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84화. 돌이킬 수 없는 실수




"훈지 씨가 걱정돼서 온 건 맞아요.

하지만 지금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은

이 사람이잖아요."





"그러니까 지금 통화한 사람이

남자친구라는 거예요?

설마 설마했어요.

나를 단념시키려고 한 말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내 앞에서 서로 사랑한다고 말한 거잖아요.

당신도 그 사람을 좋아해요? 아니 사랑해요?"





"사랑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좋은 사람이에요."





"내 기사를 보고,

그 사람 부모님을 만나기로 한 약속까지 잊고

여기 지금 내 앞까지 왔잖아요.
 
그게 사랑이에요.

왜 자기 마음을 자꾸 부정해요?"





"설사... 내가 훈지 씨를 아직 사랑한다 해도..

나는 그 사람을 선택할 거예요."





"왜... 왜?

왜 나는 안 되는 건데?

너는 네가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어떻게 이렇게 잔인할 수 있는데!!

내가 배우고 뭐고 다 그만두면 되겠어요?

그러면 내 옆에 있어 줄 거예요?"





나는 그제서야

정신없이 한국으로 달려와

그의 앞에 이렇게 서 있는 것이

얼마나 큰 실수였는지 깨달았다.





"그 사람 부모님은 왜 만나요?

당신은 결혼 안 한다고 했잖아.

그 사람이랑은 결혼도 괜찮을 것 같아요?

뭐가 이렇게 불공평해!

나한테는 세상 칼같이 끊으면서

그 사람한테는 왜 이렇게 관대한대?"






"내가 훈지 씨를 칼같이 끊어내지 못해서

이런 상태까지 와 버린 거라구요.

맨날 바보같이 내 감정에 질질 끌려 다니느라고

아직도 이 모양인 거예요."




"스페인까지 가서도 기억나고,

다른 사람을 만나도 자꾸 생각나고, 계속 걱정되고.

정말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바보 같단 말이에요.

처음부터 당신을 만나지 말았어야 했어."





내 마지막 말을 들은

그의 표정은 너무나 공허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그랬다면... 우리가 만나지 않았더라면

난 평범하게 내 시간을 살아갔을 거예요.

이렇게 힘들고, 지치고,

당신을 피해 다닐 일은 없었잖아요."






"진심 아니죠...?

제발 아니라고 말해요."





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진심이에요.

훈지 씨 만난 거 후회해요."





그는 내 눈을 바라봤고,

나는 끝내 그의 눈을 피했다.





그리고 조용히 가방을 들고

그의 집에서 나왔다.




'내가 여기 오는 바람에... 모든 게 꼬여 버렸어.'





나는 1층으로 내려와

벤치에 앉았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왜 나는 훈지 씨 앞에서만

이렇게 감정적인 사람이 되어 버리는지

알 수가 없었다.





부모님 집으로 가야 할지,

호텔로 가야 할지,

비행기 티켓부터 확인해 봐야 할지...




몸도 마음도 한없이 지쳐 있었다.




잠시 여기 앉아

무엇부터 해야 할지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30여 분이 흘렀다.





누군가 내 옆에 세워 뒀던 캐리어를 끌고 가고 있었다.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훈지 씨였다.





"훈지 씨! 뭐하는 거예요?"





"들어와요.

호텔 예약도 못 하고 왔잖아요.

그리고...

이렇게 보자마자 보낼 수 없어요."





"내가 당신을 꼭 되찾을 거예요." <85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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