺨과 두 귀를 보는 것은. 내 첫 연애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이번에 축제에서 노래를 부르게 될 사람은-“
전정국. 이란 이름 석자가 나오기 무섭게 너와 나의 눈이 마주쳤다. 첫 연애는 비밀연애였다. 지금 생각하면 참 우습지. 너와 내가 뭐라고 친구들에게, 또 선생님들에게 감췄을까 싶다. 그래도 꽤나 스릴이 넘쳤다. 중간중간에 마주치는 눈에, 웃음이 세어나오는 것 빼면.

“… …”
넌 예전이나 지금이나 연기를 더럽게 못했다. 아무것도 모른채 눈치라곤 없던 시절, 학교에서 오고가며 마주칠 때마다 눈에 띄게 내 눈을 피하던 너를 보며 잠시나마 서운했던 적이 있었다. 그것이 전정국 나름의 연기인 줄도 모르고. 학교 운동장 벤치에 앉아 뒤늦게 그 얘기를 들은 나는 빵- 터졌더랬다. 어찌나 웃긴지 배를 부여잡고 웃는 것도 모자라 배에 통증까지 느낄 정도였다. 눈꼬리에 대롱대롱 매달린 눈물을 훔치며, 얼굴이 빨개져 고개를 숙이고 있는 너에게 물었었다.
“푸흡, 네가 배우 될 일은 절대로 없겠다ㅋㅋㅋㅋ.”
“…배우 할 생각 없거든!?, 나는 그냥… 밥 먹고 살 정도면 된다고.”
나는 벤치에서 자리를 고쳐앉고는 손으로 너의 턱을 이리저리 돌려가보며 얼굴을 확인했다. 얼굴은 잘생겨서 배우하면 연예계를 씹어먹을 상이였다. 다만, 연기를 너무 못한다는게 흠이지만. 내가 곰곰히 생각에 빠져있는 사이, 넌 내가 자신을 앞에두고 다른 생각에 빠져있다는게 속상했는지 붉으스름한 입술을 삐죽 내밀고서 안겨왔다.
“다른 생각하지마라… 진짜로.”
“왜, 내가 너 말고 다른 남자 생각할까봐?.”
강아지를 달래듯 동그란 네 머리통에 손을 올리고 쓰다듬어주었다. 그때마다 넌 진짜로 강아지가 된 것 마냥, 강아지가 으르렁- 대듯 목 울대를 울려댔다.
“그런 얘기 하지마. 상상만해도 싫으니까.”
미간을 살짝 찌푸린채 소유욕을 뿜어대는 너를 한 때 너무 사랑했다. 너무 사랑해 마지않아, 나 조차도 소유욕을 뿜어댈 정도로. 하지만, 너무 강렬히 사랑하면 쉽게 식어버린 댔나. 오랜 시간이 지나 이젠 연인보단 가족처럼 느껴질 즈음, 너와 내가 강력하게 뿜어대는 소유욕이 사라지자, 서로의 빈자리는 더욱 크게 느껴졌다.
“오늘 시간있어?.”
“아…… 아니. 오늘 택배 상하차 알바 있는데. 왜?.”
“아니, 그냥… 시간있으면 오랜만에 데이트라도 하려고,”
했는데… 나는 차마 말을 끝까지 내뱉지 못했다. 너와 난 너무나도 닮았다. 취미, 식성, 색깔, 하다못해 집안 사정까지. 그래서 모르는척 다른 연인들 처럼 알바를 쉬라거나, 내가 더 소중하지 않냐는 말도안되는 고집도 부릴 수 없었다. 하루 일당이 없어진다는 것이, 네게 무슨 의미인지 아니까.
그래서, 나는 모른체 하기로 했다.
서운함이 있어도 없는척,
바람이 있어도 없는척,
내 감정을 모른체 하며.

