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84화. 돌이킬 수 없는 실수

sophie97
2026.07.29조회수 8
"훈지 씨가 걱정돼서 온 건 맞아요.
하지만 지금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은
이 사람이잖아요."
"그러니까 지금 통화한 사람이
남자친구라는 거예요?
설마 설마했어요.
나를 단념시키려고 한 말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내 앞에서 서로 사랑한다고 말한 거잖아요.
당신도 그 사람을 좋아해요? 아니 사랑해요?"
"사랑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좋은 사람이에요."
"내 기사를 보고,
그 사람 부모님을 만나기로 한 약속까지 잊고
여기 지금 내 앞까지 왔잖아요.
그게 사랑이에요.
왜 자기 마음을 자꾸 부정해요?"
"설사... 내가 훈지 씨를 아직 사랑한다 해도..
나는 그 사람을 선택할 거예요."
"왜... 왜?
왜 나는 안 되는 건데?
너는 네가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어떻게 이렇게 잔인할 수 있는데!!
내가 배우고 뭐고 다 그만두면 되겠어요?
그러면 내 옆에 있어 줄 거예요?"
나는 그제서야
정신없이 한국으로 달려와
그의 앞에 이렇게 서 있는 것이
얼마나 큰 실수였는지 깨달았다.
"그 사람 부모님은 왜 만나요?
당신은 결혼 안 한다고 했잖아.
그 사람이랑은 결혼도 괜찮을 것 같아요?
뭐가 이렇게 불공평해!
나한테는 세상 칼같이 끊으면서
그 사람한테는 왜 이렇게 관대한대?"
"내가 훈지 씨를 칼같이 끊어내지 못해서
이런 상태까지 와 버린 거라구요.
맨날 바보같이 내 감정에 질질 끌려 다니느라고
아직도 이 모양인 거예요."
"스페인까지 가서도 기억나고,
다른 사람을 만나도 자꾸 생각나고, 계속 걱정되고.
정말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바보 같단 말이에요.
처음부터 당신을 만나지 말았어야 했어."
내 마지막 말을 들은
그의 표정은 너무나 공허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그랬다면... 우리가 만나지 않았더라면
난 평범하게 내 시간을 살아갔을 거예요.
이렇게 힘들고, 지치고,
당신을 피해 다닐 일은 없었잖아요."
"진심 아니죠...?
제발 아니라고 말해요."
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진심이에요.
훈지 씨 만난 거 후회해요."
그는 내 눈을 바라봤고,
나는 끝내 그의 눈을 피했다.
그리고 조용히 가방을 들고
그의 집에서 나왔다.
'내가 여기 오는 바람에... 모든 게 꼬여 버렸어.'
나는 1층으로 내려와
벤치에 앉았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왜 나는 훈지 씨 앞에서만
이렇게 감정적인 사람이 되어 버리는지
알 수가 없었다.
부모님 집으로 가야 할지,
호텔로 가야 할지,
비행기 티켓부터 확인해 봐야 할지...
몸도 마음도 한없이 지쳐 있었다.
잠시 여기 앉아
무엇부터 해야 할지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30여 분이 흘렀다.
누군가 내 옆에 세워 뒀던 캐리어를 끌고 가고 있었다.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훈지 씨였다.
"훈지 씨! 뭐하는 거예요?"
"들어와요.
호텔 예약도 못 하고 왔잖아요.
그리고...
이렇게 보자마자 보낼 수 없어요."
"내가 당신을 꼭 되찾을 거예요." <85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