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104화. 언니, 제발...



자꾸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화장실로 훈지 씨 누님이 따라 들어왔다.





"정아 씨. 괜찮아요.

 우리 훈지 괜찮아질 거에요.

 그러니까... 그렇게 슬퍼하지 말아요."




그녀가 울먹이며 나를 위로했다.




나는 화장실에 쭈구려 앉아

눈물을 삼키고 또 삼켰다.





한참이 지나서야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훈지 씨 누님이 안절부절못하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안아 주었다.





훈지 씨 부모님과 형님이 오시자,

누님은 진서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셨다.





우리는 그렇게 아무 말 없이 몇 시간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훈지 씨 부모님께서

집에 가서 좀 쉬었다 오라고 하셨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언제 다시 그가 나를 찾을지 몰랐다.




나는 중환자실 앞 벤치에 앉아

눈을 감았다.





그와 스페인에서 함께 돌아다니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함께 쇼핑을 하고, 사진을 찍고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며

행복했던 시간들.




그때의 우리가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졌다.




행복했던 기억을 되짚고 있는데도

눈을 감은 채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날 밤, 나는 중환자실 앞에서

꼬박 밤을 지새웠다.





다음 날 아침,

태형 씨가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훈지 씨를 담당하는 의사가 보호자를 찾았다.





"지금까지 경과를 지켜본 결과...

 간 기능이 회복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간 이식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기증자를 찾을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우선 가족분들부터 적합성 검사를

 받아 보는 게 좋겠습니다."





훈지 씨 부모님과 누님과 형님,

그리고 매형이 검사를 받기로 했다.





"저도 검사받겠습니다."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태형 씨가 나섰다.




"우선 제가 먼저 검사받겠습니다."




태형 씨는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정아 너 부모님께 말씀도 안 드리고

 검사받는 건 아니야.

 말씀부터 드리고 나서 검사받아."





훈지 씨 가족들도 그렇게 하는 게 좋겠다고

만류했다.





나는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병원 앞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정아야... 너 지금 이 꼴이 뭐야..."




언니는 나를 보자마자 울먹였다.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병원에서 계속 있는 거야?

 너 지금... 하아... 속상해서 진짜..."





"언니. 훈지 씨가 간 이식을 받아야 해서

 나도 검사 받을거야."





"뭐라고? 너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야?"





"사고로 간이 많이 손상돼서 제 기능을 못 한대.

 이식을 받아야 하는데 기증자를 언제까지 기다려.

 가족들도 지금 검사받고 있어.

 나도 받을거야.

 엄마 아빠한테는 말하지 말고

 언니만 알고 있어 줘.

 사실은... 언니한테도 이야기 안 하려고 했는데...

 다들 말리셔서..."





"유정아!!! 너 미쳤어?

 그게 무슨 맹장 수술 같은 건 줄 알아?

 그러다가 너 잘 못 되면 어떡하려고 그래?"





"언니..."




나는 언니의 손을 두 손으로 꼭 잡았다.





"혹시라도 훈지 씨가 잘못되면...

 나도 못 살아...

 나 지금 언니한테 허락받으려는 거 아니야.

 그렇게 알고 있으라고 말하는 거야..."





"너희가 결혼을 했어?

 같이 아이를 낳기를 했어?

 네가 그 위험한 걸 왜 해?

 그러다가 적합하다고 나오면

 네 간을 떼어 주겠다는 거야?"





"그러려고 하는 거야.

 훈지 씨가 그래야 살아."





"정신차려!! 유정아!!"





"언니는 형부가 저런 상황이라면 포기할거야?

 그냥 죽게 내버려 둘 거야?"





"너랑 우리가 같은 상황이야?

 우리는 함께한 세월이 있고,

 자식을 낳아 키우고 있어.

 너희는 그냥 연인이잖아."





"언니...

 함께한 시간만으로 사랑의 무게를 잴 수 있어?

 어쩌면 언니가 형부를 사랑하는 것보다

 내가 훈지 씨를 더 많이 사랑할 수도 있어..."


"언니가 뭐라고 반대해도 나는 해.

 검사도 받을 거고, 적합하다고 나오면

 수술도 받을 거야."




[찰싹]




언니가 내 뺨을 때렸다.

며칠 동안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 한

나는 바닥으로 쓰러졌다.





"정신 차려. 너 검사도 수술도 절대 못 해."





언니는 말을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는 언니의 다리를 붙잡았다.





"언니... 제발...

 나 훈지 씨 잘못 되면

 제 정신으로 못 살아...

 내가 살릴 수도 있었는데,

 검사조차 하지 않았다는 죄책감에

 평생을 괴로워해야돼.

 아니... 평생을 살 수 없을지도 몰라.

 그 사람 따라가 버릴 수도 있어..."





"정아야. 이러지마...

 엄마 아빠가 아시면 절대 허락 안 하셔..."





"언니만 알고 있어.

 아직 검사 결과도 모르잖아.

 설령 수술을 하게 되더라도

 나 건강하니까 금방 회복할 수 있을거야.

 훈지 씨도 살리고, 나도 다시 건강해질 수 있어.

 대수술이긴 하지만... 잘 될 수도 있잖아.

 언니... 제발.... "





언니는 두 손을 모은 채 애원하는 나를 바라보다

눈물을 떨구었다.





"정아야... 너를 어떻게 하면 좋니..."





"내가 약속할께.

 언니가 걱정하는 일 절대

 일어나지 않을거야."





언니는 나를 끌어안고 흐느꼈다.




"한 분에게서 기증 적합성이 확인됐습니다."

<105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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