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퍼슨퍼슨 - 나와 함께 춤춰요 🎶

* 이 글은가치 있는 회사의 크미 글로, 표지는 미룽지 님께서, 글은 달월님 ; 의 상편 | 새턴 님의 중편에 이어 제 하편으로 이어지는 식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꽤 긴 중단편이지만 다 읽고 난 후, 이 글을 읽는 것에 투자한 시간이 아깝지 않다는 느낌을 받으실 것을 장담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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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밍의 아이러니 上 ( 상 ) - 달월님 ;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하는 나의 말에 오냐 하며 웅얼거리는 아버지. 어제 일 처리가 늦어졌는 건 나도 아는 사실이였기에 굳이 평소처럼 깨우려고도 하지 않고 이불만 더 덮어주고, 빛이 새어나오려는 커튼을 다시 닫아주었다. 닫아주곤 그냥, 그저 평소처럼 준비를 30분 전에 마친 뒤, 가방을 바리바리 싸들고 물통을 챙겨들고 나가, 15분 동안 김태형의 아파트에서 김태형을 기다렸다.
몇분 쯤 지나니 헐레벌떡 내려오는 김태형. 부스스한 새 둥지에 눈꼽이 껴있는 그를 보곤 한숨을 깊이 내쉬었다. 관리 좀 하고 살라니까 그러네. 뭐, 그에 비해 표정은 한없이 해맑고 순수했지만.
"지민아! 오늘도 나 기다린거야?"
"아니. 우연히 마주친 것 뿐이야."

"몇년째 우연이 반복되고 있게~?"
"…닥쳐 김태형."
물론 오늘도 순탄치 않았지만.
***
학교 교문을 통과했다. 김태형과 나는 여느때처럼 갑과 을이 확실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그런 김태형과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오늘따라 많았다.
눈알이 총 몇개야…둘, 넷, 여섯, 여덟…
족히 30은 되어 보이는 눈알 갯수. 세기를 포기하고 그냥 오늘 뭔 날인가보지, 생각 해 말꿈히 무시하고 지나쳤다.

