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그는 오래된 열쇠 한 개를 손바닥 위에 올려 보여 주었다.
「오늘은, 할아버지가 꼭 데려가고 싶다고 하셨던 곳으로。」

향한 곳은 타이베이 변두리에 서 있는 오래된 교사였다.
하얀 벽은 조금 색이 바랬고, 붉은 벽돌에는 오랜 세월이 새겨져 있었다.
그런데도 할아버지가 스케치북에 몇 번이고 그려 두었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여기……。」
나도 모르게 페이지를 펼쳤다.
교문.
중정.
시계탑.
눈앞의 풍경과 할아버지가 그린 그림이 겹쳐져 갔다.
「할아버지……。」
나는 무의식중에, 그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교사 안은 조용했다.
여름방학인지, 사람의 기척은 거의 없다.
복도를 걸을 때마다 마룻장이 작게 삐걱거린다.
「저희 할아버지들은, 이 학교에서 교사로 일하셨습니다。」
그가 천천히 말을 꺼냈다.
「일본어를 가르치는 선생님과, 미술을 가르치는 선생님. 쉬는 시간이 되면 아이들보다 더 즐거워 보이게 그림을 그리셨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어쩐지 할아버지답다.
안내받은 곳은 맨 안쪽의 미술실이었다.
큰 창문으로 부드러운 빛이 스며들고, 물감 냄새가 희미하게 남아 있다.
벽에는 역대 졸업작품이 걸려 있었고, 그 한쪽 구석에 오래된 흑백사진 한 장이 있었다.
젊은 시절의 할아버지와, 그의 할아버지.
두 사람은 어깨를 두르고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채 웃고 있었다.
사진 아래에는 작은 설명문이 있었다.
『본교의 미술 교육에 힘쓴 교사들』
가슴이 뜨거워진다.
할아버지는, 이곳에서 살아 있었다.
「이쪽으로。」
그의 부름에 따라 미술실 창가로 향했다.
그곳에는 낡은 나무 책상 하나만 남아 있었다.
그는 책상의 서랍을 조용히 열었다.
안에는 얇은 스케치북 한 권.
그리고 봉투 한 장.
봉투에는 일본어로,
『재회의 날에 열 것』
이라고 쓰여 있었다.
「할아버지는, 끝까지 열지 않고 가지고 계셨대요。」
나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봉투를 쓰다듬었다.
재회의 날.
할아버지들은, 그날이 올 거라고 믿고 있었다.
돌아가려던 때였다.
운동장에 서 있는 큰 반얀트리 앞에서 그가 발을 멈춘다.
「여기입니다。」
나무 밑동에는 작은 비석이 하나 있었다.
거기에는 일본어와 중국어로 같은 말이 새겨져 있다.
『다시, 이 학교에서 만나자.』
바람이 나무들을 흔들었다.
할아버지들이 나눈 약속은, 줄곧 이곳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푸르고 맑은 대만의 하늘 아래서, 할아버지는 분명 웃고 계실 것이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 약속은, 끝내기 위한 게 아니다.
이어 받기 위해 남겨진 약속이구나.
그가 조용히 말했다.
「……내일, 함께 봉투를 열어 보지 않겠습니까。」

나는 눈물을 닦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 대답은,
할아버지들에게 건네는 대답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