“…주씨?.”
가끔은 원망스러웠다. 너와 나는 왜 그런 것까지 닮았는지. 이따금씩 하고싶은 말이있는 사람처럼, 입을 오물거리는 너를 보며 무슨 말을 할지 예상이 갔다. 그렇지만, 선뜻 나서서 일을 쉴 수는 없었다. 나 또한 하루하루가 급급했으니까. 그걸 알았던 너도 금세 오물거리던 입을 닫았다. 차라리, 하루만 쉬라고 고집부리며 애교라도 부렸다면… 정말 미친척하고 하루쯤은 다 포기해도 되었을 텐데. 넌 또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선 금세 입을 다물어버렸다.
“여주씨.”
“네, 네?…”
옛 생각에 잠시 망상에 빠져있던 나는,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망상에서 깨 황급히 눈에 초점을 되돌렸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 앞에 두고서 혼을 빼 놓으면 안되는데… 나는 눈가를 손으로 지분대며 고개를 들었다. ‘죄송해요. 제가 잠을 잘 못자서…’ 나는 웃으며 뻔뻔하게 거짓말을 했다. 차마, 전남친 생각하느라 집중을 못했어요. 라고 말할 배짱은 없어서. 따지고보면 아주 거짓말은 아니였다. 그래도 한 50퍼센트는 맞다 치자. 전정국 생각에 잠을 못 잔건 맞긴 하니까.
“아니에요. 너무 저만 떠들었죠?. 여주씨 피곤하신 줄도 모르고…”
“주혁씨 잘못 아니에요.”
전남친을 잊지못한, 내 잘못이죠… 나는 뒷말을 속으로 삼키며 허공에 손을 저었다. 소개팅은 나름대로 성공적이였다. 분위기 좋은 곳에서 식사도하고, 서로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묻기도 하고.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 였다. 너무 분위기가 좋은 나머지 술을 마시는 바람에, 내가 잔뜩 취해버린 것이. 주혁은 당황한 손길로 팔 사이로 손을 넣어 부축시켰다. 그도 꽤나 당황했을 것이다. 소개팅녀가 개가 되어버렸으니.
“흐아, 너무 덥다아… 그죠?.”
발음도 꼬이고, 발도 꼬인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얼굴이 뜨거운건 당연히 술 때문이였을 터였다. 분위기 좋은 곳에서 1차, 2차는 인별에서 핫한 포장마차로 혼자 소주 3병을 깠으니 말 다했지. 주혁은 그런 나를 보며 푸흡. 하고 특유의 눈웃음을 지으며 쭈그려 앉아있는 내 머리통에 손을 올려놓고 말했다.
“그러게요. 얼굴이 완전 사과가 되어버렸네.”
“사과…요?. 나는 사과보다 딸기가 더 좋은데…”
“그럼 딸기해요. 딸기처럼 조그맣고, 닮긴 닮았네.”
주혁은 정말 다정했다. 그가 남자친구 였다면 나쁘지 않다고 느낄 정도로. 술에 취해 헛소리를 지껄이는 것까지 일일이 다 대답해주는걸 보면, 그 인성이 눈에 다 보였다. 게다가 진짜 잘생겼기도 하고…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계속 눈이 감겼다. 그때, 나긋한 주혁의 목소리가 귓가에 다시 한 번 들려왔다.
“집 어디에요?. 데려다 줄게.”
집… 눈을 뜨고 답을 해줘야 하는데, 자꾸 눈꺼풀이 내려앉았다. 나는 겨우 정신을 붙잡고 입을 천천히 열었다. ‘삼성동 오피스텔…’ 그 뒤로 눈 앞이 완전히 암전이 되어버렸다.
나는 그때 잠 들지 말았어야했다. 다음날 그런 일이 생길 줄 알았더라면, 절대로 술도 마시지 않았을 텐데… 이미 일은 엎질러 지고 난 후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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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머리야.”
어느때와 다르지않은 숙취에 눈을 떴을 때는, 두통과 칼칼해진 목에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드는 생각. 아, 나 또 어제 자제를 못했구나… 역시라는 생각과 함께 매트리스에 손을 짚어 몸을 일으키려는데.
?.
무언가 딱딱한게 느껴진다. 이리고 드는 이질감. 나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리고 천천히 심호흡과 함께 그럴리 없다며 마음을 다스리곤 고개를 돌리는데…

“… …”
나는 온 몸이 굳어 일어날 수 없었다. 온 몸을 조이는 그 무엇도 느껴지지않고, 내 옆에 태평한 얼굴로 잠을 자고 있는 전정국과,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밤의 흔적. 이건 잘못되도 한참 잘못되었다. 나는 어제 분명 소개팅을 했고, 마지막에 본 사람도 분명 ‘주혁’ 이였는데, 왜 내 옆에 자고있는 사람은 전정국인가. 나는 머리를 거칠게 쥐어 뜯었다.
넌 대체, 왜 내가 술 마실때마다 나타나는거니?.
[찐떡이의 코멘트]
제가 대학 입학 준비 때문에 이것저것 할게 많아서,
예전보다 자주 업로드 하지 못할 것 같아가지고. 댓 제한을 걸려고 합니다!. 기다리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빨리빨리 쓰고는 싶은데 몸이 안 따라주네요!…
댓 제한이 넘으면 최대한 빠르게 써보려고 노력하겠습니다!.
댓 20개 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