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해?"
어제 입 맞춘 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어색해져 짧고
퉁명스러운 말투로 물어봤다.
"아버지가 집 돌려주셔서 거기로 가려고."
"... 응"
왠지 모를 서운함에 나는 뜸을 들이다 대답했다.
"그리고 여주야. 네가 말한 갑을 관계, 이제 내가 갑이
되어보려고."
"응?"
"아니야. 잘 지내. 종종 놀러 올게."
김석진은 이상하고 모호한 말을 남기고는 떠났다.
<우리 사이 거리는 384,440km>

김석진 없이 혼자 생활한 지 이주가 지났다. 그리고 그런 나에겐 이상한 일들이 생기고 있다. 누군가 나를 따라다니는 느낌이 든다. 내 동선을 완벽하게 파악하고는 쫓아다니는 것 같다.
그날도 나는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넘치는 과제 때문에 새벽 즈음에야 집에 갈 수 있었다. 가을이라 그런지 해가 빨리 져서 어둑어둑했다. 괜스레 무서워진 나는 발걸음을 빨리했다.
그리고 나는 누군가가 뒤에서 나를 따라오고 있다는 갈 감지했다. 내가 멈추면 발소리도 멈췄고, 내가 뛰면 뛰는 소리가 들렸다.
'어떡하지? 신고해야 하나?'
머릿속엔 온갖 생각들이 난무했고 나는 그저 걸음을 빨리했다. 그때 누군가 나를 옆으로 휙 당겼다. 내가 소리를 지르려 하자 입을 막으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보였다. 벽과 벽 사이 좁은 틈. 어둡기도 하고 어지간히 좁아서 누군지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나를 따라오는 발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아무래도 나를 놓친 것 같았다.
"김.. 석진?"
나를 좁디좁은 골목으로 끌어들인 건 다름 아닌 김석진이었다. 너무 밀착되어 있다고 생각돼서 나는 그 틈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지금 나가면 안 돼."
김석진은 다급하게 나의 손목을 잡고 다시 끌어당겼다.
"아직 있어. 널 스토킹 한 사람들. 아버지가 보낸 사람들야."
"그게 무슨 말이야. 좀 더 자세하게 말해봐."
김석진은 골목 사이로 얼굴을 조금 내밀고는 두리번거리다 이내 나를 데리고 나왔다. 신원을 가리기 위해 검은색 캡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었다.
"아버지가 너의 부친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있어. 그리고 너도 타깃이야. 아버지가 가장 잘하는 일이 사람 하나 소리 소문 없이 없애는 일이거든."
"그럼 내가 죽는다는 소리야?"
"시간문제지."
머리가 하얘졌다. 난 이제 어떡하지. 죽는 건가?
나는 충격에 휩싸여 휘청거렸다. 김석진은 넘어질 뻔한 나를 잡더니 이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건 분명 희열이 섞인
비웃음이었다.
"도와줄까?"

"이제 내가 갑이네?"
그는 여전히 희열과 비웃음이 섞인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 다 네가 꾸민 짓이지?"
나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물었다.
"글쎄. 근데..."
그는 어깨를 한 번 으쓱했다. 그러고는 나에게 속삭였다.
"넌 이제 내 옆에서 떨어지면 죽어."

작가의 한마디 💬
여주가 석진의 계략에 휘둘려 이도저도 못하게 되었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