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타이밍


내 얘기도 들어줘... (2)

"당장 꺼져... 꼴도 보기 싫으니까..."

차디 찬 시선마저 두지 않았다.

화가나 미칠 것만 같았다.

네가 나가고 곧바로 따라 나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주 넌 내 눈앞에서 택시를 타고 가버렸다.

다리에 힘이 빠질것만 같았다.

그 자리에 주저 앉을 것만 같았다.

내게 보인, 나에 대한 원망이 담긴 너의 눈물이 계속해서 내 눈앞을 아른거렸다.

일렁이는 눈물로 가득 찬 너의 눈이, 기억속에서 지워지질 않았다.

이럴려고 내가 너를 만난것이 아니다.

이럴려고 내가 너를 온 마음으로 사랑한 것이 아니다.

너에게 상처줄거 였으면, 시작하지도 않았을 사랑이었다.

즉, 결코. 나는 너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너라서.

네가 탄 택시가 내앞을 가르질러간 그 자리에 한참을 고개 숙이고 서있었다.

그때의 그 감정을 말로 다 형용할 수없었다.

고통스럽기도, 후회스럽기도했지만, 그것보다도 훨씬 더 복잡한 감정이었다.

그 속에서도 가장 중요했던 것은,

너를 붙잡아야 한다.

나는 앞으로도 네곁에 있어야 한다.

이 뿐이었다.

그리고 카페에서 나온 이다인이 또다시 말을 걸었다.

이젠 이다인이란 이름만 들어도 미칠지경이었다.

화가나서.

"오빠, 오빠가 커피 안마신다고 해서 내가 테이크 아웃 해왔어요. 자요!"

"하...."

그러고도, 이 상황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내게 다가와 커피를 내미는 이다인이, 죽도록 싫었다.

여주가 가버렸는데 이깟 커피 따위....!

퍽-

내 옆에서서 커피를 내민 이다인의 손을 신경실적으로 쳐냈다.

그리고 여주가 좋아하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바닥에 다 쏟아졌다.

"꺼지랬지."

차가운 눈빛 한번이면, 금새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가,

내가 눈길이라도 한번 돌리면, 다시 웃으며 오빠라는 그딴소리를 해댄다.

"역겹다 이제. 더 이상 못들어주겠다고.

오빠? 참나. 누가 니 오빠야? 언제부터 내가 니 오빠야? 개소리 마. 선배? 이젠 그딴것도 안해.

너랑은 눈도 마주치기 싫다. 말 섞지말자 이제."

이다인에게서 돌아서 주머니에 손을 넣었지만 휴대폰은 없었다.

맞다. 나 폰 잃어버렸지...

하...

너에게 당장 연락하지 못한다는 마음에 온몸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최대한 빨리 너를 만나야했다.

네가 그 어떤 나쁜 생각도 하지 못하게.

그때,

"오빠!"

나를 크게 부르며 내 뒤에서 양 팔로 내 허리를 감으며 안아오는 이다인.

저 깊숙히서 끓어오르는 화를 참는 내 노력도, 이다인에겐 과했다.

"하... 좋게 말할 때 떨어져라. 이게, 내가 너한테 지키는 기본적인 예의고 선이야."

"나 오빠 좋아해요!"

니가 기어이 그 말을 입밖으로 꺼냈다.

평소같았으면, 한 사람의 감정에 대해 최소한의 배려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게 이다인의 감정은,

여주와 나의 사랑과 지난 시간들 앞에 '고작'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고작 그 마음 때문에 우리를 갈라놓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난 너 안좋아해."

그 말과 동시에 내 허리를 감은 두 팔을 뿌리쳤다.

다신, 보지 말자 우리.

그길로 바로 여주의 자취방 앞으로 갔다.

저녁에 만나자 했던 너.

나는 지금부터 네가 오기만을 기다릴 생각이다.

옛날부터 기다리는 거 하나는 참 잘했던 나니까.

그게 너의 기분을 풀어줄 수만 있다면,

난 언제 어디서든 괜찮았으니까..

그렇게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달이 가장 밝게 빛나던 한 밤중이 되도록 너는 나타나질 않았다.

수십번도, 너의집에 올라가 볼까했지만,

자취방 앞에서 만나는 것이 너와의 약속이었기에, 끝까지 네가 나올거라고만 믿었다.

12시. 하루가 지나가버린 시간.

그제서야 나는 너를 만났다.

"강의건."

나를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니, 급하게 나온듯한 네가보였다.

얼굴은 퉁퉁부어서,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마신건지, 술냄새가 났다.

나로인해 네가 망가져가는 것만 같았다.

내가 못나서, 너무 미안했다.

내가 둔해서, 너에게 너무 큰 짐이되었던 걸까.

그게 우리가 아픈 이유일까.

열여덟때도, 지금도.

모든 일의 원인은, 나 때문인걸까.

"미안해..."

내 목소리를 들은 너는 또다시 눈가가 촉촉해졌다.

심장이 아플만큼 뛰었다.

뛰다 못해 터져버릴까, 걱정도 될만큼 아팠다.

"의건아.."

네가 나를 나즈막히 부르면, 나는 너에게 내 이야기를 어떻게 정리해서 말해줘야 할까를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

탁-

무언가 떨어져 내렸고, 그건 처음보는 여자의 립스틱이었다.

내 주머니에 왜 이런게 있는지 알 수없었다.

있을 이유도, 있어서도 안되었다.

