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74화. 뒷수습

sophie97
2026.07.23조회수 16
우리는
내일 훈지씨가 파리를 떠나기 전에,
내 방에 잠깐 들러 인사를 나누기로 하고
겨우 헤어졌다.
그가 방으로 돌아간 후, 랩탑을 켰다.
수연이에게서 메일이 한 통 와 있었다.
[정아야, 파리에 잘 도착했어?
나는 진심 네가 부럽구나...
애들 시험기간이라서 픽업에,
간식에 매일이 전쟁이다.
이렇게 힘들 때 너라도 있었으면
만나서 수다라도 떨면서 풀텐데...
요새 하루를 뭔 정신으로 사나 싶다.
참참!!
너 스페인 가고 나서 박훈지 스캔들 때문에
기획사가 골치 좀 아팠다더라?
석진 선배 와이프한테 들었는데
영어 쌤이랑 썸이 있었대.
너 다음으로 후배 소개 시켜 줬다고 했잖아.
그 후에 니가 다시 맡았을 때
무슨 낌새 못 느꼈어?
나도 아는 애야? 누구지?
상대가 연상이라던데?
우리보다 몇 년 후배였던 거야?
이름 좀 얘기해줘봐.
누군지 좀 알아보게 ㅋㅋ]
수연이의 메일을 읽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파리에서의 첫 날,
그와 다시 만나고 나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듯 행복했는데...
반 년 넘게 못 만났던 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익숙하고, 즐거웠다.
아니,
오히려 더 애틋하고 소중했다.
그래서,
안토니오와 마리아 커플을 상기시키면서
어쩌면 내가 잘못 생각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미겔의 말을 떠올리면서
큰 목표와 꿈 없이도 행복할 수 있다라고
나 스스로에게 계속 되뇌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동안 훈지씨와 김대표는
나 대신 소문에 대한 책임을 지고
현실과 싸우고 있었다니...
마치 그 혼란한 틈을 나 혼자 살짝
빠져나와 평화롭게 즐기고 있었던 것 같아
마음이 복잡했다.
'그래..역시...
내 판단이 맞았던거야...
헛된 희망 버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지...'
나는 파리에서 아직 하루가 더 남은 일정이었지만
아침 일찍 짐을 챙겨 체크아웃을 했다.
'훈지씨...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지내요. 그리고...
미안해요.
난 그동안 그렇게 힘들었는 줄도 모르고...'
행복한 기분에 취해
스페인에 머무르고 있다는 걸
알려 준 게 마음에 걸렸다.
오늘 하루 어디에서 또
그를 예상치 못 하게 마주칠지 모른다는 걱정에
두 번째 여행지로 계획했던 루앙으로
바로 떠나기로 했다.
큰 행복 뒤에 찾아온 커다란 허탈감.
다시는 그의 이메일도 열어 보지 않기로 다짐했다.
기차역에서 도착하여,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던 중,
누군가의 시선이 계속 느껴졌다.
"혹시... 어제 우리 마주치지 않았나요?"
<75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