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제 할아버지입니다.”
그 한마디가,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되풀이된다.
눈앞의 청년이 가리킨 것은, 사진 속에서 할아버지 곁에서 웃고 있는 한 남자였다.

사진은 조금 색이 바랬지만, 두 사람의 미소만은 지금도 선명했다.
“……정말?”
무심코 되묻자, 청년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부님의 집에, 같은 사진이 있습니다.”
다음 날.
청년의 안내를 받아, 나는 타이베이 교외의 조용한 주택가를 걷고 있었다.
낡은 문을 지나자, 나무들에 둘러싸인 단층집이 나타났다.
“다녀왔습니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맞아준 것은, 백발의 노인이었다.
청년이 나를 소개하자, 노인은 조부의 사진을 바라본 채 움직이지 않았다.
잠시 후,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선생님.”
그 한마디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할아버지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이 대만에 있었다.
거실에는 낡은 앨범과 빛바랜 스케치북들이 늘어서 있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일본어와 중국어로 적힌 메모.
학교 건물.
아이들의 미소.
그리고 조부와 친구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그린 한 장의 풍경화.
“쉬는 날엔, 둘이서 자주 그림을 그리러 갔어요.”
노인은 그리운 듯 웃었다.
“일본인이든 대만인이든 상관없었습니다. 그냥 소중한 친구였을 뿐이죠.”
그 말에, 나는 저절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돌아오는 길.
저녁노을이 깔린 하늘을 올려다보며, 청년이 툭 중얼거린다.
“조부는 지금도,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약속……?”
청년은 조금 난처한 듯 웃었다.
“그건 조부께 직접 들어주세요.”
그렇게 말하며 걸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깨닫고 말았다.
조부가 남긴 “약속”은, 아직 막 시작된 참이라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