그때 머릿속에 스친건,

카페앞에서 나를 안은 이다인.

아마, 그때였던 걸까..?

"우리 당분간 생각 좀 하자.."

"

"연락.. 하지 마..."

내 심장이 오늘만 세번째,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내가 너에게 어떻게 해야 할까..

너는 내게 어떠한 틈도 주질 않은 채 너의 집으로 들어가 버렸고, 홀로 남은 나는 떨어진 립스틱을 주워들었다.

그리고는 바로 성우의 집으로 갔다.

띵동-

"누구세요?"

"강다니엘? 이시간에?"

"나 폰좀."

"폰?"

성우에게서 폰을 빌려 학교로 갔다.

가는 길에 이다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학교 앞으로 당장 나와."

-

약 5분 정도 안에 이다인이 도착했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에요?"

나는 아무 말 없이 립스틱을 건넸다.

"어.. 이게 왜 여기있...지?"

모르는척 하는 모습이 역겨워 토가 나올것 같았다.

"내일 줘도 되는데 왜 이 늦은 시간에 나와요, 피곤할 텐데."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대꾸를 해줄 가치가 없었다.

성우 폰을 꺼내 드니, 내 행동에 관심을 보이던 이다인.

나는 내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띠리리리-

이다인의 가방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그럼 그렇지. 진작 알았어야 했다.

허..

헛웃음이 나왔다.

"내 놔."

"어... 오빠 그게...."

"내놓으라고."

화가 난 내 모습에 조용히 폰을 꺼내놓던 이다인이다.

"그게 어떻게 된거냐면요,..."

변명따위 듣기 싫었다. 들을 필요도 없었다.

그날, 과제 핑계로 나와 학식을 먹고, 내가 폰을 잃어버린 그날. 아마 그때 일것이다. 내폰을 몰래 가져갔던게.

나는 폰을 빼앗아 곧바로 걸음을 옮겼다.

뒤에서 나를 부르는 것 같기도 했지만, 내 신경 밖이었다.

핸드폰 배터리가 간당히 유지되고 있었다.

빨간색을 띄는 배터리지만 나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너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너에게 전화를 걸까, 너의 전화번호만 빤히 쳐다보다가, 불이꺼진 너의 집 창문을 바라본 것을 반복했다.

새벽 두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네가 혹시 깨어 있을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은걸까.

고민 끝에 너의 전화번호 옆 통화버튼을 누르려던 순간 배터리가 꺼져버렸다.

허공에 떠다니는 내 엄지를 보며 남의 진심 앞에 '고작' 이라 할 수 있었던, 우리의 지난 시간들과 사랑을 믿어보기로 하고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집에 가자마자 휴대폰 충전부터 했다.

혹시나 너에게 부재중 전화가 오진 않았을까, 내심 기대를 하며 말이다.

폰이 켜지고, 그동안의 흔적들을 들여다 봤다.

삼일 전.. 이틀전.. 그리고 오늘..

너의 부재중 흔적은 어제로 끊겨있었다.

타이밍

벽에 기대 앉았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가장 좋은 방법이 될까.

모든게 엉키고 꼬이는 게, 나를 더 괴롭게 했다.

띠리리링-

벨이 울렸고, 혹여 너일까 긴장하며 보라본 액정엔,

모르는 번호가 찍혀있었다.

"여보세요...?"

"여기 부산 병원인데요, 강의건씨 되시나요?"

이 타이밍에 이 시점에.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 들이닥쳤고,

나는 날이 밝자마자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갔다.

"엄마!"

불과 몇시간 전 걸려온 전화는 엄마가 새벽에 병원에 실려왔음을 알렸다.

"의건이? 언제왔어?"

"방금..."

부산 병원에 도착하자 침대에 누워있는 엄마가 보였다.

하....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괜찮아?"

왜 이런 심장 떨리는 일들이 몰아서 나를 괴롭히는 걸까 온몸이 떨리며 눈가가 뜨거워짐을 느꼈다.

그렇게 나는 엄마 옆에서 병간호를 하다 이틀 밤을 꼬박 샜다. 너의 생각 물론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연락.. 하지 마.."

조심스레 성우에게 연락했다.

'나 부산왔어. 엄마가 병원에 계셔서..'

'헐! 괜찮으셔? 간호 잘해드리고!'

'어. 근데 여주는..어때...?'

'니네 싸웠냐? 여주 완전 우울모드. 곧 죽을것 같다.

빨리 간병해드리고 와서 풀어.. 니네 꿀떨어지는 것도 보기 힘들지만. 여주 저렇게 두는것도 보기힘들다'

'울었나...?'

'울기만 했겠냐?? 무슨 일인거야 도대체!'

너의 소식을 전해들었다.

너도, 많이 힘든것 같다.

마음이 무거웠다. 얼른 돌아가야 하는데 엄마는 아직이시고.. 힘든데.. 기댈 사람조차 없었다.

"하...."

한숨만 몇 번째인지..

몸도 마음도 지치고 피곤해 미칠지경이었다.

이럴때 네가와서 위로해 줬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그냥 옆에 앉아 있기만 해줬어도 이것보단 낳았을 것이다.

감정이 벅차올라 당장이라도 눈물이 쏟아질것 같앗지만, 괴로움에도 견뎠다.

어쩌면 도전이었다.

상황이 이렇고, 타이밍이 빌어먹어도, 다시 원래대로 다 돌려놓을거라는 도전.

떨어지는 눈물 한 방울을 손으로 슥 닦아내며,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