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70화. 1108호 (2)



1108호를 방문하기 위해,

나는 정성을 다해 메이크업과 머리를 손질했다.

가져온 옷 중에 가장 예쁜 옷을 골라 입었다.




마치...

전 남자 친구의 결혼식에 가는 느낌이랄까.




다 차려입고 보니,

막상 그 방에 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처음에는 흥분해서 아무 생각도 안 났지만,

이제 연인도, 여자친구도 아닌 내가

호텔방에 찾아가 그 여자가 누구인지 물어볼

자격이 있을까.





침대에 걸터 앉아

한참을 고민했다.





'그래... 아무리 생각해봐도 말이 안 되는 일이야.

그만두자...'




이렇게 생각하고,

예쁘게 입은 김에

나가서 저녁을 먹고 오기로 결심했다.





그대로 가방만 챙겨 들고

1층으로 내려갔다.




호텔 로비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데,

누군가 뒤에서 내 팔을 잡아 챘다.




"아..."




순간 너무 놀라 소리를 질렀다.

뒤를 돌아보니

훈지 씨였다.




"내가 그렇게 부탁했는데...

 그게 그렇게 들어주기 힘든 부탁이에요?"




"훈지씨..."



나는 제일 먼저 팔을 뺐다.

촬영 때문에 왔다고 했으니,

분명 스태프들도 이 호텔에 묵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이러지 말고, 다른 데로 가요.

 아니 그러지 말고, 먼저 올라가요.

 따라갈게요.

 1108호라고 했죠?"





"같이 올라가요."





"훈지씨"




나는 주변이 신경 쓰여

나지막하게 말했다.



"먼저 올라가요.

 정말로 갈게요.

 사람들이 볼까 봐 그래요"





그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안 올라오면

 나 여기 내려와서 이름 부를 거예요.

 알아서 해요."





"알았다구요. 빨리 가요."





난 그를 먼저 올려 보내고

11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왜 자기가 화를 내...

난 간다고 한 적도 없는데'




1108호 앞에 서서

벨을 누르려고 하는 순간에

문이 열렸고,

그가 내 팔을 잡고

안쪽으로 끌어 당겼다.




문이 닫히는 순간,

그는 와락 안고 키스를 퍼부었다.

한동안

너무 익숙한 감촉에,

달콤한 입맞춤에 정신을 놓고 있었다.

마치 시간이 되돌아 간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를 억지로 떼어 놓고 말했다.





"훈지씨, 그만요."





"잠깐만요...그 동안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요.

 이 정도는 봐줘요."





그가 다시 가까이 다가오려고 했다.

나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안돼요.

 이제 우리 아무 사이도 아니잖아요."




"여긴 파리잖아요.

 옛 연인과 키스도, 원나잇도 할 수 있는 곳이라구요."




나는 아까 낮에

훈지씨의 팔짱을 꼈던 여자가 떠올랐다.

그래서 그의 태도에 더욱 화가 났다.




"하...그래서 뭐요?

 오늘 나랑 하룻밤이라도 보내겠다는 거에요?"





"아니...그렇다구요...

 왜 이렇게 화를 내요..."




"아까 낮에 그 여자가...

 아 됐어요.

 왜 오라고 한 건데요?

 올라왔으니 얘기해요. 이제."





"우리...마지막으로 본지 반년도 더 지났어요.

 아까는 스태프들이 있고,

 사실 너무 당황해서 말도 못 꺼냈단 말이에요.

 여기서 당신을 볼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사람들한테 밀려서 가다가 정신이 번쩍 들어서

 다시 아이스크림 가게로 돌아간 거에요.
 
 가면서 혹시나 당신이 거길 이미 떠났으면

 어떻게 하나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요?"




'여기서 날 만날 줄도 몰랐으니까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다른 여자랑 팔짱을 끼고 다녔겠지.

 왜 그 여자 얘기는 안 해?

 난 그 여자 얘기를 들으러 온 건데...'





"더 할 말 없어요?"





"보고 싶었다구요..."





"아니...그런 말 말구요.

나한테 뭐 할 말 더 없냐구요?"





훈지씨는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정말 모른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직접 말은 못 하고,

제발 그가 내 마음을 알아채고

시원하게 설명해 줬으면 했다.




한동안 정적이 흘렀고,

답답함을 견디지 못한 나는

끝내 입을 열었다.




"박훈지!!

 아까 팔짱 낀 그 여자 누군데?

 누군데 너한테 오빠라고 부르냐고!!"



"누가 누구보고 질투의 화신이래?" <71화 중에서>

박지훈 팬이 많이 읽은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