"나 갈게~ 곧 간다 박지민!"
"조용히해. 쪽팔려."
"우웅~"
반이 달랐기에 잠시 동안 나 홀로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홀로의 시간이라 거추장스럽게 표현할 것도 없었지만 그가 있는 시간과 없는 시간은 확연히 달랐기에 그랬나보다. 그저 지금 나는 나중에 올 김태형을 기다리는 수 밖에.
"야, 박지민 아빠 …이래."
"레알?"
"어! 진짜."
"와 존나 미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하고 들어봐도 아침부터 학교가 시끄러웠다. 무조건적으로 귀에 박히는 내 이름. 안 그래도 어제 새벽 4시에 자서 피곤한데, 배로 기분을 더럽게 하는 수군거림에 고개를 내젓곤 고개를 돌렸다. 또 헤픈 루머나 믿고 수군거리겠지. 다 똑같아- 중얼거리곤 김태형을 기다리며 시간을 쏟아부을 문제집을 활짝 핀다.
그런데 묘하게 기분이 나쁜 것이, 꼭 수군 거리는 새끼들이 내 눈치를 보며 나를 힐끗거렸다. 힐끔힐끔 쳐다보다 눈이 마주치면 다급히 눈알을 도르륵 굴려 내 시선을 피하는게 어째 나의 관한 이야긴가, 싶었다. 하지만 뭐···. 내가 이런 거 신경쓰는 성격도 아니고. 내 얘기라 한들 얼마나 치명적인 거겠어. 가장 중요한 건 김태형만 알고 있을 테니까 그것도 문제 없고.
"뭘 들었든 루머다."
확신에 가득차서 던진 말이었고, 반 안은 조용해졌다.
***
"지민아, 오늘 급식 양념 갈비래!"
"응."
"오늘 줄 갈겠다. 먼저 가서 서기 콜?"
"그러던가."
다시금 김태형이 내 자리로 찾아왔다. 문제를 옮겨적고 계산을 하는 나를 바라보며 다른 반인 주제에 들락날락, 또 우리반 담임한테걸려서 호되게 혼나면 헤실헤실 웃으며 죄송합니다. 꽤나 익숙한 레퍼토리였고 매일매일 그러는 걸 보면 오늘도 그 레퍼토리가 반복이 될 게 눈에 선명하고 선하게 보였다.
오늘 급식이 뭐니, 뭔 소문이 도니, 어제 뭐가 있었니 아주 자기 혼자서 해맑게 떠들어댄다. 온기가 맴도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거란 것도 알면서 지치지도 않고 말을 한다.
덕분에 10분째 주저리만 듣는 중이다. 수학 이번 단원이 이때까지 배운 것 중에 가장 어렵던데 어떻게 풀었냐, 난 안 되는데 이걸 푸는 넌 진짜 천재다, 온갖 칭찬을 해대는 그에게 이 것도 질린다는 듯 바라봤다.
그리고 김태형이 입을 다시 여려고 하는 순간 타이밍 좋게 종이 쳤다. 김태형은 아악! 하며 반을 뛰쳐나갔고, 고대로 담임한테 잡혔다. 목덜미가 잡힌 채로 위태위태 하게 달려있다. 우리반에 강제로 끌려온 김태형은 모두의 웃음거리가 됐고, 나 또한 얼굴을 가리고 살짝 웃었다.
부득이하게 매일, 매번 일찍오는 담임에 김태형만 죽어나갈 노릇이였다. 분명 고1땐 다 봐줬는데 왜 그러는건지. 괜히 별명이 알람시계새끼가 아니다 싶었다.
"자, 오늘은…어 조례는 없다. 김태형은 나 따라오고."
사실 오늘 ' 은' 이 아니고 오늘 '도' 다. 김태형 덕분에 우리 반은 항상 조례가 없다. 혼내고 조례하면 1교시가 부족하기에 조례를 과감히 없앤 알람시계의 선택이었다.
드르륵-
문을 닫고 끌려가는 김태형. 반 아이들은 김태형에게 고맙다! 라는 말을 한 채로 지들끼리 모여 킥킥 댄다. 나 또한 1교시인 국어를 준비하려 교과서를 가지러 사물함으로 다가갔다.
복도를 지나 사물함에 다다랐고 비밀번호를 맞춰 사물함 문을 열었다. 국어 2-2. 필기 노트와 책을 챙기고, 사물함 문을 다 잠궜을 때였다. 우리반 이지만 잘은 모르는 민윤기랑 마주쳤다.
자꾸 땅만 바라보길래 그냥 무시하고 가려 했지만 자꾸만 발로 태클을 건다. 삼술이나 머리를 헝클어뜨리고 용건이 있냐고 평소보다 높은 하이톤으로 말을 건넸다.
"뭔 일인데."
"…"
"뭔일이냐고."
"…"
"벙어리야? 대답을 해야ㅈ-."
"너희 아버지."
"…"
"조폭이라며?"
"…뭐?"
타이밍의 아이러니 中 ( 중 ) - 류새턴 님
세상이 멈춘 기분이었다. 그와 동시에 드는 생각은 그렇다면 오늘 모두가 나에 대해서 이야기 하던 게 전부 우리 아빠와 내 얘기였구나, 였다. 사실 우리 아빠의 직업이 그저 조폭인 것 뿐이지 한 번도 나에게 못 되게 군 적이 없으셨다. 일이 끝나고 오는 날에는 늘 치킨을 사들고 오셨고, 장난감도 많이 사주신 아빠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좋은 사람이었다. 나에게 조폭이라는 단어는 그저 '아빠의 직업' 이었을 뿐이라는 거다.

