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106화. 희망



“누가 이식할 수 있는 건가요?”

 

 

훈지 씨 누님이 다급하게 물었다.

 

 

“우선 1차 검사에서 적합 판정이 나온 거고요.

 정밀 검사를 더 진행해야 

 정확하게 수술 가능 여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유정아 씨가 누구죠?”

 

 

“네. 저에요!”

 

 

“유정아 씨는 정밀 검사를 더 받아 보시고,

 그 결과를 토대로 수술 가능 여부를

 판단 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간호사한테 다음 일정에 대한 설명을 들으세요.”

 

 

‘하느님. 감사합니다…’

 

 

의사의 말을 들은 태형 씨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왜 하필… 정아 너니…”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태형 씨. 나는 지금 너무 감사해.

 나라도 적합 판정을 받은 게 얼마나 다행이야.

 아무도 적합하지 않았다면 방법이 없었잖아…”

 

 

“그래. 정말 다행이야.

 그런데 왜 하필 너야…

 나일 수도 있고…

 훈지 가족 중 누군가일 수도 있었는데…”

 

 

“걱정하지 마…

 괜찮을 거야.”

 

 

훈지 씨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난감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정아 씨가… 수술을 할 수 있겠어요?”

 

 

누님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요. 그러려고 검사한 거잖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필요한 검사도 모두 제대로 받고,

 제가 수술할게요.”

 

 

나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언니를 또 어떻게 설득해야 하지..’

 

 

또 하나의 산이 남아 있었다.

나는 언니에게 내일 집으로 와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우선 정밀검사를 받기로 했다.

검사 결과를 확인하려면

최소 일주일은 기다려야 했다.

 

 

기다림의 연속이었지만,

이제 희망을 품을 수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덜 두려웠다.

 



그리고 마침내,

훈지 씨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면회를 할 수 있었다.

 

 


“훈지 씨…”

 



나는 중환자실에 들어서자 마자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가 무언가 말을 하고 있었지만,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나는 그의 입가에 귀를 가까이 댔다.

 



“보고… 싶었어요…”

 

 

“나두요.

 그래서 훈지 씨 사진을 보면서 버텼는데…

 훈지 씨는 힘들었죠?

 이 예쁜 얼굴을 그렇게 오랫동안 못 보다니…”

 

 

훈지 씨가 옅게 미소를 짓는 것 같았다.

 

 

“훈지 씨.

 이제 곧 겨울이 오잖아요.

 우리 거기 캠핑장 가야죠!!

거기서 눈 오는 거 보면

얼마나 예쁠지 감도 안 와요.”

 

 

나는 나오려는 눈물을 참고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그 때까지 수술 잘 받고,

 꼭 건강해진 모습으로

 우리 같이 캠핑 가요. 훈지 씨.”

 

 

그는 또 다시 입술을 달싹였다.

나는 그의 입가에 귀를 가까이 댔다.

 

 

“세모…네모…해요…”

 

 

“나도 세모네모해요.

 그러니까 내 마음 더 아프게 하지 말고

 빨리 일어나요.

 나 훈지 씨가 해 주는 토스트 먹고 싶어요.”

 

 

“면회 시간 다 됐습니다.”

 

 

“아… 네…”

 



“훈지 씨. 나 다시 올게요.”

 



나는 그의 귀에 대고 마지막으로 속삭였다.

 

 


“나의 여름... 사랑해요 많이...”

 

 

다음 날, 나는 집에서 언니를 기다렸다.

 



언니가 도착하자

따뜻한 차 두 잔을 준비해 식탁에 올려놓았다.

 

 

“언니…

1차로 한 검사에서 내가 적합 판정을 받았어.”

 

 

“너만?

 가족 중에는 아무도 없고?”

 

 

“응. 그나마 다행이야.

 아무도 없었으면 희망조차 없었을텐데…”

 

 

“그래서… 네가 수술을 하겠다고?

 박훈지한테 네 간을 떼어 주겠다고?”

 

 

“… 미안해… 언니…”

 

 

“오늘 집을 나설 때만 해도

 어떻게든 너를 말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오다 보니 내가 너를 말릴 수 있을까 싶더라…”

 

 

“그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인데…

 어떻게 안 할 수가 있어…”

 

 

“정아야… 나는 엄마 아빠한테 이 얘기 못 해…

 그러니까 수술 잘 받고 회복하고 다음에

 네가 직접 말씀드려. 알았지?”

 

 

“응. 알았어.

 그렇게 해 줘서 고마워 언니.

 정말 고마워…”

 

 

“당분간 너 여행 간 걸로 해 둘 거야.

 요새 의학 기술이 발달해서

 이식 수술 성공률도 많이 높아졌다니까…

 너도 박훈지도 꼭 수술 받고 잘 회복해서

 결혼도 하고…

 그렇게 행복하게 살아…

 제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언니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언니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내가 형부한테는 언니가 주식으로 날린 돈,

 평생 비밀로 할게.”

 



“너는 여기서 그 말이 왜 나와?

 아주 그냥 매를 벌어.”

 



“우리는 비밀을 하나씩 공유한 거야. 언니.

 울지 마.

 그깟 수술, 뭐 별거라고…

 나 잘 하고 올게.

 훈지 씨랑 겨울에 캠핑 가기로 했으니까

 회복도 빨리 할거야.”

 

 

“아휴… 정말 내가 잘하는 건지 모르겠다…”

 

 

언니를 보내고 나서

나는 그 날 집에서 모처럼 만에

편안하게 쉴 수 있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식탁에 앉았다.

그리고,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나는 그 편지를 가방 안에 넣어 두었다.

 

 

마침내 한 주가 지나고 드디어 오늘,

정말 검사 결과가 나오는 날이었다.

 



진료실에서 검사 결과를 듣고

중환자실로 향하는 길에 태형 씨를 마주쳤다.

 



나는 가방에서 편지를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태형 씨.

혹시라도 수술 중이나 후에…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훈지 씨한테…

이것 좀… 전해 줄 수 있어?”

  

 

“훈지 씨!! 우리 같이 힘내요!!”   <107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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