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8화. 온도차

sophie97
2026.08.24조회수 117
"정아 씨가 바리스타 과정 배울 때
만날 때마다 원두도 바꿔가면서
커피 내려줬잖아요.
가끔은 그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었는데..."
'아... 진짜.
사람 마음 약해지게 저런다...'
"알았어요.
집에 새로 산 원두 있으니까
같이 올라가요 그럼."
훈지 씨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정말요? 그래도 돼요?
와~~ 신난다!!"
"이러려고 나 데려다 준다고 한 거죠?"
"하하... 들켰네."
나는 그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왔다.
집 안으로 들어온 훈지 씨는
한바퀴 둘러 보더니 말했다.
"여기 오니까...
그때로 돌아간 거 같아."
"기다려요.
디카페인으로 내려 줄게요."
"네~"
그는 식탁에 앉아
내가 커피 내리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 보았다.
"정아 씨..."
"네?"
"우리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서...
내가 너무 정신없이 바빠졌잖아요.
그래서 그 때...
당신 마음을 잘 헤아려 주지 못 했어요.
미안해요.
헤어지고 나서 많이 생각했어요."
그 말을 들은 나는 커피를 내리다 말고
가만히 그를 쳐다봤다.
"나도 훈지 씨를 믿는다고 말만 하고...
영화 찍느라 늘 긴장 상태인
훈지 씨를 많이 닦달했어요..."
우린 잠시 말없이 그대로 멈췄다.
"이미 지나간 일이잖아요.
훈지 씨는 다음에 만나는 사람에게
더 잘해주면 되고...
나도... 다음에 만나는 사람과는
진지하게 결혼도 생각해 보려구요."
"뭐라구요?"
그는 깜짝 놀라 나를 올려다 봤다.
"예전엔 결혼 생각 없다고 했었잖아요?"
"그랬죠.
그런데... 스페인에서 마리아랑 안토니오 보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그렇게 친구처럼, 연인처럼 부부로
나이 들어가는 것도 좋은 거 같아요."
나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그의 앞에 한잔,
내 앞에 한잔씩 놓고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럼 스페인에서 한국 왔을 때부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에요?"
"그랬죠..."
"그런데 왜 그런 말을
나한테는 한 번도 안 했어요?"
"그 때는 너무 치열하게 싸워서
말을 못 했나?ㅎ"
나는 그때 싸우던 생각이 나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지금 웃음이 나와요?"
'뭐야...'
나는 그의 발끈함에 어이가 없었다.
"그럼... 울어요? 갑자기 왜 그래요?"
"아니... 갑자기가 아니고...
그런 중요한 생각의 변화는
서로 공유를 하고 있었어야죠.
내 말은 그러니까..."
그가 앞에 놓인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잔을 만지작거렸다.
"다음에 만나는 남자친구랑
공유하면 될 거 아니에요?"
"지금 만나는 사람은...
아직 없죠?"
"곧 있을 예정이에요."
"네?"
"우리 카페 알바생을
엄청 잘생긴 친구로 뽑았거든요.
잘 꼬셔보려구요."
"나보다 어려요?"
"휴학생이니까... 그렇겠죠?"
"훈지 씨. 농담이에요.
웃으라고 한 말인데
왜 이렇게 진지하게 받아요?"
나는 그의 심각한 표정에
결국 웃음이 터졌다.
"아... 농담이었구나..ㅎ"
그는 나의 웃음을 보고나서야
심각한 표정이 풀어졌다.
"커피 맛은 어때요?"
나는 카페 사장의 마인드로
그에게 확인차 물었다.
"좋아요.
내가 기억하던 맛 그대로에요."
"기억하던 맛..."
나는 그의 말에
왠지 마음이 뭉클해졌다.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던 그 때...
그 커피 맛을 기억하고 있다는 게
갑자기 아련해졌다.
"저 손님은 낯설지가 않은데요?" <9화 중에서>