" 누구한테 들었어, 그 말. "
하지만 모두가 자신처럼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어릴 때부터 알아왔고, 그 때문인지 밖에서는 아빠의 직업에 관련한 이야기는 절대 꺼내지 않았다. 그 이야기를 꺼내고 나면, 돌아오는 것은 항상 모두의 눈초리와 겁에 질린 듯한 표정 뿐이었으니까.
" 누구한테 들었냐고. "
" 이미 전교에 퍼진 소문인데 그 소문의 시작을 누가 알겠어, 다 알지도 못하면서 지껄이는 거지. 안 그래? "
하긴 정확한 사실을 모르고 있음에도 떠들어대는 게 사회라는 걸 인지 했어야 했다. 민윤기는 나를 안쓰럽다는 듯 잠시 쳐다보고서 다시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우리 아빠가 조폭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걸 아는 사람은 오직 한 명 뿐이었다. 방금 담임에게 호되게 혼난 그 '김태형'. 그리고 나는 지금 이 상황이 전부 꿈이기를 바랬다.
***
" 박지민! 뭐해? "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라앉히고 1교시를 겨우 끝낸 나에게 쉬는 시간 종이 치자마자 김태형은 빠르게 내 옆자리로 달려왔다. 오자마자 해맑은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거는 모습을 보면 가끔 정말로 자기 자신이 한껏 더러워지는 기분이 든다. 김태형이 너무 맑아서 나랑은 있으면 안될 것 같은 기분.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저런 김태형을 두고 그 소문의 시작을 너라고 생각한 내가 더러운 놈이었다.
" 졸려서 좀 자려고, 왜. "
" 사실 할 말이 있어서! 그 있잖아 ··· "
불안했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저 입에서 대체 어떤 말이 나올까. 내가 생각하던 그 내용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제발 그 소문을 네가 퍼트린 게 아니길 바랬다. 하지만 그 입에서 나온 말은 그 내용은 아니었다. 적어도 내가 진짜 나쁜 인간이라는 걸 확인 사살 시켜주는 것 같은, 아주 순수하고도 김태형 같은 말이었다.
" 오늘 우리 반이 급식 더 빠르니까 내가 우리 반 맨 뒤에 설게. 네가 너네 반 맨 앞에 서. 그러면 같이 먹을 수 있잖아! "
" 겨우 그거야? "
" 응? "
" 겨우 그 말하려고 여기까지 온 거냐고. "

" 응, 이게 다야. 같이 점심 먹고 싶어서! "
배시시 웃는 김태형의 하트 모양 입이 점점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당사자도 아는 이 소문을 설마 얘만 모르고 있지는 않을텐데 어째서 그 얘기는 하지 않는 것일까. 왜 급식 얘기만 하고, 왜 너만 그렇게 순수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건데. 모두가 나를 바라보면서 안 좋은 말을 내뱉는데 너는 왜, 왜 매번 나를 이렇게 조촐하게 만들어.
" 오늘은 너랑 같이 못 먹어. "
" 왜? 같이 먹기로 한 친구 있어? 괜찮아! 나 친화력 좋잖아! "
" 그런 거 아니야. "
" 그러면 왜? 왜 나랑 같이 안 먹는건데? 내가 밥 먹을 때 말 많이 하는 거 별로야? "
너를 믿고 싶었다. 분명 너를 믿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를 제외한 모두가 너와 나에 대해서 떠들어대고 있는 걸 나 보고 어떡해. 우리 아빠가 직업이 조폭인 거지 아주 친절한 사람이라는 걸, 네가 말한 게 아니라는 걸 그 누구도 모르잖아.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수군거리고 있다.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채로. 그러니 적어도 네가 그 소문의 시작이 아니라면, 나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 나의 최선이었다.
" 이제 같이 먹지 말자, 밥. "
그리고 그것은 내 계획과는 달리 김태형을 궁지로 몰아넣게 되었다.
***
" 김태형이 진짜 소문 냈나봐 ··· 둘이 맨날 같이 밥 먹더니 오늘은 안 먹는대. "
" 야, 박지민 아빠가 강승훈도 죽였다잖아. "
" 뭐? 강승훈을? "
강승훈은 또 누군데. 자꾸 알지도 못하는 사실로 너네끼리 떠들지 말고 제발 좀 조용히 있어줄래. 모두가 김태형이라고 떠들어대는데도 불구하고 김태형은 아닐거야,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김태형 말고 어떤 사람이 내 가정사를 알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물론 없었다. 김태형 말고는 알 사람이 전혀 없었다. 지난번에 내가 깡패들한테 맞고 있을 때 우리 아빠가 욱해서 사람 죽인 걸 봤나, 라는 변수를 생각해봐도 역시나 그 날도 김태형이 내 옆에 있었다. 그것도 아주 서럽게 쭐쭐 울면서.
" 야... 너 피 나... "
" 알아. 처맞았으니까 당연히 피가 나지. "
" 너 피 난다고... "
" 안다니까 왜 자꾸... 야, 너 울어? "

