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는 살아남길 원한다

Episoed 04. 나의 하나뿐인 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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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는 살아남길 원한다





W. Flower_화령















“쯧, 몸 하나 괜찮아 보여 거둬먹였더니. 영- 형편없잖아?.”





겨우 여덞살의 아이는 고개를 조아릴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수치스럽고, 하기싫어도 배를 곪는 고통이 너무나도 커 그냥 죽어버릴까. 라고 생각하다가도 그때의 뷔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커 다시 고개를 조아렸다. 





“오늘은 밥 없어.”





마굿간, 말의 분비물로 가득한 조그만한 창고가 뷔의 집이였다. 혀를 차며 창고에서 나가는 부인을 보며 겨우 뜨고 있었던 눈을 감았다. 참- 모순적인 감정이였다. 이런 고통이 없어지길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없어지지 않길 바랬다. 아무리 아프고 수치스러워도 이제는 쓰레기를 주워먹지 않아도 되니까. 딱딱한 빵이라도 허기를 채울 수 있으니까. 가끔씩 귀부인이 제 뜻대로 되지 않으면 음식을 주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괜찮았다. 이제는 일주일 정도의 배고픔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갈비뼈에 가죽이 달라붙고 숨을 쉴때마다 고통스러웠고, 창고는 여름에는 탈 듯이 더웠고, 겨울에는 살갗이 찢어질 듯이 추웠으나 그것마저도 괜찮았다. 머리 하나 누일 공간이 있었으면. 어느덧 그런 생활에 익숙해져 있을때 쯤. 어느날 문득 알코올 중독으로 자신을 귀부인에게 팔아먹인 어머니가 이따금씩 술에 취해 달빛 아래에서 기도를 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아아, 신이시여. 제발 부디, 라온이 제게 돌아오게 해주세요.”





어린나이 였지만 그는 직감적으로 알수 있었다. 라온, 자신의 아버지 이름이라는 것을. 

어머니는 귀족가의 하녀였다. 귀족을 모시고 옆에서 보좌하는 일을 하는 평범한 하녀. 하지만, 어머니의 생각은 달랐던 모양이였다. 그녀는 신분상승을 원했고, 많은 부와 명예 권력을 원했다. 그래서 제 주인의 방에 몰래 침입해서는 해서는 안될 짓을 하였고 결국, 어머니는 모진 고문 끝에 한쪽 팔을 잃은채 귀족가에서 쫒겨냈다. 뷔를 임신한채 말이다.

불구가 된채 쫒겨난 그녀는 이를 갈며 술만 입에 달고 살던 중, 뷔의 임신 사실을 알게되었고 다시 귀족가에 찾아갔지만 이미 그녀의 죄를 알던 사용인들은 주인을 만나기도 전에 쫒아내버렸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태어난 아이. 아이는 무섭게도 그를 닮아있었다. 





“뷔야, 너는 네 아비를 꼭 닮았어.
그러니 언젠가 그도 너를 알아보겠지. 그때는 이 어미를 잊어선 안된단다. 왜냐하면, 넌 내가 낳은 내 아들이니까"





실낯같은 희망을 품고 살아나갔다. 언젠가 그가 제 아들을 알아봐주길 하며. 하지만, 희망도 어쩔 수 없는 기적이였다. 뷔가 여덞살이 되도록 라온은 찾아오지 않았고, 집은 점점 더 기울어져 갔다. 이제 술을 사먹을 돈 조차남아있질 않자, 그녀는 그가 단 한 번도 자신을 생각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를 똑닮은 아이를 팔아버림으로써 복수와 함께 돈을 벌자라는 생각으로, 제 아이를 어린 남아들을 좋아하는 기이한 성벽을 가진 귀부인에게 팔았다.

처음엔 때리고 학대해도 제 어머니였기에, 울고불고 떠나지 않으려 악을 썼으나 귀부인의 사람들이 찾아와 자신을 때리며 기절시키려는 모습을 보고도 멀리서 돈을 세며 웃는 어머니의 모습에 더이상 반항을 멈추었다. 





‘아아, 어머니는 정말 단 한 순간도 나를 사랑하지 않으셨어.’





여덞살 난 아이는 채찍으로 맞고 짓밟히며 생각했다. 신 따위는 없다고. 있었다면 어머니의 소원을 들어주었어야 했으며, 고통에 몸부림치는 저를 구원했어야 했다고. 

그렇게 신에 대한 불신과 삶에 대한 희망을 점차 잃어버렸을 때 쯤, 그에게도 신 같은 존재가 나타난 것이였다.





“여깁니다!.”





탁한 남성의 목소리와 함께 우르르 쏟아지는 발소리에 흠칫- 놀란 뷔는 몸을 웅크렸다. 귀부인이 보낸 사람들에게 맞는 상상을 한 채 고개를 무릎 사이에 집어넣고 벌벌- 떨었다. 제 아무리 성숙한 아이라지만, 아이는 아이였다. 그렇게 두려움에 떨고 있을때 쯤, 창고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아까와는 다른 목소리가 귓가를 스며들었다. 





“아가.”

“… …”





적의감도 악의도 없는 다정한 목소리. 앙상한 손이 하얗게 질릴정도로 주먹을 쥐었다. 그래도 무서웠다. 아무도 믿을 수 없었다. 귀부인도 처음 저를 데려왔을 땐 다정했으니까. 그렇게 고개도 들지 못한채 바들바들 떨고 있을 때, 맑은 구두 소리가 몇번 바닥을 치더니 바로 앞에서 멈추었다.





“겁 먹지마렴, 아가. 난 널 구하러 온거니까.”





