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미로 속에 갇혀

9. <우리 사이 거리는 384,440km>

🍈🎵 - Cradles (Sub Urban)



그리고 그는 나에게 입을 맞췄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나는 그의 어깨를 확 밀쳐냈다. 김석진은 풀린 눈으로 내 뺨을 쓰다듬으려 했지만 기운이 없었는지 팔이 침대로 맥아리 없이 툭 떨어졌다. 나도 모르게 얼굴이 확 붉어졌다. 얘는 지금까지 나를 어떻게 생각한 걸까.



<우리 사이 거리는 384,440km>





"일어났어?" 


김석진은 눈을 번쩍 뜨고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상처난 곳이 아직 아픈지 옅은 신음 소리를 냈다. 


"어떻게 된 거야?"


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네가 피투성이가 돼서 들어왔다, 그러더니 기절했다 등등. 물론 키스한 건 얘기하지 않았다. 말해봤자 우리의 관계를 더 어지럽혀 놓을 것 같았기에. 그는 내 말을 듣고는 말했다. 조직 안에서 패싸움이 있었을 뿐이라고. 별 거 아니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신경은 무슨. 누가 신경 쓴다니?"


"걱정한 거 아니었나? 이렇게 치료까지 해준 거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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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너 잘났다."


풉. 우리 둘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안도감 때문인지 그냥 웃겨서인지 우리는 처음으로 돌아간 것 처럼 서로를 마주보고 웃었다. 아무런 악의 없는 순수한 웃음이었다. 우리,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작은 희망이 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내가 뭐 이상한 짓 하지는 않았지?"


"이상한 짓? 무슨..."


"뭐... 예를 들면 키스라던가."


"이상한 소리하지 말고 나가서 밥이나 먹어."


"응. 꿈이었나 봐."


그는 자기가 한 말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피식 웃더니 방 밖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나에게 키스한 걸 꿈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때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우리 사이를 돌려 놓을 최선의 방법이라고 굳게 믿었다. 솔직했어야 했는데.


김석진은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았었다. 입맛이 없는지 숟가락으로 애꿎은 밥만 파헤치고 있었다. 


"안 먹어? 배 안 고파?"


대답이 없었다. 고개만 푹 숙인 채 숟가락만 이리저리 움직일 뿐. 곧 그는 나지막이 내 이름을 불렀다.


"여주야."


"응." 


"여주야.."


"왜."


그는 고개를 들고 날 쳐다봤다.


"우리...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여기서 내가 무슨 대답을 해야 할까. 돌아갈 수 있을까? 확답을 줄 수 없었다. 우린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졌기에. 나는 그저 입을 꾹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사랑해."


너는 나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진심인지, 사랑이란 단어로 포장된 가식인지 모를 그 말이 나에겐 너무 아팠다. 이건 사랑일까, 아니면 그저 사랑이라 칭하고 싶은 걸까? 나는 그의 말에 대답을 줄 수 없었다. 하지만 이거 하난 확신할 수 있었다. 난 김석진을 사랑한다는 것. 우리의 끝이 해피엔딩일 수 있을까? 


"나도."


나도 모르게 말 끝을 흐렸다. 


"사실 어제 패싸움이 아니었어. 다른 조직이 침범했거든. 그래서... 아버지가 죽었어."


"어...?"


충격적이었다. 좋아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내 시점에선 좋아하는 게 맞는 거다. 날 죽이려 했던 사람이 사라졌으니.


"너한텐 좋은 소식이겠지. 그리고 나도 아버지 꼭두각시로 살아온 게 몇 십년이라 좀 후련하네. 아무튼 그래서 너 이제 이 집에서 머물지 않아도 돼."


그는 아버지가 죽었다는데 표정에 변화 하나 없었다. 


"응..."


분명 좋아해야 되는 일인데 어째서인지 가슴 한 쪽이 저려왔다. 그토록 바라던 자유인데. 이건 무슨 심보일까.


"내일부터 짐 정리 하자. 도와줄게."


"......어."


"뭐라고?"


"싫...어. 나 여기서 안 나가."


갑작스럽게 찾아온 자유에 정신이 멍했다. 나가고 싶지 않다. 여기에 머물고 싶다. 김석진은 재밌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떤 점이 재밌어서 웃은 걸까.


"너랑 살래. 우리 다시 돌아갈 수 있잖아."


눈물 맺힌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대답을 강요하 듯 물어봤다. 왜냐면 난 꼭 대답을 들어야 하거든. 김석진의 입꼬리가 온유하게 올라갔다. 왠지 섬뜩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쓰게 느껴질 정도로 달콤했다. 


"응. 당연하지."


그는 나의 손을 살포시 잡았다.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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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여주야."


"응?"


그는 한 쪽 눈썹을 살짝 들어올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거짓말은 하면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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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
오늘은 두마디 할 거예요. 움짤이 추가가 안 돼서 팬플러스 지웠다가 다시 깔았는데... 그래도 추가가 안 돼서 사진으로 채웠습니다 ^~^ 양해 부탁드려요 !

과연 이 둘의 끝은 해피엔딩일까요~~~~ 저도 모르겠군요. 장편이랍시고 연재 시작했는데 소재 고갈 때문에 곧 완결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