" 피 난다고... 피... 피 난다고... "
응 아주 쭐쭐. 애가 그렇게 울었는데 설마 얘가 소문을 냈겠어? 김태형이랑 내가 1,2년 지기도 아니고 무려 8살 때부터 친구였던 11년 지기인데 11년 동안 한 번도 말 안했던 걸 갑자기 말하겠냐고. 절대 아니야. 절대 아닐 거야. 다른 사람은 못 믿더라도 김태형은 믿어야지. 김태형이잖아, 김태형. 김태형이라고. 순수하다 못해 깨끗한 김태형. 그런 애가 어떻게 그러겠어. 김태형은 절대 아니야. 아니어야 해.
***
" 같이 밥 먹자, 태형아. "
결국 김태형 반으로 찾아가 밥을 먹자고 했다. 이러다가는 그 시작이 김태형이 아니더라도 김태형인 것처럼 보일 것 같아 3교시 쉬는 시간에 찾아갔다. 김태형은 아까 내가 한 말에 상처라도 받았는지 창가자리에 앉아 벽에 머리를 대고 초점 잃은 눈을 하고 있었다. 내가 반에 들어와 김태형에게 다가가자 김태형 반 애들 모두가 속닥였다.
" 아니야, 불편하면 같이 안 먹어도 돼. "
" 괜찮으니까 같이 먹자고, 그런 처연한 표정 집어치우고. "
" 그래, 그러자. "
김태형은 벽에 기댄 머리를 내 쪽으로 돌려 웃었다. 물론 아까처럼 하트 모양은 아니었고, 정말 기본 이모티콘 같은 웃음이었다.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리는 듯한 느낌. 물론 난 그걸 바로 알아채지 못 했고 그 당시 생각한 건 밥 먹을 때 슬쩍 물어봐야겠다, 였다. 너를 믿고 싶은데 내 신뢰가 오직 심증 뿐이니까 물증을 얻어내려고. 어차피 김태형은 무조건 아니잖아.
점심시간이 되는 종이 울리자 나는 급식 줄 맨 앞자리에 섰다. 김태형이 시킨 그대로. 앞문으로 살짝 고개를 내밀어 살펴보니 김태형도 역시나 맨 마지막에 서있었다. 반들이 줄을 지어 급식실로 이동했고, 나는 김태형 뒤에 서서 어떻게 말해야 오해 받지 않게, 허나 진실을 얻어낼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를 고민했다. 급식을 받을 때도, 김태형이 강조했던 양념 갈비가 나올 때도 온통 그 생각 뿐이었다. 드디어 자리에 앉게 된 순간, 나는 김태형에게 말을 걸었다.
" 근데 그거 알아? 우리 아빠 조폭인 거 다 소문 났어. "
" 응, 아까 반 애들한테 들었어. "
" 혹시 너 그 날, 너 말고 누구 본 적 있어? "
" 그 날? 너 강승훈한테 맞았던 그 날? 아니, 아무도 없었어. "
아, 걔가 강승훈이었구나. 새로운 정보를 얻고 나서는 다음으로 해야할 말을 생각했다. 물론 할 수야 있었다. 난 그냥 순수하게 묻는 것이고, 김태형은 순수하게 답 하기만 된다. 그러나 여기서 만약 김태형이 오해를 하게 되거나, 내가 표정관리를 못하게 되면 잘못되기 쉬운 질문이었다. 머릿속으로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 그러면 대체 누구야. 너 말고는 하나도 없었잖아, 네가 말하고 다닌 거 아니야? "
마지막 말은 붙이지 말 걸 그랬나, 김태형 눈치를 보려고 눈을 살짝 돌리자 마자 보이는 건 나를 격하게도 노려보는 김태형이었다. 눈에 눈물이 있지는 않았지만 그렁그렁했고, 표정에는 분노와 실망과 억울함이 가득했다. 뭔가 잘못 되었다.
" 너 지금 그러니까 ··· "
" 김태형. "
“ 너도 내가 네 얘기를 하고 다녔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것도 네 아빠 얘기를? “
" ··· 태형아, 내가 그런 뜻으로 물어본 게 아니라 난 너를 믿고 싶어서, "
“ 지민아, 적어도 너는, 너 만큼은… ”