그토록 기다렸던 말과 함께 차가웠지만 다정한 손길이 뺨에 닿아, 그대로 고개를 들어올려 제 앞에 있는 사람과 눈을 마주쳤다. 붉은 머리칼과 붉은 적안을 가진 여인, 심장이 멎을 듯이 숨 막히게 아름다운 여인이였다.





“마, 마녀님!!… 오해입니다. 그게 이건, 그러니까, 어떻게 된 것이냐면…!!.”





귀부인이 맨발로 달려와 붉은 머리칼을 가진 여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매번 화려한 보석들과 드레스로 치장한 그녀와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였다. 갑작스럽게 변한 환경에 놀라 주변 눈치를 보자, 붉은 머리칼을 가진 여인이 한숨을 깊게 쉬고 제 어깨에 매고있던 망토를 뷔에게 둘러주고는 품 안에 안아 들어올렸다. 아무리 못 먹어 앙상하고 키가 작다 하더라도 열 네살이나 된 자신을 아무렇지 않게 들어올리는 여인에 부끄러웠던 뷔는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이상했다. 귀부인도, 제 앞에 있는 여인도 다 같은 여인이였는데, 붉은 머리칼의 여인은 이상하게도 안심이 되었다. 





“입을 잘 털구나. 내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오해라?.”

“그, 그게… 밖에 있던 아이가 불쌍해보여 데려온 것일 뿐. 정말 다른 불순한 의도는 전혀 없었습, ㄴ”

“아가, 네가 말해보렴. 정말 그랬니?.”





붉은 머리칼의 여인의 눈길이 뷔에게로 향했다. 허락을 구하는 듯한 자상한 눈빛에,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귀부인의 눈길을 무시한채 고개를 저었다. 여덞살의 나이에 이곳에 처음와 열 넷이 되기까지의 일을 하나도 빠짐 없이 말했다. 어떻게 지냈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무엇으로 맞았는지. 

…그리고 하다못해, 무엇으로 성적 학대를 받았는지.

얘기를 모두 들은 붉은 머리칼의 여인의 눈길이 살벌하게 변해갔다. 살기는 주변의 공기를 무겁게 만들 정도로 대단했고 무서웠다. 어깨까지 누르는 고통에 신음을 뱉자, 그제서야 멈칫한 여인은 겨우 화를 억누르는 듯이 숨을 내뱉고서 망토에 감싼 저를 남자 기사에게 넘기며 말했다.





“아이를 지켜라. 여기는 내가 처리하지.”

“네. 마녀님.”

“잠시, 잠시만요…!!.”





손이 다급했다. 자신을 구해준 여인이 이대로 영영 떠나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다급히 손을 뻗어 여인의 옷깃을 붙잡았다. 울고싶지 않아도 눈가가 그렁그렁해져 금방이라도 눈물이 흘러나올 것 같아 목이 메였다. 옷깃만 붙잡은채 입을 떼지 못하자, 여인은 아름다운 얼굴로 미소를 띄운채 뺨에 흐른 물기를 엄지 손가락으로 닦아내며 말했다.





“아가, 울지마렴. 나는 금방 돌아올거란다.”

“하, 하지만!!…”

“못 믿겠다는 눈치네-. 그럼 내 이름을 가르켜 줄까?.”

“… …”

“내 이름은 ‘카르시아’란다.”

“카르… 시아?.”

“그래. 넌… ‘태형’ 이라고 하자. 이젠 넌 나와 같이 살게 될테니까.”

“태… 형.”

“예전 이름은 네게는 안 좋은 기억이지 않겠니?.”





‘태형’이란 이름을 곱씹던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카르시아의 얼굴을 기억하자면, 참으로 다정했었다. 그래도 망설이는 기색을 거두지 못하자 자신을 안고있던 기사 한 명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단다. 카르시아님은 무척 강해.’ 고개를 끄덕였다. 뷔의 마음을 움직인건 ‘강하다.’ 가 아니라, ‘같이 살게 된다.’ 였다. 승낙을 하기 무섭게 기사는 창고로 부터 재빠르게 멀어져갔고, 얼마안가 귀부인의 비명이 몇번 들리더니 폭팔음과 함께 창고가 날라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건, 돌아온 카르시아님의 새하얀 셔츠 깃에 붉은 핏방울 이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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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나의 신이 죽었다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어…”





카르시아가 방 밖으로 나가서자 뷔는 다시 울컥- 하는 감정을 억누르고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댔다. 카르시아는 참으로도 잔인했다. 사랑이란 언어를, 사랑이란 온도를, 그렇게 사랑이란 언어의 온도를 알려주어놓고 그렇게 비참하게 떠난 그녀를 보았을 때, 제 심정이 어땠는지 그녀는 과연 알까.

어떻게 해서든 이번만큼은 그녀를 지켜야했다. 이번엔 운이 좋아 영혼이 떠나지 않았고, 거래를 해서 살렸으니 망정이지. 신은 다시는 두 번 거래하지 않는다. 그 사실을 상기한 뷔는 손으로 마른 세수를 하며 침대 멀리 떨어져있는 집사 ‘카렌’을 향해 시선을 돌려 말했다.





“카렌, 카르시아님을 지켜라.”

“네.”

“그 누구도 카르시아님이, 죽은 카밀라 공녀의 몸을 집어삼킨것을 아무도 몰라야해.”

“만약, 그것을 알아챈 자가 있다면… 어떻게,”

“죽여.”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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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신분, 권력 다 필요 없어. 그 자리에서 즉시, 사살한다."





이제는 단 한번의 실수도 있어선 안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