나한테 이러면 안 되는 거지.
타이밍의 아이러니 下 ( 하 ) - 굄이
태형이는 배신감에 절은 눈으로 나를 원망스럽게 바라보다, 자신이 그렇게 먹고 싶어 했던 양념 갈비에 손도 안 댄 채 식판을 들고선 자리를 떴다. 난 태형이가 지금껏 나에게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눈빛과 어조에 나도 모르는 사이 꽤나 충격을 받았는지 그 자리에서 벙찐 상태로 가만히 앉아 있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김태형을 찾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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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찾아다녔을까, 사람들이 거의 모이지 않는 곳, 학교에서도 방치를 해놔 먼지가 가득히 쌓여 있는 체육 창고에서 태형이를 찾았다. 태형이는 그새 내가 평소에 알던 그 모습으로 돌아와, 체육 창고 구석에 쭈그려 앉아 훌쩍이며 무어라 중얼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가슴 한쪽이 아려와, 태형이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 태형아, 내가 잘못 했어.. 미안. “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해보지 않은터라 미안하다는 말을 내뱉기 어려웠지만, 두 손을 모으고 두 눈을 꼭 감고서 고개를 숙인 채 사과의 말을 건넨 다음, 태형이의 눈치를 살짝 봤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정말 차갑기 그지 없었다. 방금 전 내가 알던 태형이의 모습은 또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아까 전 급식실에서 봤던 사나운 김태형만 남아 있는 것 같았다.
“ 됐어. 내가 잘못한 거지. 그냥 다 내 잘못이지. 너랑 친해지고 싶어했던 것도, 네가 강승훈한테 맞고 있는 걸 본 것도 내 잘못이고. “

“ 야..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내가 미안해. 응? 절대 널 의심해서 그렇게 물어본 거 아니야. ”
내가 몇 번이고 다시 사과를 했지만, 태형이는 상심이 컸는지 쭈그려 앉은 그 자리에서 날 몇 번 쏘아보곤 벌떡 일어나 체육 창고 문을 박차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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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항상 아침 일찍부터 나를 기다려줬던 태형이는 이제 자신의 반 친구들과 붙어 다녔고, 나도 내 나름대로 다른 애들과 같이 다녔지만 마음 한 켠에 무언가 묵직한 게 남아 항상 김태형이 신경이 쓰였다. 태형이가 창고 문을 박차고 나갈 때 내가 김태형을 뒤따라가 잡았었더라면. 아니, 애초에 태형이를 떠보지만 않았다면, 지금쯤 태형이는 내 옆에서 쫑알쫑알 얘기를 하고 있지 않을까, 그 순진한 애한테 내가 너무 큰 상처를 준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자꾸 들며 나를 괴롭혀 왔다.
이런 내 속도 모르는지 학교에선 나와 태형이가 더 이상 같이 다니지 않자, 태형이가 내 아버지에 대한 말을 하고 다녔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아 소문에 흥미가 떨어졌는지 우리 아버지에 대한 소문이 사그라들며 태형이에 대한 말들도 점점 없어졌고, 나와 태형이의 사이는 점점 더 멀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몇 주 정도 지났을까, 난 태형이와 사이가 틀어진 이후로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나 혼자 있고 싶을 때 그 체육 창고에 들어가 조용히 눈을 감고 먼지 구덩이 속에 대자로 누워 있는 습관이 생겼다. 오늘도 잠시 혼자 있고 싶어 여느 때와 같이 그 체육 창고에 누워 있는데, 누군가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워낙 인기척이 없던 곳이라 나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버렸고, 나 때문에 먼지들이 휘날리며 순식간에 시야가 뿌얘졌다. 일어나며 숨을 확 들이마셨는지 연신 나오는 기침을 간신히 참으며 누구냐 물었다. 하지만 상대방도 누가 있을 줄 예상 못 한 것인지 기침이 나와서 참느라 그런 것인지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고, 더군다나 체육 창고엔 불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안 그래도 잘 확보되지 않았던 시야에 먼지까지 더해져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상대방이 누군지 파악하기 어려워 상대방이 서 있는 문 쪽으로 다가갔다.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태형이었고, 눈이 마주친 우리 둘은 서로 당황한 채 그 자리에서 멈춰버렸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어색함으로 가라앉았고 나는 어색해진 분위기를 풀어보려 멋쩍게 하하하 웃으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태형이에게 말을 걸었다. 물론 전혀 자연스럽지 않았겠지만.
“아,, 밥은 잘 먹었냐..? 오늘 점심 너가 저번에 먹고 싶어했던 양념 갈비 나왔던데.”
“으응.. 먹었지. 역시, 엄청 맛있더라.”
하지만 이 대화 이후로 또 정적이 흘렀다. 아무래도 유치원 때 태형이네 가족이 여행을 갔었을 때 일주일 동안 떨어져 있었던 것 빼고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붙어 다니다, 이렇게 오래 떨어져 있는 게 처음이라 그런 것 같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아직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 건 아닌가 보다. 태형이가 저렇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못하고 있을 때 짓는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을 보니.

나는 오랜만에 보는 그런 태형이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푸핫하고 웃음이 나왔고 태형이는 내가 웃는 걸 보고 화들짝 놀라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나를 따라 같이 웃었다. 그렇게 한참 서로를 보며 웃다, 나는 웃음을 그치고 태형이에게 말 한마디를 건넸다.
“그런 의미로 오늘 피씨방이나 갈까? 너, 피씨방 좋아하잖아.”

그런 내 말을 들은 태형이는 배시시 웃으면서 좋다고 했고, 우리는 교복에 잔뜩 묻은 먼지를 탈탈 털며 체육 창고를 나왔다.
—
그렇게 태형이는 예전과 같이 아침 조회 시간까지 내 반에 남아있다 선생님께 잡혀가는 일상으로 돌아왔고, 이젠 다른 애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든, 무슨 소문이 돌든 무시한 채 그동안의 갑과 을의 경계를 허물고 조금 더 가까워져 남은 시간들도 같이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사이가 되었다.
—
나를 꼭 안아주고 내 곁에 있어줘.
( 날 꼭 안으며 내 곁에 있어줄래 )
그리고 다시는 떠나지 마세요
( 다시는 떠나지 말아줘 )
왜냐하면 너는 내 가장 친한 친구니까
( 나에게 넌 최고의 친구니까 )

* 다시 한번 안내드립니다. 이 글은가치 있는 회사의 크미 글로, 표지는 미룽지 님께서, 글은 달월님 ; 의 상편 | 새턴 님의 중편에 이어 제 하편으로 이어지는 식으로 제작되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